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 19일자 1면 ‘사이렌 민원 넣겠다, 소방 발목 잡는 악성 민원’ 제하의 기사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면서 이처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경기신문에 따르면 최근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하동 및 장안구 연무동, 상광교동, 하광교동 등을 담당하는 수원시 광교 이의119안전센터에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는 항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인근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다. 이에 소방 측은 지난달 민원인 대상으로 관련 간담회를 열고 협의에 나섰고 일부 구간에서 사이렌 소리를 줄이는 것으로 협의됐다. 신도시 주민 약 12만 명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유일한 소방 시설인 이의119안전센터 관할 지역에는 영동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신분당선 등이 교차하고 있고, 광교산, 저수지 등도 있어 센터 직원들은 항상 안전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마 전에도 길에서 쓰러진 노인이 긴급 출동한 이의소방센터 119 대원들에 의해 생명을 건지기도 했다. 그런데 생명을 구하기 위한 출동사이렌 소리를 일부 시민들은 소음공해라며 항의한 것이다. 소방서와 파출소 등은 안전·치안 필수시설이다. 그럼에도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7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금천구는 금천소방서를 건립하고자 했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반대했다. 소음 공해와 집값 하락 등이 이유였다. 이보다 앞서 2015년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치지구대 건축이 인근 아파트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2017년 부산의 한 병원 측에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때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 SNS에는 “내 가족이 응급한 상황에서 병원을 가기 위해 신고하면 달려와 병원으로 이송해 준다면 소음이 아니라 고마운 소리 아닌가. 사이렌을 끄고 소리를 줄여 달리다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 "전쟁 났을 때 총과 대포도 이왕이면 시끄럽지 않게 소리 안 나는 것으로 조용하게 전쟁해달라고 할 사람들”이라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의료처치를 담당하는 닥터헬기의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이의119안전센터에 사이렌 소리 민원이 들어왔다는 보도를 접한 주민들의 반응을 보자. “저 동네는 무슨 일이 있어도 119 전화하지마라 진짜.”라며 흥분한 주민도 있었지만 “같은 광교주민으로서 부끄럽네요. 소방서와 소방관, 병원과 헬기 등 모두 없어선 안 될 존재들이에요” “극소수 악성민원이 있는 것 같네요. 광교주민 다수의 생각은 아닙니다.”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희귀 난치성 환자로 119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수원 광교주민은 소방관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컵라면 20박스를 기증했다. 기부자는 편지를 통해 “일부 격한 행동에 상처받지 마시고 다수의 시민이 소방관을 응원하며, 도움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소방활동 소음관련 민원이 제기돼도 지휘부는 일선 소방관들의 역할과 사기를 지키고자 강경히 대응해야 한다”는 황선우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경기본부 위원장의 말에 동의한다.
장마인가, 우기인가. 기후 변화에 의해 장마철이 점점 길어지고, 특히 올해는 예년 장마철의 세 배에 달하는 강우량에 역대급 폭우가 이어지자 500여 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여름철 열대·아열대 지역의 나라에서 3~6개월 동안 많은 비가 집중되는 시기 ‘우기’는 이제 한국의 여름을 표현하는 용어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식물처럼 환기해주지 않으면 시들해진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활동 증가로 질병에 노출되고 낮은 일조량과 높은 습도로 인한 체내 호르몬 변화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강해지며 활동량 저하로 무기력감도 짙어진다. 비 오는 날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건강은 위태로워진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문 이 여름, 어디로 떠나야 할까. 마이크로투어리즘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 관광지 대신 집에서 1~..
현 정부 들어서서 그동안 거리가 있던 미군의 핵잠수함들이 속속 국내에 들어와 군사 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달 재래식 순항미사일 장착의 핵잠수함인 미시간함(SSGN-727)에 이어, 7월 18일에는 핵탄두 탑재의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인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에 입항했다. SSBN이 기항한 것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이는 지난 4월 한미 두 대통령의 회동 후 있었던 ‘워싱톤 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며”라는 표현에 있듯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위해 남한을 미국의 핵 전초 기지로 강화하는 내용의 선언문에는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란 표현이 명시되어 있다. SSBN은..
요즘 경기북부지역을 포함한 접경지역 곳곳에는 평화경제특구법 제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많이 보인다. 오랫동안 논의만 되던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이 올해 6월 13일 제정돼 12월 14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6월 9일 제정돼 7월 10일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홍보성 현수막 또한 많다. 평화경제특구(통일부 주관)와 기회발전특구(산업통상부 주관) 모두 접경지역 지원정책의 하나로 도입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접경지역 정책인 두 개 특구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후속조치이다. 우선 평화경제특구가 활성화되고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남북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국내적 상황뿐만아니라 국제적 상황도..
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사람들이 남긴 지위를 부러워하며, 누군가가 벌써 그 자리에 앉았는지, 또 누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 그런 것만 알고 싶어 안달할 뿐이다. (라 브뤼에르) ‘이 자식들은 내 것이다. 이 재산은 내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자신이 이미 그의 것이 아닌데 어찌 자식과 재산이 그의 것일 수 있으랴. (부처)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이 곡식을 쌓아 둘 곳이 부족하니 창고를 더 크게 넓혀야지.’ 생각하면서 그 영혼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이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고 하셨다. (예수) 지금 당장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남겨진 시간을 뜻밖의 선물로 생각하고 살아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 커뮤니케이션 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을 설득하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주변의 다수가 선택하는 방식을 살핀다는 거다. 당신도 경험이 있으실 거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켜졌는데도, 사람들이 우르르 길을 건너면 자기도 모르게 차도에 발을 내딛은 적이.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어구도 유사한 심리적 기저에서 나온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도 여럿이 한 목소리로 우기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거다. 일종의 어거지 수법인데, 나는 이걸 가장 열심히 활용하는 정치세력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실업급여’ 폐지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7월 12일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위장이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를 운운한 것이다. 그는 공청회 후 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의 80%인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실업(失業)은 노동하려는 뜻과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실업급여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직장 잃은 노동자들이 적절한 취업 대상을 찾을 때까지 최소 생계비용을 지원하는 거다. 그러니 위의 발언은 이 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기초 개념조차 모르는 무지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실업급여는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다. 사회보험으로서 고용보험을 의무 가입하여 일정기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이 낸 보험료에다 고용주 부담금을 (고용보험기금을 기반으로 해서)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이 기본적 사실관계를 완전히 혹은 의도적으로 본말전도한 것이다. 2. 심지어 해당 공청회에서는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이... 실업급여 받는 기간에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대상을 갈라치기 하고 타자화시키는 악의적 선동이다. 취업난과 해고의 2중고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로서 청년과 여성을 꼭 집어 ‘도덕적으로 해이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권 핵심은 외교, 경제, 정치적 차원에서 미국조차 두려워하는 대중국 디커플링을 과감히 추진 중이다. 내생적 경제 변수에 더하여 불황의 공포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거기에다 현 정권 들어 신자유주의적 고용 구조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 실업의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실업급여의 안전판과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임금생활자는 극소수라는 뜻이다. 나도 30대 시절, IMF 구제금융 사태에 휩쓸려 두세 달 실업급여를 탄 기억이 있다. 그때의 우울함과 불안함은 평생을 두고 영혼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처럼 실업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인간에게 노동은 단순한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존재적 자존감을 유지시키는 핵심 전제이기 때문이다. 직업이란 것은 사회적 자아에 대한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청회에서 고용노동청 담당자는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웃으면서 방문한다.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은 드물다.”고 말했다. 경제적, 개인적 궁지에 몰린 약자에 대한 왜곡이고 모욕이다. 역지사지라 했으니, 해당 공무원이 한번 실직을 경험해보시기 권한다. 과연 웃음이 나오는지 밝은 얼굴로 집 근처 고용센터 방문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3. 폭우 재해로 전국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억에도 생생하다. 지난 해 8월 서울에도 수해가 덮쳤다. 빗물이 넘쳐들어 세 사람이 숨진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근데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같은 해 10월에 백 오십 구 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현장을 둘러보면서는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나는 재난현장에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타인의 비극을 아파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모든 발언이 국외자요 구경꾼의 시각이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시럽급여’ 논란을 보면서 이 정권의 사람들이 왜 상식을 벗어나는 저런 행동과 발언을 버젓이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렸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의 태도는 그렇게 영향력이 크다. 권력 최상부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무하다 보니 아래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번져간 것은 아닌가. 이번 시럽급여 파문은 정부여당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근본적 관점과 직결되는 사건이다. 약하고 다친 구성원들의 처지에 대한 무신경을 넘어 그것을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정권의 핵심들이 기본적으로, 보통 사람의 삶과 유리된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감각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다. 윤석열 정권을 부르는 평가가 다양하다. 극우적이다, 한 줌의 검사집단이 모든 권력핵심을 장악한 검찰공화국이다 등등. 하지만 나는 이 정권을 비인간의 정권으로 부르고 싶다.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에 극히 둔감한, 비정한 집단인 것이다.
“기회의 새 물결이 강물처럼 넘치는 ‘기회수도 경기’를 만들겠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도정방침은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사회’ 실현을 위한 것이다. 김지사는 지난 달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15개 핵심분야, 30개 중점과제의 본격 추진을 약속했다. 지난 1년 경기도에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면서 이제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기회의 꽃’을 피울 차례”라고 말했다. 김지사의 ‘기회수도’ 정책 가운데 ‘장애인 기회소득’이란 것이 있다. 도의 설명에 따르면 ‘기회소득’은 생산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내지만,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경기도형 복지제도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7월은 사업자들이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는 달이다. 부가가치세법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기와 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을 두고 있는데, 각각의 과세기간에 대해 종료 후 다음 달 25일까지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7월 25일은 1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납부 기한이 되고 다음해 1월 25일은 2기분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일부 개인사업자들과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사업자들에게는 4월과 10월에도 분기별로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의무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부가가치세를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는 세금이라고 할까? 일반인들에게 부가가치세는 대부분의 소비행위에 일률적으로 부과되어 가격에 포함하여 거래징수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이를 ‘담세자’라고 한다)과 국가에 직접 납부를 하는 사람(이를 ‘납세자’라고 한다)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제조 또는 도매, 건설 등과 같은 사업자들 간의 거래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수수하고 차액을 정산하여 국가에 납부해야 하므로 부가가치세에 대한 거래 당사자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만, 최종 소비행위에서는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속에 포함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세금에 대한 지식이 출중하고 늘 세금에 대해 늘 깨어 있는 호모 택스노미쿠스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외식비나 쇼핑 금액을 결제할 때 지불하는 가격만 인식할 뿐 그 속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별도로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물론 신용카드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가 구분 표시되어 있기는 하다.) 이래서 부가가치세를 모르는 사이에 내는 세금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행위에 대해서 부과되는 세금이므로 최종소비자가 아닌 모든 단계의 거래 당사자는 실질적으로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없다. 예를 들면 해수욕장 인근에서 수영복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 판매할 수영복을 매입할 때 생산자에게 매입대금의 10%를 별도로 지불하고, 소비자들에게 수영복을 판매할 때 수영복 가격의 10%를 수영복 대금에 포함하여 징수한다. 이후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때 이 사업자는 소비자로부터 징수한 판매대금의 10%와 본인이 부담한 매입대금의 10% 차액을 국가에 납부함으로써 부가가치세 업무가 마무리된다. 따라서 본인이 부담한 부가가치세는 전혀 없으며 이러한 거래 구조를 전문용어로는 전단계 매입세액 공제라고 한다. 대부분의 세금에 비과세와 감면규정이 있듯이 부가가치세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는데 면세와 영세율 규정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면세 규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자. 지금부터는 다소 난해하고 복잡한 이야기 일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고… 부가가치세의 면세 제도는 저소득층의 상대적 세부담 완화, 특정 분야의 소비 장려 그리고 과세가 부적합한 생산요소에 관련된 재화 및 용역과 같은 사회 정책적 또는 경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런 사유들에서 수도물, 시내버스, 의료비, 서적, 가공되지 않은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의 면세제도는 납세의무자인 공급자의 측면에서 보면 조세감면 혜택이 아니라, 공급되는 재화와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판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제한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면세 제도는 부분 면세라고도 하는데,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징수 및 납부는 면제하되, 그 면제되는 재화 등을 공급받을 때 부담한 세액(매입세액)은 공제 또는 환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면세사업자는 본인이 매입단계에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만큼을 대부분 제품 가격에 전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매입단계의 부가가치세만큼은 누군가(대부분은 소비자) 조세부담을 안게 되는 부분 면세 제도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점점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 더 쉽게 설명드리지 못해 양해 말씀을 드리며 독자 제위들께서 부디 부가가치세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미디어의 확장성이 다소 떨어져서 그렇긴 하지만 글로벌 OTT 중 하나인 애플TV +는 종종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는다. ‘파친코’가 대표적인데 요즘은 ‘사일로(SILO)’란 작품이 그렇다. 한국어 제목은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다. 제목을 이렇게 붙인 데는 사일로란 단어가 미국의 대평야 지대를 지나다 중간중간에 볼 수 있는 곡물형 창고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곡식과 목초를 쌓아 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뜻한다. 10부작 드라마인 이 작품에서 사일로는 144층의 수직형 지하 건물로 나온다. 바깥 세상은 차단됐으며 140년간 사람들은 외부로 나간 적이 없다. 외부세계는 극도의 대기오염으로 나가자마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사례를 목격한다. 사일로 안 시민들은 역사 이전과 역사 이후 혹은 반란 이전과 반란 이후로 구분하고 살도록 주입됐다. 사람들은 반란 세력이 책과 정보를 모두 불태워 사일로의 역사는 남아 있지 않다고 배우며 살아 간다. 모든 것에 통제 아닌 통제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신 허가제라는 것이다. 사일로 안의 모든 여성은 피임기구를 시술받고 임신 허가가 나오면 이 기구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임신도 허가제이지만 연애도 허가제이다. 게다가 144층의 지하 건물은 층층이 다른 계급과 계층으로 구분되며 맨 지하층은 기계부로 하층 노동자들이 살고 중간 층에는 의사와 같은 중산계층이, 위로 올라갈수록 법무부 같은 상층부가 살아 간다. 사람들은 별 불만없이 나름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데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말 바깥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죽게 되는 가. 사람들을 전부 사일로 안에 가둬 두는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드라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명백히 봉준호가 2013년에 만든 ‘설국열차’에 네덜란드 감독 폴 버호벤이 1989년에 내놓은 ‘토탈 리콜’의 설정을 뒤섞은 것이다. 통제사회의 극단적 미래형이 어떠한 계급사회를 만들어 내고 또 어떻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가를 보여 준다. 과거의 두 작품이 역작이었듯이 이번 ‘사일로’도 업데이트된 수작이다. 지배층의 강고한 억압과 (자본 및 노동의) 수탈이 사실 얼마 만큼 층층히 수직계열화 되어 있으며 그게 너무 세분화돼 있는 탓에 차라리 그 착취의 구조를 깨닫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계급사회를 만족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최면화, 가스 라이팅의 시스템이 너무 정교하다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불순한(우리로 말하면 반국가적인) 사고를 지닌 인간들은 연애나 임신조차 금지시켜 싹을 잘라 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발본색원이다. 어디서 많이 본 얘기이고 앞으로도 어디서 많이 듣게 될 애기가 아니겠는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도에서 주최한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철저히 국익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외국인은 받아들이고, 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은 내쫓는 이민정책을 펴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서 코웃음을 친 기억이 난다. 코웃음. 맞다 비웃음이다. 이민자를 받아 들이겠다는 나라가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쟁을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을 금지하자는 쪽에 법무장관의 무게중심이 실려 있지는 않던가. 그런데 이민자를 늘린다고?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면 받아 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추방하겠다는 다소 무차별적, 선택적 사고에도 오싹한 느낌을 받는다. 아 사일로를 만들겠다는 뜻이구나, 꼬리칸과 황금칸이 있는 열차나 144층짜리 계급의 건물을 짓겠다는 얘기이구나 싶었다. 영화는 반란군이나 저항세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어김없이 핍박받는다. 결국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의 뜻이 어느 정도 관철된다. 근데 그 과정이 참으로 피곤하고 참혹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일부 사람들이 상황을 꼭 그렇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배우면 시행착오가 좀 줄지 않을까. 그냥 너무 한가한 얘기가 되는 것일까. KBS 수신료 분리 징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떠올려졌다. 그 작품에서 주인공 덴고의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이다. 그는 NHK 수신료 징수원인데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은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다. 사회의 스트레스 수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이 시행령 안을 통과시킨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1Q84』를 읽기나 했을까. 무식하고 한심한지고. 그리도 영화와 책에서 좀 배우라 했거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재해 네트워크’의 기능과 성과에 관한 관심이 높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도 산업안전 체계 구축’ 사업 중 하나인 ‘산업재해 네트워크’는 관련 부서별 상황 공유와 일원화된 대응체계를 통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일은 아무리 많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소중한 과업이다. ‘산업재해 네트워크’ 구축이 경기도의 ‘산재 사망자 전국 최다’라는 오명을 씻을 계기를 마련해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도는 오는 9월 ‘(가칭) 제조·서비스 분야 산재 예방 협의체’ 출범을 통해 산업안전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경기도 산업안전 체계구축’을 근거로 지난 4월 마련한 대응체계의 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