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중국 서북쪽 사막에서 재미난 경기가 벌어진다. 12팀의 말 탄 남자들이 사막의 하얀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격렬히 싸운다. 마지막 승리의 손이 쟁취한 것을 농구골대처럼 생긴 골망에 던지면 경기 끝. 쟁취물의 정체를 알게 되면 웃음이 슬몃 올라온다. 양가죽 한 장. 위구르족이 사막에서 늑대 쫓던 일에서 만들어진 경기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니, 하는 금속성 뉴스가 천지인 요즘, 멀지 않은 곳에 ‘사막에서 말 달리며 양가죽 뺏기 경기’를 하는 땅이 아직 남아있다니, 거짓말 같다. 위구르족만의 전래 음악 ‘무카무’도 사막 냄새, 사람 냄새 가득하다. 이 땅이 중국이 아니었던, 먼 옛날 16세기 초, 야르칸트 왕국의 왕 ‘압둘 루시타’는 백성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잠행에 나섰다가,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 아마니사한을 보고..
TV의 미디어 점유율이 추락했다. 2017년 대비 2023년 TV총시청율이 68%로 1/3이 줄었고 특히 지상파는 51%로 반토막났다. 가족이 같이 TV보는 집 이제 드물다. 미디어의 개인화 추세다. 모바일에 넷플릭스 등 OTT들이 같이 얹히다보니 익히 예견된 일이다. 그나마 CJE&M 등은 1/3 정도만 줄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미디어 접촉행태가 탈TV, 탈지상파다. TV는 베이비부머 세대 이상의 노년층에 의해 지탱되고있다. 아마 내년도에 비교해보면 이 추세는 한걸음 더 진행돼 있을거다. 뉴스와 교양장르 프로그램은 베이비부머 시청량이 X세대 2배,M세대의 4배, Z세대의 11배 정도이며 그나마 드라마가 Z세대 대비 베이비부머 비율이 7배 정도다. 세대별 장르별 편식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MZ 세대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OTT에 많고 OTT는 모바..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당선자 시절인 2022년 4월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도어스테핑을 도입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당시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이전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도어스테핑”이라며 “기자들이 그만 두라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식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고, 그로부터 3개월 여 뒤 도어스테핑 마저 중단됐다. 물론 그 사이에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라는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요구할 때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은 기본 책무이다. 특히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새 해 국정방향을 제시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직접 듣는 자리로 국민통합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의 여느 행사보다도 비중있게 여겼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연두 기자회견’을 최초로 개최하며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왔다. 그 엄혹한 시절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기자들과 직접 소통한 것은 국민의 질문에 답하고 설명하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책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올 해로 취임 3년차에 접어들었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더라도 취임 3년차인데 그동안 정식 기자회견이 한 번 뿐이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대통령실은 지난 해에 이어 올 해도 신년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 미개최에 대해서 지난해 대통령실은 “부처 업무보고 등 일정 빡빡해 질의응답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궁색한 이유를 밝혔는데, 올 해는 어떤 이유를 댈지 궁금하다. 어떤 이유를 들고 나오든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다. 지난 1월 17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과 참모들을 불러 신년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해 집중 토론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난상토론을 벌여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안팍에서는 윤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머뭇거리는 이유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우려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 쓴소리는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불만만 누적될 뿐이다. 불편한 질문이라도 경청하고 대통령이 솔직한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실 참모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늦었지만 설날 전후에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해서 올 한해 국정의 포부를 당당히 밝히고, 국민들의 쓴소리를 경청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람이 살면서 발걸음 놓기를 꺼려하는 몇 군데가 있다. 예를 들면 경찰서, 검찰청, 법원 등인데 병원도 그런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무병장수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건강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필자도 얼마 전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키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검사를 위한 대기 시간과 돈을 내기 위한 대기 시간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소견을 듣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2-3분을 만나기 위해 두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토록 지난한 사전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입원을 허락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 겪어보니, 수술과 회복과정이 힘들고 힘들다. 그런데 수술 결과..
벌써 20년 전이다. 내과수련의로 근무하던 때 지도교수님의 진료실은 화병환자가 많이 내원했다. 진료실과 입원실이 붐볐다. 그런데 화병을 치료해야지 하고 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거나 혹은 잠을 못자서였다. 손발이 저리고 얼굴로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도 했다. 이런 증상들과 함께 많은 경우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를 진단받아 양약 복용 중에 중풍증상을 나타내어 입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수님은 그들에게서 화병을 진단해 내셨다. 화병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혼 50-70대 여성이었다. 화병의 제일 큰 원인인 남편, 시댁과의 관계에서의 상처. 경제적 곤란을 콕 찝어 질문하면 대부분 맞았다. 다음에 올 때 반드시 남편을 같이 오라고 하셨다. 부부상담을 하며 호통과 넉살을 섞은 상담에 환자들이 한바탕 울음을 쏟..
경기도가 ‘2024년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 수행기관을 2월 6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이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과 ‘착한아파트 문화’ 조성·확산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가 정의하는 ‘착한 아파트’는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안정(근로계약 1년 이상)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입주민과 상호 존중하는 상생협력단지”다. 그동안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권적인 행위와 갑질이 사회문제가 됐다.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받는 부당한 처우에 나이 들고 힘없는 아파트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에 경기도는 2021년부터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와 고용안정 기반 지원체..
며칠 전 서울 5호선 연장 노선안 발표 뉴스로 김포시민들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반대로 인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가 발표한 제시안이 김포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전반적인 평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5호선 연장안 발표 관련 기사에 대해 정왕룡 전 김포시의원은 “시간과 실행력 문제…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전 의원은 늘 지역 정치권과 김포시정이 올바르지 않으면 과감히 지적하며, 비판적인 뉘앙스의 글을 수시로 자신의 SNS에 훈수를 놓아 김포 대두라고 불리고 있다. 그는 "김포가 애초 제시했던 인천 경유 2개 역사를 관철했고, 인천 불로 대곡역을 김포 감정동으로 변경했을 뿐 아니라 통진 연장 가능성까지 언급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했다. 또한 "아쉬운 것은 대광위가 뜬금없이 건설물폐기장 이전 등도 김포와 인천의 공동책임으로 거론하기까지 했으니 이번 발표에 반발하는 인천은 건설물폐기장 이전 관련 공동책임을 따지고 들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계획은 어디까지나 대광위의 제안이라는 성격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왜냐면 지자체(인천·김포) 간에 합의와 주민협의를 언급하며 최종확정을 총선 이후로 미룬 점도 대광위 스스로가 부담을 덜어버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김포는 5호선 연장안, 콤팩트 시 어느 하나하나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사안들이라면서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지역 정치권의 몫이라고 했다. 띠라서 이번 일로 인해 총선 주자들이 서로 공과를 다투는 볼썽 사나운 모습은 시민들이 원치 않으며 5호선만큼은 소속 정당을 떠나 지역 정치권의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다소 의아한 제안이라도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에 정 전 시의원이 이번 글을 올린 것 아닌가 싶다. 따라서 지역의 문제는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 만큼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김포시의 당면 과제인 인구 유입과 교통 인프라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활력이 넘치는 김포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임을 지역 시정 책임자나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 경기신문 = 천용남 기자 ]
우리 주변을 조그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인구위기를 가리켜, 누구나 다 알지만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에 빗댄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색 코뿔소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경기도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노력을 예산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이란 한 해 동안 지방정부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산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중점사업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경기도 예산서를 기준으로 저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항목은 복지분야(예산코드 080)의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이 해당된다. 그런데 보육, 가족, 여성이 하나의 코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 예산이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 사용한 것인지는 분석을 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행히 경기복지재단에..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도내에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전담조사관)을 배치해 교육계의 해묵은 숙제인 학폭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소식이다. 교육 일선에 배치되는 전담조사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난제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변곡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 확보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극적 효과를 도출하기 위한 심층적인 준비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투입되는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 업무·생활지도 및 학생 선도 경력이 있고 사안 파악․정리 역량 등을 갖춘 퇴직 교원 또는 퇴직 경찰, 청소년 선도·보호·상담 활동 등의 유경력자들로 위촉한다. 도교육청은 올해 전담조사관 730여 명을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 지역별 학폭 접수 건수를 고려하여 5~70명을 배치하고, 충분한 사전 연수 운영 후 학교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담조사관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개선 및 학교폭력전담경찰관 역할 역량 강화’ 방안에 따라 운영된다. 전담조사관의 역할은 학교폭력 사안 조사, 학교폭력 사례 회의 참석 및 결과 보고,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정보공유·사안 조사·자문 요청, 심의위원회 참석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학교를 방문해 해당 사안을 중립적·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학교폭력전담기구, 사례회의·심의위원회 등 회의에 참석해 결과를 보고한다.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과 협박에 시달려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현장 교사들의 호소에 따라 신설됐다.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약 15명을 기준으로 모두 2700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말 교육부의 시행계획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3개월 안에 개입 단계·인원·선발 방식·연수 방안을 비롯한 운영 세부 내용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정책 발표 당시 가장 많이 대두됐던 문제는 전문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교직이나 사법 경력을 가진 인력자원이라고 해도 ‘학교폭력’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특별하게 다뤄야 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별도의 충분한 교육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해야 하는데, 과연 이렇게 짧은 시일에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쏟아진 게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행 첫해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교육부에 특별교부금을 준비하지만 전담조사관 제도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 사무이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100% 시·도교육청 재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한계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아이들이 각종 폭력물에 노출된 채 성장해야만 하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좀처럼 근절되기 어렵다. 오죽하면 문제를 떠맡아오던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태까지 잇따랐을까. 모처럼 마련된 진일보한 대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정착에 정성을 다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