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남북관계. 그래도 소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과거 남북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의 추억을 나눈다. 2006년 4월 말, 평양 역포구역 고구려 고분군 진파리 4호분 앞에 남북의 역사학자,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였다. 남북 학술교류단체인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여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주장으로 고분에 들어가기 전에 제사의식을 갖는다. 안주는 유 청장이 그린 ‘돼지머리’ 그림, 술은 페트병의 물이다. 유 청장이 먼저 절을 하고 제사상 앞에 달러 지폐를 놓았다. 다음은 최광식 교수, 그리고 남측 참가자 모두가 절을 했다. 유 청장의 명령으로 모두 헌금을 해야 했다.(모두가 싱글벙글 웃음 꽃이 활짝 폈다!). 모인 돈을 고분 개복작업을 위해 일한 북한의 작업 인부들에게 유..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이 있지요.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옛 선인들이 삶의 지혜로 여기고 지켜온 지혜 중에도 ‘신언(愼言)’은 참으로 소중해 보여요.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 중에 ‘좋은 사람’, ‘쓸만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즐기는 도박 가운데 투견(鬪犬)보다 잔인한 노름은 없을 거예요. 불법 투견장 단속 뉴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걸 보면 투견은 마약 같은 매력이 있는 모양이에요. 개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물어뜯는 장면을 도박으로 삼는 불법이 극비리에 끈질기게 유통되는 건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죠. 물리고 찢겨 악귀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개들을 보며 투기꾼들은 과연 어떤 희열을 느낄까요? 투견장의 광분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는 아직도 국민 가슴을 후벼 파는 쇼킹한 뉴스가 터진 후에야 대응책을 찾는 행정 미개국에 살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이를 여론조사로 제시하고, 언론이 문제제기해도 당국은 응답하지 않았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사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해결이 제시되고 있으나, 사후약방문식이며 각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국회에 교원보호 입법청원으로도 쏟아지고 있으며, 이미 5만 명을 넘어 국회상임위 논의를 앞두고 있는 것도 다수라는 전언이다. 이는 교육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국회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일 교권침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검토, 2일 민원사전예약제 등을 담은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를 의한 우선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지난 1일 교육현장 악성 민원에 대해 교육청이 기관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광역교육청단위의 대책과 함께 이제는 교육부 차원의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교사 보호대책 수립이 긴요하다. 큰 사건 전에는 반드시 예감할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난다. 철저한 점검과 이슈관리를 통해 방지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30년 전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그랬고, 최근의 오송역 지하차도 수몰사고도 마찬 가지다. 정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발생의 징후를 신속히 포착해 대응하는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본지는 지난 5월 스승의날 특집기획시리즈로 무고로 인한 교권침해를 집중 조명했었다. 교사노조에서도 1만 여명이 넘는 교사를 대상으로 광범위 여론조사를 실시해 교육현장의 문제점과 교사지위 향상 문제를 공론화 했으나, 교육당국은 응답하지 않았다. 문제가 드러나고 대안도 제시되었는데 왜 적절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각론적 대응책에 머물지 말고 교육부가 앞장을 서서 교육철학적, 종합적 교사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노무현정부 국정홍보처는 언론보도에 신속대응하기 위해 정책기사 수용대응 시스템을 개발했다. 언론의 바른 지적과 비판은 정부가 즉각 정책으로 수용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는 오보 대응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정부부처는 할 일이 많아졌으나 정확한 정책정보가 유통되고, 그것에 기반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가교역할을 했다. 이명박정부가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면서, 이 시스템도 폐기되었다. 언론과 정부의 피드백 기능이 약화된 것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위기징후를 신속히 발굴하고 해결하도록 행정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 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경기도심리지원센터가 개소한지 2년도 안돼 7월말 폐쇄됐다. 센터가 개소하자마자 심리상담신청이 몰려왔고, 채 2년이 안되는 동안 개인상담을 받은 내담자들만 1200명이 넘었었다. 센터 위탁계약기간이 3년이었음에도 왜 2년도 안돼 폐쇄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경기도민으로서 경기도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예결위 J의원과 보건복지위원장에게 묻고자 한다. 첫째, 경기도청 정신건강과에 묻는다. 담당부서로써 왜 센터를 지키지 못하고 폐쇄했는가? 운영되는 동안에도 조례에 있는 아동청소년 상담과 개인심리상담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데, 조례에 명시된 심리지원센터의 기능들이 온전히 작동될 수 없도록 하였던 것은 무슨 이유인가? 또한, 정신건강센터와 심리지원센터의 일이 중복된다고 하였는데, 조례내용과 업무를 보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는 2018년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치크와 대니얼 지블랫 두 명이 쓴 책이다. 이들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점차 무너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목격하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극우적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사회 질서와 좌충우돌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을 극대화했다.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적폐로 몰아 경제적 불평등으로 불만이 가득했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사회의 전면으로 이끌었다. 헌법이 공인한 국민의 기본 권리를 부정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인 상호 존중, 관용의 정신은 실종되고 혐오가 극을 이루는 트럼프의 미국은 분명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가 실현된 국가가 아니었..
지난 해 5월 의정부시내의 오피스텔에서 40대 부부가 만 6세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40대 남편이 남긴 유서에 ‘빚이 많아서 힘들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과다 채무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의정부시에서는 2019년 9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2억 원 가까운 빚에 시달리던 일가족 3명이 함께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가정은 은행과 제2금융권에 돈을 빌렸는데 한 달 이자만 200만 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은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도 개인 회생 제도나 파산 신청 절차를 검색해봤으나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다. 한국이 5년 뒤 OECD 37개 국가(통계 미제공 코스타리카 제외) 중 국가부채비율 상승 폭이 1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IMF 통계를 활용해 OECD 국가의 2020년 대비 2028년의 국가부채비율(GDP 대비) 증감 폭을 산출한 결과다. OECD 국가의 국가부채비율은 2020년 78.8%에서 2028년 70%로 평균 8.8%포인트 하락하지만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48.7%에서 58.2%로 9.5%포인트 상승한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1위는 또 있다. 노인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다. OECD 평균인 13.1%의 약 3배에 달한다. 더욱 불명예스러운 사실은 자살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장 이유 중 하나가 부채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19일 발표한 ‘심리부검’ 결과(2015~2021,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 약 50%가 빚을 진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당시 소득이 전혀 없거나(18.7%)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22.1%)인 저소득층 비율이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의 40.8%(327명)나 됐다.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생활비로 고통을 받는다. 살기 위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빚은 점점 불어난다. 빚에 갇혀서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가계부채는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¼분기 기준 약 1853조 원의 가계부채가 있다. 이 상태라면 머지않아 2000조 시대가 온다. 민생 위기를 넘어서 우리나라 경제 전체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상환 불능 한계에 내몰린 채무자를 재기시키기 위해 개인파산제도가 있다. 그러나 파산, 회생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제도 이용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경기도가 적극 나섰다. 경기도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서 상담 등을 받고 채무조정지원(개인파산)을 통해 재기한 도민이 올해 상반기에만 499명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다. 악성부채 해방 프로그램은 심층 상담을 통해 채무자가 처한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뿐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등 채무자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까지 함께 연계해준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빚을 목숨으로 갚는 비극을 최소화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기 바란다.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 나…’ 이것은 노래 가사이다. 김용호 작사 이시우 작곡 김정구 노래로 ‘눈물 젖은 두만강’이란 대중가요의 후렴이다.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과 애타는 기다림에 목이 메었을까. 나 또한 총각 때 애타게 불렀다.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셀프서비스로 부르기도 했다. 학교 졸업하고 기다리는 영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답답한 가슴 죄어드는데 사랑도 직장도 돈벌이도 되는 것이 없었다. 마치 하늘 없이 사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뒷산에 올라 목이 찢어지도록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지금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그 당시 나와 같은 심정으로 님을 부르며 그리워 할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건강한 꿈(님)이..
책 ‘1402 강리도’의 의미와 재미를 전해드리겠다고 전에 언급했었다. 좀 늦게 이제야 그 기억을 치켜들었다. 두툼한 책, 재미있었다. 우선 이 책의 힘으로 ‘지도의 날’이 만들어진 것을 알려 드린다. 책 읽은 감동을 공유한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 예술가 시민 등의 열성이 하늘을 찌른 결과다. 겨레가 지도학으로 인류에 기여했음을 확인하는 뜻이다. 6월 23일 강원대에서 열린 대한지리학회에서 관계 전문가들은 매년 9월 첫 토요일을 ‘지도의 날’로 선포했다. 세계의 지도 관련 중요한 책들의 상당수는 이 지도를 표지 그림으로 쓴다. 세계사적 의미를 짐작하자. 지도에서 넓이는 ‘정치’다. 조선이 중국과 비교될 만큼 크다. 인도 아라비아 아프리카보다도 훨씬 크다. 선조들, 눈 들어 중국 땅 힐끔 흘겨보고 인도양과 파로스등대의 지중해, 베네치아 파리 찍고 포르투갈 호카곶과 남서아프리카 오렌지강까지 삽상(颯爽)하게 관조했다. 그 시기, 강리도 작가들은 사대주의(事大主義)를 그렇게 찢어버렸다. 후손들 혹 쩨쩨해질까봐 통찰의 착목(着目) 지점을 멀고 크게 잡은 것이리. 공공(公共)의 용도로 널리 쓰인 지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저자 김선흥 선생은 판단한다. 가슴 뛰는 지도다. 이어 27일엔 광주광역시의 시민공간 카페 싸목싸목에서 선포 축하모임이 열렸다. 강리도에 알프스 산맥보다 멋지게 그려진 무등산 그림을 의미롭게 여긴 광주의 열기가 계기가 됐다. 양보경(前 대한지리학회장·전 성신여대총장) 김현명(전 駐 이라크대사) ‘지도의 날’ 제정 추진 두 공동위원장과 저자 김선흥 전 외교관, 학자 작가 가수 정치인 등이 모여 선포를 기뻐했다. 문화운동가 ‘바위섬’의 김원중 씨는 ‘강리도’의 가사와 곡 지어 ‘느티나무’와 초연했다. 아하, ‘1402 강리도’에 반한 이들이 많구나. 젊은 그 긍지, 기쁜 일이다.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자. 600여 년 전, 세상 모든 지도 중 아프리카를 처음 그린 지도로 세계 지도 역사에서 찬탄의 대상이다. 1402년 조선 초 우리 선조들의 시야(視野)와 시거(視距)는 놀랍다. 동아시아 변경(邊境)에 서서 세계의 끝에 안신(眼神)을 던진 것이다. 기개(氣槪)다. 그때 우리에겐 중국이 천하 즉 세상의 (사실상) 전부였다. 강리도의 마음은 그 천하의 경계 바깥으로 달렸다. ‘앉아 3만 리, 서서 9만 리’라는 속담도 있지만, 고려말 조선초 강리도 지성들의 안목이 놀랍다. 세계의 지도전문가나 지리학자들도 경탄한다. 그런 여러 기준으로 강리도는 인류의 특급 사료(史料)로 평가되는 것이다. 원본은 아직 우리에게 없다. 일본에서 발견된 강리도를 정성껏 베껴 그린 사본(寫本)으로 아쉬움과 갈증을 달랜다. 강리도(疆理圖)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의 약칭이다. 세계지리와 여러 나라 도시역사의 개요를 하나로 엮은 지도다. 인류문명 융합의 뜻을 저자는 도도히 설명한다. 강리도 크듯, 이 책의 뜻 크다. 글 몇 줄로는 어림없다. 도서관으로 가자, 읽어야 안다.
인천 검단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순살 아파트’ 파문의 확산세가 일파만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무려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있었고, 이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정부가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 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착수할 예정이어서 ‘철근 빠진’ 위험천만한 아파트는 추가로 더 적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국민의 생명안전이 달린 주거시설을 짓는 건설업계가 이토록 무책임한 공사행태를 지녔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책임소재를 가려 비리·부정을 발본색원하고 신뢰할 만한 안전 확보조치를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가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신설해 운영해온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의 맹활약이 새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LH는 최근 진행한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전국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해 보고했다. 문제가 발견된 수도권 아파트는 파주운정(A34), 남양주별내(A25),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2(A6), 양주회천(A15), 파주운정3(A23), 인천가정2(A1) 등 8곳이다. ‘무량판 구조’란 별도의 보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만으로 슬래브(지하주차장 지붕 층) 무게를 버티도록 하는 구조다. 기둥이 하중을 견디도록 하려면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을 필수적으로 추가해야 하는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이 철근이 누락된 인천 검단 아파트와 똑같은 사례가 수두룩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한준 사장이 인정하듯이 그동안 LH는 주택 발주만 했지 설계·감리 등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다. ‘국민 주거 생활 향상을 뒷받침하는 일’을 핵심 존재가치로 세운 국가 공사조직인 LH의 안전 불감증이 이 정도라면 주택건설 업계 전체의 수준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도의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은 국내 최초로 활동을 시작해 2021년 1월 주택법 개정을 유도하여 전국 확대 시행을 이끈 자랑스러운 건설안전 조직이다. 견실한 공동주택 건설을 유도해온 전문가 조직인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시멘트 건물의 골조에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부조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철저한 후진국형 소동이다. 저질러진 비리·부정을 발본색원하는 일 못지않게, 당장 부실한 건축물에 입주한 주민들을 안심시킬 완벽한 보강방안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관련 법·규정을 재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나라 공직사회와 건축 전문가들에게 진정한 자존심이 있다면 이런 치욕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질서와 윤리를 다잡아 스스로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공사에서 ‘철근을 빼먹는’ 범죄는 국민의 ‘생명을 빼먹는’ 그악한 범죄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망신스러운 일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통일부장관으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대세이지만 그래도 하늘의 뜻이 있어 장관으로 임명되는 김영호 장관께서 꼭 유념해야 할 몇 가지 바람을 전하고 싶다. 극우 보수 인사인 신임 통일부장관이 추진하는 유연한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의 전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통일부의 정체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정부조직법상 본질적으로 통일부는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협력 나아가 평화적 민족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일을 해야 한다. 신임 장관이 역점을 두겠다는 북한 관련한 정보 분석 기능 강화와 북한 인권을 신장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일부 성격상 상대방과 직접 상대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통일부가 직접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정부의 다른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 맡기면 된다고 본다. 정보분석 기능도 기존 국정원이나 국방부와 유기적인 업무협조로도 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정책결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고급 정보는 북한의 지도급 인사들과의 접촉과정에서 얻어 진다는 사실이다. 과거 남북대화에 나섰던 인사들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도발을 지속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들어야 답이 나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받아 들여야 한다. 둘째로 대북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북한도 그들 나름의 국익을 추구하는 UN에 가입한 정상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도발만을 일삼는 악마와 같은 존재라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나아가 그들의 도발에는 나름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객관적 사실 관계에 입각한 바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경색의 근본원인이 우리측에도 일면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북한 핵문제 관련 사항이다. 선 비핵화 정책은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는 정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년의 핵 역사를 역지사지 관점에서 통찰을 해보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그들 주장의 핵심인 ‘대북적대시 정책의 포기’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고, 어느 정도 어떻게 수용할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화된 장관의 이미지를 북한측에 보여 주었으면 한다. 김·노 대통령 시절의 통일부 장관을 만나는 것, 그 자체가 대북 메시지가 될 수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김·노 시절 남북관계가 평화로웠던 근본적 이유가 매년 30-40만톤의 식량과 비료를 북한에 보냈던 데에 있다는 사실. 대북지원은 정책수단이지만 인간의 도리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경 대북정책 기조의 대통령실를 극복하고 남북대화를 복원함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의 대화 협력은 ‘가야 할 길’이라는 사실. 평화는 ‘강자의 양보’에서 얻어 진다는 진리. 민족통합을 위해 봉사하라는 하늘이 준 귀한 기회, 역사의 평가를 받는 장관이 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