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안양, 군포, 의왕 등 4개시의 숙원인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4월 21일 4개시가 자발적 연계와 협력을 통해 신청한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예정지 지정을 산림청이 승인했기 때문이다. 지방정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가 조성하는 정원이다. 도내에는 양평 세미원이 있다. 지난 5일엔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현안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안양천 햇살광장, 튤립조성지, 광명찬빛광장 등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 예정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방정원조성계획 승인 등 행정적 절차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염부지사는 원활한 지방정원 조성을 위한 경기도 차원에서의 최대한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총길이 35.1㎞인 안양천은 의왕시 청계산에서 발원, 백..
철학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는 책에서 ‘문화적 피로(Cultural Fatigue)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에 표를 줘야 할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런 피로가 선거 때마다 계속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사회학자들은 ‘정치에 대한 실망’이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더 정확하게 말해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라고 표현한다.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2023년 유엔 산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가 발행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매긴 행복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57위이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이스라엘, 5위 네덜란드, 15위 미국, 47위 일본, 58위 그리스, 64위 중국, 최하위 137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나를 대신하여 일해 줄 정치인을 뽑는 선거를 한다. 그러나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지역에 규모가 큰 유치원 2개가 폐업하고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어떤 지역은 어렸을 적 다녔던 초등학교가 노인병원으로 바뀌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에 800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다른 과로 탈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런 추세라면 인구절벽은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세대가 불행한 나라이다.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청년정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2030세대뿐만 아니라 IMF 시대를 건넌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인 4050세대들이 느끼는 정치적 소외감도 상당하다. 정치란 어느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올해 6.10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이했다. 대통령 직접선거라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얻어냈지만 우리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민주주의는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말하는 정치혁신과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의 내용과 지향점이 다른 것 같다. 기득권 1%를 위한 정치가 아닌 99% 서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혁신의 본질은 정치인들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정치, 이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는 제도로 혁신하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적 피로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 시선으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민주주의의 모든 권력과 어리석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진짜 권력은 바로 나, 우리 모두에게 있다.
경북도의회는 의석수 58:2:1로 국민의힘이 절대다수인 광역의회이다. 12일 경북도의회는 독도에서 열기로 한 본회의를 취소했다. 애초 채택하기로 했던 독도수호결의안 채택마저 무산시켰다. 이에 배한철 경북도의회의장은 "지금은 한미일이 공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독도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한일관계가 잘 풀려나가는데 독도수호결의안을 굳이 채택할 필요가 있느냐"고 밝혔다. 불과 2개월 전 4월, 배한철의장은 성명을 통해 "일본이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는 행태를 270만 도민과 함께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본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진정한 반성의 자세로 양국의 협력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알다시피 경북도의회는 경북 울릉군의 부속섬인 독도를 두고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대마도 실지회복을 위한 촉구결의안’까지 추진했던 전력이 있다. 때문에 경북도의회에는 ‘독도수호특별위원회’가 따로 구성되어있기까지 하다. 그런 입장이 두 달 만에 뒤집혔다. ‘쪽’팔리는 노릇이다. 경북도의회의 입장전환이 뭐그리 큰 의미이겠는가? 대통령이 나서서 강제징용배상문제를 우리 기업 돈걷어서 해결해주는 것으로 ‘퉁’쳐버렸는데, 욱일기를 버젓이 건채 일본군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또 그걸 국민들이 기분나빠할까 언론은 욱일기를 일러 ‘햇살무늬 자위함기’라 이쁜 애칭으로 불러주는 시절인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국무총리가 먼저 나서서 마실 수 있다고 설레발을 치는 상황에서 경북도의회가 뭐하러 독도까지 가서 ‘우리 땅’이라고 멋쩍게 떠들고 싶겠냐고. 집권여당에서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타박 받을게 뻔한데 접어야지. 이해한다. 나는 현 정권이 동해에서 소용돌이치던 동북아시아의 해류를 한미일동맹이란 목표를 위해 극단적으로 친일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단, 그 선택은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세계사적 전환의 시기에 우리의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설때만 가능하다. 이런 헤아림조차 없이 마냥 동맹국 미국의 중국봉쇄전략에 앞장선다면 대한민국에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조선도 명청교체기 광해군의 실리외교가 인조반정으로 무너지고 친명배금정책으로 전환한 결과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거덜나지 않았던가? 어느 길이 국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은 윤석열정권 1년이 지난 지금 역대급 무역적자와 경제난으로 선명하게 판가름 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장차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이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볼 때 그의 말은 크게 틀린 말이 없다. 속칭 “군대도, 인생도 줄이다”라는 말이 있다. 윤석열정권은 오로지 미국이라는 일진의 줄을 서야 흥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미일동맹에 올인하며 우리나라 무역의 30%를 차지하던 중국을 등졌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중국과의 외교는 '한‧중 관계 4불가 방침'통보로 이제 공식적 파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동북아시아가 폭풍전야에 처해있다. 군대서 줄을 잘못서면 군생활이 다소 고달플 뿐이지만 나라는 국민이 죽어나니 그게 문제다.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덕분에 소금값이 천정부지란다. 영문도 모르고 딸려가는 서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 등 일당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복사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고 했다가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다는 뉴스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대표 대기업 삼성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기술 유출 사범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국부(國富)의 핵심 비밀을 시적으로 팔아먹는 ‘칩 매국노’에 대해 사법부가 관대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엄중 처벌하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수원지검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몰래 빼내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던 삼성전자 전 상무·SK하이닉스 전 부사장 출신이자 국내 반도체 업계의 권위자인 피의자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범 6명도 불구속 기..
지난 8일 발표된 NBS(전국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6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2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8세에서 29세까지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20%, 더불어민주당 19% 그리고 지지 정당 없음이 53%였다. 30대의 경우, 국민의힘이 20%, 민주당이 23%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지지 정당 없음은 20대와 마찬가지로 53%였다. 다른 세대에 비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세대가 바로 2030 세대임이 입증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스윙보터 즉, 무당층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적극적 지지층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에 가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찍지만, 적극 지지층보다 숫적으로 훨씬 많은 스윙..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 표준모델 공유화 사업‘ 추진을 위해 동부케어 등 ’거점기관‘ 3곳을 선정했다. 동 사업은 ’거점기관‘이 우수한 사회서비스 모델을 개발·표준화하고 이를 공유받고자 하는 기관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각 ’공유기관‘은 일정한 품질의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거점-공유기관 간 상생을 위해 합리적인 가맹비를 정하고 상호 협의체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 등 가맹사업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가는 구조이다. 전통적인 가족 구성이 무너지고 고령화사회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한 이슈들이 지역공동체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서비스 통합과 고도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증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회서비스 모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민들이 전국 어디서나 고품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거점기관‘을 확대 지정해 가고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모델을 표준화·공유화함으로써 소규모의 영세한 ’공유기관‘(사회서비스 제공기관)까지도 적정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전문기관들이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통합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서비스 영역 간 정보교환이 쉬워지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다. 노인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사 등 사회서비스 제공인력 자격제도 간의 연계성과 인력 이동성 또한 높여가야 하며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요양보호사 인건비 또한 현실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제공인력과 제공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지원을 위해 ’사회서비스품질관리법‘ 제정이나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을 통해 제도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제도 개선은 물론 다양한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많은 중산층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사보험의 보험료 일부만이라도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다면 국민 최대 사망원인인 4대 암은 물론 4대 유사암, 여성 4대 암 등 많은 국민들이 보다 높은 보장성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시설요양서비스에 앞서 장기요양 통합재가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요양보호 대상 가족을 시설에 수용하는 방식의 시설요양서비스로는 성공한 사회서비스로 평가받기 어려우며, 효(孝) 사상에 기대어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에게 몇 시간 도움을 준다는 정도의 돌봄지원 정책만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노인 등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이 시설이 아닌 집에서 요양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됨으로써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후생활이 가능해진다. 요양 가족들이 일과 가정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정책지원을 통해 장기요양인들이 존엄케어와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마약 사범 폭증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초·중·고생 등 청소년 마약범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번 해보라는 꾐에 넘어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마약상 역할까지 맡은 범법 청소년까지 등장할 정도로 아이들 마약범죄는 심각하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 사범은 지난해 581명으로 2012년 38명에서 10년 만에 12.6배나 증가했다. 초·중·고등학교의 실효성 있는 ‘마약 예방 교육’ 강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 특히 어린 10대 마약 사범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치인 450명을 기록해 드러난 범죄만으로도 10년 전에..
지난달 국가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500미터에서 200미터로 축소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철회하라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와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회장 오덕만)의 성명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률안은 지난 달 김영진 국회의원(수원시병, 더불어민주)이 대표 발의했다. 현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지정문화재의 가치와 주변 환경 등을 고려, 그 외곽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정문화재가 도시지역 중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안에 위치한 경우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지정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200미터 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의원은 제안이유를 통해 “지정문화재가 도시지역에 위치한 경우..
“제2경춘국도 가평고 학습권 침해 총동문이 똘똘 뭉쳐 막아내자!” 가평읍 내에 최근 걸린 현수막이다. 이에 앞서 가평고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그리고 입학 예정학생과 예비학부모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 도로의 설계를 변경해달라는 탄원서 서명 활동을 시작했다. 가평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으로 설계된 현 노선은 공사 중은 물론 공사 후에도 소음 및 분진으로 학습권의 심각한 피해를 만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평고는 기숙사 운영고인데 도로는 기숙사 바로 옆을 지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학생들의 야간 자기주도학습 및 숙면도 방해받을 것이다. 가평고는 매년 실시되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장 운영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시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수능시험을 볼 때 소음이나 예기치..
단편 소설 '도둑맞은 가난'의 작가 박완서 선생이 살아 있다면 김남국 사태를 보고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자신의 시대에 있었던 특권층의 가난 코스프레는 코스프레로 명명하기조차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1975년에 발표된 소설은 부자들이 많은 걸 갖췄는데도 그것으로 부족해 가난까지 치장 품으로 두려는 세태를 비판한다. 미싱사인 화자는 도금 공장에 다니는 상훈과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동거에 들어간다. 그런데 상훈은 쥐꼬리만큼 월급을 받는 공장 노동자 답지 않다. 씀씀이가 헤픈 것이다. 미싱사는 상훈을 심하게 나무란다. 그러던 상훈은 한동안 잠적했다 나타나 자신을 대학생이자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소개한다. 가난을 경험해보라는 부모의 명에 따라 잠시 공장에 다녔다고 고백한다. 미싱사는 상훈의 말을 듣고 자신의 부모가 가난해지면서 부자에게 휘둘려 가족 네 명이 자살했던 절망보다 더한 절망을 느낀다. 그녀는 소설에서 백미로 꼽히는 혼잣말을 한다.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해 본 일이 없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이런 70년대의 가난 코스프레는 김남국의 명품화한 가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부잣집 아들이 밑바닥 삶을 경험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애교 수준인 까닭이다. 그런 체험은 한편으로는 장려해야 하는 일인 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회의원 김남국은 아예 자신을 가난한 사람으로 연출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가난을 내세워 후원금을 모으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상 화폐 사건으로 김남국의 가난은 새빨간 거짓으로 밝혀졌다. 수십억 원대, 1백억 원대 자산가가 아니고는 그의 투자 규모를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FIU(금융정보 분석원)이 검찰에 통보했겠는가. 돈세탁 방지 사정 조사 기관인 FIU가 의심이 되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경우는 고작 0.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김남국이 거액의 수상한 돈을 떡 주무르듯 했다는 방증이다. FIU라는 기구가 없었다면 정치인 김남국은 탄탄대로를 밟았을 게 뻔하다. 가난한 정치인이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불철주야 불사르는 진보적 정치인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인물의 등장 자체는 금권의 한국 정치사에서 초유의 대사건일 것이다. 뛰어난 현실 정치인이었던 김대중과 노무현을 간단하게 뛰어넘는. 부유층이 진보를 부르짖는 이른바 강남 좌파나 브라만 좌파, 리무진 리버럴과 김남국은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내세우지만 자신들을 가난한 자로 은폐한 적이 없는 반면에 김남국은 아예 자신을 가난한 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초선인 김남국이 각광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난을 명품으로 발명한 대가라면 대가인 셈이다. 우리 시대를 탈진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실과 진실보다는 거짓 프레임, 진영주의가 인간 뇌의 한계인 확증 편향을 노골화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국의 명품 가난은 그 눈부신 성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탈진실을 녹이는 백신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상비약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일이다. 의심이라는 백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