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방만 경영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공사, 한전KDN의 임원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총 12차례 다녀온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한전과 가스공사 임직원들의 급여가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른 사실도 입줄에 오르내리는 판이다. 민심을 자극하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혁신돼야 한다. 국민과 동고동락할 줄 모르는 공기업 풍토가 국익에 무슨 보탬이 되나. 지난해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직원은 한국전력공사 3589명(15%), 한국가스공사 1415명(34%)이다. 한전의 경우, 지난 2018년 1752명(7.8%)에 불과했던 연봉 1억 이상 직원은 2021년 3000명 돌파를 비롯 최근 5년간 연속 증가했다. 한전의 경우, 2018년 1조952억원, 2019년 2조5950억원의 당기..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 5월 제도 시행 34년 만에 ‘수급자 6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현재 매월 수급자 622만 명에게 매월 2조 8000억 원의 연금을 적기에 정확하게 지급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급자의 급속한 증가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생활 안전망으로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나,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팍팍한 생활로 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워 못 내는 분들이 아직 많다. 매월 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납부를 기피하기도 하며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한편 지역가입자인 국민은 연금보험료 중 일부를 사업주가 내주고 있는 근로자와 달리 보험료 전부를 본인이 내고 있어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간 지역가입자인 국민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복지당국과 공단에 형평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또한 사업 중단 또는 실직 등으로 연금보험료 납부예외를 신청하신 분들은 대표적인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로서 소득이 발생해 보험료 납부를 재개하는 경우에도 경제적 사정상 다시 납부예외를 신청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런 분들에 대한 우선 지원이 절실했다. 이에 작년 7월부터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영세사업장에만 적용된 보험료 지원이 지역가입자인 국민까지 확대된 것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제도가 국민에게 월 최대 4만 5000원의 혜택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사업중단 또는 실직하신 분들의 보험료 부담도 최대 12개월까지 경감하게 돼, 제도 시행 6개월 만에 약 4만 명이 48억 원의 보험료를 지원받아 든든한 노후를 위해 다시 납부하고 있다. 이제 공단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제도를 사각지대 해소의 초석으로 활용해 더 많은 국민들이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가능한 모든 국민이 ‘1개월 이상’ 가입하고 가입자는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 월 ‘1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다. 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기본이 바로 국민연금이므로, 연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시길 바란다.
언론이 관념적 유형화를 해서 그렇지 진보와 보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이자 가치관일 뿐이다. 내 살아가는 방법만이 지고지순할 순 없다. 자본주의가 등장할 때 매우 진보적인 사고였다. 마르크스 이후 자본주의는 보수적 이념의 기초가 되고 사회주의가 진보의 토양이 되었다. 분배와 평등은 진보의 담론이다. 그러나 세계사에서 의료보험, 국민연금을 최초로 도입한 건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다.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권위주의 통치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에 의해 의료보험이 실시되었고 국민연금이 검토되었다. 전 세계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국민에게 의료울타리를 제공해 주지만 운영개념은 사회주의적이다. 경제 수준에 따라 납부하고 부족분은 국가가 부담하면서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진보든 보수든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있으면 서로의 것을 갖다 쓰면 된다. 유럽의 보수정당은 녹색당등 진보정당의 주요 정책 등을 수용하여 실행하고 있다.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면서 기성정치인을 수구로 간주하고 혁신적 정치를 표방하였다. 지금 보수 정치인들이 원조로 생각하는 박정희가 그 당시는 혁신이자 진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에 대한 논의는 90년 3당 합당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군사권위주의세력인 민정당과 자유보수주의 세력인 YS, 산업화의 주력세력이었던 JP가 결합하였다. 보수세력의 대통합이다. 민자당의 권력축이 점차 YS를 중심으로 한 상도동계로 넘어가면서 민정계와 민주계간에 원조보수 논쟁이 생겼다. 보혁논쟁이 아닌 원조보수논쟁은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6·25 전쟁 후 50년 넘게 보수적이지 않으면 다 반공프레임에 걸려 싹이 잘리는 메카시즘에 의해 진보는 자리 잡을 여지가 없었다. 2000년대 넘어 진보개념이 인정되고 보수정당인 민주당이 좀 더 중도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일부 진보적 색깔을 포용하였다. 진보정당도 설립되고. 수십 년간 반공과 박정희 시절 산업화 논리로 정치를 하다 보니 보수가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논의하면서 보수가 시대정신을 이끈 적이 있었나? 고민 없이 반공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테마만 지역주의와 결합시켜 50년 우려먹었다. 이제 안 먹힌다.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실망감으로 정권교체가 되었지만 법치와 공정은 선거캠페인일 뿐 우리의 미래를 열어줄 비전은 아니다. 내세울 가치가 없어진 형국이니 지킬 게 없는 보수다. 보수의 위기이자 국가적인 손실이다. 내가 못 본 걸 상대가 봐주면서 서로가 역할을 해야 사회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중도적 보수정당이다. 조건상 우리나라 진보는 중도진보 이상을 논하기 어렵다. 사유의 세계와 현실정치의 차이다. 어설픈 진보 코스프레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민중시대의 담론으로 4차 산업시대의 정책을 입안하면 유효성이 떨어진다. 토착왜구와 종북세력 싸움으론 이룰 게 없다. 진보대통령 노무현은 보수적 정책으로 한미 FTA를 비준하였고 이라크에 파병하였다. 반공보수 군인출신 노태우대통령은 북방외교를 통해 공산주의 국가들인 러시아, 중국 등과 수교하고 남북한 UN동시가입을 이끌어냈다. 둘 다 대한민국을 한 단계 격상시킨 정책들이다. 보수, 진보가 문제가 아니다. 어떤 입장이든 현실을 직시하고 비전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관성에 빠져 자기 혁신을 못하면 지킬 게 없는 보수가 되고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진보가 된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자는 신을 두려워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자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생애가 끊임없는 승리의 연속인 사람, 무한한 것과 진실한 것을 위해 세상 사람들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사명 속에서 자신의 의지처를 발견하는 사람, 세상의 눈에 띄지 않고 눈에 띄려고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존경하라. 그런 사람은 자기가 그것으로 말미암아 괴로워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 사람들의 욕을 먹는 선행을 선택하고, 진리를 선택한 것이다. 가장 높은 선은 언제나 세상의 법칙에 반대한다. (에머슨)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훌륭한 인물을 찾으라.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주저 없이 행하라.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명예도 기대하지 말라. 어리석은 인간은 이성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자라는 것을 기억하라. 역사는 자라는 것이고, 자라기 때문에 변하고,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새가 나타나는 것인데, 금새가 보이면 말씀이 옵니다. 모든 시대는 제 말씀을 가졌습니다. 그 말씀을 받은 사람이 예언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봤다. 먼저 알았다. 먼저 말한다. 혹은 대신 말한다 합니다. 대신은 누구 대신입니까. 물론 하느님 대신입니다. 하느님은 말씀하시지만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옮기는 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언자입니다. (함석헌) 사람들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신의 지배하에 들어가라. 네가 신의 지배하에 있음을 의식한다면 사람들은 너에게 어떠한 짓도 할 수 없을 것이다./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벤처업계 투자심리 위축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유입되는 신규 투자금이 작년 동기 대비 10분의 1토막으로 줄면서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경기도가 올해 재도약과 성공적인 패자부활을 희망하는 도내 재창업 새싹기업에 원스톱 맞춤형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스타트업에서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의 발판이다. 더 넓고 깊은 지원이 절실하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2023 재도전 사업자 지원사업’을 추진, 사업에 참여할 도내 창업자를 모집한다. 잠재력이 높은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도내 예비·초기 재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 성공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업이다. 대상은 재창업을 희망하는 도내 예비 재창업자 또..
올해 가장 주의해야 할 사이버범죄는 해킹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해킹 조직의 활동이 증가한 가운데 올해도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친러시아 성향의 해킹 조직 “킬넷”은 미국의 러시아 수출규제 참여한 이탈리아, 일본, 미국의 주요 사이트를 공격하여 접속 장애를 발생시켰고, 올해도 지속적인 공격을 예고하고 있어 러시아 수출규제에 일부 참여한 우리나라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 LG,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국제적 IT 기업을 잇따라 공격하고 기밀 데이터를 공개하여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해킹그룹 “랩서스”의 국내기업 해킹공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하여 기업은 사이버보안..
요즘 일본만큼 행복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화끈하게 무릎을 꿇었다. 두 나라 외교전을 콜드게임으로 장식했다. 그들을 더 기쁘게 한 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승 우승이다. 멕시코와 준결승에서 4:5로 뒤지던 경기를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6:5역전했다. 영웅은 일본의 이승엽, 무라카미였다. 그는 역전 2루타를 치기 전 4번 타석에 나와 모두 삼진만 당했다. 그래도 감독은 그를 믿었다. 결승도 미국을 상대로 3:2로 승리했다. 9회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오타니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국의 마지막 타자는 LA에인절스서 오타니와 같이 뛰는 연봉 490억 타자 트라웃. 메이저리그 다섯 번째 고연봉자다. 2020년에는 최고연봉 선수였다. 그를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14년만의 우승이었다. 말 그대로 만화야구였다. 한국야구는 호주와 일본에 져 예선 탈락했다. 대표팀을 향한 언론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월 안우진이 WBC 대표팀에 탈락하자 이를 비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추신수 발언까지 옹호하는 듯한 보도가 나왔다. 추신수는 미국의 한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해하기 힘들다”며 “일찍 태어났다고 선배인가”라고 했다.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을 향해선 대표선수에 선발돼도 ‘안 가는 게 맞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적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도발적인 발언이었다. 학폭문제는 일본과의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 버금갈 정도로 용인이 안 되는 전국민 공감사안이다. 대부분의 언론도 추신수의 발언을 질타했다. 세 베테랑 선수에 대한 발언도 추신수가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세 베테랑 선수는 정규시즌 부담을 무릅쓰고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추신수는 2009년 WBC 국가대표에 선발돼 한 번 봉사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는 병역문제가 걸려있었다. 금메달을 따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이후로 대표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3월 10일 일본에 완패하고 사실상 예선 탈락하자 일부 언론 보도가 승리 지상주의로 빠져들었다. 스포츠 전문매체 OSEN은 《현수·광현·현종 좋은 선수이지만···어쩌면 추신수 말이 맞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한국은 양준혁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의지, 박건우, 이정후, 김광현, 원태인, 박세웅 빼곤 다 배 타고 와라”라는 발언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지극히 감정적이다. 야구인으로 할 언사는 아니었다. 이 신문은 음주운전 파문으로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던 강정호도 취재원으로 활용했다. 그가 ‘에드먼이 호주와 일본전 두 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는데, 체코전에 선발 출전시켰다’는 이강철 감독 비판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결과가 나쁘면 수백가지 이유가 등장한다. 전문가의 조언은 전문가 다워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술집 뒷담화 같은 소리만 쏟아내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정적 언사를 거르지 않고 취재원이라고 인용해 기사화하는 건 야구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6·25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베이비부머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역동적인 현대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10·26, 12·12, 5·18을 겪었다. 6월 항쟁, IMF 외환위기도 맞이했다. 그 와중에도 부모와 자식,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대부분 은퇴했지만 아직도 쉴 수는 없다. 청춘을 다 바쳐 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을 하느라 자신을 위한 노후준비가 안된 탓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은 우울과 불안을 불러오고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독사’다. 최근 5년간 발생한 고독..
일제는 1차적으로 독도를 강점했다. 이어 한반도를 강점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서 패전하며 한반도 전체를 우리에게 반환했다.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다(김학준, 2020). 변함없는 역사다. 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정권 박정희 정부(1962~1979), 전두환 정부(1981~1988), 노태우 정부(1988~1993) 시절에도 변치 않은 진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주요 포털의 몇몇 블로그, 게시판은 그간 숨어 있었던 토착 친일파들의 글로 더럽혀졌다. 한국을 혐오하고 일본을 찬양하는 자들의 모습들이 거리낌 없이 드러났다. “한일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사람은 빨갱이”라는 글도 보였다. 또 “일제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우리..
지난주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박진외교부장관이 언급한 일본의 ‘물컵 절반 채우기’가 기대와 너무 다르다는 실망감에 강제동원피해자나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이 총체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고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지켜보아 달라고 한다. 관점에 따라서는 정부의 이번 결단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반성은 저들의 몫으로 남기고, 도덕적 우위를 갖고 대승적으로 포용하면서 미래를 위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는 평가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의 방침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릴 수가 있는가에 있다. 이번 정부의 행보 이면에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 미중갈등상황이 깊어지면서 미국의 동북아 전략 중 가장 중요한 대중 한미일 공동전선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전략에 우리가 조종당한다는 생각이다. 근래 미국반도체법의 내용(미국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신규투자제한 등)이나, 정부 방침 발표에 곧 이은 미국의 윤석렬대통령 국빈 방문 발표, 그리고 일본정부의 초청에 의한 한일 정상회담 등 일련의 사안들은 이번 정부의 결단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지난해부터 지속되어 온 북한의 미사일발사시험에 대한 대처로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한미 군사동맹, 나아가 한미일 군사적 공조체제 강화를 도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대중 대결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예민한 반응을 우리는 잘 해석해야 한다. 쿼드플러스가입이나 한미일 MD체제 구축 참여, 나아가 한반도 사드 추가 배치 등 우리 국익에 심대한 위해가 올 수도 있는 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질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전략에 편승되어 한반도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사실 윤석열정부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노력이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북한이 느끼는 심각한 안보불안이 핵미사일 개발을 하게 했다는 사실, 즉 한미의 연합군사훈련이 자신들을 붕괴시키기 위한 훈련이라는 오해가 핵개발로 인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문제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이나 2018년의 싱가포르 북미회담 모두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즉 대북적대시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사를 북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 전략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한미일 군사 협조체제의 구축이 북중러의 대결전선을 강화해 신 냉전이 오게 되고 한반도가 그 첨예한 대결의 장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평화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는 과거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