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끄트머리에서 청춘 15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최우선 순위의 수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SBS는 지난 28일, “경찰이 핼러윈 기간 동안 총 30만 명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알고 있었다. 사전 통제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 28일에도 이태원엔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렸다. 참사 조짐이 있었다(연합뉴스, 2022.10.30.). 압사 사건 당일, 이태원엔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용산구청장, 용산지역구 국회의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행정은 부재중’이었다. 2021년 핼러윈 축제엔 17만 명이 몰렸다.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4600명이 투입됐었다. 올핸 200여명 투입. 인원 통제 인력이 아닌, 마약 단속 병력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29일 밤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국민이 바보가 된 순간이다. N
누군가 “최고로 가치 있는 자유는?”이라고 물으면, ‘언론 자유’라고 할 테다. “언론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사회를 정의롭게 한다. 세상을 진보케 한다. 언론이 난세를 성토할 때면, 옳지 않은 것이 바른 곳으로 간다. ‘가짜뉴스’만 아니라면, 언론의 자유는 언제나, 어디서나, 보장돼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언론 자유, 언론 보도, 언론 책임… 지난 20일, 유엔서 열린 바이든의 기금모금 행사에서 사단이 났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 대통령의 ‘막말’이 있었다. 살다보면, 욕 할 수도 있다. 인간의 모습 중 하나다. 하지만 국제외교무대였다.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절했다. 사과하면 끝날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진실’ 왜곡.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란다. 나아가 ‘언론 탓’이란다. 보도로 인해 국익이 훼손됐단다. 본질은 대통령의 태도다. 국익은 국가의 이익일까. 혹은, 국민의 이익일까.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국익은 권력자들의 특수한 이익”이라고 했다. 살피건대, 국익은 ‘자유’의 상위 개념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진
윤석열 후보 시절 공염불 수사(Rhetoric),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Investigation). 정치권은 내전 중이다. 국민이 보기엔 수사(修辭)와 수사(搜査)는 정치가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경제이건만, 정치는 ‘문제 그 이상’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는 국내 기업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가져다 줬다. 무능한 정치는 국익 손상과 직결된다는 것. 확실하게 드러났다. 지난 5월,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내방해 삼성(반도체)과 현대(전기차)의 ‘대미 투자’ 실익을 챙겼다. 얼마 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현대의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서 제외됐다. 미국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뿐만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에 관해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방침에 따라 한국의 미래에 위기가 닥쳤다. 기회는 있었다. 펠로시(Nancy Pelosi) 미 하원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펠로시를 상대로 노력했어야 했다. 정부 역할이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정원,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의 총체적 안이함을
지난 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권, 행정부 곳곳에서 ‘특단 조치’를 말한다. 공동체주의와 연대가 대안이란다. 좋은 말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두 가지 경우를 보자. 먼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현황 통계’의 등록장애인은 263만3000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5%대다. 실제 장애인 수는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장애인이라는’ 낙인, 수치심 등은 등록과 신고를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된장녀’, ‘된장남’(의존적 과소비자, 혹은 여성과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이라는 단어엔 ‘불편한 진실’이 함의돼 있다. 어쩌면 된장녀, 된장남은 정신지체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행태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정신질환과 장애를 숨기는 문화가 있다. 장애인 등록과 정신과 치료를 터부시하기도 한다. 등록과 신고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22년의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무등록, 무신고가 공통점이다. ‘송파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법 등이 개정됐다.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별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무
폭우 속 반지하 일가족 3명 사망. BBC는 “기생충 반지하의 진짜 비극”을 집중 조명했다. G5 국가를 꿈꾸던 대한민국이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국민들은 넷플릭스 세계 1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부끄러움을 달래는 중이다. 비극이 발생했던 지난 9일, 비상시국에 우리의 대통령은 “공무원 11시 출근”을 지시했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집중폭우 속에서 공무원들은 이미 비상근무체제에 들어섰고, 직장인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 안 하나” “폭우 피해 있었나?”라고 해 국민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정치 효능감 ‘제로’ 상태다. 공자는 정치를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라고 했다. “먹을 것이 충분하고, 병사가 충분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정치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덧붙였다. 현대의 상황에 맞춰 해석하면 정치란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경제와 안보는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신뢰는 20%대다. 재해재난 속에서 보여준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지난 26일 국무회의서 의결됐다. 8월 2일에 공포·시행된다. 경찰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의 적용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 말대로 ‘검로경불’이 아닐 수 없다. “인사(人事) 앞에 장사(壯士) 없다”는 것이 공무원 조직이다. 경찰공무원의 1인 시위와 릴레이 삭발은 어떻게 보면 목숨을 내건 것과 진배없는 행동이다. 류 총경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명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한 말이다. 유명세를 떨친 이 말은 윤 대통령에게 되돌아갔다. 대통령은 경찰의 집단행동을 “국기문란”이라고 경고했지만, 도대체 영(令)이 서지 않는다. 한편, 류 총경은 “행안부 경찰국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했다. 이는 내무부 치안본부가 왜 경찰청으로 독립했는가와 맞닿아 있다. 청년 박종철(1987)과 이한열(1987)이 왜 꽃다운 나이에 죽었을까를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시민의 인권과 생명 보호 측면서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한 가지. 경찰청 독립(1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하락했다. 조중동은 사설로 ‘인사, 검찰, 대통령 발언, 김건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미디어오늘, 7.13자). 지지율 회복을 위해 여권은 ‘서해 공무원 피살’ ‘어민 북송’이라는 ‘신북풍 몰이’를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하지만 매카시즘(초보수적인 반공주의)에 불과하다. ‘해묵은’ 전술이다. 어떻게 해야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까?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나토회의 참석 후 ‘두문불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이미지(President Identification)’도 관리를 해야 한다. ‘인사’, ‘검찰’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대단한 사건도 아닌 대통령의 발언, 혹은 복장 등이 대단한 문제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하지만 도어스테핑 중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 “(지지율)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는 발언은 대다수의 사람이 ‘틀렸다’고 봤다. 그것은 상식이다. 국민과 언론이 두렵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대통령의 발언은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국민적 관심거리다. 대통령 발언의 중차대함을 간과한 과실(過失)이 아
애견 간식이 배달됐다. 가격은 종전과 같은데 크기가 줄었다. 점심시간, 1만 원 미만으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쉽지 않다. 휘발유 1리터 가격이 21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고속도로엔 시속 80~90km의 ‘정속’ 주행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高)물가 시대, 일상의 한 모퉁이다. 한편, 주가 급락에 따라 증시엔 신용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엔 이자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빚투’에 나섰던 젊은이들의 곡소리가 심상치 않다. 전기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최저임금 동결’을 주창한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이기주의적 발로의 주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28일,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가 연쇄 상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가상승에 걸맞은 임금인상이 확보돼야 경제도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최저임금 인상’
‘팝콘’과 ‘나폴레옹제과점’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팝콘’ 키워드로 포털을 검색해봤다. 250여개 기사가 나왔다. 조선일보(6.12자 인터넷판)는 “윤 부부 주말 영화관 데이트…팝콘 먹으며 ‘브로커’ 봤다”를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윤 부부…“저도 시민이잖아요”” “윤 대통령 부부, 팝콘 먹으며…메가박스서 ‘브로커’ 관람”, 동아일보는 “‘브로커’ 관람…팝콘 나눠 먹기도”였다. 상당수 매체는 일제히 ‘시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에 비중을 뒀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일까? 그날, 윤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당일, 북은 방사포를 발사했다. 언론은 대체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다. 몇몇 셀럽과 민주당 국회의원의 SNS 비난 글을 지면에 소개했을 뿐이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의 ‘나폴레옹제과점 주말 쇼핑’에 대해선 보도가 확대되지 않았다. ‘윤석열 나폴레옹제과점’ 키워드 검색 결과, 50여개 기사가 나왔다. ‘영화 관람’ 보도보다 기사량이 훨씬 적었다. 조중동은 아예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의 ‘사적(私的)’ 행위에 따른 경호 인력의 낭비, 삼선교 인근 시민의 교통 불편 이슈를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정권이 바뀌면 새 정부는 ‘규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를 구호처럼 외친다. ‘맛깔 나는’ 메시지다. 국민의 지지 획득에 ‘규제 철폐’만큼 좋은 것은 없다. 반면에 규제 철폐와 결은 다르나, 비슷한 맥락의 ‘민영화’에 대해 국민은 ‘호의적’이지 않다. 먹고사는 일에 바빠서 민영화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지만, 국민은 공공재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재화임을 잘 알고 있다. 지난 5월 17일, 국회 운영위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질의와 응답이 논란이 됐다. 김 실장은 민영화와 관련해 “경영은 정부가 하되 30~40%의 지분을 민간에 팔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감한 이슈다 보니 대통령실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영화는 종국적으로 ‘요금 인상’의 결과를 낳는다. 때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홍역을 치렀다. 40년 전 일이다. 재정적자를 이유로 시작된 1980년대 영국의 철도, 프랑스의 수돗물, 미국과 독일의 전력 민영화가 그 예다. 국민들의 값진 희생 후에 다시 국유화, 공영화가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때부터 줄곧 ‘계획경제체제’와 ‘큰 정부 이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