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에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제도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그 제도에 따라 투표합니다. 다수의 결정에 따라 소수가 승복하는 게 핵심입니다. 물론 그 결과가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갈등과 타협을 견디며 진화해 왔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불편한 축제’라 부를 수 있다면, 선거는 그 축제의 정점이자 시험대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축제를 겨냥한 새로운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다. 전염병의 이름은 ‘부정선거 음모론’입니다. 놀랍게도 이 신종 전염병은 국경과 인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성조기 휘날리는 미국의 안방에서부터, 태극기 나부끼는 대한민국의 길거리까지. 새로운 전염병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 '우편투표는 사기다', '기계가 표를 바꿨다' 등 처음엔 우스워 보였던 말들이, 어느새 사실로 둔갑하여 거리를 떠돕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병에 걸린 사람들 모두가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월차까지 내며 집회에 나가고, 주머니를 털어 모금함을 채우며, 밤잠을 줄여 피켓을 만듭니다. 그런 열정은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습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도, ‘트럼프가 진짜 대통령’이라 믿는 사람도, 저마다 진지합니다. 카메라에 잡힌 그들의 열정은 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의 뿌리를 파헤쳐 보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집니다. 그들이 믿는 믿음의 뿌리에는 논리와 진실은 없고 의심과 조작만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그 음모론의 뿌리를 만들어 낸 건 과연 누구입니까? 부정선거라는 말을 처음 꺼낸 사람들은 모두가 권력에 있었던 자들입니다.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자들. 정당한 투표보다 유리한 선동을 선호했던 자들. 자신의 몰락을 민심이 아니라 ‘음모 탓’으로 떠넘기고 싶었던 자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고 거기에 상응하는 적을 만들어 냅니다. ‘중국’, ‘빨갱이’, ‘여성’, ‘이민자’, ‘기득권 언론’, ‘사법부’, ‘투표 시스템’... 그들이 만들어 낸 음모론으로부터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음모론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고, 가장 큰 목소리로 흔들어 댑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누군가는 이익을 얻습니다. 거짓으로 들뜬 질서 속에서 돈을 벌고, 권력을 틀어쥐며, 대중을 통제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정말로 부정한 것은 선거입니까? 아니면 그 부정을 설계한 자들입니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민주주의는 지금 같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믿습니까, 아니면 의심합니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이것이라야 옳습니다. '누가 이 의심을 퍼뜨리고, 누가 그 의심에서 이익을 보았는가.' 음모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동은 말이 많습니다. 우리는 말 많은 자들의 ‘침묵 속의 이익’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들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퍼뜨리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증오’였습니다. 이제, 그들의 가면을 벗겨야 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더 망가지기 전에 말입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기 마련입니다.
21세기 지구촌 시대, 전 세계는 하나의 교육 공간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행정은 여전히 ‘국내’와 ‘해외’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민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재외동포 교육정책은 재외동포청이 관할하는 현재의 이원 체제로는 국민교육의 연속성과 동포교육의 통합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없다. 1860년대 이후 재외동포 사회는 국권회복, 애국계몽운동, 독립전쟁, 건국과 산업화, 외화 획득, 한국상품 수출, 국가이미지 제고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왔다. 특히 이주 5세, 6세까지 성장한 동포 차세대는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며 '정체성의 불씨'를 간직해왔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은 단순한 언어교육을 넘어, 조국과의 심리적 연결을 지속시키는 ‘교육 외교’이자, 전 세계 디아스포라를 ‘세계한인’으로 아우르는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재외동포 교육의 주무 부처가 명확하지 않고, 국가교육과정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정책 간 유기적 연계가 어렵다. 지원의 일관성과 제도적 정당성 역시 부족하다. 한글학교 등 동포 교육기관은 대부분 자조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공교육 시스템과의 연계는 산발적이며 일시적이다. 국내 교육과정, 교원 연수, 자격 제도와의 연동이 미비한 탓에, 동포 청소년의 자긍심과 소속감, 그리고 내국 청소년과의 유대감은 현실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가교육의 철학과 전략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포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내 학생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동포 자녀들 역시 대한민국 교육의 정당한 수혜자다. 이들을 민족공동체 교육과 세계시민 교육의 주체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재외동포 교육은 더 이상 막연한 정체성 함양이나 기초 한국어·문화 학습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가교육체제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정체성 중심’의 1세대적 접근을 넘어설 때다. 재외동포 청소년과 대학생의 진로 지원, 인재 육성, 교육 기회 균등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 재외동포청은 한글학교가 단순 주말학교에 머물지 않고, 전일제·요일제 세계시민학교, 디지털 원격 교육 플랫폼 등으로 확장되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와 협력해 국내 학생과의 교류, 쌍방향 교육, 공동 교육과정 운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은 정도의 차는 있지만 국내 교육과 재외 교육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동포 교육을 더 이상 ‘외연’으로 방치하지 말고, 국가교육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동포 차세대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세계시민의 모범이 될 수 있다. 21세기 재외동포 교육을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교육 행정 틀에 가두어둟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내외 교육의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동포사회를 위한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외연을 넓히고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외국민 우편투표 도입이나 복수국적 허용 연령 조정도 물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는, 2027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집필 기준, 그리고 다문화·민주시민·통일·인권 등 범교과 학습 주제에 ‘재외동포 이해와 연계 교육’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는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고, 동포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 연수, 교육 자료 개발, 국내외 공동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도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이 진정으로 미래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국경과 국적, 혈통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동포 차세대와 국내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교육 전략과 세계시민 실천 비전을 갖춰야 한다.
정치폭력배들이 설치던 자유당 시절도 아닌데 취재 중이던 기자가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공적 공간인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폭행을 당한 박희범 경기신문 부국장(평택 담당)의 모습을 보니 살이 떨릴 지경이다. 어떻게 사람을 저리 무자비하게 때릴 수가 있나.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조르는 것도 모자라 사무실에 있는 화분으로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으니 살인미수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경기신문 보도(18일자 7면, ‘특혜 의혹 밝히던 기자, 의원 사무실서 참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이병진 의원(더불어민주당, 평택 을)의 지역사무실에서 박 부국장이 평택항 부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취재하던 중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 부국장은 이 의원과 측근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 의원 지역 사무실을 방문, 이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를 만났다. A씨는 정책실장을 내보낸 뒤 문을 잠그고 “손 풀리면 죽는다”, “손 놓지 마라”, “너 내가 살인죄 있는 거 모르지” 등 거친 말로 위협한 뒤 구타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박 부국장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하자 화분을 들어 머리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박 부국장은 머리와 눈을 비롯, 몸 여기저기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고 어금니까지 깨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부국장을 폭행한 가해자는 이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평택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대학교수를 비롯한 여러 명이 그의 위협을 견디지 못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은 그가 일반 당원일 뿐이며, 이 의원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 사무실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지역사무실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의원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A씨가 이 의원의 당선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 의원실 지역보좌관에 의하면 “개인적인 심부름도 하며 형님, 동생하는 사이” “의원님은 의혹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A씨 의혹은 의원님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A씨가 이 의원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질 일이다. 기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경기신문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마찰이 아니라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에 대한 폭력적 침해”라며 강력한 수사와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신문지부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신문지회는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는 국민의 눈과 귀이며, 언론인의 안전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해당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충돌이 아니라, 공공 공간에서 자행된 언론인 폭행이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사안” “이번 사건은 언론의 자유를 향한 물리적 폭력이며, 이를 단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일”이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피해 기자 및 언론계에 대한 공개 사과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이병진 의원에게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 조직적 책임 여부를 명확히 하고 국회 차원에서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가 폭행을 당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사건이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지역 정치권력-브로커-폭력배 간의 유착이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 부국장이 취재 중이던 평택항 부지 관련 특혜 의혹도 소상하게 밝혀져야 한다.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기자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함으로써 언론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11일 대통령실은 문체부,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총리 포함 19명의 1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37일 만이다. 인수위가 없어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터라 우려가 많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첫 내각의 인선 기조는 탄핵여파에 따른 정부조직의 무기력을 회복하고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정무역량과 업무능력을 기본으로 부처별 특성에 맞는 참신한 인재 등용으로 해석된다. 19명의 국무위원 중 10명이 여당의원 또는 정치인 출신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전 엘지(LG) 인공지능(AI) 연구원장 등 3명이 기업인이 등용됐다. 지역별 성별 안배도 무난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부적격이다. 두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즉각적인 해명이나 사과를 유보한 채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회피로 일관했다. 여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적절한 해명이 있을거라 기대하며 야당의 공세를 방어했지만, 청문회를 거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의혹에 더해 청문회에서 거짓해명 한 것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강 후보자는 보좌관에게 쓰레기 처리를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택배 상자나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차에 갖고 탄 적 있다"고 해명했다. 쓰레기가 아니라 음식이고, 실수로 차에 두고 내렸는데 그게 쓰레기 갑질의혹으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의해 거짓해명이 바로 드러났다. SBS는 강 후보자가 자신의 집으로 보좌진을 부르면서 "현관 앞에 박스를 내놨으니 지역구 사무실 건물로 가져가 버리라"고 쓰여있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자기 집 쓰레기를 걸어서 10분 거리의 지역구 사무실로 가져가 버리라고 직접 지시한 것이다. 강 후보자는 또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보좌진들을 법적조치 하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조치를 예고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강 후보자가 "퇴직한 보좌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는 공식답변서를 SBS에 보낸 것이 밝혀지면서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문회가 끝난 이후에도 임금체불, 병원갑질 등 강후보자의 갑질의혹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의 각종 의혹도 청문회를 통해 해소하지 못했다. 우선 자녀의 조기유학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결정적인 흠결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저는 공립학교를 나오고 국립대에서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고 국비로 유학을 다녀오는 등 공교육의 혜택을 받아 이 자리에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한민국 공교육을 정말 많은 학생이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동문서답으로 여론을 설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답변이다. 논문표절 논란 또한 해소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표절 여부를 검사하는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만 통해 얻어진 정보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했는데, 11개 교수·연구자 단체로 구성된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김경한 전국사학민주회교수노조 위원장은 "카피킬러는 문장 표절만 검증이 돼 김건희와 같이 수작업으로 검증하면 표절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며 "이미 저희가 준비를 해뒀으니 필요하다면 검증단과 논의해 공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면서 도덕성 논란 외에도 정책에 대한 소신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대통령실이나 여권의 기류도 변하고 있다. 진보당 등 야당은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두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청문회는 검증과정이다. 검증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바로잡는다면 큰 흠결은 아니다. 두 후보자와 대통령실은 국민주권정부의 취지에 맞게 결단하기 바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나 성직자 그리고 기업인들은 국민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 두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에게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정보 없이는 도와줄 방법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감시 시스템은 존재했지만 불완전했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로 지나친 감시를 제한해 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감시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는 없지만 언제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든 컴퓨터 네트워크가 전 세계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시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프라이버시가 무시된 채 일상적인 삶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자기의 신체 기관의 일부로 여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친구나 지인들과 소통하고, 심지어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의 도움 없이 할 수 있었던 활동마저도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나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원이 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예전처럼 수많은 요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분석가(analyst)를 고용할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은 머신러닝과 AI의 덕분에 무수히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부들은 범죄와 싸우거나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내부 위협과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토 전체가 스파이웨어(Spyware), CCTV 카메라, 안면 인식 및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등 온라인 감시 네트워크로 뒤덮어 있다. 또한 정부의 감시 네트워크는 당사자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사람들의 생체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사람들이 여권을 신청할 때나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여권을 제시할 때도 대개 지문, 얼굴 스캔, 또는 홍채 스캔을 의무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리고 내국인이나 관광객들이 도시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그들의 움직임이 기록될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즈음이다. 그것은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감시하던 때만 하더라도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의 기본적인 사생활은 보호받았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감시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프라이버시 보장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AI 기반 감시 시스템은 시공간에 대규모로 배치돼 있다. 런던과 뉴욕 같은 민주적인 국제도시 시민들의 프라이버시가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시받고 있어 더 먼저 소멸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워할 것이 분명하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은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왔던 전 세계의 민주 시민들도 프라이버시의 소멸을 피할 수 없기에 두려워할 것은 당연하다.
몇 해 전부터 MBTI가 유행하면서 대화상대의 MBTI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MBTI,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1962)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로, 4가지 척도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E(외향)-I(내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로 이루어진 4가지 선호지표로 조합된 MBTI의 성격유형은 16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인간의 대인관계, 정보처리, 의사결정,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중,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 유형의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어떤 대화양상이 나타날지 생각해보자. 연구에 의하면 사고형과 감정형은 개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사고형은 논리와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며, 분석적 사고로, 의사결정을 한다. 반면, 감정형은 공감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상황적인 특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두 유형의 대화에는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다. 가령, 아는 지인에게 풀기 어려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고형은 “어떤 문제였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처럼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집중한다. 반면, 감정형은“힘들었겠네,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해돼”라고 표현하며, 지인의 감정을 먼저 살핀다. 이렇게 문제를 대하는 접근방식이 다른 두 유형의 사람이 대화하면 당연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대화의 어려움이 있다면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화로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사고형은 감정형과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려하겠지만,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것 이상으로 감정형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형은 자신의 감정이 무시당했다고 여기고, 서운할 수 있다. 첫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눈 맞추면서 끝까지 진지하게 듣는다. 경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큰 힘이다. 둘째,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정을 살피기에 앞서 문제의 해결책만 제시하려 든다면 감정형은 사고형에 대해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아, 속상했겠네,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에서 감정형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자신의 해결책을 제안의 형식으로 말한다. 감정형은 사고형의 말하는 방식이 직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형은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고형과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이 해보면 좋겠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배경과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좋다. 말이 길어질수록 감정은 해소될 수 있지만, 사고형은 말의 내용에 핵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사고형의 말하는 바를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문제에 대해 느끼는 바를 설명하고, 사고형의 의견을 경청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두 유형은 서로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하게 되고, 인간관계와 문제해결에 있어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우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 곳곳의 도로 위, 무리한 끼어들기나 교차로 내 꼬리물기, 새치기 유턴처럼 ‘잠깐이면 되겠지’ 싶은 운전이 점점 늘고 있다. 비긴급 상황에서도 법규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일부 구급차량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런 반복적이고 이기적인 교통법규 위반은 결국 모두의 불편과 사고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교통질서 전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까지 불러온다. 이에 경찰은 교통질서 회복을 위해 ‘도로 위 5대 반칙행위’ 근절을 핵심 과제로 삼고, ▲새치기 유턴 ▲꼬리물기 ▲끼어들기 ▲비긴급 구급차 법규 위반 ▲버스전용차로 위반에 대한 집중 홍보와 계도, 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찰에서는 민원 다발 구간 및 사고 취약 지점을 중심으로 7~9월 집중 홍보·계도, 9~12월 집중단속을 실시하며,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교통시설 개선도 연중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질서는 단속만으로 바로 설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배려가 큰 질서를 이룬다는 슬로건처럼 운전자 스스로의 배려의식과 시민 모두의 양보가 큰 질서를 이룰 수 있다. 작은 편의를 위해 위반한 한 사람이,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망칠 수도 있다. 법규를 지키는 것이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약속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부터 시작하는 준법 운전으로 더 안전하고 여유로운 도로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요즘 감사하게도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일정이 촘촘히 이어지면서, 말 그대로 ‘휴일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피곤하다고 말하면 사치처럼 들릴까 조심스럽지만, 사실 가장 큰 고민은 딱 하루쯤 텅 빈 휴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각한 건 아니고 단지 잠깐, 아주 잠깐만 나를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감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 ‘번아웃’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번아웃(burnout)’은 원래 물리적인 용어다. 불에 타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상태, 혹은 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의미했다. 이 단어가 심리적, 직업적 맥락에서 쓰이기 시작한 건 1970년대다.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루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찰한 만성 피로, 무기력, 냉소적인 태도를 묘사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번아웃을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탈진 상태"라고 정의한다. 과거에는 특정 직군, 예를 들면 교사나 간호사, 예술가처럼 감정 노동 강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번아웃이 온 것 같다’ 라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된다. 그래서, 번아웃이라는 말은 지친다는 말보다 더 깊이 체감되는 피로의 표현처럼 들린다. 문제는 이 감정이 곧잘 개인의 무능이나 게으름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일을 조금 줄이거나 쉰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죄책감이 따라붙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지고, 재충전의 시간이라기보다 뒤처지는 듯 느껴진다. 일을 끝내고 남는 여가 시간에도 운동이나 자기계발, 부업 등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요즘 같은 시대엔 쉼은 종종 실패처럼 여겨진다. 아프다고 말할 용기보다 ‘힘들다’고 말할 용기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지쳤다는 건, 애썼다는 증거가 아닐까. 무언가에 진심이었고, 꾸준히 임했고,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탈진한 것이다. 그러니 번아웃은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했다는 증거다. 오히려 아무런 애착도 없고, 아무런 욕심도 없던 사람은 번아웃을 겪지 않을 것이다. 타오른 적이 없던 사람은 꺼질 일도 없을테니까. 즉, 번아웃은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오지 않는다. 번아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당신이 진심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해왔다는 증거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듯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삶이란 원래 완벽하지 않으며,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하는 여정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마치 번아웃이 온 것 같이 힘들다면, 내 스스로가 더 이상 해낼 수 없다는 신호가 아니라, 열심히 흔들리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징표일 수 있다. 내 안의 불꽃이 잠시 잦아들었을 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씨는 우리 모두의 안에 있다. 그러니, 힘겨움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길 바란다. 당신의 그 힘겨움과 고단함 역시 의미 있고 소중한 여정의 일부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이제 블록버스터의 시대는 끝이 났다. 천만 관객 운운은 쥬라기 월드 시대에나 가능한 꼴이 됐다. 물론 세계 영화계를 얘기하는 것, 특히 할리우드 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할리우드이며 유럽은 여전히 유럽이다. 그들의 극장 문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한국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때에 비해 시장을 50~60% 복구 선까지 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1년 관객 수는 2019년 2억 2667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경유한 현재 올해 상반기는 4492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이라면 올 한 해는 1억 명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이건 꼭 국산 상업영화가 극심하게 부족해서만도 아니다. 국내 극장가에는 국산 영화로는 현재 ‘여름이 지나가면’ ‘봄밤’ 등 독립영화나 저예산 상업영화들로만 채워져 있다. 모두 5천 명 정도의 관객들을 모았다. 애초 규모의 경제학이 실현될 수 없다. 또 한편으로 흑묘백묘 전술도 안 먹히고 있다. 한국 영화가 안되면 할리우드 영화들이 잘돼 줘야 한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되지 않는다. ‘F1 더 무비’는 국내 관객 143만 명 선에 그치고 있어 주연인 브래드 피트의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고 ‘쥬라기 월드 : 새로운 시작’도 175만 명 선, ‘슈퍼맨’ 역시 아직 개봉 초기이긴 하지만 60만 명을 못 넘고 있다. 코로나 이전 때 같으면 첫 주 개봉 때 대체로 120~150만 명 선을 유지하던 게 할리우드 여름용 블록버스터들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그런 시절은 끝났다. 이렇게 된 데에는 코로나19가 아무리 치명적이었다 해도 그 모든 걸 차치하고 시장 사이즈가 너무 작기 때문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한방에 시장을 휘청거리게 만든 셈이다. 5200만이라는 적은 인구에 극장 외에도 OTT, 프로야구, 팝스타 공연 등등 관심거리가 최고로 다양해진 시대이다. OTT 가입자 수는 넷플릭스만 대략 1200만으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월간 이용자 수는 1500만 명 선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야구 관중 수는 지난해 1천만을 넘겼다. 공연 역시 올 초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경우 6회 공연에 30만 명을 몰아갔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이제 극장을 가지 않는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극장용 영화와 비(非) 극장용 영화의 통합 정책으로 시장을 단일 사이즈로 가져가되 규모는 키우는 쪽으로 해야 한다. 상업영화의 경우 한국 시장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만큼 해외시장을 겨냥한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나홍진 감독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스타를 캐스팅해 750억 원짜리 영화를 제작 중인 것은 지나치게 위험해 보이긴 해도 누군가 시도는 해야 하는 일로 평가된다. 그 한편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는 정부 주도하에 꾸준히 그 문화를 지켜 내야 한다. 산업과 문화를 분리하는 것, 극장과 OTT의 매출을 통합하는 것, 거기서부터 문제의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지역들과 달리 화성특례시에서는 최근 빠른 인구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에 인구 100만 명을 돌파, 특례시가 됐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2015~2025년 전국 지자체 인구 및 예산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화성시 인구는 11년 간 79.1%나 증가했다. 출생율은 수도권 평균 0.59명보다 높은 0.72명이나 된다. 지난해 화성시의 출생아 수는 7200명으로 전년도의 6714명보다 500명 가까이 늘어났다. 2년 연속 전국 기초지방정부 출생아 수 1위다. 일자리가 넉넉하고 살기가 좋으면 사람이 모이고 출산도 증가한다는 말은 맞았다. 화성시에는 대규모 산업단지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GTX-A, SRT 등 교통과 생활기반이 확충되고 있다. 화성시엔 경기도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사업체 수가 가장 많다. 12만1189개나 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 대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제조업체 수 전국 1위, 지역 내 총생산(GRDP) 95조1507억 원(2022년 기준) 전국 1위다. 이 같은 인구 증가에 알맞은 행정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방의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지방의회의 주장이다. 화성특례시의회의 경우 인구 증가와 행정 수요 확대에도 불구, 시의회의 의원 정수는 여전히 일반 기초지방정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의정 활동에 큰 제약이 있다며 의원 정수 확대를 골자로 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4일자 8면 ‘화성시의회, 의원 정수 확대 촉구’) 화성시의회 의원 수는 25명이다. 화성시의회는 앞으로 최소 32명까지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여전히 일반 기초자치단체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인구 대비 의원 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며, 시정 감시와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화성시의회는 “지방의회의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회복하고, 급격히 팽창하는 도시의 행정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구 감소 지역에서 급성장 지역으로의 정수 이전 허용 ▲정량지표 기반 정수 배분 현실화 ▲국회 및 행안부 차원의 제도 정비 촉구 등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오산시의회도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당시 인구 6만700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약 25만명으로 증가했는데도 여전히 기초의원 정수는 7명에 머물러 있다며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오산시의회 이상복 의장은 지난 1월 14일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 제175회 정례회의에서 ‘진정한 투표 가치 평등 실현을 위한 경기도 기초의원 정수 확대 건의의 건’을 제안했다.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경기도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는 전국평균 1만6789명의 약 1.76배에 달하는 2만9569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심한 경우 기초의원 1인당 인구가 4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불균형은 투표 가치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경기도민의 헌법상 권리인 평등 선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의원수가 적으면 지역 현안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들의 말에 공감한다. 민주적 대표성의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다. ‘지역 간 역차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려는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처사’여서 기초의원 정수 확대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지방의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원들의 반사회적 행위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성 추문 사건, 폭행사건, 음주운전, 막말, 이권개입 등 비리와 일탈, 추문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원을 늘리자는 주장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원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처신을 올바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