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을 비롯 속해있는 크고 작은 조직에서 한 해를 보내는 송년 모임을 갖는다. 그간의 아쉬움과 안부를 나누며 서로 간 친목의 시간을 가지는 자리인데 술이 빠지지 않게 주를 이룬다. 술은 기분이 좋아서 마시고, 안 좋아서 마시고 감정에 따라 일상에 가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든 술을 마시게 되면 솔직해진다. 그간의 좋았던 것과 서운했던 것 그리고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술기운을 빌어 표현하기도 한다. 아울러 술자리에서 일종의 의식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건배와 건배사 이다. 건배사는 모임에서 축사의 의미로 모임의 대표를 비롯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술잔을 들고 간단한 인사를 하게 된다. 건배사에 한해의 아쉬움과 함께한 사람들 간의 미래에 대한 바램과 기원을 담아내는 것도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술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와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공존하여왔다. 술은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 생각되어‘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불리는 반면에 부정적인 면에서 광약(狂藥)’이라고도 불렸다. 술을 마시니 근력이 생기고 묵은 병이 낫…
1624년 3월, 조선은 내란에 휩싸였다. 인조반정의 주체였던 평안병사 이괄이 국경을 방어하던 1만2천명의 최정예 군사들을 이끌고 한양으로 진격하는 놀라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괄의 반란은 불신이 초래한 내전이었다. 이괄은 인조반정 당시 군대를 진두지휘했던 주역이었다. 그러나 논공행상에서 시간을 어긴 김유는 일등공신이 되었으나 이괄은 이등공신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병조판서를 기대했으나 변방의 방어를 책임지는 평안병사에 임명되었는데, 조정의 권력을 장악한 이귀가 반역을 꾀한다고 무고했던 것이다. 가까스로 반란은 평정되었지만 왜란 이후 총력을 기울여 육성한 평안도의 정예로운 군대가 거덜나고 말았다. 여기에다 변화를 읽지 못한 조정의 친명정책은 결국 청을 자극하여 연거푸 전쟁(정묘·병자호란)을 부르고 말았다. 끝내 인조가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삼전도의 치욕을 안겨 주었다. 문화국으로 자부하던 조선의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소현세자 대신 왕위에 오른 효종은 북벌이라는 정책으로 부족한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 효종은 재위(1649~1659) 10년 동안 군비를 증강하고 실추된 왕권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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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인의 시조를 영어로 번역한 『해돋이』 출판기념회가 지난 11월 30일 서울 함춘회관에서 있었다. 대규모로 번역이 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이 있어 참석을 했다. 예술원 회장 사천 이근배 선생이 먼저 축사를 했다. 미당 선생의 시조를 구수히 읊고 나서 우리나라에 시조의 해가 뜨고 있음을 빗대어 얘기하셨다. 사천선생은 역시 재담이 넘치는 천상천하의 얘기꾼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함을 강조하였다. 오늘의 시조조인회의 의장 재임시 시조의 정전이 될 만한 시조 150편을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고시조를 포함하여 이를 확정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위원장은 정수자 시인이 하였지만 적지 않은 위원들이 시간을 할애하여 2년 가까이 걸려 이를 확정하고 발간하였다. 이를 토대로 번역 작업을 착수하였는데 문제는 이것이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단순히 번역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욱이 해당어의 국가에서, 그것도 좀 알려진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일은 일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우선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를 독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시급한 현안’으로 검찰개혁을 들었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후 찬반시위가 계속되던 9월 29일 트위터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고 올렸고, 조 전 장관이 사퇴하던 10월 14일에도 검찰개혁은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라고 하였다. 또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 검찰개혁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주말 집회현장에서 ‘검찰개혁’이 다시 등장하였다. 온 나라가 둘로 나뉘어 ‘조국사퇴’와 ‘검찰개혁’을 부르짖었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당시의 ‘검찰개혁’은 조 전 장관을 검찰수사로부터 지키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다시 나온 ‘검찰개혁’은 단순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일까? 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나 유
눈물 /이종섶 어린 연어가 먼 바다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짓는 어미, 그 물이 1급수인 것은 어미가 흘린 눈물 때문이다 새끼들이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목숨을 걸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미의 눈물이 그리워서다 시집 ‘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2019) 수록 연어는 회귀한다. 단 한번 맡은 냄새를 쫓아 상상할 수 없는 먼 거리를 돌아온다. 태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생존본능이며 불가사의한 힘이고, 실존의 치열한 현장이다. 연어는 회귀한다. 자신의 고유한 내력을 몸의 어느 곳에 새겨놓은 채 그들은 사납게 움직인다. 강을 타고 흘러 바다로 가고, 다시 북해를 돌아 마침내 자신들이 산란된 곳으로 온다. 여기서 시인의 눈부신 통찰이 시작된다. 시인은 연어의 회귀를 어미의 눈물에 비유한다. 어미 연어는 새끼들이 먼 바다로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는 것인데, 그 눈물의 깊이만큼 물은 1급수로 정화된다. 그리고 새끼들이 목숨을 걸고 돌아오는 까닭을 어미가 흘린 그 눈물이 몹시도 그리워서라고 노래한다. 연어는 회귀하며 그 동력은 바로 ‘눈물’과 ‘그리움&…
‘환경도시 시흥’ 행복한 플랫폼, 시흥에코센터 2016년 6월에 개관한 시흥에코센터(시흥시 정왕동 위치)는 연인원 2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흥시 환경교육체험전시관으로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연령대에 맞게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영된 프로그램은 약 5천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경기도 환경대상, 환경교육 우수상을 수상했다. 내년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전시 및 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커뮤니터센터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시흥에코센터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시흥녹색환경지원센터가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문 연 환경교육체험전시관 어린이·청소년·성인 맞춤 프로그램 약 5천개 운영… 연 20만 명 발길 2019년 경기도 환경대상 등 수상 5세 이하 유아 대상 ‘시에센이랑 놀자’ 초등학교 학년별 ‘흥’ 창의체험학교 시민 대상 생생환경교실 운영 등 다양 주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에너지 보물섬 초록배곧 여행’ 눈…
경기북부지역에 있던 미군기지는 떠나고도 말썽이다. 10년 넘게 머뭇거렸던 개발사업이 별다른 성과없이 또 해를 넘기게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남북평화바람과 북미화해흐름을 타고 노루꼬리만큼 희망이 보였지만 또 다시 제자리에서 연말을 맞게됐다. 미개발로 버림받은 도내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14곳이었다. 파주에는 캠프 에드워드·스탠턴·자이언트·게리오웬·하우즈 등 5곳, 의정부에는 캠프 카일·레드클라우드·잭슨·스탠리 등 4곳, 동두천에는 훈련장 짐볼스·캠프 호비·모빌·캐슬 일부 등 4곳, 하남에는 캠프 콜번 등이다. 이 가운데 파주에 있는 미군기지 5곳 가운데 캠프 에드워드와 캠프 스탠턴 등 2곳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돼 그나마 다행이다. 나머지 캠프 자이언트와 게리오웬은 응모한 민간사업자가 없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고 캠프 하우스는 사업 취소에 따른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개발할 수 없다.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의정부와 하남의 형편은 더 답답하다. 의정부의 캠프 카일 부지는 법원과 검찰을 유치하기 위해 환경오염 정화작업을 마쳤지만 계획이 무산돼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캠프 잭슨과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반
사적 제140호인 오산시 소재 독산성에서 삼국시대 성벽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의 활약으로 인해 세마대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임진왜란 때인 1593년 7월 권율 장군이 근왕병(勤王兵) 2만 명과 함께 북상하다가 이 성에서 왜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대치하던 권율 장군이 물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흰 쌀을 말에 끼얹어 목욕시키는 시늉을 했고 이를 본 왜군은 산꼭대기에서 물이 풍부하다고 오판해 퇴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성의 축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기록에는 백제가 쌓았으며,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 때까지 계속 이용됐던 곳인데 정조 20년(1796) 수원화성의 축조와 함께 대규모 개축이 이뤄졌다고 한다. 영조 36년(1760) 온양온천 행차 후 환궁하던 사도세자가 성 안의 노인들을 모아 위로하고 창고의 곡식을 나눠줬으며. 훗날 정조 또한 14년(1790) 행차 때 노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묻고 쌀과 옷감을 하사했다. 하지만 이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방치됐던 독산성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복원 사업이 실시됐다. 제대로 된
해마다 12월은 다음연도 예산안 심의와 의결로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온 나라가 정신없이 분주해진다. 정부가 다음연도에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걷게 될지, 그리고 그 세금을 얼마나, 어느 곳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예산안의 확정은 행정부의 제안과 의회의 심의 의견이 합의되면서 결정되는데 다음 회계연도 정부의 운영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결정이 모두 12월에, 대체로 다음연도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지방예산편성이 중앙정부와 동일한 시기에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게 되는 예산편성순기로 인하여 지방예산의 비효율적 운용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이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지방예산의 특징은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방에 이전하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지방예산의 결정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이전하는 재원이 매우 높게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12월의 예산편성은 아직 미확정된 중앙정부 재정이전 금액을 예상하여 다음연도에 사용할 예산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의 예산결정 시기가 12월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