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지는 계절 6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그간 억눌린 야외 활동이 엔데믹을 맞아 도심 곳곳에서 지역축제 등 각종 행사로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도에서는 안전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등 안전의 중요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개소에서 1,129건의 축제가 열릴 예정이며 그중 대부분이 봄철(3월~4월) 및 가을철(9월~11월)에 개최된다. 올해 지역축제는 2022년도 개최 현황 대비 20% 증가된 규모로 도내 시·군·구에서는 안전관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인파가 집중되는 행사장의 경우 잠재적 위험요소가 있어, 행사 주최자뿐만 아니라 참가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편리함을 강조하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안심하며 축제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행사장에 따른 안전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안전사고는 본인과 관계없는 일처럼 느끼기 때문에 상식적이면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종 축제 참가 시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내 불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한 대피 절차, 구급 및 응급 처치 방법 등 안전에 대한 지침을 숙지해야 한다. 또한 행사장 안전 규칙을 주위 참가자들에게도 알려 준수하도록 강조하여 안전한 축제를 만드는 데 함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첫째, 산수유꽃, 산나물 축제 등 산악지역에서 축제가 개최되는 경우 갑작스러운 기상변화에 대비하여 보온이나 우비 등의 준비를 하도록 한다. 안전한 대피공간을 확인해 두고 어두워지기 전에 반드시 산에서 내려오도록 하며 산에서는 시야가 좁고 정보수집이 어려우므로 행사장 안내도를 반드시 소지한다. 둘째, 불을 이용한 불꽃축제 등의 지역에서 축제가 개최되는 경우 큰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유아의 경우 데리고 오지 않으며, 불꽃의 발사 장소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모나 보호안경 등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방화선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구경하도록 한다. 셋째, 실내 행사장 또는 행사장내 입장 시 뛰거나 앞사람을 밀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걸어서 입장하도록 하며, 안전관리요원의 안내를 받아 줄을 서서 이동통로와 출입문을 이용하여 이동하도록 한다. 또 출입통제 구역이나 안전선 밖으로 다니지 않으며 큰 조형물이나 뜨거운 조명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하고,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복잡한 인파 속으로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넷째, 많은 인파 속에 미아가 발생할 수 있으니 어린이 안전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행사 운영진, 시설운영자 등이 안내하는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을 꼭 알아두도록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지장을 주는 행동을 금한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지역축제 행사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은 행정기관의 노력뿐만 아니라 축제 참가자들에게도 모두 중요한 책임이다. 성숙한 안전의식으로 내 주변을 스스로 점검하고 관심을 갖으며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도 경기도는 도민 모두가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전수칙 홍보를 통해 행사 참여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며, 사전 유관기관 합동점검을 통해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경기도와 도내 시·군이 관리하는 C등급 교량 766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무려 84%에 해당하는 642곳이 보수·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심각한 소식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성남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교량 안전에 관한 지역민의 우려가 깊다. 부실한 안전 점검 시스템을 혁신하고, 부실 교량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보수·보강 공사가 시행돼야 한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의 건의대로 시·군 관통 교량 관리 일원화도 시급한 과제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비극적인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관련 전문가, 전문진단업체, 공무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군과 합동해 실시한 긴급 점검 결과 드러난 보수·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599곳은 올해 안에 보수·보강을 추진한다. 추가 정밀안전점..
EBS가 ‘다큐멘터리K 대학혁신’이라는 타이틀의 5부작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혁신의 과제와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복기해주었다. 5월 17일 방영된 1부 ‘왜 대학은 달라져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채용이 대학을 바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1일의 ‘대학, 창업의 중심이 되다’로 막을 내렸다. 1부에서는 대학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로 자퇴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수들이 수업을 부실하게 해 등록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와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혁신과 융합형 교육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제기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 의제로 다루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틀 안에 가두어 두고 창의력을..
쉰 살이 되면 인생에서 쉰내가 나는 것인가? 했었다. 쉰 살이 지나고 정년 한 지도 십 수년이 되었다. 우주적인 고독을 안고 홀로그리움과 두려움에 서서히 길들여지는 것일까.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했다. 처신에 있어서도 멧돼지처럼 대담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며 삼갔다. 이 세상 ‘천재는 99%의 노력과 1% 재능이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능력과 노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닦달하며 빈 틈 없이 살았다. 정다운 부모, 한 사람의 친형제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걸었다. 이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개그 같이 성공은 ‘1%의 재능에 99%의 돈과 백으로 얻어진다.’는 말을 긍정하며 허허 허! 하고 웃는다. 새벽 다섯 시 반, 인간의 체온을 느끼지 못한 채 잠에서 깨어나면서 ‘오늘은 또? …’ 하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물원..
경기도가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도의 경계선 지능인 프로그램은 나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종합 심리검사, 맞춤형 학습프로그램, 문화 예술 체험, 직업 체험, 가족 상담·힐링 프로그램, 자조 모임 지원 등 12개다. 지난 5월에 공모로 선정된 화성 꿈이룸, 고양 아·루다, 오산남부종합사회복지관 등 3곳에서 이달 30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만 13세 이상을 우선 선발한다고 한다. 경계선 지능인은 표준화된 지능검사에서 지능지수가 70~85 사이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 경계선지능인은 7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인구의 13%가 넘는 것이다. 지적·인지·학습 능력 등의 부족으로 학습, 또래 관계, 일상생활, 사회적응 등이 어려워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을 지적장애인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지능지수..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알게 혹은 모르게 정부가 부과하는 여러가지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월급에서 떼는 근로소득세, 외식비과 쇼핑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비 생활에 포함되는 부가가치세, 집 살 때 취득세, 팔 때 양도소득세, 술 마실 때 주세, 담배 필 때 담배소비세 등등. 이렇게 정부는 국가 구성원들의 경제 행위를 샅샅이(?) 살피고 세금을 부과해서 국가 재정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전체적인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가끔 언론 지상을 통해 올해 정부 예산규모가 얼마라는 정도의 막연한 이야기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내는 세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구성이 되는지 국세 통계를 통해 알아보자. 지난 3월말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세수가 384조여원으로 전년 대비..
KBS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한전이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 온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하자, 사흘 뒤 김의철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발표가 있자, 조선일보는 ‘KBS 수신료, 전기료와 분리 징수한다’고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수신료는 사실상 국민세금···국민 불편 호소 반영’이라는 대통령실 입장만을 부각시켰다. 중앙은 ‘대통령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개혁 신호탄?’이란 스트레이트 기사와 ‘대통령실 “KBS 수신료 통합징수, 국민 찬성 0.5%뿐”'이라는 제목으로 해설기사를 내보냈다. 두 신문은 분리징수가 ’개혁‘인지 ’개악‘인지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동아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의혹으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지난 5월 14일 쇄신의총을 개최했다. 6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 직후 쇄신결의안을 발표했다.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인 반성과 본격적인 쇄신에 나설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며 사뭇 비장한 어조로 시작된 결의문은 당내 온정주의를 끊어내고, 혁신기구를 설치해서 근본적인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제시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6월 5일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으나 여론의 질타로 9시간 만에 사퇴하는 촌극이 연출됐다. 이력서와 SNS만 살펴봐도 거대 야당의 혁신위원장을 맡기에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검증부실 때문이 아니다. 민주당 시스템에 드리워저 있는 무능과 무책임이 원인이었다. 혁신의 첫단추가 혁신의 실패를 예고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특권과 기득권에 기반한 온정주의는 오히려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친명 반명이 보이지 않는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대표적인 반명 의원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라는 정당 내의 일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않은가 판단”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 친명 인사들은 언론과 접촉하며 한동훈 장관의 국회발언이 의원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보기에 민망한 변명일 뿐이다. 많지는 않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도 지금의 모습으로 허비한다면 다음 총선은 야당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치러지는 헌정사 최초의 총선이 될 수도 있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우선 5월 14일 쇄신의총에서 결의한데로 근본적인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진짜 본질은 국민과 민생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윤석렬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을 회상해 보기 바란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국회 제1당의 지위를 가지고도 국민이 아닌 자기 보호만을 위해 분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항변하는 것처럼 야당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칼춤과 법무부장관의 고약한 말춤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의 막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천막당사, 2016년 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당 전체가 통열한 반성 끝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수천 년 전부터 자생 또는 타생으로 암약해온 스파이는 한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이 만고불변의 법칙 아닌 법칙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도 형태를 달리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보가 그만큼 중요한 때문이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부식해온 ‘러시아 스파이망’이나, 남한을 전복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남한 내 간첩 부식하기’는 생생한 사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간첩망 조직과 가동은 푸틴이 가장 믿는 FSB가 맡았다. FSB는 2021년 7월 경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을 준비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FSB 제5총국이 전담하고 담당요원도 20명에서 200여명으로 대폭 증원했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선호하는 수법은, 직파 요원들을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고참 첩보원을 포섭하여 자체 첩보망을 가동하는 것이었다. 정치· 경제 분야 고위직을 주 포섭대상으로 삼는다. 일종의 ‘거짓 깃발 포섭 형태’인데, 포섭된 협조자들은 자신의 나라 관료를 대신해서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믿는다. 우크라이나의 여러 고관대작들과 정치인들은 수십 년에 걸쳐 러시아 특수기관과 연계하여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인민대표인 안드리이 데르카츠흐(Andriy Derkach)가 대표적으로, 러시아 앞잡이를 선도했다. 부친은 KGB 고위 간부출신으로 수 년 동안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SBU 책임자였다. 데르카츠흐는 우크라이나와 미국과의 관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영향공작에 참여하면서 러시아 첩보원임이 처음 노출되었다. 또 다른 고위직 간첩은 우크라이나 보안기관 SBU 책임자였던 쿨리니츠흐(Kulinich)다. 국가기밀 데이터를 러시아 정보기관에 넘겨주는 한편 우크라이나 고위층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협조자를 포섭한데 이어, 러시아의 남부 우크라이나 점령에 일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의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준비에 관한 정보 수집활동에 딴지를 걸었다. 한편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보요원들은 우크라이나 내부 불안정을 기도했다. 작은 불씨가 생기면 시위를 촉발하여 우크라이나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불안하게 하고, 필요시 친우크라이나 조직과의 폭력적 대결도 불사했다. 한 예가 ‘생명을 건 애국자들’이란 친러시아 단체로서 러시아 정보기관들의 다양한 임무를 조력했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스파이망의 활동은 우리나라 민노총 등 일부 진보단체의 친북적인 행동과 흡사한 점이 많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 등 4명이 북한에서 받은 지령문 90건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책동과 쌍둥이처럼 빼닮았다. 화물연대의 불법파업 시 “각급 단체들과 경제전문가들을 내세워 ‘업무개시명령’의 불법성을 낱낱이 파헤쳐라(12월 17일)” 등이 그것이다. 합법으로 포장하여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고위층을 포섭하여 그 조직 전체를 하나의 간첩망으로 몰아가서 조직 내 추종자들을 자신도 모르게 반국가 활동에 가담하게 하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 동조자를 심어 도시혁명을 일으키려고 한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론이 부활하는 상황이다. 안보의식 약화와 친북행동은 언젠가 남한을 피로 물들게 하는 비극적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국민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그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의 일부다. 이 다리는 파리 15구에 실제로 도도히 서 있다. 작자 기욤 아폴리네르. 그의 진짜 이름은 기욤 아폴리 나리 드 코스트로비츠키(Guillaume Apollinaris de Kostrowitzky). 1880년 러시아 제국의 폴란드신민으로 로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폴란드의 귀족 여인이지만 아버지는 누군지 모른다. 그는 대학도 가지 않은 괴짜다. 대학입학시험에 한 번 떨어지자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다. 교과서적인 공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직장으로 독일 귀족의 가정교사가 됐다. 그 집의 젊은 가정부를 사랑해 추근거렸지만 거절당했다. 실연의 고통을 어쩌지 못한 스무 살 청춘은 시로 발설했다. 이어 르뷔블랑슈에 ‘레레지아르크’라는 콩트를 발표했다. 이때 기욤 아폴리네르라는 사인을 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아폴리네르는 프랑스군에 참가하길 원해 프랑스 귀화를 결정했다. 미라보다리 외에 ‘알코올’, ‘칼리그람’, ‘시인의 죽음’, ‘루에게 보낸 편지’ 등 수많은 수작을 쓴 아폴리네르는 아방가르드 예술을 지지했고 큐비즘(입체파)과 초현실주의 대표자였다. 이 천재시인이 시적 영감과 감성을 단련한 곳은 프랑스 남녘 코트다쥐르(Côte d'Azur)였다. 유년기 그는 카프다일(Cap d'Ail)의 바위틈에서 친구들과 함께 억센 사투리로 떠들며 성게와 낙지를 잡았다. 이 유년의 추억을 그는 첫 작품들에서 떠올렸다. 요절한 아폴리네르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이때였을까. 그는 모든 작품에 코트다쥐르를 감초처럼 등장시켰다. 피카소는 파리에서 아폴리네르를 처음 만났을 때 남쪽 억양이 심했다고 말했다. 아폴리네르는 코트다쥐르 중 니스와 인연이 깊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두개골 수술을 받은 곳도, 스페인 감기로 1918년 죽은 곳도, 사랑하는 여인들 루와 마들렌을 만난 곳도 니스였다. 하지만 그의 에로틱한 정서를 한껏 자극한건 이보다 군침 돌게 하는 남녘의 음식이었다. 아폴리네르는 먹보였다. 그는 언제나 음식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니스의 ‘다부토(Da Bouttau)’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후에 연인이 된 루(LOU)를 만났다. 죽기 직전 아폴리네르는 니스의 한 요리사에게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앙드레, 내 대신 니스에 안부 전해주게. 팔리콘 지하식당에서 다혈질들(친구들)과 다부토 스튜를 먹고 마르셰의 피살리데르(피자의 일종)를 맛보는 것을 잊지 말게.” 세기 말의 코트다쥐르는 범세계적이고 생동적인 그리고 상쾌한 풍경 속 거리였다. 빛나고 태평스런 유럽을 재창조한 심장. 그곳은 오늘도 변함없이 눈이 시리게 파란 물결과 풍미로 우리를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