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도 지역사회복지계획 시행결과에 대한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수원시가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지원금도 주어질 예정으로 있어 기쁨을 더해주고 있다. 2005년 11월 민·관이 협력하여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역의 복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역단위 연계·협력체계 마련을 위해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되었다. 현재 12개의 실무분과와 실무협의체, 대표협의체에서 260여명의 민·관 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협의체가 구성된 직후 수립한 제1기(2007~2010년) 수원시지역사회복지계획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관의 지역복지계획수립 이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어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수립·시행되었다. 민·관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야식을 먹으며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하기도 했고, 의욕이 앞선 계획은 예산부서에서 과감히 삭감되는 사례도 많았다. 복지계획은 민·관의 합작품이다 제1기 수원시지역사회복지계획 수행을 통해 얻어진 중요한 성과는 첫째, 사
지붕에 세차게 꽂히는 빗소리와 천둥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장마자락이 채 걷히지도 않았는데 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텃밭에 심은 가을배추 모종이 무사할까 걱정되었다. 유난히 길었던 금년 장마는 상추, 쑥갓, 오이, 가지 등 봄채소들을 깡그리 망쳐 놓았다. 밤새 아우성치던 하늘이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붉은 해가 구름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민다. 금년 장마는 경기 북부지역인 이곳에 특별히 많은 비를 뿌렸다. 덕분에 각처의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기도 하였다. 장마는 40여일 동안 이어져 기록을 갱신하였지만 중부지방에만 집중되어 중부에는 홍수피해, 남부에는 가뭄피해가 났다. 장마철이 끝났다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8∼9월의 태풍이 몰고 온 폭우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힌다. 나에게는 먼, 태풍 기억이 있다. 포프라 가로수를 넘어뜨리고 초가지붕을 하늘로 날리는 거센 바람과 굵은 빗줄기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큰물에 마을 뒤편 하천 둑이 무너져 이웃사람들과 언덕 위 중학교로 급히 대피하여 밤새 공포에 떨었다. 온천지가 물에 잠겼고 우리 집도 천장까지 물이 차 옷가지며 살림살이가 몽땅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내가 13살 되던 해, 추석 준비로 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다. 그럼에도 전(前)을 검찰총장 앞에 붙이지 않는 이유는 청와대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진실 규명이 우선이어서 사표 수리를 보류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진실 규명은 중요하다. 그리고 만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의 존재가 사실일 경우,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법무부의 태도도 문제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선 청와대의 경우, 지난번 인사 때 김병관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해 불거진 의혹을 대하는 태도와 지금의 행태가 너무나 다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김병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튀어 나왔을 때, 청와대는 규명되지 않은 의혹 수준이라며 무려 40여일 동안이나 버텼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물론 아직 사표 수리는 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고, 이 문제는 단지 고위 공직자의 윤리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과거 청문회에서 윤리적 도덕적 하자가 드러난 인물들을 장관에 임명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모레가 추석이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이어간다는 기대에 마음 부푸는 사람이 많다. 만나선 지나간 안부도 묻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자주 보지 못한 아쉬움을 한꺼번에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골칫덩어리로 여기기도 한다. 명절 때 멀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오고가야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시집에 가서 명절노동을 해야 할 며느리들은 한달 전부터 증후군에 시달린다. 더욱이 경제사정이 넉넉지 않아 가족들을 만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명절이 “안 왔으면” 하는 날이다. 특히 식구와 친척들로부터 듣게 될, 안부를 빙자한 잔소리가 싫은 사람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탈출할 궁리부터 한다. 속내가 이렇다보니 모여서 나누는 대화도 부재다. 주제 찾기도 어렵지만 일상의 평범한 소재나 정치문제가 전부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먹는 것에 집중한다. 눈뜨기 전부터 잠들 때까지 먹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서로 모여서 딱히 할 말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명절 때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 것은 본능처럼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서먹함을 지우려는 가족애의 불편한 진실이다. 남녀, 특히 부부간 갈등도 심화된다. 여성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서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방송업계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예전 같으면 무심히 넘길 방송용어도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몇 번이고 되묻고 있는 게 요즘의 내 모습이다. 덕분에 지상파,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 방송 구분도 어려웠던 문외한 시절에 비하면 나름 이런 저런 관련 지식이 많이 쌓인 상황이다. 그렇게 생긴 애정 때문인지 업계 간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방송시장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특히 유료방송 시장은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을 거쳐 전체 가구수(1천700만여 가구)를 훨씬 상회하는 약 2천500만 유료 가입자를 갖고 있다.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신기술 개발이나 혁신적인 서비스 분야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모두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방송환경 속도를 낙후된 관련법이 따라가지 못해 빚어진 불상사다. 실제 수평적 규제체계 내에서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기인했다는 생각이다. 업계라고 다르지 않다. 소모적인 영업전쟁 위주의 경쟁에만 치우쳐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아내를 소박하고 첩을 좋아함을 비유한 말이다. 또한 집안에 있는 좋은 것을 버리고 나쁜 것을 탐낸다는 내용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본처를 버리고 첩을 사랑한다는 말로 비유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나쁜 양심을 가지고 있고 비인간적인가를 묘사한 말이기도 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돈이 많이 생기거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 일어나기 쉬운 일이다. 재산이 불어나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과 욕망이 발동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에서도 飽暖思淫慾(포난사음욕)이라 하여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음탕에 빠진다 하지 않았던가. 송나라 文豪(문호) 蘇東坡(소동파)의 누나는 당나라 때 명필 柳公權(유공권)의 후손 집안에 출가했다. 어느 날 조카들이 소동파에게 글을 써줄 것을 요청하자 한 폭을 써주었는데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당신 집안에 그렇게 유명한 선조가 있는데 그런 분의 글이 있으면 그런 분의 글을 익히고 부지런히 따르면 그만이지 왜 또 나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는가’라고 했다. 厭家鷄 愛野雉(염가계 애야치)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타인의 물건을 부러워한다는 의미다. 때로는 자신의 본처를 버리고 밖에서 만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
‘협동조합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국민들은 과거 농협이나 수협, 축협 등 거대한 협동조합만 연상해 왔는데 지난해 12월1일 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이제는 중소상공인이나 소비자 등 누구라도 5명 이상이 모여 뜻을 합하면 만들 수 있다. 신고만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6개월 동안 무려 1천200개나 되는 협동조합이 생겨났다고 한다. 현재도 하루 7개 안팎의 협동조합이 생겨난다니 가히 열풍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1만개가량의 협동조합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국민들이 이처럼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힘을 모아 1인 1표의 권리를 가지면서 스스로의 권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악용해서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 만들어 놓으면 정부가 지원해 줄 것 아니겠는가?’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믿음으로 설립한 조합도 있다. 따라서 일부 출자금도 거의 없는 협동조합도 있다. 지금까지…
과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중앙 정부와 새누리당이 미래부 이전을 두고 과천시민을 거듭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안전행정부가 지난 12일 해양수산부 및 미래창조과학부 청사를 원칙적으로 세종시로 옮기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가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몇 시간 만에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회가 “확정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지자체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입주한 지 6개월 된 기관을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전키로 자기들끼리 결정했다가, 어린아이 달래듯 하니 시민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당 정책위가 일단 말을 뒤집은 듯 보이지만 정부 내에서는 세종시 이전이 확정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가 다 이전하는 마당에 현 정부의 가장 핵심 부처인 미래부가 가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과천시민들은 이처럼 당정이 시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를 보이는 데 더욱 분개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래부는 과천의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스스로 제시했던 ‘당근’이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핵심 부처 운운하며 마음대로 빼가겠다고 하니…
여름내 웃자란 풀을 잘라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아파트 울타리 무성했던 풀이 한목에 낮아진다. 풀풀풀 쌉싸름한 냄새가 풀이 내지르는 비명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거처를 잃어버린 날것들 사방으로 튕겨지고 막 자리를 뜨려던 옹골찬 씨앗들 또한 힘없이 던져진다. 예취기에 잘린 풀에서 풀물 빠지는 냄새가 난다. 풀냄새에 지난 계절의 길들이 담겨있다. 들녘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과 지루하던 장마 그리고 절기를 다투며 그 안에서 피고 지던 들꽃들의 향기가 바람에 섞여 있다. 풀이 잘리기 전 이곳은 날것들의 천국이었다. 푸른 것들과 한통속이 된 달팽이는 집을 지고 옮겨 다니고 거미는 줄을 치고 먹잇감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그 안에서 초례청을 차리고 혼사를 거들던 벌들 또한 풀이 잘리기 전까지는 평온했다. 예취기를 돌리던 남자가 벌집을 건드린 순간 벌은 무차별적으로 남자를 공격했다. 놀라고 당황한 남자는 예취기를 맨 채로 달아나다 넘어져 옆에서 작업하던 기계에 팔이 걸렸다. 예취기의 칼날은 남자의 팔에 박혔고 벌떼는 다친 남자를 뒤쫓아 사정없이 공격했다. 칼날에 베이고 벌에 마구 쏘인 남자는 정신을 잃었고 병원에서 응급조치 후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중학생 시절 배운 노천명의 <장날>이라는 시다. ‘돈사야’라는 표현이 매우 낯설었으나, “돈을 산다, 즉 대추 밤을 파는 게 아니라, 대추 밤을 주고 돈을 산다는 뜻이다”라던 선생님 설명이 퍽 재미있다고 느꼈다. 사십 년이 훌쩍 넘었어도 추석이 다가오면 이 시가 떠오르곤 한다. 이쁜이도 이젠 참 많이 늙었겠다. 주렁주렁 어린 아들딸 대추 하나 못 먹이고 새벽길 떠나야 했던 부모님들이 올핸 차례 상을 흐뭇하게 받으실까. 최근에 수필가 장영희 선생의 글 한 편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됐다. 제자에게 주는 편지글 형식인 <무릎 꿇은 나무>다. “민숙아,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장 선생은 제자에게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검은 돌은 불운을,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자루 속에서 무작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