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3.3℃
  • 맑음강릉 23.1℃
  • 맑음서울 15.9℃
  • 맑음대전 14.5℃
  • 맑음대구 14.9℃
  • 맑음울산 14.7℃
  • 맑음광주 14.8℃
  • 맑음부산 16.8℃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5.9℃
  • 맑음강화 13.7℃
  • 맑음보은 12.4℃
  • 맑음금산 12.6℃
  • 맑음강진군 10.5℃
  • 맑음경주시 11.6℃
  • 맑음거제 12.5℃
기상청 제공

[위영금의 시선] 전쟁의 기억법(1)

 

 

장미가 아름다운 유월이다.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가열차게 달아올랐던 지방선거도 끝났다. 심판할 국민이 있고 공정한 규칙이 있다면 전쟁같은 선거라도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떠하리. 경험을 얻고 다시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력을 사용해 동족끼리 죽고 죽이면서 파괴한 전쟁에 비기겠는가. 유월은 한갓 풀대의 생리보다도 못한 인간의 무모한 장난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가져온 달이다. 어떠한 규칙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의 기억은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힌다.

 

무엇을 망각하고 무엇을 기억해야할 까. 뇌는 모든 기억을 담도록 하지 않는다. 적당히 망각하고 적당히 기억하면 될 텐데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유월이 있어 아름다운 장미조차 핏빛으로 보일 때가 있다. 유해를 발굴하여 산화된 뼛조각을 찾아 그날의 고통을 돌아보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시간은 평행이동을 한다. 가해자가 있어 피해자가 있고, 그래서 용서받고 싶은 사람과 용서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남북은 오랜 세월지난 지금도 동족이 피투성이 되도록 싸웠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조국의 이름으로 ‘한국전쟁’, ‘조국해방전쟁’은 다른 기억법으로 대화함으로써 이념이 개입되고 그래서 아직도 전쟁 중이다.

 

남쪽의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대통령이 당선되면 처음으로 현충원을 찾는다. 국민의 뽑아준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묘소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국기앞에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순간만큼은 숭엄한 감정에 들기도 한다. 역사를 묻는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일 것이고, 망각하지  말아야할 기억이 있다면 산자와 죽은자와의 대화일 것이다. 잠깐의 묵념에 모든 고통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순간만이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소환해 본다. 전쟁기념관과 현충원에 다녀온 경험은 충분히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기억의 경계인으로 차마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고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평안을 구한다.

 

북쪽은 정전협정에 도장을 찍은 7월 27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다. 전쟁승리로 자축하고 기념하는 뒤틀린 역사에 무덤만 가득한 무지의 유월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얼떠름하다. 북쪽의 6월 6일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누구나 정치조직에 참여하는 ‘조선소년단창립일’이다. 남쪽에서는 이날에 호국영령을 기리는 각종 행사가 진행하는데, 북쪽에서는 어린이날로 음식을 싸들고 소풍을 간다. 전쟁은 미국 때문이고, 수만명이 학살되었다는 참상의 직관물 기록은 생생하게도 복원해 놓았다. 대량학살이 이루어진 황해도 신천 박물관은 남쪽의 양민학살사건만큼이나 처절하다. 무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고 싶다.

 

혼란스러운 유월 초엽의 장미는 넘을 수 없는 경계의 울타리를 감고서 붉게도 피었다. 가시를 가지고 스스로 방어하면서도 먼저 찌르지 않는, 그러면서도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의 징표 장미처럼 아름다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