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바야흐로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다.”라는 말로 화두를 장식했다. 민주주의가 반듯한 모습으로 작동한 적이 있었던가? 반듯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된 게 없다. 처음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의 귀족과 상인들, 영국 마그나카르타의 주역인 봉건영주들, 시민혁명 이후 자유와 국가권력을 독차지한 부르주아 계급 등 기득권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부(富)에 비례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여성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그 결과 이만큼이나마 구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민주화의 길은 아직도 멀다. 대통령은 제왕의 권력을 휘두르고, 대의민주주의를 담..
비가 멎으니 먼 산은 비구름 안개 속에 산수화의 묵선인 듯 희미하다. 산도 낯가리고 쉴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어렸을 적 쪼들리는 초가지붕 아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동백기름 바른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낭자머리하고 바느질하셨다. 옆에서 바느질하는 어머니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는 내게 어머니는 혼잣말이듯,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임을 보지’라고 하셨다. 그때 그 말씀을 왜 하셨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엉뚱스럽게 지금도 그 말씀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나의 언덕이요 뿌리였기에 기대고 싶은 것인가! 나이가 늘어갈수록 기대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이름이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일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인생의 미학, 수필의 미학’을 생각할수록 그렇다. 수필은 문학으로서 체험과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데 있어 글을 쓰려고 시도할 때마다 살가죽을 벗겨내고 자존심의 본적지를 건드리는 고통이요 두려움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섬세하게 다뤄야 할 때가 되었다. 생각 깊게 마음의 방향을 점검해 보는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수필은 자기 삶과 철학이 탑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떠올리면서도 바보같이 꿈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 전 일이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 무거웠다. 우울증을 염려하며 마음 저려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이 들고 깨다 하면서 새벽녘 꿈속에서 어머니와 아내가 나타나 내 손바닥에 젖을 대고 한동안 있다 말없이 사라지고 나는 생시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 일이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였다. 멀리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아버지가 보낸 사진을 보니 아버지 얼굴이 너무 야위고 허약해 보였다는 것. 생각 끝에 아버지 친구인 한의원 원장에게 전화하여 약을 지어 보내도록 했다고 한다. ‘내가 무슨 약을?’하고 있는데 원장의 전화다. 몸을 보호하고 원기를 살리는 약을 오후에 택배로 보낸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머니는 ‘내가 네 아들에게 약을 지어 보내도록 할 것이니 나의 젖으로 알고 정신 차려 먹어라. 그래야 네가 건강을 지켜갈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소리 같지만,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여라. 그래야 사막의 폭염 같은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꿈에 나타난 것인가! 싶었다. 풍류는 사는 멋을 아는 이요. 풍미를 즐기는 자는 음식의 미각을 아는 자일 것이다. 나는 이 둘 중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도 한마디 뱉는다면, 아들의 보약이 현금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또한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것보다 실속이 있다는 것이다. 용돈이 여유가 있다고 하여 어디 가서 기분을 내며 힘자랑하겠는가. 여행도 나이 따라 몸의 균형이 부실해 실답지 않은데 누구를 따라다니며 무얼 보고 느끼며 깨달아 새 생명으로 살자고 허둥댈 일 있겠는가. 행복은 건강이라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아들이 때맞춰 지혜롭게 보낸 약, 기분 좋게 복용할 것이다. 그로 인하여 몸도 얼굴빛도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관상은 바꿀 수 없어도 인상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얼굴 경영 잘하면서 자신을 믿고 내 길을 찾아 걷고 싶다.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대규모 전세 사기 폭풍이 다소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기획파산’이라는 지능범죄가 다시 등장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이 최근 적발한 부동산 사기 범죄는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해 사기 매물로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피해를 떠넘기는 기발한 수법이다. 진화하는 신종 전세 사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차단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3월부터 공인중개사 등의 불법 중개행위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부동산 중개업자 7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불법 중개행위를 조직적으로 공모해 125건의 임대차계약을 불법 중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세 사기는 중개업자와 임차인, 바지사장(임대사업자) 등이 공모해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을 보증해 주는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로 인한 보증보험 피해액만 무려 19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중개 의뢰받은 신축 빌라를 인터넷 광고를 통해 임차인을 모집해 안심 전세대출을 받으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한 임대차계약 시 전세자금 대출이자 및 이사비와 냉장고 등의 옵션을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현 소유자는 건축주이지만 곧 임대사업자(소유자)로 변경될 것이라고 꼬드겨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했다. 피의자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부천시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부천 신축 빌라 78건 계약에 14억1000만, 서울 강서구와 인천 서구·부평구 일대 빌라 47건 계약 6억9000만원 등 총 125건에 대해 2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불법 중개한 부천시 소재 신축 빌라 매매 78건 중 ‘무자본 갭투자’로 바지사장 2명이 각각 21건, 20건을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불법 중개한 78건은 바지사장들의 기획파산으로 현재 압류가 13건, 경매 진행 33건, 경매낙찰 23건으로 총 69건의 전세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무려 190억원에 이르는 전세 보증 피해액을 떠안게 됐다. 이들은 조직의 직책 및 중개행위 역할에 따라 비율로 정해 리베이트를 배분했다. 가담한 임차인들도 쇼핑하듯 ‘깡통전세’ 대상 매물을 골라 피의자들이 받은 리베이트의 44%에 해당하는 6억2000만원을 나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신종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임차인 모두가 가담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제도를 전세 사기의 수단으로 사용한 이 범죄는 전세 사기 범행이 또 다른 변종 범죄로 비약해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다짐처럼, 구조화되고 조직적인 전세 사기는 물론 이번에 적발된 신종 사기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중개행위 웹사이트 일제 점검, 전세 사기 고위험 주택 감시 및 공인중개사 불법 중개행위 단속 등이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전세 사기꾼들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다 못해 이제는 보증보험공사까지 골탕을 먹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할 것이다. 더 이상 사기행각이 횡행하지 않도록 빈틈을 틀어막고 감시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때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1일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 장례식 만장(挽章)의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몽양 여운형 장례식 만장’은 근대기 중요 인물인 여운형(1886~1947)의 장례식 (최초 인민장, 1948년 이후 국민장)에 사용된 유물이다. 만장이란 망자의 덕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모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로 만든 것으로 여운형의 죽음에 대해 개인, 노동단체, 상인회,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 각계각층이 애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과 좌우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여운형 선생의 정신 의지 사상 등을 기리고 해방공간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번에 몽양 선생의 만장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문화재로는 두 번째로, 근현대 문화재로는 첫 번째로 등록되는 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만장 문화재는 16세기 중엽 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에서 살았던 류한(柳漢) 묘소에 부장된 9점의 만장이었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몽양 선생의 만장은 무려 117점에 달하고 그 시기도 1947년이라는 점에서 규모와 시기 면에서 그 가치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몽양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 좌우합작과 남북연합을 통해 분단을 막고 자주독립을 위해 애쓰신 통합의 지도자셨다. 정파적으로 분류하면 중도좌파로 평가받는 선생이지만 해방 이후인 1945년 12월 우파 성향의 잡지 《선구(先驅)》가 "조선을 이끌어갈 양심적인 지도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3위 김구(18%), 2위 이승만(21%)을 제치고 33%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생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좌우를 초월했다. 그런 선생이 1947년 7월 19일 한 테러분자의 총탄에 갑자기 돌아가시자 그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약 백만 명에 이르는 애도객들이 노제에 참여했고 그들의 손에 들렸던 만장들 중 보존됐던 117개의 만장이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되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의 결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오늘의 정쟁이 어제의 정쟁을 덮어 버리며 기후위기, 저출생, 지방소멸 등 국가적 난제의 해결은 요원하게 느껴지는 시기에 자주독립과 국가와 민족의 통합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몽양 선생의 유물이 국가문화재로 등록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얼마 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이 들어섰을 곳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 양서면이 바로 몽양 선생의 고향이다. 양서면 신원리 묘꼴이 바로 선생의 생가터고, 지금 몽양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중앙정치의 파행과 중앙정부의 졸속 행정으로 촌민들의 삶이 난도질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몽양 선생의 선양에 좌우 진영 없이 마음을 모았던 통합의 마음과 실천의 경험을 자산 삼아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내는 양평군민의 저력을 봤으면 좋겠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될 만장 중에는 몽양 선생의 고향인 묘꼴 촌민들이 만들었던 만장도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이 나신 묘골, 선생이 자라신 묘골 / 잊지 못할 묘골 언제 다시 돌아오시렵니까 / 영원히 살아 계실 선생의 정신을 모시고 / 우리는 길이길이 싸우겠습니다 / 양평군 양서면 묘골 마을 사람 일동. 오는 7월19일 몽양 선생의 76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좌우통합의 지도자 몽양 선생의 얼이 양평군에 전해지면 좋겠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평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 인근(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널리 유포돼 있었다. 엄청난 뉴스거리였지만 전통언론은 원 장관의 기자회견 전까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 ‘(더 나은)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는 등 장관으로서 격에 맞지 않은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폭발성 있는 사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언론 보도가 엉뚱한 경로를 밟고 있다. 계획이 바뀐 과정이 투명했는지,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참..
백령도와 대·소청도 등 인천지역 섬들은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학술 가치가 높은 지질이 형성돼 있으며 여러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관광명소로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엔 백령도에 공항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함으로써 본궤도에 올랐다. 2027년 공항이 건설되면 1시간 만에 백령도에 도착할 수 있다. 백령도~대청도 간 연도교도 개설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 섬을 체류형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범생태관광체험센터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연계, 다시 오고 싶은 세계적인 명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최근 백령·대청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해 환경부에 후보지 신청서를 제출했다.(20개소-백령9, 대청6, 소청5)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
‘불가능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그가 죽은 지 어언 200년이 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살아있는 전설임은 분명하다. 매년 프랑스 일요신문이 공개하는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역사인물 Top 10’의 선두주자는 어김없이 나폴레옹이다. 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를까. 프랑스에 최고의 영광을 가져다줬기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클 것이다. 요즘처럼 가세가 기울어가는 프랑스에서는 그가 더욱 그리울 테니 말이다. 이 남자의 군사적 수훈도 중요하지만 그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남긴 업적은 지대하다. 프랑스에서는 주소 하나만 들고 택시를 타면 못 찾아갈 곳이 없다. 주소를 손에 들고도 전화를 하고 또 해야 겨우 목적지를 찾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이 편리함은 나폴레옹이 ‘거리에 번호 매기기’를 창안한 결과다. 쓰레기 수거 역시 프랑스는 18세기부터 실시했다. 이 또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어디 그뿐인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학사학위를 만들고,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고안한 것도 그였다. 사방팔방의 파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1의 명소 개선문 역시 그의 발명품이고, 방크 드 프랑스(프랑스 은행)도 마찬가지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 각 지방에 도지사를 임명한 것 역시 그였다. 이는 나폴레옹코드(민법)라고 불리는 법률의 기원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프랑스인들을 화해시켜 사회를 평화롭게 하고자 1801년 교황과 협정을 맺었다. 이로 인해 가톨릭은 더 이상 프랑스 국교가 아닌 ‘대다수의 종교’가 됐다. 이렇게 빚진 게 많은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잊을 수 있겠는가. 발명왕 나폴레옹. 그는 1769년 8월 15일 코르시카 남부 아작시오에서 태어났다. 이 섬이 프랑스령으로 바뀐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이곳의 변호사이자 정치 기회주의자였던 카를로 보나파르트의 넷째 아들이었다. 보나파르트는 코르시카 귀족의 부유한 가문이었지만 프랑스 귀족들에 비해서는 가난했다. 제노바 혈통의 이 가문은 코르시카에 15세기 후반 정착했다. 이 역사는 아작시오 구시가지 좁은 골목에 있는 녹색 덧문의 나폴레옹 생가에 잘 나타나 있다. 휴양지와 인접한 아작시오의 세련된 도로 그랑발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에 화강암 블록의 카조네(Casone) 동굴이 있다. 여기서 소년 나폴레옹은 자신의 미래를 읽고 상상했다. 큰 계단 꼭대기에 이각모를 쓴 나폴레옹의 동상과 그의 주요 업적들이 새겨진 돌이 있다. 아작시오에서 그는 영혼불멸이다. 그의 얼굴과 이름은 염소 치즈에서부터 여기저기 보인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나폴레옹은 여기서 예수처럼 잘 알려져 있다!”라고 한 행인은 말한다. 매혹적인 인물로 “강한 힘의 상징”이라고 토산품 가게의 한 고객은 거든다. 그는 역사적 영웅이지만 팝 문화와 패션의 오브제로도 으뜸이다.
요컨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나치의 아만성이 우리 안에서 똑같은 야만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그런 야만성을 물리쳐야 하고, 우리 안의 증오를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의 야만과 증오를 다스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진 세계가 조금도 헤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악의 범죄까지 포함해서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무분별한 행위가 초래한 무시무시한 파멸 한가운데 있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유대인 명부를 기록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슈타포 장교를 두고 한 말) 모든 사회의 정치가 악해질 수 있으며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지고, 악마 같은 손아귀로 사람들을 움켜쥐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체계의 제물에 불과하게 된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거대한 건축물과 뽀족탑들이 우리 위로 올라가고 우리를 지배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위로 무너져 우리를 매장시킬지도 모른다. “남들의 타락한 면은 우리 안에도 있어.” 나는 그에게 계속 설교했다. “나는 다른 해결책은 알지 못해.” 나는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자기 안에 있는 타락한 면을 뿌리 뽑는 것 말고는 정말 다른 해결책은 몰라. 정말 몰라. 먼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서 세상의 어느 것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더 이상 믿지 않아.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이 전쟁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유일한 교훈인 것 같아. 다른 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거야. (반파시즘 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친구 얀에게)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침묵이다. 우리가 대답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욕으로 모욕을 갚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 평온한 얼굴로 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이미 상대방을 극복한 것이다. 마호메트와 알리는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는 자신이 알리에게 모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알리는 그것을 참을성 있게 견디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듣고만 있다가, 드디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모욕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마호메트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지 않고 두 사람이 마음껏 서로 욕을 퍼부으며 싸울 테면 싸우라는 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싸우고 나서 알리가 마호메트를 뒤좇아가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그 교활한 놈으로부터 욕지거리를 듣고 있는데도 나를 두고 가버린 건가?” 그러자 마호메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자네를 욕하는데도 자네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나는 자네를 에워싸고 있는 열 명의 천사들이 그 남자에게 대답하고 있는 것을 보았네. 그런데 자네가 그 남자에게 같이 욕을 하며 반격을 시작하자 천사들은 모두 자네 곁을 떠나더군, 그래서 나도 자네를 두고 떠난 걸세.” (이슬람 전설)
서울양평고속도로에 관한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십수년 간 고속도로 신설을 간절히 희망했던 양평군민들의 피해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이 문제는 이제 고속도로 하나 건설하는 이슈가 아닌 정국 전체를 흔드는 뇌관으로 커져버렸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추진의 연원은 2008년부터다. 당시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2009년 백지화 되었고, 2010년 양평군민들과 양평군의회의 요구로 정부차원에서 재논의를 하였으나 역시 경제성 부족 등의 문제로 반려되었다.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21년 4월 30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이후 순조로운 사업추진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난 5월 8일 국토부가 노선안 변경을..
장애인들은 진료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험난한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에 도착해서도 장애인에게 맞지 않는 진찰대 등 의료기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건강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이달 31일까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휠체어 이용자들이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각 공간의 배치 기준과 유효폭을 명시했다. 출입구나 복도, 승강기, 경사로, 주차구역도 마찬가지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안내설비, 경보·피난설비, 장애인 탈의실도 갖춰야 한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및 건강검진기관 등 장애인의 진료 접근성을 강화하고 수어 통역 제공 등 세부적인 운영 기준을 명시한 법적 근거도 들어있다.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장애친화 산부인과 의료기관 지정 및 운영 관련 사항이다. 시행규칙엔 장애친화 산부인과 운영에 필요한 시설의 세부기준과 장비별 사양과 규격, 인력별 정원, 운영기준을 정하고 지정과 지정취소에 필요한 절차와 서식을 신설했다. 여성장애인은 임신·출산이 더욱 힘들다. 임신·출산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어려우며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의료기관 접근에 불편을 겪는다. 많은 여성장애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국가 위기마저 거론되는 시점에서 국가가 그냥 두고 볼일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여성장애인에 맞춤형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 예수병원에 이어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도 여성장애인이 불편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생겼다. 이곳에는 여성장애인 맞춤 시설과 장비, 인력이 갖춰져 있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진료실과 처치실, 분만실, 수유실 등과 함께 이동식 전동리프트, 초음파 침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진찰대 등이 구비돼 있다. 휠체어를 타고 체중 측정이 가능한 체중계도 있다. 수어 통역 서비스, 진료 전 과정 예약, 동행, 진료 보조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여성장애인의 출산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낮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하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여성장애인 출산 현황을 보면 2018년 1482명이 출산했지만 3년 후인 2021년엔 828명으로 줄었다. 유산과 사산 확률이 비장애인보다 높다. 적절한 진료 및 치료를 받지 못해 유산·사산을 경험한 여성장애인은 비장애인 여성보다 10% 정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는 여성장애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기도 여성 장애인 인구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3만6840명이었다. 그런데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고작 1곳이다. 그나마 경기북부지역에 있어 경기남부 여성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을 겪는다. 도 관계자는 “여성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임신·출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기 남부에도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생겨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