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일 14명의 김포시의회 의원들이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여기에 드는 ‘혈세’가 무려 1억 원에 가까운 9198만 9000원. 이와 관련해 김포시민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것 같다.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7박 9일간 연수 행선지는 미국 동부 뉴욕과 워싱턴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본보(17일자 8면)에 따르면 선진사례 연수 분야는 지방행정(시청) 및 의회 기관 방문 또는 대중교통 활성화(노면전차, 노면전차 등) 현장답사, 열병합 발전소(소각장) 또는 매립지 선진사례, 데이터 센터 건립 운영 사례, 교육 시설 등 기타 기관 등이다. 본보가 소개한 김포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가뜩이나 고환율과 수출 부진으로 나라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한 푼의 외화가 아쉬운데 굳이 혈세 1억 원을 외국에 쏟아부어가..
요즘 여당에서는 친윤, 찐윤, 비윤, 반윤, 친윤감별사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더욱 주목 끌게 된 것은 대통령 산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장관급 부위원장인 나경원씨가 국민의힘당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중에 해임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사자인 나경원씨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친윤 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상황과 여론의 집중도는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로서 인구 절감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해당 의제가 국가 유지의 장기적 근간에 직결되기에 대통령 산하에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있고 장관급의 부위원장을 둔다. 그런데 개인 정치 활동을 위해 취임 몇 달 만에 그런 자리를 던져버리는 모습 속에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위원회가 여당 정치인들에게 배급되는 임시 싸구려 자리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언론도 나경원씨와 대통령실 간의 갈등에 주목할 뿐 그런 행태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개인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중요한 국가 위원회는 거추장스러운 자리가 되어 사직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주요 국가 의제라고 말하며 각종 논의와 정책, 조직을 구상한다 해도 현실에서는 '그런 문제의식과 관련 의제는 정치적으로 소비될 뿐이며, 우리 역시 눈길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국가 대계를 위한 자리를 몇 개월 만에 그리 가볍게 내던지는 나경원씨의 정치 욕심이나 당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정치검찰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당연하게 보는 국내 언론도 탄식을 자아내지만, 더욱 묻고 싶은 것은 그동안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목소리 높이던 여야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다. 이들의 침묵은 그리 강조하던 의제가 단지 자신들을 내세워 보이기 위해 내걸기 좋은 주제에 불과했거나, 유력 정치인 앞에서 숨죽이는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화와 인구 절감이라는 주요 국정 사안보다는 당대표 선출이라는 정치 문제에 몰두한 여당과 대통령실의 모습에만 주목하는 우리 스스로도 사회를 걱정하기보다는 정치 계산에만 집중한 셈이다. 이 점은 야당도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회개혁의 주요 의제보다는 단지 당내외의 권력 싸움과 정치 계산만이 강조되는 구태 정치문화가 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국가 대계의 주요 의제나 문제의식이 이처럼 별 볼 일 없고, 정치권력을 위한 정치 놀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기보다는 정치권력 싸움이라는 와중에 개혁 의지의 인물들만 하나, 둘 스러져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 스스로 정치 계산으로부터 벗어나 문제 의식에 깨어 있지 않는 한, 적폐 정상화나 사회개혁은 늘 구호에 그치고 결과적으로는 저들의 정치 놀이에 함께 하는 것 외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움푹 꺼진 박에 원숭이가 손가락을 펴면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파고 바나나를 넣은 다음 나무에 묶어둔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박 안에 있는 미끼 냄새를 맡고는 손을 넣어 움켜쥔다. 그때 사냥꾼들이 나타난다. 주먹을 펴고 미끼만 놓아버리면 손을 뺄 수 있는데, 욕심 많은 원숭이는 미련하게 바나나를 움켜쥐고 있다가 잡히고 만다.’ 전설 같은 고대의 ‘원숭이 사냥법’이에요. 원숭이가 사냥꾼의 속임수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다른 원숭이들이 교훈을 얻는다면 같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원숭이라는 동물의 지능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네요. 역사에도 전설 같은 게 있어요. 플러스 게임을 하지 않고 어리석은 마이너스 게임을 하다가 망한 이야기가 고비마다 수두룩하지요. ‘원숭이 사냥법’ 얘기와 ‘뺄셈정치’의 공통적 본질..
작달막한 체격에 허리 굽은 할머니가 날씬한 손녀의 손을 잡고 힘겹게 걷고 있다. 이른 아침 풍경이 한 폭 그림 같다. 그림 속에는 생명의 아침 빛이 저녁의 어둠과 함께 세월의 흐름까지 내포되어 있다. 인생이 이렇듯 흐르고 흘러서 죽음의 마지막 페이지로 향하는가? 그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생각났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2천 년 전, 로마 공화정의 개선식에서부터 비롯된 이 말은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겸손하게 행동하라. 는 오묘한 진리를 승리에 도취된 장군에게 하늘이 들려주는 소리로 여기도록 했다고 한다. 오늘날도 어느 탈옥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개연성을 갖는 사회다. 법은 선(善)을 떠나버린 세계에서 선의 대리자나 된 양 눈을 부릅뜨고..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호모사피엔스의 타고난 특질이다. 이러한 성질은 지적 활동이 활발하던 고대국가 시절부터 간파되었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와 형벌로써 다스리려 하면, 백성들은 피해가려만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1년여 전 허위날조 보도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기자단체들의 저항으로 무산되었고, 새해 벽두에는 소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정치적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부터가 허점투성이다. 1987년 체제의 산물이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 되었다. 그렇게 바꾸면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경험적 증거라도 있나? 미국은 대통령 중임제인데 민주주의에서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고, 일본의 내각제는 제왕적 파벌이 군림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할만한 법과 제도는 없다. 서구 국가들의 방송을 모델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딱히 법과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쳐 정착된 문화인 것이다. 민주주의도 그렇고, 대통령제나 내각제도 그렇고, 또 역시 공영방송의 독립성도 법 이전에 운영, 관행, 문화의 문제다.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학회의 1월 9일 세미나에서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제도에 준하는 관행이 된 정치적 후견주의가 방송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력의 인사권을 매개로 공영방송은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소위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관행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모든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매개로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삼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바꿔야 할 것은 법이 아니라 관행이다. 굳이 법을 바꿔야 한다면, 제시하는 대안이 논리적 방법론적 정합성에 부합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제기한다고 할 때, 그때는 경험적 귀납적 논리에 따라 우리의 조건에서 도입하면 확실히 좋아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명징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위론을 앞세워 관성적으로 성급하게 도입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 2월 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MBC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방통위원장의 임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현행의 지배구조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새로운 관행이 산고를 겪고 있는 중인 것이다.
엄청난 예대금리 차이로 떼돈을 번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이어 지난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정유업계도 대규모 성과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들 은행과 정유업체의 대박은 서민과 기업이 겪는 눈물겨운 고통의 반대급부라는 점에서 과연 정의로운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등 특정 업계의 이익 독식을 막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들은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 우리사주 61%), 국민은행은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 원을 따로 준다.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
경기도 내 고령인구가 199만 명을 넘어서며, 젊은 층이 많은 경기도마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 같은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난 연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 드러났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2026년으로 예측됐던 ‘초고령사회’ 진입이 2025년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출산율 하락 문제와 함께 가속도가 붙은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밀한 대책이 시급해지고 있다. 적극적인 대처가 긴요한 시점이다. 행안부가 밝힌 2022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천143만9천38명으로, 2021년보다 19만9천771명(-0.39%) 줄었다. 남녀 간 인구 격차는 16만5천136명(여자 2천580만2천87명, 남자 2천563만6천951명)으로, 2015년 처음 여자 인구가 남자 인구를 추월한 이래 역대 최..
1. 몇 년 전 텍사스에 교환교수를 다녀왔다. 오스틴 북쪽, 집 근처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 주차장의 승용차 뒷범퍼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DISABLED & PROUD’. 장애가(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레이건 집권 이래 30년 이상 가혹한 신자유주의적 수탈을 통해 재화가 극단적으로 최상층에게 쏠렸다. 경제학자 피케티가 주도하는 《세계불평등보고서(World Unequality Report)》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상위 10퍼센트가 차지한 비중이 70.7퍼센트다. 반면에 하위 50퍼센트는 고작 1.7퍼센트에 불과하다. 불법이민자,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덤 위에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는 여전히 현..
함흥은 동해안에 위치한 화학공업도시이다. 흥남은 함흥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져 행정구역상 함흥시 흥남구역에 속한다. 함흥은 1416년 함주라는 함자에 흥하라는 의미에 함흥이라는 지명을 가졌고, 흥남은 1927년 질소비료공장이 생기면서 함흥에 남쪽이라는 의미에 흥남이라는 지명이 새로 태어났다. 함흥은 조선시대 함경도 행정중심지로 조선을 일으킨 전통적인 도시이며 흥남은 일본인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에 의해 생겨난 근대적 도시다. 1943년기준 함흥인구는 12만명, 흥남인구는 16만명으로 1960년 함흥-흥남이 통합하면서 평양 다음가는 제2도시로 부상했다. 함흥면적(2003년기준)은 556㎢이며 현재 인구는 83만7000명(2013년 기준)으로 추정한다. 함흥-흥남 행정구역은 분리와 통합을 거치면서 변화되었다. 물의 길을 보면 랑림산맥과 함..
인천, 경기, 서울 수도권 일대에 깡통빌라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세대의 울분이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락에 따른 2030세대의 격한 분노와 뒤엉켜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종자돈을 털린 성난 청년의 한숨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신속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살아가는 게 즐겁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사기범죄 1위인 나라, 서민의 등을 쳐 잇속을 챙기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연실 같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까봐 두려워진다. 2, 3년 전부터 ‘빌라 왕’ 전세 사기 행각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졌었다. 행정, 입법, 사법 당국은 두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관심을 갖는 제스처를 취한다. 서민 경제사범 행위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데,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