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부터 16일까지는 경기도가 정한 ‘2023년 경기바다 여행주간’이다. 경기도는 김포·시흥·안산·화성·평택시 일대에 260.12㎞ 길이의 해안선을 품고 있다. 따라서 해수욕장과 섬, 문화유적, 자연 풍경 등 볼 것이 많고 먹을 것,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거리가 가까우니 시간과 경비도 그만큼 적게 든다. 버스나 전철, 여객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많다. 여름 휴가철이 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여행객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한 엔저 현상까지 덮치면서 일본 관련 여행상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항공권과 여행 패키지 상품 등을 취급하는 인터파크와 트리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6일까지 한 달간 결제된 일본 투어&액티비티 상품 총 판매량이 전월 비 53%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여행수지 적자폭은 커지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소비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이 더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1~3월) 여행수지 적자 폭은 32억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3분기 이후 3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4월의 적자폭은 5억 달러나 됐다.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자제하라고 국민들에게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력 있는 국내여행지를 발굴하고 지속 홍보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 바다여행은 매력이 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김포 애기봉, 대명항과 함상공원에서 시작해서 요트 성지인 화성 전곡항, 제부도해상케이블카, 바다처럼 넓고 호수처럼 고요한 평택호관광단지와 인근의 수상 레포츠 시설, 동화에 나오는 듯한 시흥 오이도의 랜드마크 빨강등대와 낙조, 오이도 선사유적공원,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 해변이 대표적이다. 잡힐 듯 보이는 섬 여행도 좋다. 그 중에서 경기관광공사가 섬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진 청정 자연의 아름다운 섬을 6월의 여행지로 추천한 바 있다. 서해바다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는 제부도, 숲속 둘레길과 해안 데크길을 걸으며 힐링하는 국화도, 태고의 신비 간직한 기암괴석 홍암(紅岩)을 만날 수 있는 입파도, 사진가들이 인정하는 야생화의 낙원 풍도, 소박한 섬사람들의 이야기와 일몰이 아름다운 육도가 그곳이다. ‘2023년 경기바다 여행주간’에 이런 곳들에 가면 혜택이 있다. 음악회가 열리며,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7월 1일부터 여행 플랫폼 ‘야놀자’와 연계, ‘경기바다 여행주간 숙박&레저 특별 기획전’을 개최한다. 5개 시 숙박 667개소와 레저 35개소의 상품 등을 최대 5만 원까지 할인 제공한다. 시흥 웨이브 파크, 화성 선셋 요트투어, 제부도 케이블카, 김포 현대유람선’등이다. 8일부터는 이무진, 소유, 렌. 양지은, 김태연 둥이 출연하는 경기바다 힐링 음악회, 경기둘레길 갯길 구간 힐링 걷기 등 다양한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니 큰 부담 없이 훌쩍 떠나 경기바다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래 전의 일이다. 분당에서 책모임 할 때 당시 대학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들은 이른바 운동권 선배들을 좌파 꼰대로 지칭했다. 그들에게는 좌파나 우파나 한물 간 ‘올드 보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시각 앞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 운동 세대라는 자부심이 무너져 내리면서 아리고 쓰라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긍하게 되었다. 몇 가지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80년대의 획일주의와는 정반대의 다원주의 사회가 들어섰다. 둘째, 어떤 현상이든 종합적으로 봐야하는 사회가 되었다. 민주주의나 정의 등 굵직한 개념도 사안별로 들여다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지난 시절의 지식은 달라진 시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과학도 많이 깊어지거나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물리학 등 인간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그런데도 이른바 민주화 운동 시대의 산물인 586 정치인은 변화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실용주의 시대에 걸 맞는 어젠다 설정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살인적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해소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케케묵은 민주 대 반민주 논리로만 일관한 것이다. 독재 시대가 끝 난지 오래된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에 유령을 붙들고 퍼포먼스만 해대니 누가 이들에게서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을 걸겠는가? 더욱이 586의 최고 무기인 도덕성도 땅에 떨어졌다. 부패하고 노회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숱한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수사 대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두둔하기까지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 아니라는 건 팩트다. 대장동 사기사건 등 대부분의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박범계 법무장관 때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게다가 상당 부분 이 대표 개인의 범법 행위이기도 하다. 급기야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돈 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586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닌가 한다. 대표주자 격인 송영길은 극구 부인하지만 민주당 내에서조차 위기의식이 대단한 걸 보면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송영길의 대응을 보면 더욱 절망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정치 탄압으로 몰아 독재 대 민주의 논리로 치환하면서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끌어 들여 “지금 한가하게 책방이나 할 때가 아니다”라는 상황인식 착오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동민, 김영춘 등 586 정치인들이 업자에게 돈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드문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국민의힘당과 무엇이 다른지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덕성 면에서 국힘당이 낫다는 여러 여론 조사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그런데도 586 정치인들은 뼈 깎는 반성은커녕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항변한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무능과 부패에 눈 감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줄기차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부르짖는다. 이는 586이 구제불능임을 뜻한다. 고쳐 쓸 수 없는. 4·19 세대인 김광규 시인은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라는 시를 통해 어느덧 기성세대가 된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들은 부패하지 않았다. 정치 권력화도 없었다. 소시민이 된 그들의 타락은 그만큼 순수했던 것이다. 스스로 종말을 맞은 저 586 정치인들에 비한다면.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에는 여자야구 아시안컵 대회가 있었다. 아시아 12개 나라가 출전한 이 대회에서 한국 야구 여자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덕분에 월드컵 그룹 예선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남자 프로야구의 엄청난 인기를 생각하면, 야구 국가대표 대항전이라 꽤 화제가 될 법했다. 예상 외로 조용하게 지나갔다. 여자야구 아시안컵 1위는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보인 일본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의 벽은 높았다. 일본의 야구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걸로 정평이 나 있으니 이 정도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쉬웠다. 언젠가부터 일본은 야구를 포함해서 다른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모든 종목에서 말이다. 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목표로 할 때, 일본은 16강은 기본이고 8강을 목표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남자배구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일본은 올림픽 8강에 진출했다. 많은 종목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량 차이가 보인다. 우리는 옆 나라와 이렇게까지 차이 나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다. 일본은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잘 구성되어 있다. 일본 중학생의 64%가, 고등학생의 42%가 운동부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운동부를 지원하며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일본 고등학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의 명 경기는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가끔 회자되곤 한다. 일본에서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다 재능이 보이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무대를 뛰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학창 시절에 재밌게 운동하다가 나중에 그 종목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주력 운동 하나쯤은 갖게 된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만 프로 무대를 뛸 수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풀뿌리 체육은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일까. 한 달 전이었던 6월 초에 학교 스포츠클럽 풋살 종목 대회에 지원단으로 다녀왔다. 초등, 중등, 고등으로 나뉜 리그에서 여자 친구들이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뭉클했다. 함께 지원단으로 있던 분들과 우리 어린 시절에도 이런 활동들이 있었으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어른이 되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큰 부상자 없이 대회가 진행되어 다행이었다. 교육청에서 주관한 대회라서 메달이나 트로피 수여 같은 시상식이 계획에 따로 없었다. 깜짝 이벤트처럼 심판과 경기 감독관을 맡아주신 고양축구협회에서 어마어마한 시상식을 준비해오셨다. 1~3위 팀 전원 메달 수여, 우승컵과 MVP상, 감독상까지 화려한 라인업이었다. 아이들은 트로피를 들며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메달을 깨무는 사진을 찍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에 내년에 대회를 또 나오자고 결의를 다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아이들이 더운 여름 날 풋살장에서 뛰는 게 풀뿌리 체육활동이 아닐까 싶다. 클럽 소속이거나 선수 출신은 스포츠클럽 대회에 등록할 수 없었기에 왕초보였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대회에서 뛰었던 친구 중에 축구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있었고, 그 친구가 제 2의 지소연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클럽 대회가 훗날 고시엔 같은 대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2017년부터 추진되어 2031년 개통 예정인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2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양평 양서면 쪽 종점이 갑자기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 보유지 부근 강상면으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후인 지난해 7월 국토부와 양평군이 노선변경을 논의했고, 지난 5월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한 사업안이 공개되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자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업비 일천억원 이상이 더 소요되는 변경안을 추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실무부서의 의견일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토론방 등에서는 정부공직자재산공개 관보 화면을 캡쳐해 대통령 재산목록 제일 상단에 나오는 땅(배우자)이 변경종점 인근이라며 외압이 행사되지 않았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역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되는 국면이라고 하겠다. 종점변경 정책추진 책임자들이 언론 인터뷰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동균 전 양평군수는 4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원희룡 장관이 양서면과 강상면 모두 검토가 돼왔다고 해명한 데 대해, “2안으로 강상면이 검토된 사실을 본 적이 없으며, 종점 변경 과정에서 원희룡 장관과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의 통화하며 강상면 일대로 변경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비타당성 통과안에는 양평군 관내에 IC 신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군민들의 IC 신설 요구가 빗발쳤다며 본인의 강력한 신설 요구와 국토부의 검토 결과에 따라 변경안이 마련됐을 뿐이지 특정인에 대한 특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엇갈린 주장에 대해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부가 주장했던 “관계기관 의견조회 과정에서 결정됐다”는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며 원희룡 장관은 진실을 밝히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같은 날 민주당 경기도당도 정부와 여당 개입의혹을 제기하며 가세했다(본지 7월 6일자 3면). 현재까지 제기된 특혜의혹의 구체적 쟁점내용은 △강상면종점 변경안의 주체가 국토부인지, 양평군인지 △6번국도·두물머리 등 교통량 분산 사업목적 무산 △1천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추가 사업비 발생 △IC 추가비용 발생 등으로 요약된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 고쳐 매지 말라’ 격언이 있다. 오해 받을 일은 애초 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는 양평공흥지구 개발 관련 특혜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는데 또 윤대통령 임기 중 종점변경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명명백백하게 사건의 실체가 밝혀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위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나선 윤석열정부 영이 서지 않겠는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의 분열상이 도를 넘는 느낌이다. 여야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이 앞서다 보니 상반된 결론이 나오고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듯하다. 생뚱맞게 후쿠시마 오염수와 북한 핵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핵 오염 수 방류에 그렇게 불안해하면서 북이 갖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정치지도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북한핵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는지, 대응책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함을 기본적 책무로 하는 정부의 기능에서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최상의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발언이나 장차관인사에 임명되는 인물 성격 등을 볼 때 정부의 대북인식이나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전임정부와의 차별성,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의 선의를 믿고 끌려 다니며 가짜평화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다’는 주장을 한다. 그럼 역으로 북이 악의를 품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의 확장억제력, 전략자산으로 선제타격, 원점타격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면 된다고 주장할 것인가. 물론 한미의 군사력으로 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현재 50여기 핵무기 보유 추정) 중 1/10을 파괴 또는 요격이 실패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무기 위력을 가진 핵무기 1발이 서울에 떨어진다면 100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와 2000조원의 경제적 피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북한은 히로시마 원폭보다 더 강한 위력의 원폭을 보유하고 있음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된다. 북한핵이 사용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막아야 함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사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 핵 역사 30여년을 통찰하고 또 성찰한다면 북한이 왜 핵미사일에 저리 집착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북한정권은 도발만 일삼는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북한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이 왜 그러는지를 알려는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그간 북미간 합의에 이른 핵협상(3차례 합의가 있었다)이나 지난 정부에서 남북간 약속한 합의들이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부는 대북정책을 원칙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자유, 인권, 법치’가 원칙의 중요 내용이라고 하는데, 좋은 생각이다. 다만 바른 해석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법치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의 기본정신의 존중이다.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상대방 존중, 내정간섭 중지, 불가침, 교류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인권도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생존권적 인권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인권은 없지 않은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북한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함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아전인수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이기적 염세주의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칸트 사상을 왜곡하여 사이비 이론을 펼친다며 당대의 인기 철학자들을 모조리 인정하지 않았지요. 특히 독일 관념론의 대표적 인물인 헤겔(Hegel)을 싫어했는데, “정신병자의 철학을 늘어놓는 추악한 남자”라며 신랄하게 비판했어요. 그가 푸들 강아지 한 마리를 사서 이름을 ‘헤겔’이라고 짓고는 “이 멍청한 헤겔 새끼!”라고 구박하다가 화가 날 때면 개의 배를 걷어차기도 했다는 얘기는 놀라운 에피소드예요. 그런데, 극적 반전이 일어나지요. 쇼펜하우어는 그 개가 매우 충성스럽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름을 흰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아(眞我)를 뜻하는 ‘아트만(atman)’으로 바꾸었어요. 사람보다 개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된 그는 개의 눈을 바라보면서 “세계의 영혼을 본다”고 말했대요. 반면 인간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고슴도치에 비유하며 서로를 찌르는 욕망덩어리이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통에 늘 시달리는 존재라고 여기게 되지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그렇게 발전돼간 듯해요. 짐승의 세계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 자식을 위해서 생명마저도 아까워하지 않는 모정(母情) 이야기라면 몰라도,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이는 어미 이야기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요. 갓난아이를 목 졸라 죽인 다음 암매장하거나 냉장고에 넣어 죽게 만든 비정한 어미 사건들이 온 국민에게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안겨주는군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들을 할 수 있나요. 지난 2015~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이 전국에서 무려 2123명이나 된다는 것도 처음 밝혀졌어요. 뒤늦게 그 아이들의 행방과 생사를 확인한다고 전국이 시끌벅적하군요. 혹여라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아기가 짐승보다도 못한 부모의 하찮은 소유물처럼 함부로 다뤄지고 살해된 것은 아닌지 더럭 겁이 나서 뉴스 살피는 일조차 두려워졌어요.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런 일까지 발생하는지 내남없이 한숨이 절로 나는 요즘이네요. ‘인구절벽’이라면서요. 지역과 나라가 소멸할 거라면서요. 2006~2021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280조 원을 쓴 나라가 2000여명 신생아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요. 이쯤 되면 지진을 예측하고 산으로 달아나는 지혜라도 지닌 미어켓 등 짐승보다 인간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이유가 없겠네요. 이런 수준이라면 오늘날 인간은 한없는 이기심에 갇혀서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소중히 여기는 영락없는 고슴도치 맞군요. 화풀이 대상으로 시작됐다가 극존(極尊)의 이름까지 얻은 쇼펜하우어의 푸들만도 못한 인간들의 양심과 갈가리 찢긴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3일 경기도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기·인천 예산정책협의회’에 해외 출장으로 불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대리인으로 오병권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보내 경기도의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 수요와 여러 현안 사업을 설명한 뒤 추가 국비 지원을 호소했다. 도가 지원을 건의한 내용은 ▲GTX A~C노선 건설 ▲경기 남부 복선전철 건설 ▲경기 북부 광역철도망 구축 ▲국지도 건설 사업 등이다. 이 모두 경기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경기신문(4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오부지사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유의동 경기도당위원장, 송언석 예결위간사, 송석준 예결위원 등이 참석한 협의회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원도심 정비 등 내년도 주요 사업의 국비 확보와 지역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도 도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일들이면서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가장 높은 것들을 중심으로 편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와 인천지역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적극 지원하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경기도가 건의한 구체적인 내용은 2024년 개통 예정인 GTX A노선을 비롯해 GTX B·C노선 조기 착공을 위한 사업비에 대한 지원이다. 이와 함께 경기 남부 복선전철과 경기 북부 광역철도망 사업, 국지도 건설 사업 등의 국비 지원, 지자체 개발제한구역(GB) 해제 권한 확대에 수도권 포함을 건의하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지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밖에 도민의 교통복지 지원 강화와 교통대책, 저출산 대응 등에 대한 적극 관심도 건의했다. 이에 윤재옥 원내대표는 "경기도는 올해 4월 말 기준 인구 1400만명으로써 전체 대한민국 인구 26.6%“라면서 ”경기도 교통, 문화 경제, 복지 등 경기도의 각종 정책과 여건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포퓰리즘 정책으로 예산을 허비했다는 날선 목소리도 나오긴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은 ”김포를 비롯, 서울 인근 지역은 매일 출퇴근 지옥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도민 생활의 기본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지난 세월 포퓰리즘성 예산으로 혈세를 허비했다고 성토했다. 경기도의 미래 위해 써야 할 예산이 특정 정치인의 선거용 선심성 예산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김동연 지사가 온 이후 많이 달라졌다“며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경기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초당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부처를 지속 방문해 건의하고 정치인들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는 경기도의 노력이 보기 좋다.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초당적으로 나선 국민의 힘에도 박수를 보낸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로 나오는 배우가 “난 무조건 한 놈만 팬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비록 여러 상대에게 집단공격을 당할 수 있지만, 어느 놈이든지 걸리는 한 놈만 패면 누가 선택될지 몰라 여럿임에도 섣불리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게 무대포 정신이란다. 그런데 그 정신이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최근의 우리 언론이다. 권력은 권력끼리 상호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루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무너지자 국민으로부터 제4부로서의 권한을 위임받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특권 속에서 언론은 탄생했다. 언론의 철저한 원칙은 공정 보도와 진실 찾기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까지 과(過)도 있었지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한 언론의 공도 크다. 그들이 감시할 권력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눠진 삼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권력 감시가 입법부에 집중되고 있다. 한 놈만 패고 나머지 권력과는 밀착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입법부의 구성원인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곳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의 권력 이탈과 남용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표피적인 보도로 그쳐 국민의 뇌리에서 금방 사라지게 한다. 대신 입법부 정치인들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발하고 비판적인 보도를, 심지어는 예단하는 특보라며 시리즈로 패고 또 팬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수능시험의 방향이 틀어지고, 대형 학원과 스타 강사들이 졸지에 카르텔(담합)의 주범이 되는 보도가 주를 이루고, 반통일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고, 일베 출신이 고위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됨으로 그 영향과 파급에 관한 분석 기사보다는 평면적인 기사들 뿐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가 방류를 앞에 두고 시원한 말 한마디 못 하는 정부를 두고도, 서울 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이 변경되었어도, 감사원의 사무총장이 횡포를 부려도, 내부자 거래를 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도, 법무부 장관이 휴대폰을 분실하면 강력반 형사들이 나서서 찾아주는 나라여도… 이처럼 행정부의 권력남용이 심각해도 스치듯 지나가는 보도로 금세 잊혀진 이야기가 된다. 사법부의 권력남용에도 비슷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 조작보고사건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비판 기사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야기는 다르다. 정작 국민과는 큰 관련이 없음에도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도둑놈들을 연결시키고, 돈 봉투 사건은 모든 정치권 사람들의 도덕적 척도로 인용된다. 그놈의 도덕성을 왜 정치권에만 적용하는가. 모든 권력남용에 적용되어야 하거늘 정치권은 원래 더럽고 냄새나는 놈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정치 불신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언론이 그렇게 외치던 공정과 진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어쩌면 관행처럼 이어져 온 언론계와 관계, 대장동 비리의 주범인 김만배 기자와 사법부의 유착관계처럼 공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제 커밍아웃하라. 우린 기득권층에 대항하는 놈만 팬다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더 뚱뚱하다 1520년, 600여 명에 불과했던 스페인 군대는 2000만 인구를 거느린 아즈텍 문명을 전멸시킨다. 총보다 무서운 전염병이 거대한 문명이 무너진 결정적 이유였다. 100년간 약 1800만 원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균,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에게는 어떤 해도 입히지 않았다. 균(菌)은 우리의 적일까? 친구일까?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 진균, 박테리오파지, 원충, 기생충 등 미생물 집단과 그 부산물 등을 포함하며,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미생물 집단만을 말할 때 사용한다. 사람은 호흡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잠자는 모든 활동 속에서 미생물과 함께 한다. 생로병사의 열쇠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그리고 신생아의 감염 건강한 어머니의 자궁 안과 태반은 무균상태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기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건강한 아기는 출산 전까지 무균상태로 성장하고, 출산 중 어머니의 질에서 미생물에 처음 피폭된다. 그 과정에서 아기에게 처음 자리 잡는 미생물은 유산균(젖산균)이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자리 잡으며 아기의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체계가 만들어진다. 유산균은 발효식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유해한 균이 들어오면 이를 죽이거나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좋은 미생물이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제왕절개의 경우는 어떨까? 제왕절개를 거쳐 태어나는 아기들은 무균상태인 환경에서 바로 공기중의 미생물들이 있는 환경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처음 정착하는 미생물들은 출산할 때 주위에 있는 사람(산모, 의사, 간호사 등)의 피부에 서식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유산균의 빈도가 낮다. 자연분만 신생아가 대량의 유산균에 노출되는 것과 달리 제왕절개 신생아는 병원성미생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신생아의 성장에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생아 관련 미생물을 연구해온 마리아 도밍게즈-벨로 박사는 자연분만 생쥐와 제왕절개 생쥐의 몸무게 변화를 15주간 비교했다. 놀랍게도 제왕절개 생쥐의 몸무게가 평균 33% 더 나갔으며, 암컷에서 그 차가 훨씬 컸다. 이외에도 자연분만에 비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감염증을 비롯한 면역질환, 대사성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았으며, 알레르기 질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자폐증, 셀리악병, 당뇨병 발병률에서 2배에서 많게는 5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할 수 있다. 제왕절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보편화되면서 산부인과에서는 제왕절개하는 어머니의 질내에 무균 거즈를 넣었다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질내에 넣어두었던 거즈로 아기의 입, 코, 피부 등을 닦아 질내 미생물을 피폭시킨다. 적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을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로 바꾸어내는, 신생아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 인간은 이처럼 태어나자마자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과 적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내 몸에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만 존재한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오타(미생물집단) 대부분은 소화관에 자리하며, 소화관에는 우리 몸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한다. 유익균은 먼저 소화관의 자연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유해균에 대한 방어력을 높인다. 그리고 유해균을 제어한 유익균은 이른바 ‘획득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유해균이 존재해야 유익균의 면역 기능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아즈텍 원주민들이 새로운 유해균에 속절없이 쓰러진 과정과 연결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해균은 “백신”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익균이 우위이면서 유해균과 중간균이 포함된 다양성 높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소, 육류 등을 고루 섭취해야 하며,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 육식 위주의 음식물 섭취, 스트레스 노출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수와 종류를 감소시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친구들하고만 살아갈 수는 없는 사회다.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 체계도 인간살이와 유사하다. 몸 안에, 특히 장내 균의 다양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장마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장마철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소걸음이다. 도의 우기 안전사고 예방 현장점검 결과도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잠시 주춤했던 장마가 다시 시작됐다. 제주도 부근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내륙으로 북상해 수도권에 최고 150㎜가 넘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우선순위를 정해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철저한 예찰 활동과 비상 대피 시스템도 재점검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현재 경기도 내 반지하 주택 4588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대상 중 약 45%가량이 미설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방지시설은 빗물이 대문·창문 등을 통해 주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과 빗물이 우수관에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류 방지기’가 있다. 이 시설은 반지하 주택의 침수 속도를 효과적으로 지연시켜 거주자가 방어 및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더딘 주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도의 대책에 따라 각 시·군은 관련 사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설치를 진행 중인데,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재고 물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절을 타는 품목인 만큼, 업체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업체들이 수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복수의 지자체와 계약을 맺는 것도 물품 확보를 어렵게 해 정상적인 공정에 차질을 빚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이 200만 원 한도이기 때문에 이를 초과할 경우 집주인이 자부담해야 하는 부분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한 비슷한 내용의 사업도 집주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해 지체된 사례가 있다. 일부 시·군 현장에선 경기도의 재난관리기금(도비 50%, 시·군비 50% 비율) 배분 절차가 늦어져 6월 중순부터 실질적인 작업에 돌입하는 등 시간이 촉박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편, 경기도가 우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5월 22일~6월 14일 공사가 진행 중인 택지 및 공공주택지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적사항 100건을 적발했다. 점검 대상은 평택 고덕 국제화 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7곳과 수원 당수지구 등 공공주택지구 22곳 등 총 29개 사업지구다. 지적사항은 구체적으로 배수시설 관리 미흡 45건, 절·성토 구간 사면 보호조치 미흡 23건, 근로자 휴게공간 미설치 6건, 기타 26건 등이다. 최근 60년의 시간당 강수량을 보면 강한 강수 발생 빈도, 즉 집중호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해는 장마 기간인 7월 말까지 집중호우가 있고 이후로 폭염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8월에도 계속 국지성 폭우 등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연된 장마철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방지시설 완비와 함께 철저한 예찰과 감시를 통한 적기 피난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비상 경고시스템 완비 등 철두철미한 준비로 길고 혹독한 장마와 폭우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