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건국이라니. 우리가 언제 나라가 세웠지? 여하튼 여당 인사들과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홍보하고 특정 종교 단체는 신도들의 관람을 유도하더니 급기야 청년들은 관람 인증하면 영화비를 돌려준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영화 홍보 방법도 있다니…. 여하튼 제작 측의 의도대로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이렇게 왜곡하여 미화한다고 해서 그의 평가가 달라질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 제주도 4.3과 여순항쟁에도, 6.25 발발 시 서울시민 안전 메시지 방송도, 한강 인도교 폭파에도 책임이 없었고, 전쟁을 이용한 민간인 학살에는 묵묵부답이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 행위도 없었으며 심지어 3.15 부정선거에도 개입하지 않았단다. 정말로 이런 왜곡된 인식..
경기도교육청이 다양한 교권 보호책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임태희 교육감의 교권 보호 당부가 담긴 학부모 안내장을 보급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보호공제사업 개선책도 추진한다. 근년 교육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교권 보호’ 과제를 풀기 위한 교육청의 노력을 응원한다. 모쪼록 ‘교권 침해’ 논란이 우리 학교 현장을 어지럽히고 교육환경을 좀먹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허점 없는 온전한 대책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 문화 증진을 위해 ‘교육활동 보호 자료 7종’을 보급한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보호 강화와 교육활동 침해 관련 지원 내용을 안내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돕고자 하는 목적이다. 교육활동 보호 자료는 ‘교육활동 보호 학부모용 안내장’, ‘교직원용 교육활동 보호 강화..
공무원·교원 단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 ILO·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와 제18대 국회 이후 제21대 국회에 연이어 관련 법 개정안의 발의가 있었다. 주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지 않는다. 4·19 의거 후 제2공화국 헌법은 이승만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실현 의지를 새롭게 규정하였다. 그 중에는 ‘정당의 국가 보호’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법률 보장’이 있었다. 정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주요 구성체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그러나 1961년 포고령, 1972년 특별선언 및 비상조치, 1980년 헌법 부칙으로 국회 해산, 정당·정치활동 금지, 정당 해산 등의 시..
3월의 신호탄은 뭐니뭐니해도 개학이다. 새 교복을 입고 새 책가방을 든 신입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학교 교실. 이보다 더 정겨운 봄 내음이 있을까. 하지만 이 풍경은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65번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버스는 잠시 신호등에 멈춰 섰다.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보였다. “행복사진관, 행복스튜디오, 옥스퍼드학생복, 이태리학생복, 요리제빵 학원.” 여기가 어디지? 너무도 정 겨워 그만 버스에서 내렸다. 수원 팔달문 근처, 그 거리를 따라 걸었다. 교복을 입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팔남매의 다섯째인 내게 교복은 전천후 옷이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친척 결혼식에 갈 때도 심지어 소풍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이런 교복은 가난을 철저히 포장해 줬다. 내 인생에서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만큼 찬란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교복이 사라지는 게 싫다. 하지만 교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교복은 일제의 잔재라는 둥 학생들을 정형화 시킨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찬성론자 입장에서 교복의 필요성을 잠깐 피력해 볼까 한다. 교복은 18세기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한 영국의 기독교병원학교(Christ's Hospital School)에서 시작됐다. 이때 학생들은 푸른색 레깅스를 입었다. 그 후 프랑스, 일본 등으로 전파됐다. 특히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1802년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1968년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교복을 폐기했다. 교육부장관 자비에 다르코스는 교복은 ‘사회 수준이나 재산의 가시적인 차이’를 없앨 수 있다며 프랑스 학생들의 교복을 부활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교복이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반대에 부딪쳤다. 이 논쟁은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재점화 됐지만 결론을 보지 못했다. 2024년 현재 프랑스 정부는 교복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장관은 교복이 학교 내 평등, 규율, 공동체 정신의 증진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옷을 입도록 함으로써 복장에서 드러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차별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사회,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환경을 조성한다. 교복은 또한 소속감을 갖게 한다. 학생들은 학교의 색상과 상징을 자랑스럽게 착용함으로써 교육 공동체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다. 교복을 입으면 매일 아침 복장 선택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다. 학생들은 외모보다는 교육과 학교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수업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패션과 관련된 방해 요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처럼 교복은 장점이 많고 유용하다. 경제적 격차가 지금보다 심화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학생들의 격차와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복 착용이 큰 대안일 수 있다. 우리 학생들의 교복 폐지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좀 더 심도 있고 다양한 논의가 개진될 수 있길 바란다.
전국단위의 산업안전지킴이 사업의 폐지로 중요성이 훨씬 높아진 노동안전지킴이의 채용과 관련한 경기도의 행정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도가 지난달 말 발표한 노동안전지킴이 합격자 수에 일선 시·군의 인구 비례는 물론 사업장 수 비례마저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아무리 도-시군 매칭 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해도 시·군 간 극심한 불균형 방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노동 현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보완이 시급한 대목이다. 도는 지난달 27일 ‘2024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시군별 최종합격자 104명을 공고했다. 경기도는 지난 2022년부터 도-시·군 매칭 사업 형태로 시군별로 2~6명의 노동안전지킴이를 배치, 건설·제조업 등 산업현장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조치 사항..
지난 2월 14일, 한국과 쿠바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公翰)의 교환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일각에서는 쿠바와의 수교를 ‘중남미지역 외교의 완성’으로 평가해왔다. 이로써 한국의 미수교국은 코소보, 시리아만 남게 되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후 김정일 생일(2.16) 기념행사 보도에서 26개국 재외공관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형제국’ 쿠바를 누락시켰다. 지난달 11일만 해도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쿠바 혁명승리 65주년 경축 집회를 비중있게 알리던 북한이었다. 국내에서는 이번 수교를 기점으로 공공외교 차원에서 기존의 對쿠바 문화외교를 강화하고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한국형 ‘보훈외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3,078km 떨어진 한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 뉴스를 접하며 문득 궁금해졌다. 뉴스 1면을 장식해온 한국형 공공외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대로 조명받고 있는가? 이번 수교 이전, 2017년과 2023년 당시 부산시 경제사절단과 쿠바상공회의소 회장이 양국을 오가며 경제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던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중추국가를 바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 하에서 공공외교의 역할은 비단 중앙정부의 몫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공공외교가 지방정부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공공외교법』의 제정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외교 전략의 수립과 정책 추진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결과물이었다. 해당 법 제2조는 공공외교를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공공외교 예산과 인력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나 양자 협력체계의 미비로 인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공공외교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지방위기 타개를 위한 공공외교 전략 수립은 전문인력 양성과 재정 확보, 제도와 조직 정비에 관한 논의와 병행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21년 조례 제정을 통해 공공외교 상위법과 조응하기 위한 조문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가 국제교류 활동을 외교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공공외교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개정과 ‘외유성 논란’ 예방을 위한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불과 2004년까지만 해도 지방정부의 해외 지방정부와의 결연은 중앙정부의 승인 사항이었다. 지자체장 개인 역량에 의해 공공외교가 좌우되거나 새로운 민선 정부의 등장시 좌초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국내 광역 17개, 기초 225개 지자체가 세계 85개국 1350개 도시와 1817건의 자매우호협력을 체결하고 있으나 실제 국가외교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법’상 외교의 주체는 중앙정부인 반면, ‘공공외교법’에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점(국가와의 협력 및 시·도지사의 시행계획 수립 의무화 등)에 관한 과도적 인식도 시대상에 맞게 정돈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공공외교의 주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기업, 단체, 개인의 참여가 녹여진 일련의 ‘탈’주체 내지는 ‘범’주체적 ‘앙상블’의 개념으로 접근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얼마 전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는 꽤 길게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는 오랜만에 대화상대를 만난 듯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아, 그렇군요.’, ‘맞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등의 맞장구를 치며, 그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그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카톨릭주교이면서 종교상담센터의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셜리반은 자신의 책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경청’에서 ‘경청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며,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경청자는 인간 영혼을 치유하는 위대한 치료자가 된다’라고 하였다. 경청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는 가장 좋은 소통방법이다. 우리는 경청(傾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청은 마치 산수의 구구단처럼 소통방법의 기본처럼 생각되지만 곱씹어보면 가장 어려운 소통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말을 자르고 불쑥 나의 말을 시작하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해서 소통의 오류가 나기도 한다. 공자 역시 60세가 되어서야 귀가 순해져 타인의 말을 잘 이해하게 된다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으니 경청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경청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경청을 위한 노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만 짚어보겠다.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을 결심부터 하자.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이야기를 잘 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상담을 청해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해해서 내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상담은 그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내 생각과 편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눈을 맞추면서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한 번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또 다른 내용을 발견하듯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들었던 말이라도 또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온전히 공감하면서 들어보자. 고객을 끄덕이기도 하고, 맞장구도 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해보자. 궁금한 것은 질문하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하는 상대는 응원과 격려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이야기를 듣는 당신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타인의 삶과 생각을 바탕으로 어떤 형태이든 성장할 수 있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청을 추천한다.
평택시가 공설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건립계획을 수립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030년 완공 예정인 공설 종합장사시설에 화장, 봉안, 장례서비스를 포함한 장사인프라를 확충, 망자·유족과 조문객 모두에게 친화적인 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종합장사시설은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공모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지자체와 함께 광역 종합장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장사시설 건립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될 부지선정 문제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적합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평택시 인구는 60만 명 정도이지만 종합장사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인근 화성, 용인, 성남, 수원, 천안의 화장시..
대학원에 가도 될지 묻는 후배들에게는 “대학원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낫다. 당장의 수입도 미래의 기약도 없는 생활이 초래할 고통의 무시무시함을 충분히 알려주는 게 낫다. 겁을 주어도 어차피 입학할 사람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입학할 것이므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국에 연구자로서 만나게 되므로. 연구자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해답을 찾는 자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천 년의 앞선 대화를 복기하고 향후 이어질 수 천 년의 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다. 작게는 스스로를, 크게는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들기를 소망하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밝히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본인만 어여뻐할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견디지 못해 수 년을 쏟는다. 막스 베버는 이 마음을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당하는 기이한 도취”라고 했다. 과학 강국을 표방하면서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정부의 모순 앞에서 청년 연구자의 삶은 더욱 불안정하다. 장비 구매는 고사하고, 있던 장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젊은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문은 여느 때보다 좁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는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보며, 이번 예산 삭감이 도대체 어떤 합리적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졸업식장에서는 젊은 연구자의 비판이 터져나왔고, 저들은 기어이 입막음으로 대응했다. 뒤늦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예산을 증액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예산을 대폭 줄여야 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늘려야 하는 합리적 이유를 발견했나 보다. 예산이 늘고 주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젊은 과학자의 몫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젊은 연구자들이 겪는 불안정과 부당한 폭력이 ‘선도형 R&D’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선도형 R&D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불합리가 성장통이 되는가. 추측건대 그 성장통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져야 하나보다. 연구자가 비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입을 틀어 막는 걸 보면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새해 다짐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 신속한 입막음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정부의 소통 또한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서툴더라도 조금씩 소통의 노력을 보여주시라. 공감을 바라진 않는다.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발을 떼는 졸업식에 닥친 추위를 정부 관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므로. 연구자들의 “기이한 도취”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니 우리 마음을 꺾지 말자. 애당초 이 마음은 졸업식을 찾아 온 저들이 입을 틀어 막는다고 꺾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후배들에게 대학원에 오지 말라고 이야기할 이유가 두어개 늘었을 뿐이다. 우리는 계속 읽고, 쓰고, 말할 것이다. 저들의 불합리와 입막음에 지치지 말자. 지금을 기록하고 이어질 대화를 준비하자.
우리재단에서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학생만 싱가포르에 다녀왔는데 올해에는 고등학생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24년에만 모두 세 차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로 두 번 연수를 떠나는 대상은 모두 고등학생이고 8월에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함께 유럽으로 연수를 떠나게 된다. 연수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한 조건은 화성시 거주 기간, 경제적 상황, 정책 제안 평가 등이다. 2월 18일 출국해 같은 달 22일에 귀국한 1차 연수단이 아무 일 없이 귀국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해서 해외로 연수를 보내는 일은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제일 걱정거리는 학생들의 안전이다. 물론 재단에서 인솔자 여러 명이 동행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쉽사리 놓아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출국한 시간부터 무사히 동탄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사진과 현장소식은 모든 걱정거리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다른 훌륭한 대학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으며, 일반인은 접근도 어려운 ASM(반도체 제작장비 생산 업체)공장을 견학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전달 받은 내용에 따르면 싱가포르 ASM 법인의 부사장 두 분이 나와 우리 학생들을 맞이하고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준비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에게 훗날 같이 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건넸다고 한다. 마지막 날에는 싱가포르의 봉사단체와 함께 노인 급식을 했다고 하는데 동네 아이들이 외국인을 보기 위해 몰려 나와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모든 활동이 SNS를 통해 즉시 한국으로 전달되었고 학생들의 보호자도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지켜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학생들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더불어 중요한 사실은 학생들의 자존감이 매우 높아졌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이라는 신분이, 교복 입은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편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가치와 자존감을 체감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해외연수는 화성시민의 세금으로 화성의 ‘교복 입은 시민’을 미래 인재로 양성시키기 위한 시도이자 시민으로서의 학생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추후 프로그램의 확대를 고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