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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남 고 홍계향 할머니의 선행을 기억한다

노점상, 지하철 청소, 페지수집 전 재산 기증… 지역사회 감동

  • 등록 2024.05.27 06:00:00
  • 13면

성남시 제1호 ‘행복한 유산 기부자’인 홍계향 할머니가 지난 19일 90세의 나이로 별세, 22일 오전 성남시의료원에서의 발인 후 화장을 거쳐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됐다. 먼저 고인의 안식을 빈다. 홍계향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도우며 살았을 뿐 아니라 사후에도 12억 원 상당의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함으로써 칭송을 받고 있다.

 

경기신문(23일자 12면, ‘성남시, 홍계향 할머니의 마지막 길 배웅’)에 따르면 홍 할머니는 반평생이 넘도록 온갖 궂은일을 마다 않으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21살에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 어렵게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49세가 되던 1983년 가족들과 함께 성남에 정착한 후에도 지하철 청소원, 액자 공장 노동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 결과 2002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4층짜리 다세대 주택 건물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0년 자녀가 병으로 사망하고, 남편도 2013년 말 세상을 떠나 홀몸이 됐다. 남편을 떠나보낸 후 6개월만인 2014년 6월 자신의 전 재산인 4층 건물을 사후에 ‘제2의 고향’인 성남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해 달라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순탄치 않은 삶이었고 평생 험한 일을 하며 모은 재산이었지만 평소에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성남시는 당시 유산기부 공증 절차를 진행했고 고인은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을 올렸다.

 

홍할머니의 선행과 이타적인 삶은 계속됐다. 성남동복지회관 배식봉사 등 지역사회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연말마다 진행하는 성남 사랑의 온도탑 모금활동에 꾸준히 기부했다.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점심 먹으려고 아껴둔 돈을 내주기도 했단다. 새해엔 동네 아이들에게 세뱃돈도 주는 ‘좋은 할머니’였다.

 

“기부하기 전엔 몰랐는데, 기부하고 나니 아무 걱정이 없고 마음이 더 편안해졌어요” 고인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 홍 할머니가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오던 중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병석에 눕게 되자 지역사회의 보살핌이 이어졌다, 경기신문에 따르면 가족을 대신해 성남시가 치료 결정, 공공요금·의료비 납부 등 일상 관리를 맡았으며,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세입자 관리 등 재산 관리를, 성남동복지회관은 주기적인 병원 방문으로 할머니의 안부 확인 등 신상 관리를 했다고 한다.

 

3개 기관의 지원 체제는 홍할머니 사망 후에도 이어졌다. 유족 대신 상주 역할을 맡아 조문객 맞이, 입관, 운구, 화장, 안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았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바람대로 유산을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나 고인의 자취가 서린 곳에 ‘진짜 어른’인 고인을 기리는 기념비라도 세워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선행을 추모하고 그 뜻이 후세에 길이 이어지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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