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이 근무 중 성추행을 당하고, 3명 중 1명은 성희롱을 겪는 등 직장에서의 성평등 의식이 여전히 미달 수준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여성 노동자 13%, 비정규직 여성 16%가 직장에서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일부에서 젠더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오류임이 명확하다. 아직도 미개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 ‘성폭력’ 근절 노력에 좀 더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최근 (사단법인)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비뚤어진 젠더의식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우선, 여성 노동자 25.8%가 직장에서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대상을 좁히면 29.5%에 달한다. 가해자는 주로..
언론에 난 최근 글 ‘이재명 긴급 기자회견 자처’의 뜻을 톺아보고자 한다.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의 기사를 비롯한 몇 개 언론의 보도다. 하나를 인용한다. 《최측근 영장 청구에 이재명 긴급 기자회견 자처 / 이재명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 망라해야" /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가진 힘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 민주당, '특검 카드'로 당대표 '사법리스크' 국면 전환 시도》 ‘자처’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아기집 자궁(子宮)을 한방(韓方)에서 이르는 의료용어인 자처(子處)와 함께, 자처(自處)라는 말이 나온다. 한자가 다른, 아기집 子處 얘기는 아닐 터이니 自處가 (흔히) 쓰는 말이겠다. 풀이가 세 가지다. 1.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處身)함, 2. 자기의 일을 스스로 처리함, 3. 의분(義憤)을 참지 못하거나 지조(志操)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음 등이다. 언론은 이 중 어떤 뜻으로 자처라는 단어를 썼을까.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의 이 풀이를 저 기사와 함께 살피니 꽤 고민스럽다. 저 글은 《이재명=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수학적 논리로 세상을 묘사한’ 등식(等式)일까? 이재명이 기자회견을 스스로 처리했다고? 또는, 설마 긴급 기자회견이 자살(自殺)과 관련됐을까? 이 얘기가 풍자적이며 비꼬는 묘사임을 여태 알지 못한 사람이라면, 공부부터 좀 해야 한다. 하긴 공부는 모두가 늘 할 바이긴 하다. 하여간 말은 그 의도하는 바가 잘 드러나야 한다. 특히 언론(기자)의 말이나 글은 명확(明確)해야 한다. 공공(公共) 즉 모두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자문(自問)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찬찬히 또렷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재명 긴급 기자회견 자처’는 무슨 뜻이고, 나는 왜 저 단어를 선택했던가? ‘나’에게 설명이 안 되면,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독자도 이해시킬 수 없다. 언론 책무(責務)의 도구는 ‘말’에서 시작되며 끝나는 지점도 거기다. 이를 무시하고 ‘급해서 오타(誤打)친 것’ 등으로 둘러대고서 자문의 이번 기회를 버린다면, 책임을 버리는 것이지 싶다. 스스로 자(自)에 살 처(處), 두 글자 뜻을 따로 나눠 푼 다음 다시 이를 합쳐볼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은 어쩌면 이런 ‘말의 혼란’의 먹구름을 걷어줄 처방전일 수 있다. 말의 속뜻 또는 어원(語源)을 말하는 것이다. ‘말밑’이라고도 한다. ‘말에, 소리 말고도 (속)뜻이 있다.’는 말에 의아해 하는 이도 있다. 예를 들어, 표시가 ‘표시한다.’는 뜻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標示(표시) 한자어의 標와 示가, 표를 써서 보여준다(示)는 말이, ‘표시’의 그 뜻을 보듬어낸다는 것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혹 저 自處는 자청(自請)을 잘못 쓴 걸까? 기본 단어가 엉키면 그 글과 언론사 모두를 믿기 어렵게 된다. 생각의 틀은 말과 글이다. 그 틀을 잘 짓는 것이 지식(언론)의 첫걸음이다.
북쪽은 2012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어버이날은 없고 어머니날을 제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주의 대 가정’이라는 사회에서 기초 단위인 가정에 여성역할이 중요했고, 사회갈등 해결에 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61년 11월 16일 제1차 전국 어머니 대회가 있었다. 대회에서 여성을 가정과 사회를 돌보는 일군으로 호명했다. 만일 여성이 없었다면 전쟁의 폐허에서 오랫동안 머물었을 것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웠고,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고 공부시키고 직장생활을 했다. 인구가 많아지자 산아제한을 하면서 두 명 이상 아이를 키우지 말라고 했다. 인구가 적어지니 이번에는 아이를 낳으라고, 많이 낳고 잘 키운 여자는 ‘모성영웅’ 칭호를 주었다. 사회와 가정일을 하면서 살아온 여성은 강하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해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벌어졌다. 모든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이태원 참사다. 하루속히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면서도 정보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필자는 평소 정보는 수집이나 분석보다 ‘예측’ 또는 ‘예측과 판단, 그리고 실행’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현대 사회는 한마디로 VUCA사회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ity (예측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약자로 혼돈과 복잡성, 그리고 모호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회다. 그러기에 정보와 판단의 중요성은 더해간다. 정보는 노이즈(noise)가 섞이기 마련이고, 그 가치의 판단과정에 인간의 편견과 인지적 나태함(집단사고, 희망적 사고 등)이 끼어들어 실패와 실책으로 이어진다. 이 중 필자는 특히 정보의 예측적 역할을 중요시한다. 비스마르크가 “정치인 등 지도자들은 역사 속에서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듯이, 불확실성이 넘치는 이 시대에는 ‘순식간에 지나치는 정보’를 잡아채고 실행하는 능력이 더없이 절실하다. 이태원 참사의 저변에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기관들의 ‘정보관련 부서’ 무력화와 관련이 있다. 일부 정보활용에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해서 국가기관들의 정보관련 부서를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이 이태원 참사의 먼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보감각과 실행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정보감각이 배양된다. 예측적 능력을 기르려면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큰 흐름을 동시에 읽는 다차원적 사고가 필요하다. 디테일에 약하고 대의만 읽을 줄 알았던 관우 같은 스타일 粗心大意(조심대의)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정보관련 업무 형해화는 정보감각 마저 상실하게 만들고,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었다. 일본의 사례는 모범이 된다. 국가적 정보기관이 없음에도 막강한 정보력을 발휘하는 데는 일본인들의 습관화된 정보감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청나라 말기 일본이 중국 대륙 침략을 앞두고 보여준 정보수집 행태는 단연 압권이다. 중국 대도시의 일본 영사관 관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단체와 민간조직, 상인, 종교인, 낭인들까지 중국에서 정보수집에 매진했다. 지역 고위관료 취향과 인간관계, 도로, 기후, 문화, 종교 등도 자세히 수집했다. 일부 무관은 명승지 유람 명분으로 베이징과 후난성을 샅샅이 훑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보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빈사상태인 국내정보 업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보는 예측력과 예고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그 활성화 필요성은 더하다. 문제점이 나타나면 그 부분만 도려내면 된다. 국내와 국제를 구분할 수 없는 ‘정보의 무경계 시대’이다. 지도자들의 분발과 과감성을 고대한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 내에 마련된 별도 교실에서 각 시도교육청 또는 학교에서 채용한 돌봄전담사가 방과 후부터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복지제도인 동시에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도 평가되고 있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교육부의 돌봄교실 수용 인원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2020년 지역 내 돌봄교실 신청자는 6만7482명이었으나 이 중 5975명(약 8.9%)이 이용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6만9759명이 신청했지만 7264명(약 10.4%)이 이용 혜택을 보지 못했고, 올해도 신청 학생 6만9560명 중 3784명(약 5.4%)이 돌봄교실 배정에서 탈락했다. 경기..
1. 그날 밤은 일찍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듣자마자 나를 덮친 것은 공포였다. 2가지가 뒤섞인 두려움이었다. 첫 번째는 만에 하나 서울 있는 아이의 안전에 대한 그것. 핏줄을 향한 본능적인 감정이었다. 두 번째는 예전에 분명히 느낀 적이 있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선명한 공포감이었다. 세월호 참극이 데자뷰처럼 떠오른 것이다. 어떤 거대하고 더러운 힘이 종이장처럼 세상을 구겨 부수는 것을 목격하는 심정. 아들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초조한 심정으로 다시 재발신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전화를 받는다. 아비의 초조함과 달리 아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른 시각에 왜 전화를 했는지 아는 눈치다. 이태원에는 안 갔다고 집에 있었다고, 먼저 나를 안심시키고 위로한다. 무능과 기복적 망상에 전적으로 의지한 박근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권..
야외활동하기 좋은 시기,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울긋불긋한 세상을 누리며 텐트를 펼치고 테이블을 놓다 보니 아차, 화로를 안 가져왔다. 하지만 캠핑을 나왔는데 불멍을 빼놓을 수 있겠나. 마침 주변에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이 많다. 대충 주변에 돌을 쌓고 땅 위에 불을 붙인다. 제법 낭만적인 불이 낙엽을 태운다. 마침내 절경인 곳을 찾았다. 아침부터 산을 올랐으니 여기서 잠시 쉬며 커피 한잔할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갓 끓인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는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미니 버너를 꺼내고 물을 올린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산 중턱. 푸른 불길이 일어난다. 시원한 계곡과 바다로 떠나는 날, 작년까지 사용했던 구명조끼를 사용할 수 없어졌지만 새로 구입하기엔 번거로워 이번만 넘어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 중에 구명조..
경기도의회 정경자 의원(국힘‧비례)이 바른 말을 했다. 정 의원은 7일 열린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조정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도 산하 공공기관의 북부 이전’이 서로 상충되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본보(8일자 3면)에 따르면 정 의원은 “김동연 지사께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우선적으로 이행한다고 공약하셨고, 이 경우 특례 지위로 공공기관 자체 설치가 가능하다”며 “공공기관 이전보다 자체 설치가 더 유리하지 않나”라고 질의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게 되면, 북부 균형 발전을 위해 도 산하 공공기관을 북부로 이전한다는 명분 자체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특례 지위를 얻게 되면 북부특별자치도 자체적으로 공공기관을 설치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경기도는 이재명 전 지사 시절인 2019년부터 수원시 등 경기남부지역에 집중돼 있던 산하기관 15곳에 대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김포시), 경기교통공사(양주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양평군), 경기도농수산진흥원(광주시) 등 4곳이 이전을 마쳤다. 앞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 등도 파주 구리 등지로 이전할 계획이 잡혀있다. 이에 도는 공공기관 이전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부로 이전됐던 공공기관을 또 다시 남부로 옮길 것인가라는 질문엔 “기본적으로는 양쪽에 다 있어야 하지 않나. 이전된 상태에서 남부에 공공기관이 없다면 남부에 또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기 북·동부 지역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 군사안보나 수자원 관리 등 중첩규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은 제한을 받았다. 규제로 경제개발이 지연되고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돼 있다. 이에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을 하고 있는 북·동부 지역 주민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 차원에서 공공기관 대거 이전을 발표한 것이다. 이전 발표 당시 이재명 지사는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고, 균형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관 이전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해당 공공기관 직원과 경기남부 지역, 특히 수원시민들의 불만이 일었다. 균형발전 관점에서 경기도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일방적인 이전을 발표한 경기도를 비난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은 더 높았다. 그러다가 김동연 지사가 북부를 분리하고 경기북부 특별 자치도를 신설해 북부 발전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그 뜻을 다시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주민 여론을 수렴한 뒤 분도를 거쳐 특별자치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분도를 1단계, 특별자치도를 2단계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경기 북부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대한민국의 성장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북부특별자치도가 탄생하면 자체 공공기관들이 설치될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북부이전 계획은 철회돼야 하고 이전된 기관들도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분도 의지를 도민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어섰다. 국정수행지지율은 30% 안팎이다. 방문자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언론이 일주일 사이 1%만 오르고 내려도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오차의 한계를 감안하면 국민 70%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된 데는 매끄럽지 못한 외교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측근 부인을 태워 ‘지인 대동’ 논란으로 성과가 잠식됐다.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욕설 논란’으로 모든 성과가 매몰됐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관련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는 출발 전부터 성과를 걱정케 했다. 대통령실이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둔 9일 문화방송(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10일 자 조·중·동 세 신문은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에···야 “비판언론에 보복” 여 “盧땐 기자실 대못질”》, 《MBC 전용기 못타게 해···대통령 “국익 걸려” 편협 “언론탄압”》,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놓고···野 “언론탄압” 尹 “국익 차원”》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형상 철저한 균형을 유지했다. 중앙이 야당의 입장이 아닌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 간부 단체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의 입장을 전했고, 동아는 다음날 ‘MBC의 잘못도 있지만 대통령기 탑승배제가 경솔했다’는 비판 사설을 실은 점은 달랐다. 반면 한국일보는 기사의 비중은 크게 두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전용기 MBC 탑승불허”, 출입기자단 언론계 “취재제한” 반발》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설도 ‘언론 길들이기인가’라며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권력비판 보도에 ‘노골적 언론통제'》, 《MBC 탑승 배제가 ‘국익’이라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두 신문은 사설로도 ‘반헌법적 언론통제’,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언론탄압’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균형보도, 사실보도, 객관보도가 오히려 정치발전을 종종 저해한다. 이번 문화방송(MBC) 대통령기 탑승 배제의 본질은 취재제한이다. 무리한 물리적 균형보도는 왜곡을 낳는다. 모든 언론단체가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사안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은 “취재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역임했다. 배 의원은 대학서 정보방송학을 전공한 문화방송(MBC) 출신이다. 언론의 정도를 잘 아는 정치인들이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이 노랫말을 들어보시길. 병영 앞 대문 앞에 가로등이 켜져 있네/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는 그녀/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려 하네/ 가로등 곁에 서 있고자 하네/ 예전에 릴리 마를렌이 그랬듯이, 예전에 릴리 마를렌이 그랬듯이…후략… 단박에 사랑 노래라는 것, 릴리 마를렌이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기존 가요 가사와 별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야기 하나 들어보시길. 2차 세계 대전 막바지인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패퇴하는 독일군을 추격하던 미군 병사가 독일군 저격병에게 잡힌다. 미군 병사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고 청한다. 미군 병사는 지니고 있던 트럼펫을 꺼내 생애 마지막 연주를 한다. 독일군의 손에 쥐어진 총구가 흔들리고 그의 뺨에 눈물이 번진다. 연주가 끝나자 독일 병사는 총을 버리고 가버렸다는 이야기. 미군병사가 연주한, 죽음에서 그를 구한 곡은 앞서 소개된 '릴리 마를렌(Lili Marleen)'이었다. 독일의 사랑 노래 '릴리 마를렌'은 두 군인의 마음만 흔든 곡이 아니다. 2차 대전 중 수많은 군인들을 울렸다.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1915년.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독일병사 한스 라이프(Hans Leip)는 고향의 애인 릴리와 닮은 전쟁터의 간호사 마를렌을 보고 한 편의 시를 쓴다. 시의 제목은 ''등불 아래 소녀'. 작곡가 노르베르트 슐체는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고 1939년, 가수 랄레 안델젠(Lale Andersen)의 목소리로 레코드판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불붙은 시기인데다 레코드판을 고작 700장만 만들었기에 주목은커녕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 운명의 노래였다. 1941년, 유고슬라비아를 침공한 독일 군대는 베오그라드에 독일군 방송국을 만든다. 장교 한 사람이 방송에 틀 생각으로 비엔나에서 중고레코드판들을 사왔는데 그 가운데 릴리 마를렌이 끼어있었다. 판이 부족한 터라 릴리 마를렌을 자주 틀게 되었는데 이 노래가 독일 병사들을 흔든다. 병사들은 릴리 마를렌을 들으며 고향의 애인, 어머니 등 그리운 이들을 떠올렸고,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의 공포와 시름을 달랬다. 이를 안 나치 독일 선전부의 요제프 괴벨스는 아군의 전의를 상실시키는 곡이라고 방송금지령을 내리고 원곡을 부른 가수 안델젠을 체포 한다. 그러자 방송국으로 릴리 마를렌을 틀어달라는 병사들의 신청과 항의가 쇄도, 결국 괴벨스는 금지를 푼다. 릴리 마를렌은 그 이후, 매일 밤 9시 55분, 방송을 끝내는 시그널 음악으로까지 만들어졌으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간다. 노래는 자국 병사들 뿐 아니라 독일방송을 도청하던 미군과 영국군 등 적군의 진영까지 열병처럼 퍼져나갔다. 나치 선전부는 이를 알고 이 노래를 적군의 향수병을 자극해 사기를 떨어뜨리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적의 진영을 향해 수시로 이 노래를 틀어댄 것이다. 그러자 연합국 쪽에서 한술 더 떠 독일 최고 인기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목소리로 릴리 마를렌을 틀어댔다. 헤밍웨이가 '남자들은 그 목소리만 들어도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 그 여배우, 디트리히 말이다. (디트리히는 반나치주의자였다) 한 곡의 노래가 전쟁터를 흔들고 아군과 적군의 경계마저 지웠다. 세계 전쟁사에서 유래 없는 일이었다. 릴리 마를렌이 왜 그토록 많은 병사들의 가슴을 파고들었을까? 처음 노래를 불렀던 랄레 안델젠은 한 기자의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바람이 왜 폭풍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나요?' 이 노래는 전쟁 후 40여개 나라 말로 번역돼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디트리히의 목소리가 최고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안델젠의 말을 되새겨 보시길. (인터넷 창에서 www. 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