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스포츠 팬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워크에식’이다. 직업에 대해 성실한 정도를 의미하는데 한국어로는 직업 윤리로 번역될 수 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 중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몸을 해치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지만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팬들이 이런 선수를 비판할 때 워크에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늘 몸 관리를 하고,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진 스포츠 스타에게 워크에식이 좋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며 더그아웃의 쓰레기를 줍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직업 윤리가 좋은 대표적인 선수다. 특정 종목에서 슈퍼스타라고 해서 꼭 직업에 대한 자세가 좋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무원에 속하는 교사의 워크에식은 어떨까. 교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분장을 할 때 눈물을 잘 흘린다면 일을 맡지 않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학교는 오는 업무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일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거다. 공무원이기에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게 아니니 일단 업무를 피하고 보는 게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똑같은 연차이지만 누구는 업무에서 모르는 게 없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2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미국의 상당 수 국민들도 향후 4년이 참 길 것이라는 자괴감을 가질 것이다. 우리도 2년 반 전쯤, 5년은 너무 길다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걱정하는 미국 내 지식인의 목소리는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원더풀 랜드』와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가 그것이다. 지난 해 연말에 개봉됐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란 영화도 트럼프 시대의 재개가 새삼 두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중 앞의 두 작품, 『원더풀 랜드』와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둘 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깊은 증오의 정치가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두 쪽으로 쩍 갈라 놓게 한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소설 원더풀 랜드에서는 미국이 ‘연방 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으로 갈라지는데 그 영토의 분포도가 딱, 대선 때의 민주당 지지 주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거기에 독일 베를린 처럼 중립지대가 하나 있다. 그건 미니애폴리스이지만 왜 작가가 미니애폴리스로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스윙 보트 지역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법전에만 존재하는 규정이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재직 기간에 형사소추, 즉 기소되는 것은 상상 속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하지만 법원은 직무정지 상태라고는 해도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을 청구한 공수처는 영장 기간인 2025. 1. 6.까지 집행해야 한다. 아마도 이 칼럼이 게시될 때면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것이다. 범인을 체포하면 수사기관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는 구속영장을 전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48시간 후 석방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소추특의 예외 사항은 내란, 외환의 죄다. 윤석열의 체포 사유가 내란이라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 그 초현실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출석에 불응하고, 더 나아가 체포영장의 집행까지 불응하겠다는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 직위에 앉아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이 지난 2024년 12월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톡홀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할 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있었다. 2024년 노벨평화상은 일본 내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교(Nihon Hidankyo)가 수상했다. 히단교는 1956년 결성되어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일본 정부에 피폭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언을 통해 증명한 공로를 인정”하여 이 상을 수상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식에는 히단교 관계자 외에 한국이 피폭자인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피폭 2세인 이태재 한국 원폭 피해자 후손회 회장도 히단교의 초청으로 함께 참여했다. 수상식의 대표연설을 한 다나카 데루미는 “일본에서 피폭돼 고국에 돌아간 한국인 피폭자들과 전후 미국과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등지로 이주한 많은 피폭자는 피폭자 특유의 병, 원폭 피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통받았다”라고 했다. 시간이 흐른 뒤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고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분식(粉飾)’이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주가를 높이거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산하여 재무 상태나 경영 성과 등을 고의로 조작하는 것을 ‘분식회계(粉飾會計)’라 할 때 ‘분식(粉飾)’이 그것이다. 즉 왜곡하거나 숨겨야 할 무언가가 있을 때 사용되는 분장이나 덧칠을 말한다. 1970~1980년대 우리 사회 집권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국적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였다. 유신체제 출범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이 제안한 한국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분식(粉飾)’된 권위주의’의 결정판이었다. 중학교 사회시간에 선생님께서 ‘민주주의 앞에 다른 말을 붙인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말씀을 나중에 성장하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3선 개헌을 통해 1971년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후 박정희는 그해 12월 북한의 무력도발과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언론 등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였다. 또한 야당의 당리당략이나 언론의 무책임으로 안보 위기가 발생했다고, 1972년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의…
2024년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해이다. 국가는 지금 12.3 비상계엄으로 혼란하다.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총리가 탄핵 되었다. 그리고 지금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넘겨받았다. 국가 비상상황에 권한대행이 있어 다행이다 싶으나, 전반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기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난무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보기 어렵다. 그 와중에 29일 제주항공 참사가 있었다. 행복여정문학 송년회를 마친 다음날 소식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을까. 두 명을 제외한 비행기 탑승 전원이 사망했으니, 2024년은 개인이나 국가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해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이루어놓은 성취도 있다. 두 번째 시집 ‘오늘도 마음에 꽃을 심는다’를 출간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창작지원 공모 선정작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글을 모았다. 글을 쓰는 기쁨도 크지만 책으로 출간했다는 뿌듯함도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확인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세상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세상을 보는 창이 생겼다고나 할까. 나는…
2024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돌아보니 우리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산업의 위기와 저널리즘의 도전은 계속됐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언론 역시 올해는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AI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산업과 저널리즘에서 다른 중요한 이슈와 현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AI가 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삼켜 버렸다. 언론을 변화시킬 AI에 대한 관심과 집중은 이해되지만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우리 언론에 대한 화두는 AI가 중심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이로써 정작 다뤄야 할 그 무엇을 계속 놓쳐 우리 언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올해 우리 언론산업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러 경영 관련 지표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오르며 잠시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착시 효과가 사라졌다. 언론매체의 이용률은 팬데믹 이전 하락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광고 수익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그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언론산업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4만 2000개의 위성을 띄워 하늘, 육지, 바다 등 곳곳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5G 정보통신망이 대중화되었지만, 정보통신망이 없는 사각지대에서는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스타링크가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미래 사회는 로보택시,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운항선박 등 최첨단 자율주행 사회로 진화할 것이며, 달과 화성에 기지를 세워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에 도전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중국에서 상용화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시험주행 중으로 곧 인류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다. 테슬라, 구글, 현대차, 바이두, 아마존,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UAM이 대중화되면, 새로운 정보통신망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가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올해 3/4분기 5G 통신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은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ZTE, 삼성전자 순이다. 5G 통신장비에서 에릭슨과 화
12.3. 계엄선포 사태 후 환율 오름세와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정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높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대변하는 용어로 즐겨 써 온 말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말 그대로의 뜻은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서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간 대립이나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비로소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몇몇 대기업 재벌이 주도해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에 의한 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은 결국 한국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분단의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그에 따른 낮은 주주환원 등으로 그 원인이 확대된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내부의
나는 정치적으로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가톨릭교회의 수도자이며 사제이니 굳이 말한다면 “예수파” 혹은 “그리스도파”이다. 개인적 성향은 보수적이다. 글쎄 누군가 “당신은 진보요? 보수요?”라고 묻는다면 답을 하는 사람들 중 80% 이상이 “나는 보수적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지구상의 물리적 법칙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관성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살아온 방식대로 사는 것이 에너지가 덜들고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힘을 써야 하는데 누군들 변화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어떤 “변화”는 힘이 들어가더라도 내 삶에 신선함을 주고 재미있을 수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삶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발전이라는 단어는 다시 돌아볼 필요는 있다) 또 한 가지는 생활의 불편함을 극복하거나 혹은 좀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과학적, 기술적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인류가 아주 크게 진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 전기, 인터넷, 스마트 폰 등은 인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