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나서며 나는 별 생각 없이 어제 신었던 신발을 또 신는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준비과정을 위해 몸에 장착하는 신발. 그 신발로 하여 나는 바깥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를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마치 한 몸인 듯 내 몸에 붙어 다니며 지저분함으로부터 또는 차가움으로부터 때로는 통증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신발. 그 신발이 처음부터 그렇게 편안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갓 돌을 넘기고 있는 조카 ‘현’이의 작은 발에 신발을 신기자 금방 얼음처럼 몸이 굳어 꼼짝을 못한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이리저리 쥐어뜯기 시작하는 ‘현’이. 누구에게나 처음의 신발은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사회의 일원으로 스며들기 위해 첫 발을 내딛던 그 날처럼 말이다. 처음의 어색함이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엔 한 몸인 듯 되어가는 ‘신발 길들이기’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우리 삶과도 닮은 듯하다. 동대문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구두를 산 적이 있다. 벚꽃 만발하던 그 날, 나는 잔뜩 멋을 낸 치마를 입고 그 구두를 신었다. 그 날 그 여의도에는 폭죽처럼 꽃잎이 흩날렸고 늦도록 휘청거리는 바람과 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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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를 잘 써서 믿을 수 없다는 뜻의 ‘교활(狡猾)’은 상상 속의 두 마리 동물 이름이다.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교(狡)’는 모습은 개와 같고 몸에는 표범 무늬가 있으며, 소처럼 뿔이 나 있는 짐승으로 개 짖는 소리를 낸다. ‘활(猾)’은 생김새는 사람 같은데 온몸에 돼지털이 숭숭 나 있으며 뼈가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몸을 똘똘 뭉쳐 조그만 공처럼 변신하여 제 발로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들어 내장을 마구 파먹는다. 호랑이가 그 아픔을 참지 못해 뒹굴다가 죽으면 그제야 유유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교활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먹이로 덫을 놓는 간교함이 말 그대로 얼마나 교활한가?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악마의 덫’ 이라는 덩굴식물이 나온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덩굴손과 촉각이 예민한 덩굴 덩어리로 이뤄진 이 식물은 자신의 몸에 닿은 모든 것을 감아서 질식사 시켜버린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면 더 빠르고, 더 단단하게 감아버린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말을 건네는가…
모친 /박일만 아파서 곧 죽겠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갔다 두 차례 낙상사고로 누워 계신지 몇 해 겨우 몸 추스르고 사신다 몸은 날이 갈수록 작은 점이 되고 늘어가는 약봉지가 유일한 낙이시다 낡을 대로 낡은 관절들, 숨이 턱에 차도록 도착해 보니 겨우 발목에 통증이시다 걸어서 내 집에 오실 수 있는 지척이지만, 안다, 핑계 김에 다 늙은 자식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다 발목을 문질러드리자 벌떡 일어나 밥상 차리러 가신다 ■ 박일만 1959년 전북 장수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법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을 수료했다. 2005년 『현대시』로 등단해 문화예술창작지원금 수혜(2011, 2015). 송수권 시문학상(2019)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현재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등을 출판했다.
꿈은 살아있는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꿈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여전히 너나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힘들고 어렵습니다. 세계 인구의 70%이상이 감염돼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한국이 공격적인 검진으로 방역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도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꿈을 이루는 건 언제나 땀입니다.” 경기도가 도민과 소통을 위해 내건 첫 희망글판 문구입니다. 봄을 나눈다는 춘분(春分)도 저만큼 지나갔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춰 서 버린 듯합니다. 사회적 파장과 경제적 후유증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179개 나라 하늘길이 막혀 대한민국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19일 현재 누적확진자수가 9천137명에 사망자도 131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중 경기도 확진자수는 모두 387명에 사망자는 4명입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생명의 위험과 경기 침체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온…
걷기가 몸에 좋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그러나 도회지에서, 특히 서울에서 걷기운동은 사실 좀 어렵다. 우선 공기가 안 좋아 매연 속을 쉽게 걸을 마음이 안 생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우리 몸은 편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표면에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서 있는 것보다 엉덩이를 걸치는 것이 편하고, 그보다 좀 더 편한 자세는 반쯤 몸을 누이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그보다 더 편한 자세는 말할 것도 없이 자리에 삐딱하게 눕는 것이다. 결국, 가장 평안을 느끼는 자세는 눈감고 숨 안 쉬는 죽음의 세계다. 죽지 않으려면, 병들지 않으려면 사람은 움직여 줘야 한다. 원시사회는 물론 농경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부단히 육체노동을 했다.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사람의 손발 대신 그 자리를 기계가 맡게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편한 것을 좇게 되었다. 그러나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우유를 받아먹은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하다. 그만큼 발로 뛰기 때문이다. 발로 걸으면 우선 온몸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발끝에서 두뇌까지 온 세포를 다 활성화시킨다. 디스크 환자도 걸으면 낫는다. 골다공증도 걷기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올해 들어 미세먼지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 올해 1월부터 3월 24일까지 전국 각 지역에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횟수는 모두 132번이었다. 그나마 경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주의보·경보가 무려 630회나 됐다. 특히 3월 1일부터 24일까지는 총 13회만 내려졌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엔 232번이었다. 이유는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풍향 등의 기상여건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확인시켜주는 지역이 대구다. 대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증유의 환난을 겪고 있지만 올해 3월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1㎍/㎥였다. 지난해 같은 달의 64% 수준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 지역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이탈리아 북부 미세먼지 농도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미세먼지는 전염병 바이러스와 함께 인류가 퇴치해야 할 대상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24일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무회
교육부가 초·중·고교 4월6일 개학을 앞두고 등교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받는 방식으로 개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 차례 개학이 연기됐으나 해외에서 확진자 유입이 가속화하고, 집단 감염도 잇따르고 있어 보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을 도입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상 필요한 경우 원격수업이 가능하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온라인 수업을 법정 수업일수, 수업시수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부터 정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마땅한 원격수업 프로그램이 있는지, 원격수업 인프라는 어떻게 해결할지, 수업의 질은 담보할 수 있는지 상세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학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과연 이런 우려가 충분히 해소될지 의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디지털 격차’에 따른 형평성이다. 지역별, 학교별 온라인 수업 역량이 차이가 나고,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등의 보유 상황에 따라 ‘디지털 접근성’이 달라진다.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학생 등을 중심으로 스마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음식 또한 배달이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만큼 타인과의 접촉 없이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되니 배달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도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연평균 2천554건으로, 이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는 68명, 부상자는 3천101명으로 집계됐고, 이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이처럼 치사율이 높은 이륜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두 발(보행자)·두 바퀴(이륜차)가 안전한 경기’라는 교통대책 슬로건을 정하고 이륜차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륜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운전자에게 몇 가지 안전수칙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이륜차 운전자는 운전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장구(안전모, 무릎보호대 등)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 이륜차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신체부위는 머리 부위로 총 사망자 중 41.3%를 차지하는 만큼 안전모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 번째, 아무리 바쁘더라도 신호를 반드시 준수하고 앞
꽃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며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지만 신문과 TV, 인터넷은 온통 바이러스 소식으로 넘쳐나며 사람들의 설레는 외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바이러스 소식에도 범인들의 수상한 외출을 막을 수 없었다. 최근 빌라 창문으로 침입하여 재물을 훔친 범인과 아파트 20층에서 창문 방범창살을 훼손하고 들어가 재물을 훔친 범인이 검거되며 침입범죄에 대한 경종을 다시 한 번 울리고 있다. 2018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절도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4~8월 집중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침입절도가 18.5%나 차지한다. 먼저 침입절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문단속은 기본이며 외출시 창문, 베란다 문을 잠그는 것은 필수이고 우유·신문 투입구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침입이 쉬운 저층주택이나 복도식 아파트 등의 경우 프레임이 분리되지 않고 철심이 삽입된 안전한 방범창 설치를 권고 한다. 방범창 설치가 힘들다면 창문 열림 경보기, 완전개방 제어장치 등 간단한 방범장비 설치로도 예방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경찰서 범죄예방진담팀(CPO)에서는 수시로 주택가 등을 살피며 CCTV 설치대수가 적절한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가로수 밝기가 적절한지 등을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