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참으로 가벼운 몸 컨디션이다. 그동안 답답하고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침 기분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 먹고 물 마시고 몸을 살폈다. 속으로는 가끔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내뱉으면서 독한 인생길을 많이 걸었다.’고 푸념도 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뜨거운 물 커피포트에 담고 생강차 봉지를 넣어 뚜껑을 닫은 채 곁에 두고 마셨다. 약국에서 지어준 어깨통증 약과 감기 몸살 약은 30분 차이를 두고 삼켰다. ‘이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도 사는 것이구나.’하고 혼자 뇌까렸다. 팔과 가슴에서는 계속 땀이 흘렀다. 지구의 온도는 36도라고 한다. 살아오는 동안 몸이 약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면서 체질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살아남기 위해 한 시간을 돌렸다. 내가 내 몸을 위해 이렇게 예의 갖춰 정성스럽게 약을 복용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길 소원해 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래 내가 내 육신에 대한 예의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허전함과 영혼의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위로할 시간이 지금이겠지- 싶기도 했다. 50년 전 직장 동료와 지금껏 벗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를 잃고 말았다. 사려 깊은 선배에게 그동안의 교제와 멀어지게 된 원인을 들려주었다. 선배의 대답은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단호히 말했다. 일복은 많아도 인복이 없는 나는 평생 주눅 든 듯 지내왔다. 그러기에 더욱 그가 멀어져 간 진짜 이유와 내가 조심해야 할 ‘그 무엇’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날 저녁이었다. 커다란 불행을 먼저 경험한 선배 같은 분과 통화를 했다. 목소리며 언어의 분위기에서 가족 같은 편안함과 아픔을 껴안아주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 어느 문학단체에서는 영상녹음 파일을 만들겠다며 인터뷰 일정을 짜놓고 거기에 맞춤하고자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의 건강과 일정 취향, 그리고 준비성과 성취도를 예측할 수 없어 가슴 무거웠다. 나름대로 하루 동안 몸살을 앓으며 인터뷰 안을 작성하고 나니 나는 왜 이렇게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거울 앞에 가 서 있게 되었다. 8월의 캘린더에는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8월이면 선생님은 어김없이 태극기를 그려오라는 과제를 주었다. 컴퍼스가 없는 때라서 밥그릇을 엎어놓고 가운데에 원을 그리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태극기다. 8월의 캘린더에는 광복절이 항상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광복의 빛을 보기까지 독립을 위해 몸을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는 ‘8월의 예의’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사람(人)과 사람(人) 사이(間)의 일 가운데에서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가는 공부가 으뜸일 것이다. 이어서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고, 배신하며, 사는 게 인생일 것이다. 죽음과 친해져야 하는 시간 앞에서 삶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 보는 일도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가족의 등대지기나 끝까지 잘하고 싶다. 아픈 마음 달래며 고요히 하루하루 누구의 짐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작가의 길에서 고요히 사람다운 발걸음을 아참마다 제 발로 걷고 싶다.
한 초급교사의 불행한 선택으로 인해 일파만파 확산한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교실과 협박성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핵심 병폐로 떠올랐다. 교권을 지키지 못하는 열악한 현장의 속살도 낱낱이 노정됐다. ‘교권 침해’를 저지른 쪽은 반드시 합당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엄정한 규칙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잘못되었거나 부실한 법·규정도 제대로 손봐야 한다.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들은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1%가 교권 침해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에 찬성했다. 교육 전문신문 베리타스알파의 설문에서도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대입에서 학생부 정성평가 반영 강화(학종 확대, 정시 학생부 반영)’에 무려 79.2%가 찬성했다. 학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학폭’은 기재하면서 학생이 어른(교사)을 폭행하는 경우는 빼자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지적은 옳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 따르면 교사와 대면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는 사전 예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도 방법은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 단계별로 나뉜다. 학생이 반복적인 주의에 불응하면 훈계 조치를 받을 수 있고, 학부모에게까지도 교칙 준수의 의무가 부여된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입법’ 견해도 꾸준히 등장한다. 교육 목적의 훈육행위마저도 아동학대처벌법을 걸어 교사를 코너에 모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교사는 ‘법적 시비’에 취약하다. 소송이 제기되면 일상생활마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원칙적으로 교권 침해 성격의 소송은 교육 당국이 대응해주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초기부터 지적된 것이 경직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였다. 경기도교육청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직원 인권 존중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개정에 착수했다. 각급 학교 현장에 ‘교권 보호’를 위한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경기도 도내 초·중·고 전체 2488개 학교 중 교내 모든 전화기에 자동 녹음 기능을 설치한 학교는 567곳(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학교 전화는 아무런 통화기록도 남지 않는 무방비 시스템인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 담임 직급을 맡는 경우 고작 하루에 4000원, 월 13만 원의 추가수당이 책정돼 있다니 이 또한 기막힐 노릇이다. ‘학생인권조례’나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단세포적인 진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법·규정들도 다 시대적 필요의 소산임을 인정하고 그릇된 부분은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대안들을 만들어야 한다. ‘교권 확립’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넓은 만큼, 이번 사태가 교육 현장에 새로운 활기를 돌게 하는 계기로 승화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정과 교육에 다망하신 두 분 단체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2경춘국도 3공구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경기도에서 어떤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접한 바가 없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두 분께 직접 공개서신을 드리게 된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2경춘국도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조선 임금의 태봉인 중종대왕 태봉을 절단내고, 경기도문화재인 이방실장군묘의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지은 어우당 유몽인 묘의 풍수적 경관을 훼손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달전천을 파헤치며 나가 가평군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가평고등학교 바로 앞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저는 이 도로가 도지사님의 도정철학에 반하는 도로라고 생각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
1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이 열렸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세계적 행사지만 안타깝게도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대회의 무능한 개최로 대한민국 국격이 추락”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국제 행사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사전 점검, 일정 관리, 사후 조치 부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많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각종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왔다. 부실한 행사 준비, 관련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참가자들 간 성범죄 의혹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폭염에 대원들이 쓰러져 실려 나갔다. 그늘이 있는 휴식공간이 부족했다. 곰팡이 달걀이 배급됐고 행사장에 입점한 편의점은 바가지를..
전쟁이 끝나자 경북 성주에서 대도시 대구 변두리로 이주한 우리 집에는 70년대가 되자 손님맞이가 잦았다. 성주의 일가친척들이 대구 나들이를 할라치면 대부분 우리 집에 들러 숙식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해방전후 좌익활동 여파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아버지는 그 시절 찾아오는 고향 손님치레로 큰집 맏아들 역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엄마와 자식들은 찢어지는 살림에 주린 배를 더 졸라매어야 했다. 자식들은 갱죽조차 배불리 못먹어도 혹여 손님이 올세라 쌀 한되박은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했고, 우리는 윗묵에 둔 걸레가 꽝꽝 얼어붙는 방에서 자다가도 손님이 오면 아랫묵이 절절 끓도록 군불을 넣고는 인근 이모댁으로 피신해야 했으니.. 그래야 손님에게 할 도리를 다한 것이라 여긴 살림살이에 간난신고가 오죽했겠는가? 우리 집만 그런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원래 그랬다. 국민 생존권보다도 손님맞이가 우선이었던 때, 88올림픽 때는 미관상 서울의 판자촌까지 깡거리 밀어버렸다. 나는 심지어 87년 민주화투쟁과 직선제 쟁취 조차도 ‘88올림픽 성공개최’라는 명분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불과 7년전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군사정권이 87년이라고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허나 그랬다간 다음해 올림픽에 국제적인 보이콧 운동이 일어날게 틀림없었다. 지금에 빗대면 미얀마의 쿠데타정권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한 측면으론 손님맞이가 민주화까지 앞당긴 셈이다. 그런 전통 때문에 대한민국은 동계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등 무수한 국제행사를 유치했고, 좀 과하다 싶을만치 손님맞이에 진심인 덕분에 겉으론 번듯하게 치루어내지 못한게 없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물이 흥건한, 그늘하나 없는 땡볕 매립지에 4만3000명의 손님을 재우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손님들이 먼저 보따리를 쌌다. 단군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민은 개돼지로 취급하더라도 손님들에게 이런 적은 없었다. 왜 이 지경이 벌어졌을까? 난 두 가지가 의심스럽다. 첫째, 정권 전체가 잼버리에 관심이 없었다. 뭘 한다니 한번 들러서 사진만 찍고 홍보하면 그만인 행사였다. 왜 그렇게 무관심했을까? 잼버리가 수도권이나 대구경북 권에서 열렸다면 과연 똑같이 대응했을지 나는 궁금하다. 둘째, 시작부터 의도가 불순했다. 생명의 보고인 새만금 해창갯벌을 메워 잼버리 영지로 만들었다. 잼버리를 디딤돌로 새만금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앞섰다. 대충 행사 치른 후 개발에만 목을 매다는 사람들이 야영지 정비에 뭐 그리 애착이 있었을까? 이는 중앙정부의 무능과 지방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어우러진 역대급 재난으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으면 염불조차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달이 나면 부끄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문제가 터진 후 보여주는 추태에는 참담함을 넘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집권한지 15개월이나 지난 정권이 전 정권 탓만 하면 도데체 당신들은 언제쯤 되어야 자신들이 집행하는 사안에 책임을 질 작정인가? 그렇게 책임지기 싫으면 아예 자리를 맡지를 말던가.. 왜 늘 부끄러움은 국민들의 몫이던가? 권한이 많은 자의 무능조차 죄악일진데 무능보다 나쁜 것은 염치가 없는 파렴치함이다. 우리는 언제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진심어린 사죄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하나 남은 수라갯벌을 메워 공항을 짓겠단다. 국민 해먹기 환장할 노릇이다.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미쿤다(Christian Mikunda)는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제3의 공간’이란 사람들에게 삶의 균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학교와 직장이라면, 사람들은 두 공간을 벗어나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캠핑을 떠나고 멋진 카페와 공간을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매력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배우며 일상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이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제3의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랜드마크(land mark)’로 건축물이나 공간이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 둘째, ‘몰링(malling)’으로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콘셉트 라인(concept line)’이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느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넷째, ‘코어 어트랙션(core attraction)’이다. 사람들 눈길을 확 사로잡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제3의 공간을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나이키타운, 코엑스 별마당도서관 등이다. 공공건축물인 공공도서관도 제3의 공간으로서 지역사회에 문화적 영향력을 주고 있다. 영미권, 유럽 등 선진국들은 도서관 측면에서도 앞서간다. 네덜란드의 DOK중앙도서관, 로테르담도서관, 일본의 다케오시립도서관, 프랑스 오스카 니마이어 도서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도서관 등은 아름다운 건축미뿐만 아니라 제3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한다. 이들 도서관은 문화적 영향력으로 낯선 이방인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는 관광지가 됐다. 우리나라는 도서관법에 따라 광역대표도서관을 두게 되어 있다. 경기도의 대표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은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에 연면적 2만7775㎡,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로 짓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20% 정도이며 2024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경기도의 인구가 1400만 명에 이르고, 2022년 기준 도내 31개 시군의 공공도서관은 309개로 타 광역보다 가장 많다. 경기도가 도서관 정책 측면에서도 리더십이 필요하다. 도시의 문화와 시대정신을 가장 신속하게 반영하고 보여주는 문화적 거울의 요체는 도서관이다. 경기도서관이 매력적인 제3의 공간으로서 앞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베이스캠프’로 놀이와 배움이 있는 도서관, 시민의 삶이 성장하도록 돕는 도서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의 샘’이 되길 기대한다. 또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도서관시스템처럼 경기도의 31개 시군의 도서관을 연결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경기도서관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 대응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5대 사회난제인 인구위기극복, 기후변화대응, 지역활성화, 사회적약자배려,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도서관이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도서관이 되길 희망한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미래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선보여야 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연일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4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실망도 아픈 대목이지만, 이들이 전 세계에 전송하고 있는 sns상의 부정적 이미지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역대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국제행사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파행의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도 예산상의 문제도 아니다. 순전히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문제가 됐던 폭염과 태풍, 해충은 갑작스러운 일도 불가항력적인 일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새만금의 8월 습하고 무더운 날씨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부모도 처음부터 부모는 아니었다. 누구의 아들이고 딸이었다. 아들로 딸로 살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깊이가 신뢰감을 만들고, 그 사랑이 오롯이 내 아이들에게 전해져 세상에서 질서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덴마크계 독일인으로 미국 최초의 소아정신분석가인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 1902~1994)은 생애초기, 즉 0~2세까지를 신뢰감의 형성의시기라고 했다. 신뢰감이 만들어지는시기에 아이에게 먹는거, 자는 것, 싸는 것 등 기본적인 생명과 관련있는 욕구가 주양육자인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않으면 불신감이 생겨서 세상을 믿지 못하고 세상속에서 무질서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어떠한가? 자식의 자존감을 낮추게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전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안지키는 아이를 나무라면 "내 아이 내가 혼낼테니까 그러지마세요"라고 아이 앞에서 아이를 감싸며 대꾸도 없이 휙~ 돌아서서 간다. 못났다. 요즘 부모교육을 할 때 나는 이렇게 부모들에게 얘기한다. 사랑할수록 아이를 20%부족하게 키우라고. 20%는 아이 스스로 발버둥치며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통해 채워가는 거라고. 하지만 엄마들은 20%가 아닌 120%를 채워서 아이가 상처받고 실패하지 않고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아이의 삶을 망치는 지름길인줄도 모르고. 솔직히 말해서 실패와 좌절없는 꽃길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단단하게 키워야 한다. 요즘 사회가 시끄럽다. 부모의 갑질사태, 교사의 극단적 선택, 교사들의 분노 등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교육계의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이번 사태를 보며 이제는 더 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부터는 부모로 부터 아들과 딸로 살면서 세상을 믿고 신뢰하고 질서를 지키는 생활을 배우지 못했다면 교육을 통해서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학교로 보내서 공부를 시키기전에 부모부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 학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야만 한다. 부모가 배워 아이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부모양육코칭'이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8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 응답률 1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1%, 무당(無黨)층 32%였다. 일각에서는 무당층이 이렇게 증가한 적은 없다며 그만큼 양당 정치의 폐해가 크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정확한 지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이 정도 규모의 무당층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240여 일 앞둔 시점이었던 2015년 8월 1주 조사(한국갤럽)에서 나타난 무당층은 34%였다. 여기서 20대 총선 240여 일 이전 조사를 언급한 이유는, 21대 총선은 일반적인 선거였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 초유의 사태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을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엄습해 국기 결집 효과가 극대화되던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일반 선거이론으로 21대 총선을 분석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인데, 오히려 2015년 8월 1주 당시가 지금보다 무당층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무당층이 급증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양당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무당층이 된다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무당층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존재했던 무당층은 이른바 '참여형 무당층'이었다. 양당에 실망해 선호 정당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투표일이 되면 투표장에 가는 '무당층'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무당층은 다르다. 양당을 싫어해 무당층이 됐다는 점은 과거와 유사하지만, 요새 무당층은 “정치 혐오 집단”으로 남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격의 무당층은 선거 때 투표하러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주목할 측면이 있다. 신당과 무당층의 관계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무당층이 많아지면,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참여형 무당층'일 경우에는 이런 주장이 맞겠지만, 현재와 같은 정치 혐오형 무당층이 다수라면, 이들이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즉, 무당층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신당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거대 양당의 지지층을 잠식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영 논리가 강해질수록 신당이 성공하기는 어려워진다. 더구나 신당이 추구하는 목적이 뚜렷하다면, 선거 즈음해서 창당하기보다는 선거 훨씬 이전에 창당해야 논리적 타당성을 갖지만, 현재 언급되는 신당중에는 그런 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용 정당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이래서는 기존 정당의 지지층을 잠식하기 어렵다. 현재 신당 중 몇 개가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