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살아날 방법을 도모한다’는 이 말이 요즘 화두다. 아니 메르스 발생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행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메르스 초동 대응에서 국가의 역할이 빠져버렸고, 주먹구구식 보건복지부의 대처와 사안을 은폐·축소시키려는 정부의 비밀주의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은 무능함이 공포와 불안을 불러왔고 정부를 불신한 국민들의 사이에 이 같은 말이 유행한 것이다. 나라를 믿지 못하고 국민들 스스로 살길을 도모한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비록 유행어지만 끔찍함마저 든다. 나라의 존립 근거마저 흔드는 말이라 더욱 그렇다. 어디 국민들뿐만 인가. 패닉상태에 빠진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관련자들 또한 각자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사실을 은폐·축소했다. 심지어 메르스 확산 주범격인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국회 청문회에 나와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나라가 뚫린 것’이라는 오만한 발언을 쏟아낼 정도였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 정부의 무능함을 빗댄, 오래된 자유당…
김밥 마는 여자 /장만호 눈 내리는 수유 중앙 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 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한 모금 죽을 마시며 보았지 시큼한 단무지며 시금치며 색색의 야채들을 밥알의 끈기로 붙들어 놓고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 - 장만호 시집 〈무서운 속도〉 에서 이 시에서 김은 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는 남자라고 할 수 있고 그 안의 밥은 한 가정의 모태가 되는 여자라 할 수 있다. 삼색은 김밥 안에 양념으로 넣는 노란 단무지와 초록의 시금치 그리고 갈색의 우엉뿌리로서 한 가정의 구성원이 되는 자식들 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사람들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일. 이보다도 더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정겸 시인
지난 2012년 완공한 경인아라뱃길은 물류운송기능을 놓고 늘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2조가 넘는 천문학적 공사비와 그 경제성을 놓고 끊임 없는 논란을 거듭했다. 아라뱃길은 일자리 2만 5천 개, 생산 유발효과 3조 원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안고 개통한 이후 각종 어려움에 시달리기는 했다. 그러나 아라뱃길의 효용성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다. 경인항 부두운영사인 ㈜대우로지스틱스에서 총무게가 600t에 달하는 포천 발전설비 2기를 아라뱃길을 통해 한강으로 수상 운반을 시작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운송화물들은 부피가 너무 크다보니 교량을 통과하지 못하고, 도로 상의 신호등, 육교, 터널 등을 이용하기 어려워 육상도로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같은 대체기능을 아라뱃길이 담당하는 효용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포천발전설비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운송할 계획으로 아라뱃길을 이용함으로써 물류비용 20억 절감과 수송기간 약 60일이 단축될 것으로 관련업체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가는 초중량화물을 운송하는데 있어 운송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물류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함께 기대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한 병원에는 지난달 메르스 환자 D씨가 다녀갔다. 물론 당시엔 감염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D씨는 지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지병 치료차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으며, 29일 오전 10시 46분, 30일에는 오전 9시 39분부터 각각 한 시간여 동안 이 병원 응급실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처방한 치료주사를 맞았다. 수원시 메르스비상대책본부는 이 병원의 메르스 감염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다. “이 병원의 경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해당병원 방문 당시 정상 체온으로 체크된 점과 접촉 의료진의 무증상(접촉일로부터 12일째)으로 보아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역학조사 되었다고 통보받았고, 해당병원은 현재 외래진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발표된 이후 이 병원이 받은 타격은 엄청났다. 우선 당시 입원환자의 40% 정도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또 일일 평균 350~400명 정도였던 내원객이 현재 80여명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이 병원 원장은 이 상태라면 병원 직원들의 다음 달치 급여 지급이 어려우며 최소한 3개월 정도 운영에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병원 총괄팀장은 “우리 병원도 어려움이 많지만
메르스의 파장은 독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복 70년을 읽고 미래 백년을 쓰다’를 슬로건으로 17일부터 코엑스 몰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서울국제도서전이 10월로 연기됐다.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사람 수도 줄고 있다는 보도다. 디지털시대에 독서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스마트 폰에 집중하고 있고 전자책을 읽는다고 해도 신문이나 실용서가 대부분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당 연간 독서량은 9.2권이다. 2011년 보다 0.7권 감소한 것이다. 하루 평균 독서 시간도 23.5분으로 낮은 편이다. 독서에 대한 질적 평가는 양이나 시간만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독서문화진흥법’에 의거,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 2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8년까지 시행하게 된다. 이 기본계획은 ‘책으로 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사회
메르스 종식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가히 국가적 재난상황이다. 이 질병의 진원지인 평택에서 발생하여 경기 서울 등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을 다녀온 1번 환자로부터 삽시간에 퍼진 지독한 바이러스. 이 시점에 급속하게 퍼진 이유와 확산경로는 있을 것이다. 옛날에 마을에 괴질이 돌면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환자들을 격리했다. 그 당시 격리의 개념은 마을과 상당히 떨어진 외진 골짜기를 선택하여 내다 버림의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조선 순조 때, 괴질이 창궐한 적이 있어 사료에 다음과 같이 기록이 전한다. “평양성 내외에 지난달 그믐께 홀연히 괴질 돌림병이 돌아 토사 관격하여 경각에 죽다. 10일 동안 천(千)여 가구지의 약이 효과가 없고, 구제하는 기술이 없다. 기도(祈禱)를 행하여도 잠잠한 기미가 없고, 점점 각읍과 동리로 퍼지다. 이 질병(疾病)을 만난 자는 먼저 반드시 통주(洞注, 설사가 멎지 않는 병)하며 이어 궐역(厥逆: 찬 기운이 머릿골을 범하여 머리와 이가 아픈 증세)의 기운이 다리로부터 배안으로 침입하여 경각의 사이에 살아남는 자 10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처음 서쪽 변방에서 시작하여 도하,…
전염병으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는 대재앙을 그린 감기(2013)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주인공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국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메르스와 같은 위기상황 시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메르스를 부인하고 처음 발병한 병원과 환자정보를 통제해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며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이렇듯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온 나라가 혼돈에 빠졌다. 12일 기준 사망자는 10명, 확진자는 126명, 격리 대상자만 3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초 발원지인 평택에 있는 모 병원을 중심으로 경기도 곳곳의 지역사회가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전국 2천199개 학교를 대상으로 ‘메르스 휴업’을 단행했다. 각종 행사와 모임 등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음식점과 점포, 공연기획자 및 여행관련 사업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
냄새를 제외하고 100가지 이로움을 준다고 해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불리는 마늘. 하루라도 우리식탁에서 빠질 때가 없다. 매일 먹는 김치도 그렇고 나물이며 국, 찌개 등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굳이 웅녀의 전설을 거론치 않아도 마늘은 한국인과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우리를 세계 최고의 ‘마늘 마니아’라 부른다. 우리가 즐겨 먹는 마늘은 사실 고대부터 대용 의약품으로 쓰였다. 중국에선 일찍부터 마늘을 이질 치료 약품으로 활용했다. 중국 한나라 때, 훗날 후한의 황제 광무제가 되는 유수(劉秀)는 반란군에게 쫓겨 달아나던 중 병사들이 이질에 걸렸다. 따라서 전투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러던 중 군대가 마침 마늘 밭을 지나게 됐다. 유수는 이들에게 마늘을 먹도록 했다. 그러자 이질이 치료돼 바로 전투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일화도 있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먼 여행을 떠날 때 낯선 음식과 환경에 대비해 마늘을 상비약으로 휴대하고 다닌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야전병원 군의관들도 마늘을 의약품 대신 사용했다. 전쟁의 와중에 항생제와 붕대마저 떨어지자 이끼를 뜯어다 마늘 즙에 적신 후 부상병의 상처에 덮었다.…
개망초 해마다 문내실 마을에 장마들면 무너진 토담을 지나 에베미 들판에서 백령산 자칫골까지 마냥 히죽이죽 헤매던 고모야 문내실 고모야 그 해, 유월 지나 칠월인가 팔월인가 온 산하에 콩 볶듯 총소리에 놀라 하얗게 정신을 놓아버린 눈 맑은 고모야 막내 고모야 -계간 아라문학 봄호에서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의 기억은 없다. 다급한 상처들이 다소간 아문 후의 이해하기 어려운 몇 점 안쓰러운 현상들이 있을 뿐이다. 그 안쓰러운 현상들이 어찌 해서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른들로부터 들은 것도 있고, 듣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그 처절한 전쟁의 상처에 대해서는 깊숙이 이해하지를 못한다. 전쟁과 함께 잃어버린 것들이 비단 물질뿐이랴. 몸서리쳐지는 총성과 함께 영원히 잃어버린 정신은 인간이기에 더 공포스러웠던 전쟁의 상황을 처절하게 증거한다. /장종권 시인
매일 아침이면 산더미처럼 배달되는 신문 가운데 ‘살구빛 고운 종이’를 만나게 된다. 이 종이를 사용하는 일간지는 경기 인천지역에서는 경기신문이 유일하다. 천연펄프가 20% 더 들어가 눈의 피로도 덜하다. 살구빛 종이에 어울리는 독특한 색채감의 경기신문이 오늘로써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소년기를 뛰어넘어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점차 열악해지는 언론환경에서 열 세 살의 나이를 먹기까지는 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었다. 그러나 특유의 젊음과 패기로 지역사회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이 자리에까지 우뚝 섰다. 이는 그동안 아껴주신 독자와 경기 인천시민 여러분의 덕택임은 물론이다. 최근 언론계는 점차 열악해지는 취재환경과 경영환경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특히 우리 지역 언론의 위기는 뿌리가 깊은 만큼 뚜렷한 해결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난립과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신문의 폭이 좁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 언론에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에도 그래왔듯이 경기신문은 어떠한 어려움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비판과 사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