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사면 문제로 국론이 반분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 여론조사 기관(조원씨앤아이, 미디어토마토)의 조사결과는 찬성, 반대가 백중이었다.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사면권을 행사한다. 그 대상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강욱,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친여권 인사들과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 친야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16일 수감됐다. 이번 광복절에 사면에 포함될 경우 정확히 형기의 1/3(33.3%)을 채운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형기 80% 복역 후 가석방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형기 28%와 21%을 채우고 사면됐다. 조국 전 대표 부부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그 잘못에 비해 수사와 기소, 재판이 과도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법 집행이 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번 사면에는 야권 출신의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이들 정치인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사진기자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의 범죄 사실, 사면의 타당성 등을 다룬 언론보도는 미미했다. 홍문종 의원은 사학재단 교비 52억 횡령혐의로 징역 4년 6개월,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 심학봉 전 의원은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호텔로 불러 강제 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었다. 국회윤리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의원직 제명이 결정되자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1억여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3개월을 확정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년 전 광복절 특사 때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 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3개월 만이었다. 2개월 뒤에 치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그를 재공천했다. 예상대로 선거에서 참패했다. 무리한 사면권 행사였다. 이 사면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는 2023년 8월 10일자 1면에 ’문 정부 비리 폭로한 김태우, 광복절 특별 사면‘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5면 해설기사에서는 김태우를 공익신고자로 치켜세웠다. 그가 유죄로 판결받은 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 체제였다며, 그가 강서구청장에 재출마해 당선된다면 정치적 복권까지 이뤄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광복절 사면·복권에 대한 어떤 부정적 언급도 없었다. 2025년 8월 9일자 “법치 흔드는 그들만의 ‘사면 잔치’”라는 1면 머릿기사와는 크게 대조됐다. 대통령의 사면 때마다 일부 언론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사면은 나쁘고, 경제계 사면은 좋다’는 그릇된 이미지도 심어왔다. 원칙 없는 사면 보도가 국민통합이란 헌법정신까지 훼손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용인시에 있는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2020년 남북한 출신 다섯명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단체를 만들게 되었던 동기는 2019년 용인시민주평통 자문위원 활동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자신 있고 당당한 리더들의 활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2018년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딱히 갈 곳이 없었던 나는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떠밀렸다. 형식을 갖추어 발대식을 했다. 기흥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고 용인자원봉사센터에 등록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내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봉사와 나눔 활동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중요하게 지역주민과 협업하여 봉사와 문학예술 활동을 하겠다고 단체 정관에 밝혔다. 모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단체를 만들고 처음으로 했던 일이 지역주민과 협업하는 일이었다. 2020년 ‘근현대사미술관담다’와 협업했고, 2022년 ‘사립문’과 협업했다. 그리고 많은 일을 했다. 2021년, 2022년, 2023년 '용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응모했다. 씨앗기, 성장기, 열매기 단계로 보조금을 받아 고향 음식을 만들었다. 작은 나의 집에서 영채김치로 시작해 쑥떡, 송편, 순대, 오그랑죽 등을 만들어 고향분들과 나누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서로를 모르고 지내고 있으니, 음식을 매개로 만나 고향 정서도 나누고 봉사도 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비영리단체 활동을 하면서 나는 취업을 포기했다. 취업을 하면 보조금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불안정한 수입과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나는 돈 버는 일은 누구나 하지만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사를 기획하고 단체를 이끄는 리더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힘들 때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뿌듯하다. 봉사하면서 마음이 밝아졌다는 말을 듣으면 친구를 만난 것 같이 기쁘다. 행사가 끝나면 자료를 정리하고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한해를 마감한다. 봉사와 나눔으로 수고한 사람들 사진을 자료집으로 묶으며 힘들었던 시간을 잊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2024년 2025년 남북하나재단에서 기획한 탈북민 지역공동체에 응모해 씨앗기, 새싹기를 지나고 있다. 취약계층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소통 지지와 나눔, 남북주민통합 행사가 있다. 보조금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는 서류가 중요하다. 서류를 만드는 사무에 능숙해야 시간을 절약하고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보조금 사업을 잘 하려면 취업을 포기할 만큼에 용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사무직을 시작했던 경험이 도움 되었다. 이제는 공모에 응모하고 활동자료를 서류로 만들어 제출하는데 익숙하다. ‘탈북민 지역공동체 지원사업’은 ‘내고향만들기공동체’가 지금껏 하고 있던 활동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서류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경험자가 아니면 보지 못했을 것들이 보인다. 경험자도 어려운데 초보는 더 어려울 것이다. 탈북민 활동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통보하거나 칼부림을 예고하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중협박 범죄가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공권력이 낭비되고 막대한 경제력이 낭비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마땅히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일상을 뒤흔드는 이 같은 범죄에 대한 강력한 근절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한 수사체계 및 엄벌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일 디시인사이드 ‘합성 갤러리’ 유튜브 영상 댓글에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라는 제목으로 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전국 각지에서 경찰특공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용인서부경찰서를 비롯한 경찰은 전국 13개 지점에 최대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사 직원과 고객 등 4000명이 긴급 대피했고, 경찰특공대 등 242명이 투입돼 약 1시간 30분간 백화점 내부를 수색하는 등 큰 혼란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신세계백화점은 5~6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동을 일으킨 범인은 중학교 1학년짜리 어린 남학생이었다. 6일 제주서부경찰서는 형법상 공중협박 혐의로 이 학생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흘 뒤인 8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게임사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 본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온라인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님블뉴런 본사 건물에 경찰특공대 등 50여 명의 인력을 급파해 수색을 벌였지만 헛수고였다. 이어서 10일 오후 1시 45분쯤 올림픽공원 내 한국체육산업개발 사무실로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을 폭파한다는 팩스가 들어왔다. 오후 4시에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던 체조경기장에서는 관객 등 관계자 약 2000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경찰특공대 등 총 57명을 투입, 체조경기장 전체를 약 1시간가량 수색했으나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해 오후 4시 22분쯤 철수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폭발물 설치를 통보하거나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범죄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허위로 밝혀지거나 장난으로 결론이 나서 그나마 시름을 놓게 하긴 하지만, 시민 불안감 증가와 공권력 낭비 등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 예고 행위에 대한 사법적 대응이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점이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해 ‘강남역에서 총기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3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블라인드 앱에 칼부림을 예고한 30대 남성 역시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 모두에서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공중협박죄’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현장에서부터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 검거 후에도 처벌이 약한 탓에 유사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조계 역시 좀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중협박죄가 적용된 실형 선례가 없고 ‘5년 이하’라는 조항 특성상 형량이 낮게 책정되는 구조여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협업해 엄정 대응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재범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다. 다중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신고를 장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범법 행위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병리 현상의 산물이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지만, 당장 터진 물꼬를 틀어막는 일이 시급하다. 모방 범죄가 확산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과 경고 장치가 필요하다. 철없는 아이들부터, 장난으로 던진 돌이 엄청난 비극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인식하는 공감 능력을 일깨울 특단의 계몽수단이 필요한 때다.
최근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M&A는 단순한 기업의 성장 및 출구(Exit) 전략 수단을 넘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확장하고 혁신역량을 결합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 가치 훼손 등의 우려로 M&A가 활발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미션 기반 M&A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규모를 동시에 키우는 성공 사례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이 M&A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M&A 목표의 명확한 정의, 사회적 가치 보존을 위한 '미션 락(Mission Lock)' 장치 마련, 임팩트 투자 기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의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M&A는 일반 영리기업의 M&A와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이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이유인 '사회적 가치'와 '미션'을 핵심 고려 사항으로 삼기 때문이다. 영리기업의 M&A가 주로 시장점유율 확대, 비용 절감, 수익성 증대 등 경제적 목표에 집중하는 반면, 사회적경제 M&A는 사회적 미션의 확장, 사회적 가치 창출 시너지, 사회적 문제 해결 역량 강화 등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매도 기업의 사회적 미션이 M&A 이후에도 훼손되지 않고 지속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자금 출처 면에서도 일반적인 PEF(사모펀드) 대신, 임팩트 투자자가 M&A의 주요 자금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들은 재무적 수익과 함께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션 기반' M&A의 주된 동기는 매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미션'에 있으며, 인수를 통해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서비스 및 노하우를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투자자들은 투자 회수(Exit)의 한 방법으로 M&A를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단순히 기업을 매각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미션이 유지될 수 있는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 데 주력한다. '동종업계' M&A 증가는 동일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 간의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사회적 임팩트를 증폭시키려는 전략의 실현으로 보인다. 사회연대경제 M&A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자문해 주는 중간 지원조직으로서의 전문 법무법인, 회계법인, 컨설팅 기관들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며, 이들은 사회적가치 측정 및 미션 보존 방안 마련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적인 M&A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전략적 접근에서 시작된다. M&A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필요하며, 기업은 생존·성장·스캐일업 전략인지, 수직적 통합·수평적 확장을 통한 신사업 진출 전략인지 M&A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 M&A는 복잡하고 특수성이 강하므로, 초기부터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M&A 전문가 자문이 필수적이다. 또한 사회적 가치 보존형 M&A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기업들이 M&A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임팩트 투자자, 지원기관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M&A 기회를 발굴하고, 성공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또한 시급하다. 사회연대경제 M&A는 단순히 기업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과 임팩트를 확장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한 준비와 실행 전략을 갖춘다면, M&A를 통해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3년 전 늦가을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인공지능(AI)은 약간의 오류가 있지만 거의 모든 주제의 텍스트를 단 몇 초 만에 생성할 수 있다. ‘금나와라 뚝딱’의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거라고들 했지만 그런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이 기묘한 도구를 만든 건 미국의 OpenAI사. 그러나 이 도구를 가장 잘 이용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케냐이다. 얼마 전 데이터 리포털(DataReportal)과 멜트워터(Meltwater)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 챗GPT 사용국은 케냐였다. 이 나라의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중 42.1%가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기술 선진국을 능가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사용률 11%보다 크게 앞지른다. 케냐는 챗GPT 웹사이트 트래픽에서도 전체 방문자 수가 약 4.81%로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케냐의 이런 성과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케냐의 중위 연령이 20세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에 정통한 젊은 세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이들은 교육, 중소기업, 창의적 프로젝트를 위해 AI를 실험하고 있다. 둘째, 인구의 48% 이상이 모바일 인터넷을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준도시 지역이나 농촌 지역에서도 챗GPT와 같은 AI 도구의 접근성을 매우 높인다. 이처럼 기술에 능숙한 젊은 세대와 활발한 디지털 생태계를 기반으로 케냐에서 생성 인공지능(GAI)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이 현상은 아프리카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소비지역이 아니라, 주요 기술 강국과 경쟁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솔루션 도입의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케냐 사람들은 챗GPT를 학교, 직장, 심지어 개인 일상에 까지 실용적인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용자들은 레딧(Reddit)과 같은 포럼에서 이메일 초안, 보고서, 학술 에세이 작성 등 일상적인 작업에 챗GPT를 활용하며, 이 도구가 시간을 절약하고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자주 언급한다. 기업가와 프리랜서는 제안서를 다듬고 콘텐츠를 브레인스토밍하는 데 챗GPT를 활용하며, 학생들은 시험 준비, 요약, 복습에 활용한다. 케냐가 아프리카에서 AI 혁명을 선도하는 가운데, 분석가들은 챗GPT와 같은 혁신적인 도구 활용이 디지털 기반 생산성 향상과 문제 해결을 향한 대륙 전체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르완다와 가나는 이미 정부 정보를 전달하고, 공공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정책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토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챗봇을 실험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챗GPT 기반 봇을 통해 공식 문서 취득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기 시간을 줄이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교육 분야에서 아프리카 교실은 이미 챗GPT 통합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개인 맞춤형 도구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춘 교육을 받고, 실시간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고, 특히 교사가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AI는 분명 아프리카 대륙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게 진정 기회가 될 것인가? 대륙이 이 혁명을 성공시키려면 자체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하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해 디지털 위협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가 AI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주체로 우뚝 설 수 있길 응원한다.
올해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45년 8월 15일에 태어난 해방둥이들이 팔순을 맞이한 노인이 됐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보다 먼저 태어난 일본군위안부피해자와 강제징용피해자들은 거의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과거사 청산 노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독도 문제, 한일역사교과서 문제도 생각을 올바르게 바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식민지 조선은 일본의 통치로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망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더 딱한 것은 이에 동조하는 우리나라의 이른바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친일 세력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윤석열 정권 때 절대 차지해서는 안 될 자리에 앉기도 했다. 오는 15일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광복절 80주년엔 국민대축제가 열린다.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국민 임명식’도 진행된다. 애국지사와 독립·국가유공자를 포함한 약 1만 명의 국민이 초청된다. 1945년에 출생한 해방둥이와 1956년 한국증권거래소 발족 후 처음으로 상장한 12개 기업 관계자, 1971년 카이스트 설립을 주도한 관계자, 파독 노동자와 중동 건설노동자, 국민 주권을 실현한 국민, 기업인, 연구인, 경찰·소방관과 한국전·베트남전·이라크전 참전 용사, 순직 공무원 유가족, 사회적 참사 및 산업재해 유가족 등 각계각층에 망라돼 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그 가운데 특별히 김향화 지사 관련 행사가 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에는 지식인, 종교인, 학생, 노동자, 농민 등 모든 계층이 자신의 몸과 가족의 안위를 내던지고 항일투쟁을 벌였다. 김향화 지사는 당시 가장 천대받던 기생의 신분이었음에도 분연히 일어섰다. 김 지사는 1897년 한성부(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수원으로 와 혼인했지만 곧바로 이혼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수원권번의 기생이 됐다. 그는 기생이면서도 동료들에게 일본군에게는 술도 따라주지 말고 권주가도 부르지 말자 종용했다고 한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은 기생 김향화 지사는 1919년 3월 29일 수원권번 기생 33명과 함께 일본 경찰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곧바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두 달 간 구금된 상태에서 극심한 고문을 받은 뒤 서대문형무소로 넘겨져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복역 이후 김 지사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1950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 정도다. 수원시는 김 지사의 공훈을 찾아내 국가 공훈 심사를 올렸고 드디어 2009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됐다.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받을 후손을 찾지 못해 수원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수원시립공연단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9월 5일부터 7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창작 뮤지컬 ‘향화’를 선보인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9일자 10면 ‘여성 독립운동가 김향화 생애 속으로’) 작품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 김향화 지사의 생애와 시대상을 바탕으로, 기예를 갖춘 여성들이 일제의 탄압에 어떻게 저항하며 살아 왔는지 알 수 있다. 전통 국악에 기반한 창작곡과 안무, 장구춤, 검무, 선유락 등 전통 기예도 무대에서 재해석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더한다는 것이 공연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의 말처럼 김향화 지사는 수원의 자랑이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이에 수원지역에서는 김 지사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역연극인 고영익 씨는 최근 김 지사의 이야기를 담은 희곡집 ‘잊혀진 혼! 예기’를 출간했다. 수원시 여성문화공간-휴(休)는 김 지사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족적을 답사하며 삶과 수원의 역사를 되새기는 특별 탐방 프로그램 ‘여성독립 운동가, 그 길 위의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국권 회복을 위해 당시 최 하위계층인 기생까지 나섰던 자랑스런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김향화 지사 등의 이야기는 반드시 후세에 전해져야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수십 년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仙甘學園)에서 저질러진 반인권적 만행에 대한 진실규명·피해 회복의 매듭을 풀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법무부의 상소 포기 결정에 발맞춰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속에서 상고를 포기하고 명예회복 지원, 특별법제정 촉구 등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저지른 최악의 아동 인권침해 흑역사이자 야만적 비극에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일 SNS를 통해 “국민주권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감학원 피해보상 사건에 대한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경기도도 즉각 상고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도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사건 20건을 포함한 43건의 소송에 대해 원칙적으로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일 법무부는 선감학원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일괄 취하하고 향후 선고되는 1심 재판에서도 추가적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한 사건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상고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인권이 침해된 국민의 권리 구제를 충실하고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현재 법원에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111건, 선감학원 피해자 377명이 제기한 42건의 국가배상 소송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3~7월 국가가 상고한 형제복지원 사건 7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선감학원 비극사의 시작은 194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 총독의 지시로 섬 주민들을 섬 밖으로 강제이주시킨 후 전국에서 부랑아로 지목된 소년 수백 명을 잡아들여 선감원에 가두었다. 수용된 소년들은 강제노역과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 탈출을 시도한 소년들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거나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였고, 동료 소년들이 가마니에 싸서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1945년 일본의 패망과 8.15 광복 이후 일제는 사라졌지만, 강제수용 방식은 불행하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군대식 규율과 굶주림, 강제노역은 계속됐다. 경기도가 개입된 이 같은 비극은 1982년까지 존속됐다. 강제노역, 구타, 가혹 행위, 암매장 등을 가하며 인권을 유린당한 소년들은 무려 4700여 명에 달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를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와 지원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경기도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도는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월 20만 원 생활비와 위로금 500만 원(1회), 의료·심리지원(누적 1600건 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담 피해자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또 지난 4월에는 안산 선감동 공동묘역 유해발굴조사를 직접 추진해 67기의 유해를 확인했고, 선감학원 옛터를 아동 인권침해의 기억과 치유를 위한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연말까지 용역을 마무리하고 다목적 전시·치유공간, 문화교류 공간,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감학원 문제는 경기도가 좀처럼 벗겨내지 못한 해묵은 멍에다. 식민지 시대와 권위시대를 관통하며 불운한 아이들이 모질게 인권을 유린당하고도 불명예를 뒤집어쓴 부끄러운 역사는 가능한 한 빨리 말끔하게 정리하고 치유하는 게 맞다. 피해자들에 대한 응당한 보상과 명예회복, 그리고 다시는 이 땅에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세우는 일에 잠시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차질없이 잘 감당해나가길 당부한다.
어머니 장례식날 이후/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방성대곡(放聲大哭) 해본 적이 없다/그날 몸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슬픔의 한 방울까지 다 짜내어 울었기 때문일까/아니면 새로 생긴 슬픔을 가장(家長)의 이름으로 감추어 두었기 때문일까/나를 알고 있는 그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목놓아 울고 싶은 날이 있었으련만/가장이라서 나는 그럴 수 없다/아침 식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고 있을 때/문득 그가 왔다 곡비(哭婢)가 왔다/여름의 끝자락을 쥐고/고층아파트의 방충망을 붙들고/천지가 무너지듯 그가 울었다/한바탕 통렬한 울음이 계속될 동안/창문 안을 들여다보며 그가 흐느껴 울 동안/지금까지 가슴 속에 감춰둔 내 슬픔도/그의 호곡 하나하나에 사설을 붙였다/여름의 끝자락을 쥐고/내 슬픔을 알고 있는 그가 와서/나 대신 소리쳐 울고 있다 김종해(1941~) 시인의 '곡비(哭婢)가 왔다'다. 모두가 무더위와 폭우에 치여 신음하며 버티는 시절이다. 선생은 이토록 힘든 시간에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참 깊고 굵직한 인생론을 세상에 선물했다. 매미는 보통 7년, 북아메리카의 어떤 종자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기간을 보낸다. 그리고 세상에 나와서 고작 7일(에서 한 달) 동안 울다가 생을 마친다. 짝짓기를 끝내자마자 죽는다. 매미의 그 억울한 운명을 알고 나면, 짜증을 내며 귀를 막고 싶었던 그 요란함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통곡으로 여겨진다. 관대한 사람이 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곡비’를 모를 것이다. ‘울 곡(哭)’, ‘여종 비(婢)’. 왕가나 지체 높은 집안에 초상이 나면 돈 몇 푼, 쌀 몇 말에 슬프게 울어주던 여인들이었다. 그 시절의 예법이 들어있는 '가례'(家禮)는 큰일 치르는 동안 곡소리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곡비들이 상가(喪家)의 위세를 지켜주었던 것이다. 친부모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게 슬피 울지 않았다. 행세하는 집안의 초상에 곡품 팔러 와서 그 댁의 효성 깊은 자식들보다 더 자지러지게 울었다.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 진짜 잘 울드만”, 하는 소문이 저 먼 동네까지 나야만 하는 사정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네들은 대개 부실한, 또는 먼저 간 남편을 대신하여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었다. 그 곡소리의 비극미가 극에 달했던 이유다. 21세기는 다정하지 않다. 호전적이다. 각박하고 위태롭다. 이 빌어먹을 신자유주의 세상이여! 그 본질은 잠자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다. 노인 중년 청년 할 것 없이, 언뜻 보면 다들 화려해 보인다. 근사한 차림새에, 비싼 자동차 몰며, 좋은 음식 먹고 풍요를 구가하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몸과 마음의 여유라고는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 휴식은 늘어지게 낮잠을 자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왕의 시간이 아니다. 만사(萬事)가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미물들의 과욕이 초래한 징벌이다. 그들은 시인처럼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목놓아 울기는커녕 그 마음조차 먹지 못한다. 그 시시한 낭만주의는 신을 따라 죽어버린지 오래다. 곡비의 통곡은 매미떼와 혼자서 슬픔을 삼키는 이 시대의 왜소한 가장들의 속울음으로 이어진다. 눈 밝은 소수는 이미 오래전에 할 말을 잃었다. 침묵이 그들의 언어다. 그들도 실은 몹시 불안하다. 이 거대한 슬픔의 끝은 어디인가.
며칠 전 서울의 기온이 38도를 넘겼다. 체온을 넘겨버린 기온에 바람도 지친 듯 무더운 오후, 버스 정류장 스마트 쉼터에서 한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이러다 죽겠다”라고 중얼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무심하게 흘려들었을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폭염은 이제 어떤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그간 주로 북극곰, 해수면, 탄소 배출량 같은 거대한 이미지로 뉴스, 신문, SNS 등지에서 전달되었다. 중요하지만 삶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말들이다. 그러나 어느새 위기는 성큼 다가왔다. 기후 위기는 이제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경로당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동네 소식,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티는 혼자 사는 어르신의 이야기, 더위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이웃. 그리고 그중 다수가 노인이다. 통계는 이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온열 질환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약 80%가 65세 이상이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를 넘어 더위가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추측이 아니라 현실이다. 게다가 해가 지날수록 심화하는 기후 위기로 인해 폭염의 빈도와 강도, 지속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례적인 더위’는 매년 갱신된다. 노인이 더위에 취약한 이유는 자명하다.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갈증을 인지하는 감각도 둔해진다. 당뇨, 심장 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는 더 위험하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 요금 때문에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면 몇 시간의 폭염이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 폭염은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모두가 똑같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젊은이에게는 그저 무더운 며칠일 수 있다. 하지만 노화된 몸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때로는 생명까지도 위태롭다. 특히 소득이 낮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에게 무더위는 기상 이변을 넘어 사회적 위험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무더위 쉼터 운영이나 냉방비 지원 같은 대응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주말이면 닫히는 은행, 관공서, 거동이 불편해 쉼터까지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 지원금 신청조차 어려운 홀로 사는 노인. 무언가를 해도 닿지 못하는 사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동시에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 위기는 불공평하게 진행된다. 가장 약한 사람부터 무너진다. 이 점에서 폭염은 죽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이상 기온, 열대야, 열섬 현상, 이 모든 단어 속에 갇혀 고통과 위협을 받는 이는 나의 이웃이며 그의 생명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미래의 일, 전 지구적인 문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더위는 이제 현실이 되어 누군가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약하고 힘없는 목소리부터 침묵시키면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오늘, 여기, 8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들의 삶을 노리고 있다. 기후 위기를 일상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8월이 다가오면 가슴속 어디에선가 희망의 감각기능이 작동되는 것 같다. 8월이면 눈부신 태양과 함께 우리들 가슴 속 또한 밝아지는 것 같았다. 복된 순간의 기쁨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분명 초등학교 때부터 가슴 속에 각인된 정서적 기능의 역할일 것이다. 8·15해방에 이어 6·25전쟁 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광복절이 되면 담임선생이 태극기를 그려오라고 했다. 종이도 귀했다. 하지만 컴퍼스가 없어서 사발을 엎어놓고 원을 만들고 물결 표시로 반으로 나눠 위로는 붉은 색을 아래로는 청색을 칠하여 태극기를 완성해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교장선생의 선창에 의해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크게 외쳤다. 그때 불렀던 광복절 노래는 지금도 외울 수 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든 어른님 벗님 어찌 하리/ 이 날이 사십년 …’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의 양(量)이 국가의 양이고, 교육의 질(質)이 국가의 질이다.’ 라고 하였다. 8월이면 내 가슴속 행복의 감지기가 작동하는 것 또한 초등학교 당시 교육의 힘이요. 애국적 정서의 정의로운 감각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연과 학연과 정치이념에 따른 ‘내 편이 아닌 너는 죽어도 안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많은 사람이 우선 배고픔을 면하고, 원하는 만큼 노력한 만큼 좋은 꿈이 이루어지는 소박한 삶을 희망하며 살았다. 우연한 일이었다. 지난 7월 중순 어느 지방신문에서 읽게 되었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 처단 / 정읍 출신 박기서 씨 별세라는, 기사였다.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처단한 박기서 씨가 7월 10일 0시 10분께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정읍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도 부천 소신여객 시내버스에서 일하던 1996년 10월 23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안 씨 집에 찾아가 ’정의봉‘ 이라고 적은 40cm 길이 몽둥이로 때려 살해 했다. 범행 후 그는 7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하고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고인은 1997년 11월 11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지만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때 사면 석방됐고 소신여객 버스기사로 일하다 부천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다. 한편 안두희는 1949년 6월 26일 서울 서대문 인근 경교장인 현 강북 삼성병원자리에서 권총으로 김구를 암살했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육군형무소에 갇혔다가 감형되었다. 1951년 2월에는 풀려나 사면까지 받고 군에서 포병장교로 복귀했다고, 자세하게 신문은 밝히고 있었다. 사진 속 박기서 씨는 흰머리에 크고 검은 눈, 굳게 다문 입과 큼직한 콧날이 그의 정신과 삶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동물적 인간의 기본형질과 습성 때문일까. 인간은 힘센 사람과 먹잇감을 가지고 있거나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는 자를 따라붙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결국은 친일, 친미, 친군부, 이어서 힘센 그들의 정당으로 이어지면서 아들딸 거액 과외 시키고 유학 보내고 우리나라에서는 S대학을 졸업시켜야 자본의 세습과 권력의 이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떠오르게 했다. ‘교육이 그 나라다’는 말도 있다. 해방 이후 초등학교에서는 ‘바른생활’이라는 책을, 중학교 때는 ‘도덕’ 책을, 고등학교를 진학하면 ‘공민’이라는 교과서가 있어 배우고 실천하게 했다. 지금은 인문학적 교육을 위하여 바른생활을 위한 교과목을 얼마큼의 비중을 두고 가르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세상이 자기 이익과 뜻에 맞는 사람들의 별천지로 되어 가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일부 젊은이들이 ‘공의로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보면, 모두가 영어·수학·법학만의 공붓벌레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인간으로서 정의롭고 공의로운 죄 값을 치르고 생을 마감한 박기서 씨는 동학혁명의 발상지인 정읍에서 태어났다. 그분은 권력자의 오만과 돈방석 위의 교만과는 거리가 먼 시골 태생으로 개인택시 운전을 하다 갔다. 그분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는 내 제자 A군이 정읍 고부에서 목사로 봉직하고 있기에 더욱 색다른 감정이었다. 이어서 안두희를 사살할 때 사용했다는 40cm의 몽둥이로서의 ‘정의봉’이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지난해 12·3 사태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도 안타깝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 되는 것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