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장지동 1131번지 일원에 추진 중인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계획이 어려움에 처했다. 이 물류센터는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로, 연면적 51만 7969㎡(약 15.7만 평)달하는 초대형 창고다. 축구장 73개, 서울 코엑스(COEX)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아시아권 최대 물류센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오산시와 화성시 장지동 주민들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오산 등 인근을 경유하는 교통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물류센터가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을 기준으로 물류센터 부지 인근 도로에 1만5000대가 넘는 차량이 드나든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2030년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면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도 앞장서 백지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산시민들의 주요 생활권에서 속하는 화성 동탄신도시, 용인 남사읍 일원이 교통지옥이 될 수 있고, 시민 안전이 위협을 받으며 도시 브랜드 가치가 실추된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6일자 인터넷판, ‘이권재 오산시장,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백지화 추진 나서’) 이 시장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에서 물류센터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물류센터 예정지가 오산을 거쳐 용인·안성·평택 등지로 이동하는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2030년 기준 1만7000여 대가 통행할 것으로 예측돼 오산은 교통지옥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교통체증과 함께 대형 화물차의 통행이 잦아지면서 매연이 발생하는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타당성이 있다. 이는 곧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산시는 시행사 측에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지난달엔 경기도 광역교통정책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오산시는 지난 7일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화성을)과 물류센터 전면 백지화를 위한 연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오산뿐 아니라 동탄 주민들까지 교통 혼잡과 생활 불편이 우려된다. 초당적 협력체를 구성해서라도 이 계획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이 사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동탄2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19일) 오후 1시엔 동탄호수공원 일원에서 이 시장과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반대 비대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산시의회도 입장문을 냈다. “오산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 개발 행위”라며 동탄2 물류센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물류센터 건립이 오산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 개발이라면서 “즉각적인 재검토와 책임 있는 행정 조치”를 요구했다. 물류센터 건립 예정지인 화성시 장지동 주민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유통3부지 물류센터 결사반대, 우리 집값 반토막 시간문제’ 등 현수막을 곳곳에 내거는 등 오산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달 22일 동탄2신도시 대형 물류센터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에서 화성시와 오산시 간에 협의하라고 명시했다. 화성시가 제출한 계획안 가운데 물류센터 출입차량 진출입동선 등 오산IC방향 운행 최소화를 위한 수정안 제출, 카메라단속·어린이 통행 안전 등 교통안전 대책 수정안 제출 등 ‘조건부 의결’을 했다.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곤혹스러워하는 곳은 화성시다. 자칫하면 행정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사업자가 구상권 청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기에 인허가를 반려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게 화성시의 입장이다. 그동안 상생을 위해 노력해온 오산시와 화성시가 슬기롭게 대처해 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란다.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 학자마다 출생연도를 구분하는 데 있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잘파세대란 대체로 Z세대(1995~2009년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을 합친 새로운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AI·메타버스·초연결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온리(Digital only)’세대다. 지금까지 연구된 잘파세대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우선, 디지털 온리세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정보습득, 소비, 소통을 온라인 세상에서 해결한다. 또한 이미지, 영상, 숏폼에 익숙한 기술친화적 세대로, 자신의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공유하는 콘텐츠크리에이터다. SNS에 자신의 이미지나 영상을 업로드하여 개인브랜딩을 실현한다. 더불어 개인화와 ‘자중감’의 세대다. 자신의 관심사, 취향에 맞추어 살고자 하고,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가벼운 관계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상황형 관계)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진정성을 갖춘 꾸밈없고 솔직한 대화를 원한다. 이들은 현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상에서 알 수 없는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한다. 게다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다. 글로벌OTT, 마켓 등을 두루 섭렵하며 성장하였기에 국경의 의미가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소비태도 등을 갖추며,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는 잘파세대'의 저자 이시한 작가는 잘파세대에 대한 키워드로 디지털 온리, 자중감, 현재적, 세계인을 꼽았다.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이런 특징이 있는 잘파세대와의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대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짧고 명확하게 핵심만 전달한다. 잘파세대는 장황하거나 진지한 대화가 아닌 가볍고 짧은 대화를 선호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원한다. 그러니 긴 이야기보다 명료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대화 말미에는 전하고자 했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진정성있는 태도를 중시한다.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대화를 원한다. 또한 상대방의 권위적인 지시나 조언보다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셋째, 일이나 학습 등의 의미와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좋다. 앞서 말했듯이 잘파세대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넷째, 잘파세대인 뉴진스의 ‘Ditto(나도 그래)’라는 노래제목처럼 공감의 언어사용이 중요하다.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다섯째,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긴다. SNS에 익숙하므로 ‘좋아요’가 일상언어다. 빠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좋아한다. 여섯째, 영상과 이미지의 세대이니만큼 디지털기기를 수단으로 소통하고, 이미지와 이모티콘, 짧은 영상 등의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잘파세대는 ‘디지털네이티브’, ‘디지털 온리’답게 이전까지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다. 그런 만큼 생각의 방법 역시 기성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잘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순간부터 노동은 시작됐다. 진화의 시계로 보면,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그 출발점이다. ‘손재주 있는 인간’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인류 최초로 도구를 만들었다. 자연의 돌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쪼개고 깎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했다. 이 최초의 석기, 올두완 도구는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에 개입하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바로 그 순간, 노동은 진화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침팬지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지만, 도구를 제작하고 그것을 전승하는 종은 인간뿐이다. 도구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고 계획하며, 미래를 상상한다는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는 불을 피우고, 사냥을 위해 무기를 만들며, 공동체 안에서 도구를 공유했다. 이 모든 과정이 노동이다. 도구는 기술이 되고, 기술은 기억과 문화를 낳는다. 노동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문명의 조건이자 인간됨의 출발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손’이다. 인간의 손은 엄지와 네 손가락이 마주보는 구조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뇌는 진화했고,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를 넘어 창조하는 존재가 되었다. 손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연장선이었다. 생각은 손끝에서 실현되고, 노동은 그 구체적 증거였다. 노동은 단지 생존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고,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공동체를 조직하고 문명을 창조해내는 힘이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기술을 전승했고, 노동을 통해 기억을 남겼으며, 노동을 통해 미래를 설계했다. 노동은 축적된 지식의 형태로 발전했고, 도구는 점점 정교해졌으며, 손의 움직임은 언어의 탄생과도 긴밀히 연결되었다. 손은 단순히 돌을 쥐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를 쌓는 첫 번째 기둥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노동을 경제적 개념으로 바라보지만, 그 출발은 훨씬 더 깊고 넓다.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경험의 총합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손으로 만든 첫 번째 도구에서부터, 현대 도시를 구축하는 기계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손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인간은 손을 통해 문명을 시작했고, 그 손은 지금도 세상을 만든다. 노동은 곧 손의 기억이며, 문명의 맥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동을 단순한 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능력과 상상력, 그리고 관계 맺기의 총체적 표현이다. 노동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곧 노동의 일부였다. 호모 하빌리스의 손에서 시작된 그 움직임은, 오늘날 우리의 손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동은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손이 만든 도구는 결국 인간 자신을 바꾸었다. 노동은 단순히 자연을 정복하는 힘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 거울이었다. 도구는 외부 세계를 바꾸었고, 노동은 내면의 구조를 조형했다. 손끝의 움직임은 사유를 낳았고, 그 사유는 문명을 이끌었다. 그러므로 노동의 기원은 곧 인간 철학의 기원이다.
수원시가 전국의 일부 기초단체와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에 뛰어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부 문화 진작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징검다리다. 건강한 기부 문화가 살아 있는 나라일수록 바른 국민이 참다운 번영을 일구며 발전해가는 참다운 선진국이다. 수원시의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 온 국민에 아름다운 기부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수원시가 수원시청, 대형유통센터, 관광명소 등에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해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키로 했다. 시는 16일 시청 본관 1층 통합민원실에서 기부 키오스크 1호기 제막식을 개최했다. ‘기부 키오스크’는 신용카드·간편결제 앱으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부자가 기부액을 결정하고 세액 공제를 위한 기부 영수증까지 신청할 수 있다. 최소 1000원부터 기부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며 기부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부자가 동의하면 기부자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이 담긴 기부증서를 제작해 기부 영수증 신청 방법 설명과 함께 즉시 기부자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기부 키오스크로 모금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예치금으로 적립해 관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기부 키오스크’는 지난 201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임직원 제안으로 처음 시작되었고, 2016년 수원, 2020년 화성, 2021년 용인·평택·천안·온양 사업장에 추가 설치됐다. 2022년에는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와 광주사업장까지 나눔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이밖에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기부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체리’는 키오스크 형태의 플랫폼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기부가 되는 ‘체리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체리는 2019년 론칭 이후 380개 기부단체와 2000개 이상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100개가 넘는 기업 파트너가 함께하고 있다 미국의 기부 문화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대재벌들의 통 큰 기부 토픽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식들이다. 미국의 거대한 기부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기부 파워는 개인기부 풍조에서 나온다. 2023년 기준, 미국 기부 통계를 보면 개인기부가 전체기부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웬만한 나라의 예산을 상회하는 미국의 기부금 통계는 국민 사이의 어마어마한 ‘개인기부 문화’ 미덕이 지구상 최강 국가 미국의 가장 튼튼한 기둥이라는 사실을 넉넉히 알게 한다.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경제학 기본 이론인 ‘롱테일(long tail) 법칙’은 ‘기부 문화’에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그리고 그 신성한 풍조를 일구는 동기부여에도 가장 강력한 매력을 발휘한다. ‘기부’는 인식이자 습관이다. 도시와 마을 곳곳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부의 미덕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각성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부’가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되게 함으로써 얻는 국가 사회적 이익은 막대하다. 그런 생활환경에서 자라면서 인식과 습관을 고양한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떠받치는 나라야말로 건실할 수밖에 없다. ‘주는 즐거움’의 크기가 ‘받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진리를 날로 더 깨달아가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수원시가 시작한 ‘기부 키오스크’ 설치가 일파만파 착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설치확대 못지않게 기부의 보람을 알게 하고, 일상적인 기부활동의 기회를 확산하는 홍보활동이 중요하다. 기왕에 시작한 일 제대로 한번 해보자. 수원을 ‘기부 문화’의 선도도시로 디자인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6월의 바람은 아직 봄의 향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여름으로 향한다. 나뭇잎은 짙어지고, 하늘은 한층 투명해지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진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의 입맛도 계절을 닮아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런 초여름에 어울리는 전통주가 있다. 이름부터 운치 있는 술, 백하주(白霞酒)다. ‘하얀 노을’이라는 뜻을 지닌 백하주는, 술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하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이 노을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처럼 술은 투명하고 은은한 빛깔을 띠며, 유리잔에 따르면 잔잔한 기운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곡물 향과 청량감이 퍼지며, 무더위 속에서 반가운 쉼표가 되어준다. 도수는 제법 높은 편이지만, 깊이 있는 맛 덕분에 조용한 감탄을 자아낸다. 백하주의 기원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도 이 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지혜로 여겼던 선조들의 식문화 속에서, 백하주는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로운 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조법 또한 독특하다. 일반적인 술과 달리, 백하주는 ‘삼양주’ 방식으로 빚어진다. 밑술에 ‘서김’을 섞고, 여기에 덧술을 더하는 방식이다. 서김은 본격적인 술빚기에 앞서 밥에 누룩을 섞어 따뜻한 곳에 두어 3~4일간 발효시킨 것으로, 밑술의 발효를 도와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 밑술을 빚을 때 쌀을 쪄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쌀을 가루 내어 끓는 물을 부어 반쯤만 익히는 ‘반생반숙(半生半熟)’ 기법이 사용된다. 이것을 지금은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곡물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는 전통 방식으로, 최근 많이 사용하는 ‘비열처리 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백하주가 발효되는 동안 퍼지는 향기는 그 어떤 꽃보다 은은하고 깊다. 발효가 마무리되면 술은 노란빛이 아닌, 거의 투명에 가까운 맑은 빛깔을 띈다. 깔끔한 맛 덕분에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백하주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단순한 재료 속에서 깊은 맛을 끌어내는 이 술은, 무엇보다 누룩의 품질과 정성 어린 손길이 맛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백하주는 ‘잠깐 멈춤’이 필요한 시기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반년을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다독이며 마시는 한 잔의 술. 무거운 사색보다는 오히려 맑고 투명한 맛이 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꺼낸 백하주를 잔에 따르면, 마음속에도 어느새 하얀 노을 하나가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고문헌 속 전통주의 제조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풀어쓴 고문헌 전통주 제조법'을 발간했다. 해당 책은 농업과학기술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전자도서(e-book) 형태로 열람할 수 있다.
법은 강제력이 있는 규범이다. 법규범이 아닌 규범도 많다. 강제력이 없는 규범도 많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 의하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도 바로 법이 아닌 규범이다. 법은 연약하다. 공들여 만든 법도 불완전하다. 공백과 흠결과 우회로가 있다. 적용할 법이 없는 상황들도 전개된다. 법기술자들은 법의 문구를 내세우며 법의 목적을 배신하거나 법의 목적을 내세워 법의 문구를 무시할 수 있다. 법률제정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부합하도록 법을 바꾸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권력을 위해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몇 번이고 다시 긋기도 한다. 위법만 아니면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해도 된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위법이 아니라고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유지한다. 위법이냐 합법이냐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규범을 세우고 지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든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일 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첫번째 대통령이었다. 워싱턴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겪어본 적이 없었고 대통령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모든 행보가 선례였다. 워싱턴의 선례는 그 이후 미국 대통령들의 규범이 되었다. 워싱턴은 대통령의 권한인 거부권을 임기 동안 단 2차례만 행사했다. 더 많은 거부권의 행사가 위법이 아닌 합법인데도 그렇게 했다. 워싱턴은 행정명령을 자제했다. 행정명령이 법이 부여한 그의 권한인데도 의회를 존중했다. 워싱턴은 대통령을 2번만 했다. 3연임 금지법 같은 것이 없었으니 3연임이 허용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국부가 대통령을 3번 한다고 해도 막을 사람이 없었는데도 그렇게 했다. 워싱턴 이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처음으로 불문율을 깨고 3연임을 할 때까지, 어느 대통령도 3연임을 하지 못했다. 워싱턴은 할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공화국을 굳건한 기반 위에 세운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는 단연코 워싱턴이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진짜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면, 진짜 대한민국의 첫 지도자들은 “내가 국부다”, “내가 파운딩 파더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워싱턴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이 부여한 권한이어도 끝까지 다 행사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어도 남김없이 다 행사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권력을 강화하는 일이고,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일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이어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취지가 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이른바 방탄입법들의 속도조절이 예상된다는 기사가 반갑다(중앙일보 2025년 6월 16일 “이대통령 발언뒤 방탄법안 멈췄다”). ‘헌법적 강경태도’를 내려놓는 선순환의 시작이면 좋겠다.
경기도의 헌혈률이 수십 년째 1%대로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헌혈률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최저치로, 최고치를 보인 울산(9.9%)과 6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인 헌혈은 인류애의 숭고한 희생이요 봉사로 평가된다. ‘헌혈률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5년부터 계속 1%대 헌혈률을 기록, 20년간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기도는 헌혈장려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광역단체다.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제4·5조에 따르면, 도지사는 매년 복지부장관의 헌혈권장에 관한 계획에 따라 헌혈장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사업계획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5조에 따른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헌혈률 최고기록 9.9%를 찍은 울산시의 경우 매년 분기마다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 것이 헌혈률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시 차원에서 울산혈액원과 정례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2023년에는 138명이 참여하며 3위권 진입 약 9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도민 헌혈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가 미진하다. 경기혈액원은 도 대신 공공기관과 협업해 행사를 진행하는 편이다. 실제 울산광역시 헌혈권장 조례는 2023년 개정에서 혈액원에서 추진하는 헌혈권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시장의 책무를 담았다. 반면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도지사 책무 조항에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헌혈활동 장려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의무만 명시돼 있다. 2014년부터 줄곧 헌혈률 1~3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울산, 서울(2024년 9.8%), 강원(9.6%)과 비교해보면 경기도는 일반단체 중심으로만 헌혈 실적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반단체는 공공단체(정부 기관, 공공기관, 일반기관), 사기업체, 민방위, 협회 등을 포함한 각종 단체를 의미한다. 도와 함께 전국 평균(5.6%)보다 낮은 헌혈률을 기록한 대구·경북(4.9%), 경남(4.2%) 역시 일반단체의 헌혈 건수가 헌혈률이 높은 강원, 울산의 일반단체 헌혈 건수보다 많았다. 이 같은 기록들은 공공에서의 헌혈장려 행사가 효과를 보려면 민간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헌혈률이 낮은 시·도의 경우 하나같이 헌혈 캠페인이 민간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관변단체까지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이 헌혈이다. 헌혈을 하려면 사전에 혈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건강정보를 간단하게 점검할 수 있다. 전국 15개 권역에 분포한 혈액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등을 헌혈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적정 보유 혈액량이 5.0일 미만의 ‘관심’ 단계에 접어들면 추가 증정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포 기반 인공혈액 제조 및 실증플랫폼 기술개발사업단의 인공혈액 대량 생산기술 확보는 2037년을 최종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70세 이상 고령자 헌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혈액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의 헌혈률이 매년 꼴찌라는 것은 수치(羞恥)스러운 일이다. 개선을 위한 특별하고도 효율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특히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로운 대책들이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날 아침, 새소리 맑으면 하루 시작이 흥결이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반갑게 만날 수 있다거나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아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온다든지- 새 노래 따라 걸을 때의 생각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의 아침 식탁이 푸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처녀 여선생님이 제일 예뻤다. 그리고 여선생님은 화장실 사용도 안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때로는 혼이 나가게 꾸중을 하시어 무섭기도 했다. 그 여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며, 어린이날 노래를 가르쳐주실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던 때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존경과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있어 내가 사람 노릇을 크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겠거니 싶다. 둘레의 정원을 보면 봄꽃은 지고 장미꽃은 햇빛에 얻어맞아서 잎은 시들어 추레해지고 있다. 그러나 길가의 풀들과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잎 속에서 돋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5월을 지난 6월의 주변 풍경이다. 5월의 소만을 보내고 6월의 망종(芒種)을 맞이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보리를 수확하기도 하고 모내기를 하고 채소도 심고, 낮에는 한여름의 더위를 맛보기도 한다. 이 극심한 변화에 식물도 사람도 특히 농부는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자연은 눈·비·바람·먼지와 온도에 끊임없이 부대낀다. 하지만 식물과 동물은 이러한 변화에 묻혀버리지 않고 적응하고 변화하며 원망 없이 살아 낸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외국여행이 별로인 나는 유럽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누가 다녀오라고 한다 해도 마음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 육체적인 보대낌도 있지만, 혼자라서 남 보기도 그렇고 스스로도 머쓱해질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온 자 늙어 골병이라고, 이마에는 고생의 훈장 같이 주름만 깊기도 하다. 백두산은 세 번 다녀왔다. 근무하던 대학 산악회 멤버였기에 그랬고 내 고장 대한산악회 고문으로 있었던 덕분이다. 지금으로서는 금강산이나 한 번 가보고 싶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아버지의 소 판 돈을 몰래 훔쳐 북에서 월남해 와 사업을 일으켰다. 고인이 된 그분은 그 당시 훔쳐온 소 한 마리에 이자로 천 마리의 소를 합쳐 천한마리의 소를 트럭에 싣고 휴전선을 넘었다. 그 뒤 1998년 드디어 금강산을 구경할 문이 열리고 왕래가 트였는데 나는 가보지 못했다. ‘정선아리랑’의 첫대목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 팔만 구 암자’로 시작한다. 신의 솜씨 같은 자연의 신묘함과 불교 유적이 가득한 믿음의 영산 ‘금강’의 진면목이 담긴 성스러운 산이다. 그래서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살아 금강산을 가보길 바라는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뒤돌아보면 나의 삶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만 같았다. 그렇게도 복도 없이 남에게 당하기만 하고 남의 살림만 도왔다는 생각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의 도리라는 굴레에 묶여 혼자만 고통스러워했던 과거를 용서할 길 없어 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분노는 나를 징계하게 되고 자책하며 ‘뭣하며 살아왔느냐?’는 아픔 속에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단 하나, 어떤 권력과 경제의 힘에 빌붙어 단맛에 중독된 정치꾼 같이 그 길을 얼쩡거리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여름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어머니의 부채 바람과 함께 옛이야기 속에 잠이 들었다. 낮에는 아버지와 ‘여우네’라는 강에서 목욕하며 아버지의 굳은살 밖인 손으로 때를 밀어주시는 사랑 속에 나는 철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아버지! 하면 가수 남상규의 “고향의 강”이라는 유행가가 떠올라 불러보곤 한다. “- 눈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속의 강…”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내 능력이 100%라면 줄여서 70-80%라고 줄잡아 말하며 겸손하고 얌전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 5월은 세상 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국가를 통치한다는 자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법의 심판으로 갇혀 지내면서도 ‘내 잘못이 뭐냐? 내 배 째라’는 식으로 고개를 쳐들고 어디 한번 때려보라‘고 약 올리는 모습 같은 태도를 보며 인간적 한계를 느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도덕적 사회의 악한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후배 인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파란 하늘 아래 살면서 아비는 아비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군왕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臣)답게 자기 할 일 찾아서 하는 가운데 때때로 하늘을 보고 미소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범도민추진위)는 6월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종합상황실(실장 강훈식, 현 대통령 비서실장)에 아래와 같은 토론회 제안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이해한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공개 제안한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전문가·마을활동가·교수·종교인 등이 모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와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범도민추진위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한 토론회를 제안한다. 1. 이재명 후보는 2025년 5월 20일 의정부 유세 중 발언을 통해, 경기 북부 분도 추진을 ‘사기’, ‘기만’ 이라는 모멸적 단어를 사용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 발언의 내용과 그 근거의 부적절함을 적시한 입장문을 5월 22일(목)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전달하고 5월 25일(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2. 이재명 후보 측은 2025년 5월 26일(월)까지 어떤 회신도 하지 않았다.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선대위 측에 또다시 깊은 실망감과 우려 그리고 주권자의 정당하고 정중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행태에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친위쿠데타를 통한 내란 시도로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경기 북부 도민의 평화로운 숙의와 합의를 통해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범도민추진위의 창립 목적에 비추어봤을 때, 정치권이 만든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할 우려가 있는 방식의 대응보다는 이 기회에 행정과 정치권이 하지 못한 주민 주도의 성숙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판단하였다. 3. 이번 사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설치와 관련해서 경기도정을 책임졌던 전직 도지사와 현직 도지사 간의 인식의 차가 매우 크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로인해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경기 북부 도민들의 합리적 토론과 숙의를 저해하는 볼썽사나운 분열적 행태를 정치권이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해 대선 이후 숙의의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제안한다. 4.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5월 20일 이재명 후보의 의정부 유세 중 발언에서 밝힌 경기 북부 분도의 반대 근거를 제시할 토론자를 지정해 알려주고, 대선 이후 6월 중에 첫 토론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를 바라며, 우리와 토론회 추진을 협의하고 책임질 수 있는 담당자를 지정해 알려주기를 바란다. 이상과 같은 우리의 제안은 경기 북부 도민의 마음을 둘로 쪼개버린 이재명 후보 발언으로 인한 상처를 고스란히 가슴에 새긴 채, 마치 아이를 죽여 둘로 나눠 가질 수 없었던 솔로몬 재판의 진짜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제안하는 것이니만큼, 진짜 대한민국, 국민주권정부를 만들겠다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성의 있고 진정성 있는 대응이 있기를 주권자로서 엄중한 마음을 담아 촉구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계획이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지사는 그동안 북부 균형발전과 규제 해소를 위해 도 행정체계를 분리해 북부 지역에 독자적인 행정·재정·규제 특례를 부여하겠다며 북부특자도를 강력하게 추진해온 바 있다. 하지만 북부특자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우려하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도정질문에 김 지사는 “소외된 북부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발전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 정부와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북부 대개발·대개조 프로젝트와 같은 정책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첨언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권한 불균형에 흔들리는 북부특자도’) 그럼에도 도의원들을 비롯한 북부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한 경기북부 발전 정책들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를 뒷받침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대선 선거유세에서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의정부 유세에서 북부특자도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경기북부를 남부와 분리하면 규제가 완화된다는 주장은 ‘사기’”라는 말까지 했다. “북부가 독자적인 생산 기반과 재정 자립이 가능해야만 분리를 고려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서는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의 공약집에서도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수도론’을 강조했다.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자도 구상이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특자도 추진 여부와 별개로,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투자와 정책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전기한 바 ‘대개발·대개조’ 등 방안을 통해 북부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도 “이 대통령과 저의 목표는 같다. 다만 방법과 시기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북부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5극·3특’, 즉 전국을 5대 권역과 3대 특별자치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1극 체제를 해소하고 전국을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게 현실화되면 되면 북부특자도가 설자리는 없어진다.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권역을 나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를 앞세워 각 권역별로 산업·행정·교육·교통 등 거점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에서 벗어나, 전국이 고루 잘사는 다극 체제로 전환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본보는 ▲북부특자도 주민투표 요청 ▲비전 수립 ▲특별법 제정 지원 등 기존의 북부특자도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도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 권한을 가진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짚었다. 현 지방자치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시라는 전문가들의 말도 전했다. “북부특자도의 경우 초광역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배치된다는 오해로 말미암아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 “대부분 행정체계 개편 논의는 비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에만 맞춰져 있어 수도권 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도의 상황이 부각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분권연구센터장의 말에서 북부특자도의 앞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 최 센터장은 “최소한 정부가 수도권 격차 해소와 비수도권 지역경쟁력 강화 등을 아우르는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했다. 선거철마다 쟁점이 돼온 ‘경기도 분도’,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