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開化期)에 우리가 만난 민주주의는 서양의 데모크라시(democracy)를 일본이 번역한 정치용어다. 먼저 해외 문물(文物)을 받아들인 그들의 노고의 결과인 것이다. 철학(哲學 philosophy) 과학(科學) 자아(自我 ego) 신문(新聞) 방송(放送) 등 개념어들의 ‘출생’의 내역과도 같다. ‘선거로 뽑은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는 제도’인 데모크라시는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가 됐다. 번역자(일본)는 멋을 좀 부려 민주주의(民主主義) 즉 시민(백성)이 주인인 제도라고 이름 매겼다. 비슷한 말 같지만 뉘앙스(어감)를, 그 차이를 살필 일이다. 우리 마음속 민주주의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데모크라시)에 대한 ‘뒤집어보기’겠다. 일부 신문이 정부발령 인사(人事)를 보며 ‘(모두) 윤심만 살피지 않겠나’고 지적한 것을 보고 ‘윤심민주주의’란 말을 떠올렸다. 정부 여당이 ‘윤심’만 좇는다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의 실체)는 ‘윤심’이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민주주의나 정의를 세우기 위해 피땀 바친 선각(先覺)들의 그 ‘민주주의’는 앞에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비로소 의미가 되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대적인 개념이었다. 지고(至高) 지선(至善)의 순수, 지하 시인이 ‘타는 목마름으로’ 외쳤던 것 같은 외골수 지향(志向) 그 민주주의... 원조(元祖)인 고대 그리스나 ‘혁명’의 프랑스, ‘두목’ 미국의 데모크라시는 어차피 우리의 본디가 아니었음을, 오늘 그들의 성품을 보며 내심 안도(安堵)한다. 허나 지금 우리 정치의 틀인 민주주의는 하릴없는 저 데모크라시일 터. 그렇지만 (우리도 그 중의 하나인) ‘시민’이 주인이라면, 그 시스템에게 내 세금을 경건하게 쓰는 정부(대표)를 주문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다. 가령, 윤심민주주의의 저 ‘윤심’은 저출산의 빤한 앞날, 그 파멸(破滅)도 너끈히 보고 있으리라. 나라가 없어지는 판이니 모두들 잠을 설치며 걱정하고 함께 살길을 궁리하겠지. 그런데 ‘영아살해’의 비참(悲慘)을 보며, 병원 밖 출산의 불가피(不可避)를 외면하며, 우리는 누구를 욕하고 있는가? 왜 죽일까? 아이 낳고도 돈 많이 들어 대개는 후회하는 상황, 고칠 용기도 없는 듯하다. 인공유산은 왜 하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역시 큰 진리다. 어쩌랴. 당신들 ‘지도자’들, 정말 저 참상을 알기는 하나요? ‘한 표’ 여럿인 노년층에게는 “엄니, 아부지” 두 손 비벼 살살거리며 대책 예산 확실히 던지더라만. 아기들은 ‘한 표’ 없다고? 저출산 고민, 하긴 하는 건가? 헐값에 아기 수출하는 제도와 그 관계자들의 ‘고용안정’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 내 세금 쓰인다면, 이래도 화 안내면, 성인군자 아큐(阿Q)들인가? 그 윤심이 마땅히 ‘모심(母心)’ 돼야 하는 건 화급한 사안, 내일 말고 지금 바로, 어머니 될 이와 그들의 아기들을 무조건 제일 귀하게 모시는 ‘모심민주주의’가 되지 않으면, 누구도, 무엇도 소용없다. 급한 일 하는 게 정치다. 찐 民主主義다. 아기가 있어야 ‘한 표’도 있다. 오늘 일부의 지 밥줄, 제도 유지하려 우리를 지탱할 아기들이 하늘도 못 보고 죽어간다. 섭리(攝理)는, 마땅히 벌 받을 자들을 벌하리라. 천벌이다.
상갓집에서 문상하고 오는 것만이 이별은 아니다. 김수영은 어느 날 잘 나가는 소설가와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져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만나 세상을 떠났다. 시골 처녀가 도시의 공장으로 가서 돈을 벌기 위해 부모 몰래 가출한 것도 이별이고, 아르바이트해서라도 공부를 하겠다고 가족 곁을 떠나는 것도 이별이다. 그녀의 심장 수술 뒤, 저런 병이 있으니 내가 결혼하여 끝까지 지켜주는 게 사랑이라고 다짐했던 첫 직장 애인은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뒤 무심히 정들어 아흔 살까지는 살 것 같았던 가족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는 이별도 경험했다. 주위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며칠 밤을 설치게 된다. 후덕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세월도 보낼 만큼 보냈다. 남 앞에서 수필창작을 위한 강의를 하면서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는 동안 가난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어쩌고… 하면서 인생 학위 논문이라도 지닌 듯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두가 이별하는 과정 속의 일이요 바람과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였으며, 잠시 머무는 형상이었다. 그런데도 영혼의 이웃 같고 인문학적 혈액형과 정서적인 칼라가 닮은 친구가 입원한다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남루한 모습으로 인생의 어떤 고개를 또 넘고 있는가 싶다. 젖은 가슴 축축해지는데 재채기 콧물도 나오고 살갗이 굳어진다. 호랑이 그림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H 화백에게 전해 들은 ‘이별의 예의’가 생각난다. H 화백이 말하는 서예가는 취운 선생이라는 분이다. 그분은 초서의 대가요 뼈대 있는 당당한 집안 후손이다. 그런 그분은 80대의 연세에도 작업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분은 세상을 떠나기 전 자녀들에게 부고를 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살아생전에 ‘지는 생명의 불꽃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썼다. 많은 지인에게 ‘살아생전에 자신의 허물로 상처받은 것을 용서해 달라는 것’과 ‘자신의 허물과 함께 자신을 사랑한 친지여 세상이여! 고맙다.’ 고 썼다. 이 편지는 그분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쓴 것이다. 따라서 그분이 작고하고 난 뒤 그 편지는 발송되었다. 자녀들은 자기 아버지의 3주기를 맞이하여 생전의 아버지와 친했던 분들에게 ‘모시고자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해 주시라.’는 초청장을 발송했다. 따라서 서울의 어느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하는 가운데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막은 끝이 없기에 천천히 걷는 것 아닐까. 내 인생길도 그와 같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신 ‘슬픔은 정신 근육을 강하게 할’ 것이라 믿고 예까지 걸어왔다. 이별의 예의가 있다면 ‘죽음의 예의’도 있을법하다.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김영수)의 350쪽을 보면,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깃털보다 가벼운 영혼’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습니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습니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라고 쓰여 있다. (기원전 91년, (보임안서))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고, 죽음의 방향은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생각에 심신이 긴장될 때가 있다.
경기도가 다양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도입하기로 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 설치가 솔깃하다. 저출생에 의한 인구절벽으로 불투명한 국가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먹구름을 드리운 시절에 부모가 낳은 자식을 제 손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소식은 참담한 사회병리 현상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는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성능이 확실한 비상벨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위기 임산부 핫라인’의 소중한 성과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은 군포시와 용인시에 있는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에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하는 개념이다. 시설에는 위기 임산부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를 1명씩 배치, 핫라인 상담을 통해 위기 임산부 여부를 판단한 뒤 기형아 검사 등 산전 검..
세계에는 재미난 대회들이 많다. 핀란드의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호주의 ‘참치 멀리 던지기 대회’ , 독일의 ‘오피스 체어 레이스(사무실 바퀴의자 달리기 대회)와 익스트림 다림질 대회(수중 다림질, 절벽 다림질, 번지점프 다림질 등), 뉴질랜드의 ’어린이 대상, 길고양이 사냥대회‘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 ’멍 때리기 대회‘도 집어넣을 수 있을 듯 하고. 별나기로 최고인 듯싶은 대회는 슬로바키아의 ‘무덤 파기 대회’다. 지난 2016년, 장례 산업 발전을 위해 장례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대회 규칙을 보면, 2인 1조를 이룰 것, 오직 삽과 곡괭이만 사용할 것, 무덤은 길이 200cm, 깊이 150cm, 폭 90cm의 규격을 맞출 것 등. 심사는 정확도, 스피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데, ‘아름다움’은 ‘얼마나 예쁘게 팠는가’를 본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가 대북정책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 즉 망해서 없어져야 할 악마와 같은 존재로 상대할 필요 없이 억지력을 높이고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정권은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하는 보수와 그래도 함께 존재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교류와 협력의 화해정책을 지속한다면 북한정권도 변화의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데 방점을 둔 진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서도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목적이어서 북미간 핵협상은 핵개발을 위한 시간끌기이고 종국에 한반도를 적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개발 한다는 생각을 갖고 우리의 안전담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시켜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보수의 주장과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한미와의 군사력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차로 인해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제재와 함께 대화와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는, 나아가 핵문제 해결이 안 되는 근본 이유는 미국측의 미온적 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진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각 진영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당장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어떠한 모습의 한반도를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70여년의 남북분단 역사에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관계’, ‘적대적인 공존관계’, ‘공동체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관계’ 등 많은 정책적 변화를 겪어 왔다. 북한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든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명제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2의 6.25가 재발될 수도 있다는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는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우리가 진실되고 지혜롭게 해결했다면, 분단현장을 관광상품화하여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수익 창출은 물론 우리국민들에게 분단현실의 직접 체험으로 남북간에 서로를 이해할 기회와 공동체회복의 정신을 함양시킬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과 2016년의 개성공단 폐쇄도 조금만 신중하게 미래지향적으로 판단을 했다면 경제적 효과를 넘어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끈을 유지시켜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8년 남북의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함께 손을 흔들던 모습을 가짜평화의 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이듬해 하노이 회담에서 좌절의 쓴 잔으로 바뀐 근본 원인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찾는다면 남북통합의 길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대북정책의 ‘국민적 대합의’는 이룰 수 없는 꿈인가, 독일은 가능한데 왜 우리는 불가능한 것인가, 하늘만을 쳐다본다.
경기도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위기 도민 6121명을 발굴해 위기상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 기획발굴’을 추진한 결과다. 이를 위해 도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위기 징후 빅데이터를 활용했고 관계기관·단체와 협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를 가동했다. 조사대상자는 건강보험료 1년 이상 체납 금융 연체자, 건강보험료 24~36개월 동안 85만 원 이하 체납자, 노인가구 중 전기료 또는 통신료를 체납 중인 위기 정보 입수자였다. 이를 통해 578명에게 공적 급여가 지원됐고 공적 지원 대상(기초생활보장, 차상위, 긴급복지)이 아닌 5543명에게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용회복위원회 등 타 기관 서비스를 적극 연계했다. 비록 위기상황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을 지라도 ‘가뭄 끝의 단..
국민연금은 제도 시행 34년만에 가입자 2200만 명, 수급자 600만 명 시대를 열어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 노후보장제도로 성장했다. 국민연금 급여는 ‘더 많이 내고’, ‘오래 낼수록’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은 더 많은 국민이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출산과 병역의무 이행에 대해 보험료 납부 없이도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가 있다. 둘째 자녀 이상 출산 시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국민연금의 추가 가입기간을 인정해주고 있으며,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해서는 현역병, 전환복무자,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으로 6개월 이상 복무한 자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6개월 추가 인정해주고 있다. 크레딧 제도와 더불어 국민연금은 취..
지난 6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172차 국제엑스포기구(BIE)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2030 세계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의 연사로 직접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하였다. 세계엑스포가 과연 무엇이길래 각국의 최고위층들이 직접 나서는 것인가? 세계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 중 하나로서 개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효과가 지대하다. 국가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다른 어떤 요소보다 향상이 필요한 부문이기도 하다. Anholt-Ipsos 국가 브랜드 지수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2007년 30위, 2012-13년 27위, 20..
지난 6월 15일 윤석렬 대통령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에게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건 수능문제로 내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또한 발령 6개월 밖에 않된 교육부 대입국장이 경질됐고, 교육부 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공표했다. 다음날부터 교육당국은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계 전체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2주가 지난 현재도 논란은 가라않지 않고 있고, 정작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입시제도의 핵심은 공정성 확보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제도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망 만큼이나 복잡하고 섬세하다. 수능이 도입된지 30년이 흘렀고, 정권마다 선의를 가지고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본으로 넘어가자 양정의숙 경제과를 졸업한 안희재는 연해주의 중심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했다. 연해주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군과 애국지사들로 붐볐다. 근대 조선에서 드물게 경제학을 공부한 안희재의 눈에 들어온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정난이었다. 독립을 주창하며 사자후를 뿜어내는 지사들이 들끓고 독립군에 지원하는 열혈청년들이 넘쳐났지만 그들의 활동과 무장을 뒷받침할 경제적 기반이 없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안정적으로 독립투쟁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안희재는 가장 빛이 나지 않는 그 일을 자신이 맡기로 했다. 고향 의령으로 돌아온 안희재는 제지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이 잘 되었지만 그 정도의 수입으로는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독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