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권 강화 방안으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조항을 일부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와 상관없이 아동학대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걱정거리다. 아동학대는 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도 여전하다. 인권 선진국으로 발전해온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예방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대로 된 ‘부모교육’의 확대 시행도 절실하다. 경찰청이 국회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1만1970건으로 2018년(3696건) 대비 3.23배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6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2061건, 인천 869건, 대구 586건 순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학대 8090건, 정서학대 2046건, 방임 756건, 중복 656건, 성 학대 321건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를 보면 부모가 1만630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으며 타인(690명), 교원(645명), 보육교사(550명) 순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 학대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역시 신체학대가 전체의 67.6%로 가장 많고, 정서학대가 17.1%, 방임 6.3%, 성 학대 2.7% 등으로 분석된다.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중복하여 일어난 사건도 5.5%에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주로 부모들이 훈육의 목적을 핑계로 아이를 구타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아이를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고질적 인식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학대 범죄는 정서학대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이 범죄는 어린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다. 아이의 독특한 취향이나 습관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예단하여 핍박하거나 망신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무분별한 부부 싸움 등으로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정서학대의 한 유형이다. 연구에 의하면 신체학대는 장기적으로 비행 청소년과 약물 중독자가 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서학대는 정신 건강과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정신병과 약물 중독의 가능성을 높인다. 방임된 아이들은 언어와 지능 발달 방해로 사회적 소통 능력이 떨어지거나 지능을 감소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학대는 정상적인 남녀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아동학대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주로 부모라는 사실은 곧 실제로 학대가 있음에도 은폐되는 경우가 많을 개연성을 높인다.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일 은밀하게 학대를 당하고 있을 현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세상에는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채로 부모가 되어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중요성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에서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동학대의 증가 현상을 방치한 채로 우리가 ‘인권 선진국’을 운위할 수는 없다. 어린이날이라고 고작 1년에 한 번씩 요란을 떨면 뭐 하나. 뭔가 오명을 씻을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가평군에는 ‘선생님 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마을이 있다. 가평읍 하색1리가 그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배출한 교사는 총 10분이다. 가평군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주민등록통계(2002년 12월 31일 기준)에 이 마을의 가구 수가 93가구임을 감안하면 대략 열 집 당 한 명꼴로 교사를 배출한 격이다. 놀라운 것은 이 10명 중 8명이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여기에 옛날 마을 서당에서 훈장을 하신 분도 두 분이 계셨고, 가평문화원장 두 분(2대, 10대 현임)도 이 마을 출신이니 하색1리는 선생님을 배출하는 뭔가 특별한 학재(學才)의 기운을 만들어 낸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무슨 특별한 비방(祕方)이라도 있었던 걸까?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마을 이야기를 채록하며 나름대로 세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먼저 ‘풍수기원설’. 이 마을에는 명..
행정안전부가 정의한 ‘적극 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다.(적극행정 운영규정 제2조-정의) 다시 말하자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이나 주의의무 이상을 기울여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업무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새로운 행정수요나 행정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행위 역시 적극행정이다. 이밖에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해조정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와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는 행위 등도 그렇다. 반대로 ‘소극행정’은 ‘공무원이 부작위 또는 직무..
제가 강사로 노량진에 입성하여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자격증 인기는 높습니다. 전기 관련 자격증들은 사실 쉬운 시험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 시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자격증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두고 있는 노년층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전기 관련 자격증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다양한 직군 경험자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 제대군인들은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첫째, 당연한 얘기겠지만 제대군인들은 군인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대군인들의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 책임감은 다른 직업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이런 태도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특성에 가장 부합합니다. 본인이 속한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군인들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공동체 생활을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대군인은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며,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재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잘 융화되는 사람입니다. 또한 남을 방해하는 일 없이 묵묵히 본인의 일을 수행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도와주고자 하는 이타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제대군인들은 지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능사 취득 실기 시험을 볼 때 시험시간은 4시간 30분으로 상당기 긴 시간입니다. 또한, 기능사과정의 제어판 작업을 훈련할 때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아 한 작업 당 약 4~5시간이 소요됩니다. 한마디로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무엇보다도 체력과 지구력이 중요합니다. 수강생 중 일부는 의욕과 열정이 있어도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아 집중력이 흐려져 실수하거나 완성도를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대군인들은 체력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적고 작업시간 동안 수업내용을 복기하며 따르기 때문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올해 안양대산 전기기술학원은 경기남부보훈지청 제대군인센터의 위탁교육을 진행하였고,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기능사 이수자 평가에서 전국 약 10% 미만의 기관에만 주어지는 A등급을 받았습니다. 경기남부보훈지청 제대군인센터의 제대군인 수강생들의 역량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제대군인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군인 여러분 제2의 인생을 힘껏 응원합니다. 제대군인 여러분들 파이팅!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 주도자들이 내뱉는 말들이 소름을 돋게한다. 전임 정부가 임명한 언론기관장 갈아치우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더니,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계기로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인터넷 뉴스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그걸 공영방송이 증폭시키고, 이를 특정 진영 편향적인 매체들이 방송을 하면서 또 환류가 되는, 말하자면 가짜뉴스 악순환의 사이클”이라며 “수사 당국의 수사와는 별개로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걸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출신 장관급 인사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장제원 의원은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언론..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제2조는 “접경지역을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는 시·군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민간인통제선 이남의 지역 중 민간인통제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군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시행령’ 제2조 접경지역의 범위에는 접경지역을 구체적(인천광역시: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춘천시)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는 접경지역의 범위에 빠져 있으므로, 자신의 지역도 접경지역에 포..
가짜노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예센이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서 제기한 아이디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 시간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전념하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가짜노동이라는 것. 이를테면 비생산적인 지루한 회의,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 진행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실제 업무를 제외한 노동의 일부를 휴가 기간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화이트칼라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얘기다. 공휴일을 겨우 하루 추가하는 것도 극력 반대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강조하는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휴가로 하면 임금 삭감 얘기..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 그에게 최후의 날이 찾아왔다. 1815년 6월 18일 벨기에의 워털루 전투에서 그는 영국과 프로이센의 연합군에게 패배했다. 천하의 나폴레옹 시대는 그만 막을 내렸다. 포로가 된 그는 남대서양의 작은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를 떠나야 했다. 그는 제라늄 계곡이 있는 롱우드 하우스에 발을 디뎠다. 그의 망명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건강은 악화되고 성격 또한 요동쳤다. 6년간의 이 생활은 1821년 5월 5일 그가 생을 마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황제는 “만약 영국인들이 내게 조금의 흙을 거부하고 내 시체를 추방한다면 코르시카의 아작시오 대성당 조상들 곁에 묻히길 희망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인들은 그가 섬에 묻히도록 허락했다. 5월 9일 황제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영국 수비대는 그에게 무기를 선물했다. 하..
우리 국민의 5%는 등록장애인이다. 20명 가운데 1명꼴이다. 미등록 장애인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가장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다. 우리사회의 시스템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동의 권리,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2 장애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3%였다. 이는 전체인구 경제활동참가율(63.7%)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은 넘기 힘든 벽이다. 사회적 인식도 선진국답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차별과 혐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
아내 단양 이씨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철창 안에서 목숨을 버렸다. 17살 소년인 아들은 아비의 의병부대에서 함께 싸우다 아비 앞에서 전사했다. 홍범도는 일지에 적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월18일 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온 가족을 잃으면서도 평생을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홍범도 장군, 일제마저 “날아다니는 홍범도”라 칭하며 두려워하던 독립운동가는 끝내 해방조국을 보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았다. 유해는 78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국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육사에 전시된 장군의 흉상을 들어낼 것이란다. 불패의 전사로 빛나던 독립군대장의 흉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관동군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백선엽의 흉상을 놓을 것이라 한다. 나라가 정녕 미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오동, 청산리 대첩 직후 일제 관동군은 간도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다. 일명 간도 경신참변이다. 박은식은 기록했다. "일본군들은 조선의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였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도끼로 찍어 죽이고, 산 채로 땅에 묻고, 솥에 삶고, 가죽을 벗기고, 허리를 자르고, 팔다리를 자르고, 사지에 못을 박았다. 인간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오락으로 삼았다." 그 관동군의 졸개 흉상이 육사에 선다. 흉상철거논란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이념이라는 노리개로 부관참시하는 패악질이다. 일찍이 40년을 홍범도장군 관련 연구에 바친 시인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시로 피를 토했다. “...야 이놈들아/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퍼져나갔다. 그러자 어느날 시인의 담벼락에서 시가 사라졌다. 페이스북이 혐오표현을 빌미로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경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다수의 게시물도 똑같이 없애버렸다. 일찍이 페이스북이 편향된 기준으로 이용자의 계시물에 함부로 만행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종종 접했지만 시인의 창작물을 마음대로 삭제하다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MBC,KBS 경영진 교체를 위해 저지르고 있는 폭거와 다를 바가 없다. 어디 이뿐인가? 박은식의 표현을 빌자면 현 정권은 뉴스타파를 상대로 “고소고발로 쏴 죽이고, 압수수색으로 찍어 죽이고, 행정조치로 팔다리를 자르고, 조중동이 땅에 묻는” 마녀사냥 형국이다. 이렇게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페이스북은 개인 표현의 자유마저 틀어막는다면 이런 세상이 일제식민지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전에 DJ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면 담벼락에 소리라도 질러라고 했다. 그래서 외친다. ‘우리가 홍범도이고 우리가 이동순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詩 ‘후레자식’ 일부를 옮긴다. “한 집안 망하는 것도/한나라 거덜나는 것도/모두 순식간의 일이라 하는데/우리는 어찌 팔짱만 끼고/저 망.나.니의 미친 칼.춤.보고만 있는가/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