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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망 전날 모든걸 포기한 모습"…증인들 오열

어린이집 원장·직원, 사회복지사 증인 출석
원장, "3~5월 사이 수차례 흉터 멍…결국 신고"
"9월 이후에는 기아처럼 말라…마지막 날은 모든 걸 포기한 모습"
사회복지사, "학대 물어보면 사실과 다른 해명…밥 못 먹는데도 병원 안 데려가고 방치"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올 때마다 몸 곳곳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은 2개월 사이 기아처럼 말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재판장 신혁재는)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씨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과 홀트 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어린이집 담임교사가 순서대로 증인으로 출석했다.

 

 

◆ “가죽만 남은 정인이...사망 하루 전 모든 걸 포기한 모습”(어린이집 원장·교사 증언)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3월2일 정인이가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하지만 얼굴, 이마, 귀, 등에 흉터나 멍이 든 채로 등원했다. 2주나 1주반 정도마다 상처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A씨가 상처를 발견할 때마다 장씨에게 물었지만 양모 장씨는 ‘잘 모르겠다’거나 ‘부딪혔다’, ‘떨어졌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해 5월25일 첫 신고 당시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담임교사가 불러 정인이를 확인해보니 배에는 상처가 있었고, 다리에 멍이 들었다. 항상 얼굴이나 입 부분에 상처가 나다가 아래에 상처가 나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모는 A씨에게 “정인이 아빠가 베이비마사지를 해줘서 그렇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다른 아이들이랑 너무 비교되는 상처였고 더 이상은 (학대) 의심만 할 게 아니라 신고를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 신고를 했다”고 답했다. 울먹이며 증언을 이어가던 A씨는 이내 눈물을 흘렸다.

 

정인이는 지난해 7월말부터 두 달가량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씨는 A씨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정인이를 등원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장씨에게 ‘결석을 하면 구청에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한다’, ‘출석 인정이 안 되면 어린이집 비용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정인이의 출석을 유도했다.

 

정인이의 출석을 유도한 이유에 대해 A씨는 “정인이 언니가 등원할 때 정인이는 바깥에 있거나 유모차에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아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당시 모습에 대해 A씨는 “정인이를 안았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겨드랑이 쪽을 만져봤는데 가죽이 늘어나듯 살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처럼 너무 야위었고, 정인이를 세웠을 때 다리, 허벅지 부분이 바들바들 떨려 걷지를 못했다"며 "이렇게 심각하고 안 좋은데 왜 어린이집에 데리고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며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덧붙였다.

 

병원 소아과 의사는 정인이 입 안 상처와 체중 감소를 이유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장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항의했다고 한다.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에 대해서는 “정인이가 등원할 때부터 힘이 없었고 그날은 더 심각했다. 맨발이었고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며 울먹였다.

 

A씨는 “정인이의 그날 모습은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과자를 입에 줘도 먹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정인이가 굉장히 말랐었는데 배만 볼록하게 나왔고, 머리에 빨갛게 멍이 든 상처도 있었다”며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 없었고, 이유식을 먹여봤는데 다 뱉고 물도 안 먹었다”고 했다.

 

 

오후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담임교사 B씨도 정인이의 학대 정황에 대한 증언을 이어갔다.

 

어린이집 담임교사였던 B씨는 장씨가 일반적인 부모와 달리 정인양 양육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B씨는 “낯선 환경에 오면 아이는 양육자에게 의지하는데, 양모는 정인양을 안아주거나 다독이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양육하는 걸 비교했을 때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부모로서 관심이 적었다는 것과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정인양에게 난 상처에 대해서는 “양모가 안일하게 ‘괜찮아요’, ‘괜찮을 거에요’라고 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 양모, “정인이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화내(홀트 사회복지사 증언)

 

정인양 입양을 담당했던 홀트 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C씨도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인양 입양과 사후 관리를 담당한 A씨는 “입양 당시 양부모들은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첫째 딸과 같은 성별의 여자아이를 원했다”며 “정인이는 피부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외에는 건강상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입양 후 3개월가량이 흐른 지난해 5월 26일 A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인양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 차 장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A씨는 당시 다시 만난 정인양 몸 곳곳에는 멍과 상처들이 가득했다고 말했했다.

 

A씨는 “부모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옷을 벗겨 보니 허벅지 안쪽과 배 뒤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도 상처들이 보였다”며 “장씨에게 어쩌다 이런 상처가 생긴 건지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한 달이 지난 후 A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정인양이 쇄골에 실금이 생겨 깁스하고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통지를 받고 재차 장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A씨는 당시 정인양의 어깨 부분이 살짝 꺼진 듯 내려앉아 있었고 피부 곳곳에서 착색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문 당시 장씨에게 정인양을 차량에 방치했다는 신고가 있다고 얘기했고, 장씨는 첫째 아이를 데려다주는 동안 1분 정도 아이를 혼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차량에 방치된 시간은 30분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지난해 9월 장씨로부터 정인양이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며 “‘(정인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고 화를 내며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장씨에게 얘기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며 시간을 미뤘다”며 “결국 양모가 아닌 양부에게 전화해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양모에게 기관 차원에서 아이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장씨의 말투도 바뀌고 연락도 잘 안 됐다”며 “이후 거의 양부를 통해 논의했고,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정인양은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방문 이틀 전인 13일 사망했다.

 

 

◆ 시민들, 새벽부터 법원 모여 양부모 엄벌 촉구

 

이날 재판 시작 전 새벽부터 서울남부지법 법원 정문 앞에는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살인 공범 양부 즉시 구속하라’,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등의 팻말을 들었다.

 

공판이 종료된 오후 5시쯤에는 양부 안씨가 법원 건물을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하자 시민 수 십 명이 몰려 안씨가 탄 차량을 막아섰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 앞부분을 손으로 내려치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양부의 차량이 빠져나간 뒤 양모가 탄 호송차량을 막아섰다.

 

경찰이 시민들을 제지하기도 했지만, 호송차는 40여분 가량 법원을 빠져나가지 못 했다.

 

이후 경찰과 시민들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틈을 타 오후 6시쯤 법원 정문을 빠져나갔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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