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달 반 정도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각 공기관이 이를 두고 고민에 싸여 있는 모양이다. 곳곳에서 기관장 알박기 인사가 꽤나 거세고 거칠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듯이 보인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문제가 터진 상태다. 기존 원장은 지난 2월에 임기가 다 됐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야 이미 원장추천위원회가 구성돼 공모를 내고 선임 절차에 들어갔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계엄,내란 사태로 모든 것이 비정상이 됐다. 그런 ‘임시’ 상황이 4월 4일까지 계속됐던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있었고 이제서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로운 원장 임명 절차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자, 지금 이럴 때 새로운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을 뽑아야 하겠는가. 결론은 아니다이다. 대통령 선거 일정이 추후 1년이라도 남았다면 당연히 새 원장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한달 반 정도 후면 어찌 됐든 새 정부가 구성될 것이다. 그때까지 유예해야 한다. 그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립 아카이빙 기관이다. 모든 뉴스 자료는 KTV가 보관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한늬우스’도 KTV가 갖고 있다.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영상, 특히 영화의 경우는 한국영상자료원에 있다. 자료원 사무국은 서울 상암동에 있고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는 비교적 막대한 규모로 경기도 파주에 조성돼 있다. 엄중한 국가보호시설이다. 그만큼 영상 자료는 국가의 기록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같은 아카이빙 사업을 주축으로 한국 영화문화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병행해 왔다. 1950~2000년 사이의 국내 클래식 무비를 대중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각종 기획전, 상영회를 만든다. 그간 35mm 필름으로 보관 중인 영화에 대한 모든 디지털 전환 작업도 자료원의 사업 중 중차대한 것으로 꼽힌다. 해외 우수 클래식 명작들을 초청 상영하는 것 역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상암동 자료원 건물 지하에 마련돼 있는 두개의 상영관에는 연일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인지도가 높은 자리는 아니겠으나, 영화계 인사들에게는 매우 중차대한 위치의 인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원장 직에 새로 임명될 인물을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향후 3년의 시간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은 물론 국내 영화계 문화산업 전반의 미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구성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장을 새롭게 임명하는 것을 넘어 현재 도처에서 벌어지는 일명 알박기 인사는 재고 되어야 한다. 1968년 프랑스의 6.8 혁명은 파리 시네마테크 원장인 앙리 랑글루아를 해임하면서 촉발됐다. 모든 일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한국영상자료원장의 문제는 사소한 일 처럼 보이지만 결코 작은 사안이 아니다.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와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는 올해 말에 개통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80%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다. 통행료도 결정되지 않았다. 경기신문(12일자 15면, ‘서구 정치권·주민들 “제3연륙교 명칭 청라대교로 확정해야”’)에 따르면 중구와 서구가 제3연륙교 정식 명칭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한다. 이 다리는 총길이 4.68㎞에 왕복 6차로 규모로, 영종대교·인천대교에 이어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해상교량으로 그동안 제3연륙교라는 임시 명칭이 붙었다. 중구는 이 다리가 섬 주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영종하늘대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섬 지명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명칭공모까지 마쳤다. 그러나 서구는 이미 영종대교(제1연륙교)라는 명칭이 있고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사업비의 절반가량인 3000억 원을 부담했다며 ‘청라대교’라고 정해야 한다고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서구갑)·이용우(서구을) 국회의원들도 청라대교로 확정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명칭 문제로 인한 지역 간 갈등은 자주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분당선 연장구간 수원 ‘매탄권선역’ 명칭 선정문제로 주민들 간의 의견이 대립된 적도 있다. 이 역은 권선동과 매탄동 경계에 위치해 있는데 어느 한쪽 지역 명을 따게 되면 다른 쪽 주민들의 불만을 사게 되기에 양쪽 명칭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지역에 위치한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와 디지털시티의 이름을 따 삼성디지털역으로 짓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매탄권선역으로 결정됐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온양온천)’도 명칭선정 과정에서 천안시와 아산시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 이 역은 행정구역상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과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에 걸쳐있다. 그러나 부지 대부분이 아산시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아산을 역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안시의 주장은 역 이용객 상당수가 천안 시민이고, 역이 소재한 지역도 천안시에 근접한다며 신천안역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건설교통부는 역명을 양쪽 지역 이름이 모두 포함된 ‘천안아산역(온양온천)’으로 정했다. 명칭 논쟁은 한강 33번째 교량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벌어졌다.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시 강동구를 연결하는 이 교량 명칭을 놓고 구리시와 강동구의 주장이 엇갈렸다. 구리시의 ‘구리대교’와, 강동구의 ‘고덕대교’라는 명칭이 충돌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 지명위원회를 열고 다리 이름을 ‘고덕토평대교’로 의결했다. 그러나 구리시와 강동구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명칭이라며 반발, 재심의 청구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남 보령 원산도와 태안 안면도를 연결하는 다리도 보령시는 ‘원산대교’를, 태안군은 ‘솔빛대교’를 주장했지만 충청남도 지명위원회는 ‘원산안면대교’를 최종 명칭으로 결정했다. 인천 제3연륙교 명칭을 정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논의돼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지역 간의 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연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기한 것처럼 현재 공정률이 80%정도 진행됐고, 올해 말 준공·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중구와 서구가 제시하고 있는 명칭에 더해 중립명칭을 인천시 지명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해 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명칭으로 결정되길 바란다. 또 다른 문제는 제3연륙교의 통행료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인천경제청과 국토교통부의 손실보전금 협상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한다. 인천경제청과 국토부의 손실보전금 산정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협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지만 지금까지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량 명칭 문제와 손실보전금 협상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제3연륙교 민관협의회도 구성됐다. 지혜를 모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목련꽃이 활짝 피었다. 떼 학이 나뭇가지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 같다. 맑은 분위기 속 심호흡이 반갑다. 이 순간만큼은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없었으면 싶었다. 그때, 조선 숙종 대에 정삼품에 이른 김삼현(金三賢)이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지은 ‘공명(功名)을 즐겨 마라’는 시조가 떠올랐다. ‘공명을 즐겨 마라 영욕(榮辱)이 반이로다/ 부귀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이 한가하니 두려울 일 없어라’ -청구영언- 복잡 다사한 세상에서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매사 삼가 하면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거니 싶었다. 2025년 4월 3일 중앙일간지 K신문 1면 머리글에는 “임박한 ‘정의’…” 시민들 “이 불안, 끝이 보인다.”라고 활자화되어 있었다. 우측 사진에는 삭발한 스님들이 대통령 파면을 추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문형배 재판관의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음성이 마이크를 통해 세상으로 울려 퍼져나갔다. 그 순간을 기다렸던 많은 국민들의 가슴은 후련했고, 큰 숨을 몰아쉬게 했다. 자연의 봄 못지않게 선량한 사람들의 봄을 위한 발자국 소리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문형배 재판관 모습은 단정하고 차분했으며 조용한 무게감으로 재판소를 꽉 짓누르고 있었다. 계엄으로 인한 내란성 불면의 밤 123일이 끝나가는 순간이었다. 삼라만상은 서로 공감을 나누는 거대한 교향곡이라고 했다. 봄의 전령은 나팔 불며 오지 않는다. 산자락에 논밭두렁에 나뭇가지 끝 꽃망울의 피면을 째면서 또는 낮게 엎드려 배밀이하며 오는 것이다. 그날은 산불도 잦아들었다. 4월의 봄은 식목일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내 어린 시절 식목일에는 괭이와 삽과 묘목을 가지고 학교 뒷산으로 가서 나무 심기를 했다. 그것이 애국인지 학교사랑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무궁화나무는 학교 울타리가 되어 ‘나라의 꽃’이라고 배웠다. 새삼스러운 생각이겠지만 2025년 4월 4일을 기념하는 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어 두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나 정치풍토나 법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하나의 희망 사항을 정치인들에게 말하라면, 정치 감각도 경쟁도 중요하겠지만 유머감각을 살려서 자기와 의견이 다른 상대를 웃겨가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그런 폭넓은 인문학적 능력자가 그립다는 점이다. 2014년 8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와 1박 했다. 다음날은 헬기로 대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구름과 바람으로 헬기로는 갈 수 없었다. 별수 없이 KTX로 대전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시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기가 뜨지 못하게 어젯밤 구름과 바람을 몰고 온 시장이시군요!’라고 유머를 날리어 사람들을 웃겼다고 한다. 이어서 교황은 자신에게 유머감각을 주시라고 40년간 기도했다고도 했다.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포용정책과 조수미 가수의 포옹정책’이다. DJ는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있는 그날 저녁, 화려한 공연장에서 한국의 조수미 씨가 등장하여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 뒤, 무대 왼쪽에 있던 DJ에게 다가가더니 서슴없이 않고 뜨거운 포옹을 좌우로 퍼부었다고 한다. 그 뒤 돌아오던 차 안에서 한승헌 변호사는 DJ에게 조수미 씨가 해외에서 오래 살더니,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포옹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무장애 도시의 반대는 장애가 있는 도시일 것이다. 요즘 필자는 무장애도시에 한참 꽂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장애란 단어가 들어가다 보니 "장애인, 너네들 일 아녀?"라는 반문에 무장애도시, 무장애 길은 늘 막힌다. 무장애를 흔히들 말하는 전문 용어로 말하면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나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디자인(design)으로 대변된다. 유니버셜은 보편적인 것을 뜻하고 베리어프리는 장벽없는, 차별없는,을 뜻한다.사실 우리 사회는 보편적 사회라 칭하지만 그 사회 안에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사방이 턱이고 경사고 계단이다. 모범음식점은 언덕 위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문화재는 대청마루와 단 위에 있는 누각으로 대표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 사회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편적인 가치라는 이름으로, 또 경제논리로, 장애인 당신들은 장애인 도시에서 그 장애에 맞춰 살아가라고 한다. 한때 필자도 장애인은 그냥 그 세상에 맞춰야 하는줄 알고 그 장애 세상에 맞춰 살아간 적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4층 계단을 지팡이를 집고 다녔었다. 그때는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인권이 있고 존엄한 가치속에서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할 평등의 원칙이 있다. 국가는 그 평등한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게 국가인 것이고 지방행정부의 책무인 것이다. 대한민국 장애출현율이 현재 약 5.5% 이고 2040년이 되면 노인인구가 40%를 넘어간다는 통계청 자료가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마음 놓고 여행을 가고 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는 행복을 얼마나 누릴수 있을까.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유아차에 아이를 태우고 갈수 있는 공간이 시내 백화점 외에는 얼마나 있을까. 이러한 모습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차별을 낳고 그 차별을 보면서 우리는 나도 힘든데 우리 아이는 이런 세상에 살게 할수 없다는 생각들이 인구절벽을 만들지 않나 싶다. 장애인 편의 증진법에서 턱의 높이는 2cm 이하이다. 2cm정도의 높이는 휠체어가 넘을수 있는 높이라 생각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2cm의 높이에 어르신들은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보편적과 장벽없는 도시를 외치지만 실상은 사방이 장벽이고 차별적인 요소들이 존재해 사회구성원의 계급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유럽으로 유학을 간 어느 장애인 활동가의 외침이 여전히 가슴 한 쪽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유럽은 장애인이 갈 수 없는 곳만 기억하면 되는데, 대한 민국은 장애인이 갈수 있는 곳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유럽, 소위 말하는 선진국은 그 국민 의식속에 보편적인 유니버셜과 베리어 프리가 철학으로 존재해 국가정책이나 거의 모든 인프라 구축에 무장애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기본적인 철학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들을 만들고 있다. 사실 무장애도시가 되면 장애인만, 노인만, 이동약자들만 위한 사회가 아니라 보다 포용적인 사회로 변모해 모든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물른, 도시의 가치 자체가 달라진다. 실제로 무장애도시로 변모하는 도시는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은 물론, 어린이들이 있는 가족들의 여행이 많아 지면서 도시가 활력적으로 변하고 관광객도 늘고 도시 브랜드가 높아진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모든 정책과 인프라 구축에 기본 철학으로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과 베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으로 무장해야 한다. 못먹고 못살아 경제중흥만을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보편적 가치를 확대하고 인간존중과 서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누구 한사람 차별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이 부흥하고 국가가 부흥하고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될것이다. 필자는 모두가 차별없이 함께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이 무장애 도시라고 생각한다. 무장애 도시는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고 너나 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우리에게 아름다운 미래라고 믿는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상부 도로와 함께 붕괴한 사고는 어이가 없다. 붕괴 우려로 작업이 전면 중단된 지 15시간여 만에 현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붕괴가 경고됐음에도 근로자 1명이 고립되고,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현장 안전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결과가 빚어지나. 그렇게 수많은 노동자를 희생하고도 우리 공사 현장이 아직도 왜 이 모양인가.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지하터널 내부 기둥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하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 50m가량이 무너졌다. 사고 초기에 근로자 총 17명 중 5명의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안전이 확인됐다. 지하 30여m 지점에 고립돼 있던 굴삭기 기사는 구조대원들에 의해 13시간여 만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그러나 지하 35~40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코이앤씨 소속의 50대 근로자는 15일 오전 현재까지 여전히 실종 상태로 생존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15일 오전까지 닷새째 이어진 실종 근로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에는 소방 당국을 비롯한 경찰, 시청, 고용노동부, 포스코이앤씨 등 유관기관 인력 300여 명, 장비 70여 대가 투입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구조대원 7명을 투입해 내부 인명 검색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방 당국은 지하 20~30m 구간에서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살폈으나 이곳에서도 별다른 흔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구조대원 3명을 투입해 해당 컨테이너를 살펴봤으나 토사만 가득할 뿐 그 밖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신안산선 광명 구간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당시 “보강 작업을 시작하기 전 H빔을 지하로 내리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노동자 진술을 확보했다. 신안산선 사고 현장은 붕괴 조짐이 뚜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전날부터 지하터널을 받친 기둥들에 금이 가고, 끼익 끼익 소리가 들린다는 작업자들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시공사가 공사를 멈추고 보강공사와 안전진단을 하면서 붕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로 작업자들을 투입해 변을 당했다는 뒷말이다. 더욱이 사고 구간은 2년 전 감사원에서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5등급)’하니 유의하라고 경고했던 곳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시도 공사 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지반 침하 우려를 지적했다고 한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은 지난해 4분기에 하루 평균 1600t의 지하수를 밖으로 퍼내면서 작업했을 정도로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는 기록도 나왔다. 결국 현장 상황에 충분하게 대응할 대비책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고, 붕괴 조짐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충분한 방비책 없이 노동자를 투입해 보강 작업에 돌입했다가 변을 당했다는 얘기가 된다.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안전의식’의 결여가 결정적인 사고 원인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한국 건설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K-건설’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과 숙련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만년 산재 1위’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2024년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589명 중 건설업에서만 276명이 숨져 건설업은 사망자 수 기준 최다 업종(46.9%)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자에게 여전한 야만적인 안전의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참담한 속사정을 그대로 두고 어찌 ‘선진국’ 타령을 할 것인가.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두견주는 한국의 전통주 중 하나로, 봄에 피는 진달래꽃을 넣어 빚은 술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화사한 봄 풍경과 함께하는 한 잔이 떠오른다. 진달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우리 삶 속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존재다. 삼월 삼짇날이 되면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화전 위에 진달래꽃을 얹어 함께 나눠 먹으면서 봄놀이를 즐기던 풍경은, 단순한 계절의 낭만을 넘어 우리의 식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특히 진달래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기운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상징적인 꽃이기도 하다. 두견주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卜智謙)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복지겸이 병을 얻어 온갖 약을 써도 차도가 없자, 그의 어린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다. 그때 신선이 나타나 “아미산에 만개한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현 면천초등학교 뒤의 우물)의 물을 사용하고, 100일 후에 마시며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어 정성을 다하라”고 일러주었다. 딸이 신선의 가르침대로 하자 아버지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두견주는 ‘효심이 빚은 술’로도 불린다. 이외에도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동국세시기', 빙허각 규합총서' 등 여러 고문헌에서 면천 지역에서 두견주를 빚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면천에는 지금도 복지겸의 딸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남아 있으며, 이 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두견주는 1986년 1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86-2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면천두견주보존회를 중심으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진달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약용 효과로도 알려져 있다. 항염, 진통, 해열 등의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며, 이처럼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꽃이기에 두견주라는 전통주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두견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달래꽃 외에도 쌀, 물, 누룩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달래꽃을 채취하는 시기와 상태다. 대부분 4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꽃이 피는데, 진달래는 활짝 폈을 때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는 반쯤 핀 꽃이 향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진달래는 예외로, 만개했을 때 채취한다. 향보다는 꽃술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한다. 두견주는 깨끗이 씻은 진달래꽃을 찹쌀과 함께 발효시켜 빚는다. 발효가 끝난 뒤에는 술을 곱게 여과하고, 꽃향기가 술에 잘 배도록 충분히 숙성시킨다. 이렇게 빚어진 두견주는 진달래의 은은한 향과 함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봄의 향기를 머금은 이 술은 한 해의 첫 꽃이 피는 시기에 빚어지는 만큼, 그 의미 또한 각별하다. 두견주는 단순히 마시는 술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이자, 계절의 기운을 전하는 감동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달래꽃을 직접 만지고 다루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과 호흡하며 평온함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두견주는 봄의 향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한국의 전통주다. 진달래꽃이 지닌 상징성과 함께, 두견주 한 잔을 음미하는 순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이 계절, 두견주 한 잔과 함께 봄의 선물과 전통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한국 문화의 진수를 체험하는 특별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우리의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가 이웃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민족으로 다시금 살아가야 한다. 맹자(孟子)는 우리에게 네 가지 마음, 사단(四端)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 겸허하게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辭讓之心),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시비지심, 是非之心)이다. 이 사단이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즉, 사덕(四德)으로 발전한다. 소통에 있어 인의예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진 인품으로 옳음을 쫓고, 예의를 지키며, 지혜로운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대화는 매우 풍성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담아 지혜롭게 소통하는 방법으로 쿠션어를 추천한다. 흔히 대화에 있어 사실을 전달한다고 해도 서로의 감정이 상할 수 있다. 이럴 때 쿠션어를 활용하면 좋다. 쿠션어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푹신한 쿠션(Cushion)에 언어를 합친 말이다. 대화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 감정의 쿠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드러나 갈등을 줄이는 대화의 완충재라고 할 수 있다. 쿠션어는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반대 혹은 제안이나 요청에 대한 거절 등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될 때 사용하면 좋다. ‘괜찮으시다면’,‘죄송하지만',‘번거로우시겠지만',‘바쁘시겠지만' 등의 표현이다. 이런 쿠션어를 활용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상대에게 무엇인가 부탁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바쁘시겠지만,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이것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갑작스럽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이 문서를 좀 작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표현하면 매우 정중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 상대의 의견과 다른 경우 사용하면 좋다. “네,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좀 다르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다른 관점에서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처럼 말하면 대화의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제안이나 요청을 거절해야 할 때는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제가 여력이 안 되네요.”,“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안타깝네요.” 등으로 예의를 갖춰 거절하는 것이 좋다. 앞서 맹자가 언급한 사단과 사덕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어떨까! 일상에서든 비즈니스에서든 쿠션어로 시작하는 대화라면 갈등은 줄어들고 서로 간의 미소와 배려로 충만할 것이다. 다만, 상대와의 관계성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감정이 안 담긴 쿠션어는 상대에게 오히려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이 사용하면 지나치게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보여 인간관계에서 거리감을 생길 수 있다. 진심을 담아 적절히 쿠션어를 활용해보자!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소멸 우려마저 대두한 우리 국가사회에 부부 공동육아 모델을 찾는 일은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경기도가 양육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가족 문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아빠 양육자 지원사업’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여성가족국은 앞으로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시군 가족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아빠 양육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경기도의 정책변화가 우리 양육문화 혁신의 마중물이 되어 큰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각 부서별로 운영됐던 기존의 아빠 양육 지원사업을 도 여성가족국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 아빠 양육 맞춤형 콘텐츠 개발, 경기도 아빠하이, 경기도 아빠스쿨, 경기 100인의 아빠단, 라떼파파 육아나눔터 등 5개의 아빠 양육사업을 추진·운영 중이다. 아빠 양육 맞춤형 콘텐츠 개발은 여성가족재단이 담당하고 있다. 상반기에 아빠 양육 관련 놀이·지역별 체험 활동 등을 제공하는 경기도 아빠하이를 운영하게 된다. 아빠하이에는 550여 명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 참여자는 지난달에 모집공고를 통해 선정됐으며 지난 5일 아이와 함께하는 그림책 연계 원예교육 활동을 시작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이어서 하반기 7월에는 맞춤형 전문교육(공통교육·자녀발달주기별 교육)과 전문가 코칭·상담, 아빠들 간 교류 활동 등을 제공하는 신규 사업인 경기도 아빠스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참여자들에게 자녀 양육과 관련된 전문적이고 자녀의 발달상황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며, 올해에는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둔 남성·예비 남성 양육자 15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는 ‘멘토아빠단’이 참여자들에게 저출생 대응 인식개선과 남성 육아 실천 필요성을 일깨우는 경기 100인의 아빠단을 진행한다. 또 시·군 육아나눔터 협력사업인 라떼파파는 육아나눔터 등에 아빠 육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10개소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도내 아빠 1200명이 자녀와 함께 놀이·체험·소통·캠페인에 참여하는 경기도 아빠하이를 진행한 데 이어 경기 100인 아빠단의 프로그램과 캠페인, 전문가 특강 등을 운영했다. 아울러 라떼파파 육아나눔터 9개소에서 아빠 육아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이 지원사업에 연 3183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父兮生我 母兮鞠我)’는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였을 때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지은 ‘훈민가’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 시경(詩經)에 나오는데, 정철이 인용 없이 베낀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명심보감과 조선 중기의 문인 주세붕의 오륜가에도 등장한다. 부계 혈통의 이데올로기가 확립된 이후 부계 혈통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해 널리 퍼트렸다는 비판적 해석이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아버지는 자녀 양육에서 주도적인 참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여성들도 사회활동, 특히 직장생활 등 일상적으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생활로 문화가 바뀌면서 비로소 공동육아의 개념이 정립돼가고 있다. 더욱이 출산 기피 현상으로 인한 인구절벽 사태는 육아를 단지 여성에게만 일임하는 문화의 허점이 극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경기도가 ‘아빠 양육자 지원사업’을 통합 운영하기로 한 것은 아빠 양육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변화로 해석된다. 남성이 육아를 담당하는 일이 흉허물이 되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남성들의 육아 능력을 향상하는 일은 양성평등은 물론 인구소멸대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테마로 등장했다. 남성 육아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통합 지원과 유관기관 협업·연계가 수반되는 경기도의 정책변화가 새로운 부부 공동육아 모델을 창출함으로써 양육문화의 혁신을 견인해내길 기대한다.
작년 12.3 위헌, 불법 계엄 선포 이후 4.4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까지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대한국민의 헌신은 눈부셨다. 계엄 선포일 밤 국회의사당에서, 국회 탄핵 의결을 위해 여의도에서, 윤석열을 관저에서 끌어내기 위해 한남동에서,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전봉준 투쟁단’과 연대해 서울 입성을 이뤄냈던 남태령에서,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우리 국민은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신명 나게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빛의 혁명을 만들어냈다. 탄핵을 함께 끌어낸 헌정수호 정치인들은 일상을 뒤로 하고 그 아스팔트 위의 생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국민을 ‘위대한 국민’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그런데 그 ‘위대한 국민’이,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 2항의 그 ‘국민’이 주권행사를 위한 국민투표를 할 수가 없다. 2014년 국민투표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고,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회의 직무 유기로 법 개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최상목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며 자행한 위헌적 직무유기를 지금 국회도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국민투표법 개정법률안 4건이 계류돼 있다. 내란 행위를 옹호했던 국민의힘 당 도움 없이도, 국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의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그 국민투표법을 개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지연을 겪으며 주권자는, 주권자가 선출하지 않은 헌재 재판관 9명에게 주권자의 총의를 재심판받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헌재가 다행히 정의로운 판결을 내렸지만, 다음 정권에서 내란 종식을 위해 또 적지 않은 헌재 판결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위대한 국민’은 그 ‘위대함’을 또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일상을 포기하며 입증해야 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지난 4월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과 이후 여야 정당의 발언에도 ‘위대한 국민’에게 헌법적 권한을 드리겠다는 뜻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4년 중임이나 임기 단축 등 대통령 권력에 대한 언급이 주였고, 국민발안제 등 주권자의 직접 민주 권력을 강화할 개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주권자의 입법권을 보장하고 헌법도 바꿀 수 있는 국민발안제는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며 없앤 조항이다. 민주헌법이라는 1987년 제정된 헌법에도 빠져있다. 2020년 3월 20대 국회 막바지에 국민발안제를 넣은 개헌안이 국회의원 148명 발의로 제안된 적이 있으나 폐기됐다. 당시 제안 의원 중에는 현재 22대 국회의 국회의장,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관위원장, 이재명 경선캠프의 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정책본부장을 비롯해 34명의 의원이 있다. 20대 국회 때 제안했던 법안을 지금 국회에서, 더구나 내란 종식의 동지인 ‘위대한 국민’에게 헌정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내란 옹호 정당과 개헌을 논의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국민발안 원포인트 개헌을 대선과 함께 추진하기 바란다. ‘위대한 국민’이 아스팔트 위가 아니어도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그것이 ‘위대한 국민’과 함께 내란 종식을 할 ‘진짜 대한민국’의 도구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행정부는 제6공화국 정부들 중 정책의 변동성(volatility)이 가장 높은 정부가 될 것이다.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여대야소 정국. 차기 정부는 여대야소 정부로 국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 정부보다 여대야소 정부에서 비토 플레이어(veto player)의 숫자가 더 적다.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대한 제도적 저항이 약해진다. 정부 조직의 전면적 변화도 주로 여대야소 정부에서 실현되어 왔다. 둘째, 트럼프 효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가 초래하는 정치심리학적 효과가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전격전(Blitzkrieg)이 떠오를 정도로 신속하고도 전방위적으로 행정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매일같이 “이슈로 이슈를 덮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백악관에 신앙위원회(The White House “Faith” Office)를 설치했다는, 정교분리의 관점에서 경악할 뉴스는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모욕을 당하고, 멕시코만이 아메리카만으로 개명을 당하고, 그린란드와 파나마가 합병을 당하며, 파리기후협약이 무시당하고, 이제는 세상 모든 나라가 관세 폭격을 당하는 마당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전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어느새 “무감각”해졌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기대치도 닻(anchor)의 위치가 조정되었다. 여론도. 차기 행정부도. 셋째, 계엄 효과.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과 그 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이 이미 유사한 정치심리학적 효과를 낳았다. 대통령에게는 헌법이 정한 여러 권한들이 있다. 비상계엄과 같은 국가긴급권도 그중 하나였다. 12월 3일 이전에는 버튼이 있다고 해서 아무 버튼이나 다 누를 리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12월 3일 이후에는 대통령이 어느 버튼이라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동료 시민들 중 20%가, 헌법 제77조 제1항에서 정한 계엄선포권을 행사한 것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행사이자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정색하고 주장했었다. 헌법 제77조 제1항의 계엄선포권이 존중받아야 할 통치행위라면, 차기 대통령이 가령 헌법 제76조 제1항에서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존중받아야 할 통치행위가 아니겠는가? 차기 대통령이 뭘 하든 뭐가 문제인가. 계엄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분명히 이런 논증이 흔해질 것이다.) 12월 3일과 그 이후를 지나면서 우리 모두 과거라면 ‘극단적’이나 ‘급진적’이라고 불렀을 조치들에도 무덤덤해졌다. 불법계엄 효과, 트럼프 효과, 비토 플레이어의 부재가 결합하여, 차기 행정부는 한동안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정책 변화를 저항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면 개혁의 골든타임이고, 비관적으로 보면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불안해한다. 그러나 좋은 일에도 마가 끼듯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베일리쉬 경이 말한 것처럼 혼돈은 사다리다(Chaos is a ladder). 차기 정부가 교육 개혁, 규제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 자본시장 개혁, 기타 개혁 중 어느 하나라도 성공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