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사법부, 그것도 검경 밑으로 스스로 기어서 들어가는 꼴은 어제오늘의 참상이 아니지요. 여야가 전방위적으로 소통하여 난해한 국가적 이슈를 풀어가는 ‘멋진 정치’의 낭만이 있던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예요. 의사당에서 삿대질하면서 싸우는 것, 방송에 나와서 온갖 궤변 동원하여 시종일관 똑같은 주장만 펼치면서 시청자에게 고구마를 먹이는 것 말고 여야 정치인들은 도무지 소통을 안 해요. 오로지 밤낮 저질 청백전만 벌이죠. 날로 가열되고 있는 대선전이 드디어 특검(특별검사) 도입을 놓고 벌이는 새로운 막장극 국면으로 접어들었군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문제를 놓고 ‘쌍 특검’이니 뭐니 희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네요. 정치권 논쟁이 고소·고발전으로 비약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유치한 공방전만 하염없이 벌이던 관성이 드디어 대선판으로 옮겨 붙은 건가요? ‘특검 대선’이라니, 보다보다 참 별 얄궂은 선거를 다 겪게 됐네요. 선거가 철저하게 네거티브 격투기 형태를 띠면서 등장빈도가 높아진 ‘만약에(If)’라는 가정법 종속접속사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상대방에 관한 털끝만 한 의혹만 생겨도 그걸 침소봉대하여 ‘만약에’를 앞에 붙여 찔러 물은 다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네요. 안 대표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지요. 그가 밝힌 대선 출마의 명분은 “첨단 과학과 첨단기술의 힘으로 국가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군요. 안 대표의 출마에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인 김동연 전 부총리 쪽에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게 이채롭네요. 김동연 캠프의 송문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거 때마다 출마가 직업이 되어버린 ‘대선 놀이’를 멈춰야 한다”며 구태 정치라고 깎아내렸군요. ‘또 또 또 출마 선언’, ‘국민의 힘 2중대’라는 말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작심 발언 맞네요. 언론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안 대표의 ‘말 바꾸기’ 이력들을 열거하면서 맹비판을 가하고 있네요. 그래도 안 대표가 이 정도의 십자포화를 못 견뎌낼 것 같지는 않아요.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이제 민심을 자극하는 시빗거리로서 별 효용성이 없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얼굴에 철판 깔고 막 밀어붙여서 성공한 사례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2017년 5월 대선 패배 후 ‘자숙’을 말하던 안 대표는 불과 20여 일 만에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었고, 지난해 12월 20일 4·7
지난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關東)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 자경단 등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사건이 있었어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지요. 소문 조작을 동원한 인류의 비극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 무렵, 유대인 박해를 위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는 여러 차례 동원되었다네요. ‘우물에 독(毒) 타기’는 전쟁사에서 오래된 고육책(苦肉策)이에요. 루마니아 지역에 있었던 ‘발라키아’ 공국의 왕 블라드 3세는 15세기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쫓기자 후퇴하면서 모든 우물에 독을 풀어 적의 진격을 늦추었대요. 20세기 들어서도 핀란드나 독일군이 적의 추격을 늦추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어요. 수년 전에는 IS가 그 짓을 해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높았지요. 요즘 본격화하고 있는 대선전이 사상 유례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군요. 정치의 품격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고, 오직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살의(殺意)만이 휘 번뜩이는 위험한 게임이 벌어지는 중이네요. 가장 위태로운 행악은 ‘우물에 독 타기’ 추태예요. 문제를 내는 사람도
지금은 다리 밑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돼버린 장기(將棋)의 유래는 꽤 깊어요. 장기 말 중 상(象) 때문에 나온, 고대 인도의 한 왕비가 전쟁에 빠진 왕을 잡아두려고 고안해낸 놀이라는 재미있는 설이 있지요. 그러나 양편 장군 말의 글씨가 초(楚), 한(漢)인 걸로 보아서는 고대 중국 한나라(BC202~AD220년) 대에서 유래했다는 추정이 합리적일 거예요.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 2세가 1973년에 펴낸 ‘제왕적 대통령제(The Imperial Presidency)’는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시끄럽던 닉슨 행정부의 막강한 권력을 묘사한 책이에요. 이 책은 ‘3권분립’의 정신을 올바로 지키지 못하고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를 꼬집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왕적’이라는 수식어는 아마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가장 많이 쏟아져 나왔을 거예요. 촛불 민심으로 표출된 여러 시대정신 중에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개혁과제는 아직도 미완의 숙제예요. 대통령이 나라의 온갖 일들을 다 들여다보고 좌지우지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구조는 현대사회와는 전혀 맞지 않아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자는 주장은 단지 권력 구조 혁신의 목표만 있는 게 아니에요.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나오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란 우화가 있어요. 바로 ‘장님(시각장애자)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죠.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장님들을 불러서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고 어떤지 말하라고 시켰답니다. 그러자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무같이 생겼다”고 말하고, 귀를 만진 이는 “곡식을 까불 때 쓰는 키같이 생겼다”고 했어요. 다리를 만진 사람이 나서서 “다 틀렸다. 코끼리는 커다란 절굿공이같이 생겼다”고 우겼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굵은 밧줄처럼 생겼다”고 주장했죠. 정치권이 내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네요. 주기적으로 인물을 놓고 견줘볼 수도 있고, 정책을 두고 따따부따도 할 수 있다는 건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 국민의 특권이죠. 선거철만 되면 이런저런 부정적인 평가나 불만이 쏟아지고, 지역과 혈연, 지연을 중심으로 갈등도 심화하므로 부아가 치밀 때도 없진 않아요. 그러나 어쨌든 권력을 잡겠다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생각과 말과 살아온 날들을 뜯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여야의 당내 경선이 치열한 작금의 정치권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짜증이 납니다. 후보들은 자기의 면모를 정직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네요. 먼저 시작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를 거쳐서 여섯 명이 이합집산 성향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고, 제1야당 국민의힘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방전 파열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군요.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에도 전쟁 같은 ‘죽기살기식’ 정쟁 추태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지요? 선거가 치러질 적마다 등장하는 최대의 갈등 소재는 역시 ‘경선 룰’ 논쟁이에요. 규칙을 어떻게 정해야 자기에게 유리할까 하는 셈법이 작동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해요. 그래도 축구시합을 앞두고 경기규칙을 정하는 일에 선수들이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일을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눈에 매번 보여주는 이런 드잡이 모습이 편치만은 않네요. 게임의 원칙은 어디나 마찬가지여야 할 텐데, 정치판으로 가면 영락없이 시끌벅적하니 짜증 나는 거죠.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경선의 한 방식으로 시작됐지요.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으로서,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인물
‘사언지점 불가위야 (斯言之玷 不可爲也)’라는 말이 있어요. 시경(詩經)에 나오는 이 말은 ‘내가 한 번 잘못 내뱉은 말 한마디는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지요. 요즘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이 총칼 전쟁보다도 더 가혹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데,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시비들이 정말 살벌하네요. 전자기술의 발달로 10년~20년 전에 했던 말까지 자료가 남아 있어서 무슨 말만 하면 과거의 언행들이 득달같이 소환되곤 하니 놀랍군요. 불과 몇 년 전에 했던 말과 다른 말을 하다가 딱 걸린 후보들이 곤욕 치르는 걸 바라보노라면 “저 노릇도 참 못 해먹을 짓이네”하는 딱한 마음이 먼저 드네요. 내남없이, 살아가는 일이란 그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 태반인데, 그렇게 수십 년을 한 점 티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도 대선전 양상은 영락없이 ‘내로남불’의 극치를 이루고 있네요. 지금 봐서는 춘풍추상(春風秋霜) 같은 좋은 명언들은 머지않아 영영 사라지게 생겼군요. ‘정치는 곧 말’이라는 속언(俗言)이 있어요. 현대정치는 철저하게 말로 하는 경쟁이니까 그 말이 아주 그르지는 않은 듯해요. 그래서 그런지 대개 말 잘하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있군요.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서
오래전 어느 날 아침 온 동네 길거리에 ‘옹녀와 변강쇠’라는 빨간색 여섯 글자만 달랑 적힌 광고지가 즐비하게 나붙었어요. 잠깐 궁금해하다가 금세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개념을 떠올리긴 했지요. 사전에는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 곧바로 신고가 들어갔을 텐데도 그 광고지는 며칠 동안이나 붙어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옹녀를 기다리는 변강쇠’는 개업을 앞둔 나이트클럽 상호라는 말이 들려왔지요.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 써야 하는 돈에 비하면 나중에 물게 되는 벌금은 껌값이라더군요. 느닷없이 나붙은 야릇한 전단 광고지 배경에 그런 영악한 셈법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이버 세상에서 이제 노이즈 마케팅은 점점 더 기법이 다양화 지능화하고 있습니다. 노이즈 스피킹(speaking), 노이즈 라이팅(writing)에다가 교묘한 네거티브 광고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이지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어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때로는 참 큰일이구나 걱정이
불과 10년 뒤면 50대 이상 인구가 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네요. 일찌감치 벌어진 잠룡들의 혈전 속에 흘려넘기고 있지만, 예사로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고령화 현상이 이런 속도로 가파르게 심화하면 경제인구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머지않아 국가소멸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이니까요. 인류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 그 끝에 필경 닥쳐올 생존의 위협은 가늠조차 쉽지 않은 요즘 아닙니까? 행정안전부 발표에 등장하는 올 6월 30일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통계가 아찔합니다. 40대 이하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대폭 증가하는 추세예요. 50대는 모두 859만314명으로 전체 인구의 16.6%를 차지하고 있어요. 40~50대는 다 합치면 32.5%로서 비중이 가장 높네요. 이어서 20~30대가 26.2%, 60~70대가 20.7%입니다. 10대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9.2%에 불과하고 10대 이하는 16.6%, 80대 이상은 4%로 나타났군요. 이 자료를 놓고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은 “10년 뒤에는 50대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 평균연령이 50세를 넘어서는 지
여야 정치권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종착점으로 놓고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군요. 야속하게도, 품격 있는 선거는커녕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은 기습적으로 상대방 쓰레기통 걷어찰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심한 양상입니다. 어째 이번에도 퇴행적 진흙탕 드잡이 구태가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네요. ‘X파일’ 논쟁과 ‘색깔론’이 영락없이 정치무대에 맨 먼저 등장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가 흔들어댄,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라는 문건을 두고 정치꾼들끼리 한바탕 험구 난타전을 주고받았군요. 언제나 그렇듯이, 허접한 마타도어는 ‘검증’이라는 거창한 명분의 외피를 쓰고 등장합니다. 후안무치한 이중잣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네요. 나의 언행은 ‘검증’과 ‘해명’이라고 우기고, 상대의 주장은 ‘모함’과 ‘변명’이라고 몰아칩니다. ‘증거조작’마저 불사하는 더러운 게임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왕의 눈을 가로막거나 은밀히 짜고서 벌인 만행의 역사는 드물지 않지요. 때아닌 ‘점령군’-‘해방군’ 논쟁이 불거졌군요.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해방 이후 이 남한에 온 미군을 ‘점령군’이라며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