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로부터 학문과 덕망이 있는 지도자를 ‘선비’라고 말하였다. 선비는 교양, 인품, 지조 등을 갖추며 도덕적 실천을 중요시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선비사상‘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가서 자신의 이념과 도학을 실천하며 일생을 살았다.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고 혼란스러울 때, 또는 자신의 뜻을 펼 수가 없다고 여길 때 선비들은 고향에 내려가 학문에 전념하면서 향촌사회의 풍속을 진작하며 제자를 양성하곤 했다. 이처럼 높은 학문을 하였지만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의 뜻을 지키며 떳떳하게 살았던 선비를 ’처사(處士)’라고 불렀다. 처사의 예로 꼽을 수 있는 이는 남명 조식(曺植) 선생이다. 남명은 16세기 지리산 근처 덕산에서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학문하며 숱한 제자를 양성했다. 퇴계 이황(李滉)과 동갑이었던 그는 “경상좌도에는 퇴계요, 경상우도에는 남명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둘은 쌍벽을 이루었다. 남명은 60세가 되었을 때 김해를 떠나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마을인 덕산으로 옮겨 왔다. 그곳 산천재에서 남명은 학문과 제자 양성에 전념하면서 국가의 안위(安危)와 고통스런 백성의 삶을 걱정하였다, 장차 극악무도한 왜군이 조선을 침략할 것을 미리 알고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자들에게 수립하라며 대책문(對策文)을 지을 것을 요구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50여 명의 그의 제자들은 의병(義兵)으로 적극 참여했다. 남명은 진정한 지도자의 평가를 그 사람의 출처(出處)를 본 후에 결과의 득실(得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자신의 처세(處世)의 방향이 분명해야 하고 도리에 합당해야 함을 설파하였다. 그 예로 당시 문정왕후가 명종을 대신해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을 때, 한양에 올라가서 명종에게 “임금이 성년이 되었으니, 친정(親政)을 해야 하며, 문정왕후는 깊은 궁궐의 과부이고, 전하는 나이 어린 선왕의 맏아들뿐입니다”라고 목숨을 걸며 강하게 상소를 하였다. 이처럼 남명은 자신의 높은 뜻을 직접 충간하는 용기를 지닌 진정한 지도자였다. 훗날 율곡이 평가하기를 “자신의 지조를 지키며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기상으로 세상을 내려다본 이로는 남명만한 분이 없다”고 하셨다. 조식 선생은 여러 차례 왕의 부름에도 적당한 때가 아님을 밝히며 벼슬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오직 백성들의 생활과 국가의 보존을 걱정하는 데에는 최선을 다했던 지도자였다. 비록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나라의 평안과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헌신한 남명 선생 같은 지도자가 오늘날 배출되기를 희망한다. 이것은 다가오는 총선에 나서는 정치후보자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필자의 솔직한 마음이다, 국가와 백성들에게 헌신하며 대공복무(大公服務)의 정신으로 맡은 책임을 다하려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과거 퇴직금제도는 법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의 근속연수만큼의 퇴직금을 쌓아두고 퇴직하는 때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적으로1년 근속에 대하여 한 달 급여만큼의 퇴직금이 적립되며, 예전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10년 20년 장기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퇴직금의 금액도 커지게 되고 이렇게 쌓인 목돈으로 ‘치킨 집’으로 대명사화 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참 많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퇴직금은 퇴직전까지 회사가 운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 특히 IMF 구제 금융 시절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 이를 보안하고자 2005년부터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제도다. 퇴직연금제도란 회사가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운용을 맡겨두는 것을 말한다. 이미 회사를 떠난 돈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져도 금융기관에 있는 근로자들의 퇴직금은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이 그 골자이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면 회사는 우리의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기게 되는데 이 퇴직금을 누가 주체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DB(확정급여형) 또는 DC(확정기여형)로 나뉘게 된다. 회사가 운용하면 DB, 근로자가 운용하면 DC라고 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DB는 회사가 금융기관에 지시를 하여 퇴직금을 운용하고, 퇴직 시점에 확정되는 퇴직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운용을 잘해서 발생하는 추가 수익이나 반대로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부담 모두를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 반면 DC는 회사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금액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법으로 매년 적립되는 퇴직금의 원금에 본인의 운용능력이 기여되는 방식이다. 본인이 운용을 잘해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본인의 수입이지만 반대로 손실이 발생해도 본인의 책임이 된다. 이렇게 재직 중DB 또는 DC에서 운용되었던 퇴직금이 퇴사 이후에는 IRP 계좌로 옮겨지게 되는데, 2022년 4월 14일 이후에는 IRP 계좌를 통해서만 퇴직금 수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만 55세 이상,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일반 계좌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IRP 계좌로 받은 퇴직금은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느냐에 따라 세금도 다르게 부과되는데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퇴직 소득세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게 퇴직 소득세율의 70%를 적용해 과세하게 된다. (만 10년 이후 수령 시 60%를 적용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재직기간이 30년인 나퇴직(60) 씨의 퇴직급여가 4억 원이고 퇴직소득세는 약 200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퇴직소득세율은 5%인 셈인데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하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퇴직소득세 2000만 원을 원천징수 하고 남은 3억8000만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나퇴직씨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IRP)로 받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일단 퇴직금 4억 원을 전액 연금계좌로 이체해준다. 이후 나퇴직씨가 매년 2000만 원씩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하고 연금을 개시하면 운용 금융사는 퇴직급여 원금부터 연금으로 내어준다. 이때 퇴직소득세율(5%)의 70%에 해당하는 3.5% 세율로 퇴직소득세를 부과한다. 나 씨가 첫해 200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로 70만 원을 납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년 2000만 원씩 10년 동안 연금을 수령하면서 납부한 세금을 전부 더하면 1400만 원이 된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하는 경우 2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600만원(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660만원)의 세금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언급했듯이 퇴직소득은 종합소득과는 별도로 구분하여 과세하므로 퇴직금을 재원으로 수령하게 되는 퇴직연금은 그 크기에 관계없이 당연히 분리과세 한다. 그러므로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퇴직금 원금 수령이 끝나고 퇴직금의 운용을 통해 발생한 소득을 수령하는 시점에 가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연금 소득으로 분류가 되므로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함에도 유의해야 한다.
유인촌 장관님. 저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라이터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20년쯤 됩니다. 생면부지(라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장관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원고료 좀 올려 주십시오. 원고료가 너무 낮아 프리랜서들의 생계를 이어 가기가 너무 힘든 지경입니다. 프리랜서 원고료 만이 아닙니다. 대학 강사들의 강의료도 좀 올려 주십시오. 여기도 굉장히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값이 너무 쌉니다. 지식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이 받는 원고료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0자 원고지 장당 8000원~1만 원 수준에서 요지부동, 고착화 된지 오랩니다. 원고 청탁은 대체로 원고지 10장, A4 용지로 한 장 반, 자수로는 2000자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만원을 받을 때 3.3% 심지어는 8.8%까지 세금을 원천 징수 합니다. 결국 9만 원 남짓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한달에 원고지 300장, A4 17장, 글자 수로 6만 자 정도를 써야 300만원을 벌까 말까 합니다. 도시 노동자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 가는 사람이라면 아주 부족한 돈입니다. 한국 평균 임금은 월 520만원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턱도 없이 못 미치는 돈입니다. 월 3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는 성장한 자녀들의 학비를 댈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들은 4대 보험의 혜택도 받기 힘듭니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의 꿈 같은 것은 프리랜서들에겐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건 대학의 시간 강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시간 강사들은 대체로 주 3시간, 월 12시간 강의에 시간당 4만 원~6만 원, 월 48만 원에서 72만 원을 받습니다. 소위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학교에서, 그것도 대학원 강의를 하면 수령액이 64만 원 정도입니다. 매주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자료를 뒤지고, PPT를 만드는 노동량에 비하면 매우 낮은 생산성입니다. 대부분 강사들이 이런 ‘비천한’ 노동을 감수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거쳐 전임교수가 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제 전임교수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리도 많습니다. 대체로 지도교수와 연이 닿아 있는 인물이 사전에 낙점이 됩니다. 공채는 들러리라는 소문이 많습니다. 학교는 학교 대로 전임의 수를 극도로 줄여 놓고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강사와 허울 좋은 겸임교수 수만 늘려 놓는 실정입니다. 유인촌 장관님 이건 착취입니다. 그것도 심각한 노동착취 행위이죠. 정부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한국에서 전업으로 평론 활동을 한다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아르바이트 없이는 생계가 불가능하지요. 오로지 연구와 취재,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정부가 나서 주십시오. 이제 정말 그럴 때입니다.
경기도에 등록된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5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도는 전기차 충전기 확대 설치 등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친환경차 확대는 지구촌의 치명적인 기후 위기를 막아내기 위한 최일선 대책이다. 온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기반 시설 제공에 한 점 차질도 없어야 한다. 신속하고 충분한 충전시설 확대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도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전국의 25.1%인 652만598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7.9%인 51만 8505대다. 전기차 11만 4117대, 수소차 7050대, 하이브리드차 39만 6887대가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47.0%)와 하이브리드차(29.7%)의 증가율이 2022년에 비해 두드러졌다. 이 같..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의 골(骨 뼈)은 비유의 재료다. ‘가시 돋친 말’ 따위의 여러 쓰임새가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건 ‘언중유골’은 그 소리만으로 뜻을 펼 수 없다. ‘말(言) 가운데(中) 있는(有) 뼈’라는, 말의 바탕을 지탱하는 의미의 문자를 새삼스럽게 보자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내기 또는 소리를 기록하기에 적당하다. 한글로 표기되는 한자(어)는 의미를 담거나 빚어내기에 적당하다. 이 두 장점의 합(合), 한국어가 우수한 언어인 까닭이다. 물론 한자어는 ‘오픈’이나 ‘뉘앙스’ 같은 외국어 바탕 외래어(外來語)와 어법상 성격이 같은, 한국어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수교(修交) 외교(外交) 국교(國交) 등도 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쿠바와 국교를 맺었다, 즉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언론의 주목은..
어둠이 내려 만물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는 저녁시간 산길을 걷고 싶어 아파트 뒷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어린 소녀를 만났다. 그 어린이는 내게 대뜸 “몇 살이세요?” 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 “70살이야” 하니까 어린이가 “나는 여섯 살이에요” 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열 배도 넘게 더 먹었구나” 하고 있는데, 어린이 어머니가 와 소녀에게 뭐 하고 있느냐고 물어 나는 서둘러 내 길을 걸었다. 어린이가 쉽게 내게 말을 걸어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움’ 속에서 그리움과의 이별을 못해 바보 같은 노객(老客)이라고 스스로를 구박하고 사는 내게 말을 걸어오다니.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나이를 물어온 것일까. 온통 흰머리도 아니고 아직 바르게 걸을 만한데- 순간이었다. ‘당신 삶의 세월을 잊지 마라. 나이에 걸맞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반발이 격화하면서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의 고질적 의사 부족 현상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는 의대 증원을 놓고 빚어진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일단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정부 측만 나무라기에는 전문가집단인 의사단체들의 요령부득 탓도 적지 않다는 게 민심의 요체다.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5곳 병원 전체 의사 인력의 39%)들이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필수 의료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정부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
“한국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언론입니다. 언론이 바뀌면 한국 민주주의가 50년 앞서 나갈 것입니다.” 유학에서 돌아와 강단에 선 필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 언젠가부터 기성언론이 앞장서 ‘운동권 기득권’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득권은 어떠한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 아니던가.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은근 슬쩍 여론 편에 다가와 탄핵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양면의 얼굴 야누스다. 4.10 총선도 그들이 좌지우지 할듯하다. 그들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말을 대서특필하기에 급급하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대 전문가 프레임으로 총선의 포문을 열었다. 임종석 대 윤희숙, 정청래 대 김경률...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이들 중 누가 더 정치 전문가인가? 임종석, 정청래 등은 필시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 정치권에 들어가 정치를 경험한 정치 전문가다. 반면에 윤희숙, 김경률은 정치권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정치 초년생이다. 그런데 진위를 따져보지 않고 한 위원장의 말을 표제어로 덜컥 뽑는 저의는 무엇인가. 총선 정국을 정책선거가 아닌 빈탕선거로 또 몰아가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중립을 표방한다. 따라서 그 누구의 편에도 설 생각이 없다. 단지 잘 못된 것을 잘 못 됐다고 누군가가 지적해 주길 원하는 데 그런 사람이 없기에 나선 것뿐이다. 그러니 필자를 민주당으로 엮어 이 글을 왜곡시킬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언론이 ‘제3지대’니 ‘빅텐트’니 하는 단어를 써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이 용어를 맨 먼저 사용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생정치단체(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를 제3지대라 부르는 건 양심 없는 일이다. 이들은 대의명분 없이 이 정당 저 정당과 불협화음을 내고 떨어져 나온 사람들에 불과하다. 제3지대란 본래 ‘여당과 야당에 대항하는 정치 세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 이들 중 누가 도대체 대항세력이란 말인가? 제3지대하면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가 생각난다. 2014년 5월 등장한 이 정당은 “우리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분노를 정치적 변화로 전환하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성 정당과 달리 분열을 넘어 기권자, 특히 젊은이들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엘리트 부패와의 싸움, 에너지 주권, 긴축 정책 거부, 자유 언론 수호, 디지털 민주주의 및 세속주의 등. 굵직한 이슈를 선거에서 쟁점화 시켰다. 그렇담 소위 제3지대인 개혁신당의 선거 쟁점은 무엇인가? 노인 무임승차권 폐지? 고작 또 갈라치기란 말인가? 서구 정치의 알맹이 대신 표피만 가져와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한국 정치판의 관행을 불식시키려면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이자 제4의 권력인 언론이 본분을 망각한 채 아무거나 마구 써댄다면 이는 필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고 말 것이다. 정치인이 시답지 않은 프레임으로 선거를 혼탁 시키려 들면 그걸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1980년대 초 프랑스 극우 정당 르펜이 등장했을 때 프랑스의 메이저 언론은 그에게 절대 마이크를 주지 않았다. 언론의 이러한 조치는 르펜의 부상에 큰 걸림돌이 됐다.
운명의 꽃미남이 내게로 왔다! 앗! 근데 그가 악명높은 B형이라니! 2005년 이동건,한지혜 주연의 B형남자란 영화의 홍보카피다. 2004년 가수 김현정은 “태양에너지 그리고 B형남자”란 노래를 발표하고 B형 남자들의 항의에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까지 올렸다 80년대 들리기 시작하더니 90년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난 89년에 장가갔으니 잘 비껴간 셈이다. 90년대에서 2010년 초까진 혈액형 성격론이 맹신되던 분위기였다. 학자들이 말해도 귓전으로 흘렸다. 과학이 사회적 통념을 이긴다는게 어렵다. 더 신기한건 B형 여자는 이 사회적 핸디캡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일본만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지구상 유이한 나라다.어이없는 일이 사회를 바꾸곤 한다. 1971년 일본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 인간학”을 출간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선 혈액형별 성격론이 사회적으로 유행했다. 일본문화가 유입되며 우리나라에 뜬금없이 흘러와 90년대 이후엔 정설이 되었다. 2017년 갤럽조사 58%,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 56%가 혈액형별 성격차이가 있다고 믿는다로 나왔다. 중국에선 혈액형 대신 별자리가 중시된다. 태어난 별자리에 따른 운세와 인생의 길흉이 있다는 일종의 별자리 점성술이다. 한국 연예인 프로필을 보면 대체로 혈액형이 기재되어 있는 반면 중국 연예인의 프로필에는 별자리가 써있다. 모든게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은 다르다. 아마존의눈물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에족은 부족 전체가 100% A형이다. 이들의 성격은 똑같을까? 2020년대부터 혈액형 성격론을 과감히 밀어내고 대세를 잡은게 MBTI다. 16개 성격유형의 자기 점검법이다. 그럴듯한 16개 유형의 영문조합으로 성격을 진단해주니 뭔가 있어 보인다. 특히 Z세대와 저연령 M세대의 믿음이 강하다. 내 보기엔 이야기하기 재밌는 인싸들의 토크 아이템일 뿐인데. “넌 F야? 난 T야.” 여기서 F는 Feeling, 감정적 사람이고 T는 Thinking 사고형적 사람이다. 심리학에선 과학적 검증이 안된 단순심리검사 일뿐이라고 무시하지만 전세계에 급격히 전파되면서 이검사를 인증해주는 CPP사는 연간 2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있다. 유사과학의 우산을 쓴 마케팅이다. 대중산업사회의 유행과 흐름은 방송에 의해 주도된다. 난 유재석의 MBTI 관심없다. 예능에서 밝힌 유재석의 MBTI는 ISFP란다.검색하면 유재석 성격이 쫙뜬다. 내보기엔 연예인중 1/16이 ISFP성격일텐데. 예능에서 같이 웃고 대화를 끌어가기에 MBTI는 좋은 아이템이다. 집사부일체에서는 아예 한회분을 박나래와 장도연의 MBTI 라이프를 전형화시켜 보여주면서 같이 출연한 이승기,차은우의 MBTI를 알려준다. 80억명의 인구가 4개의 혈액형별 성격으로, 16개의 MBTI로 유형화될수 있겠냐. 장군 중에 지장도 있고,유비같은 덕장도 있고,관우같은 용장도 있고,장비같은 맹장도 있다. 현대전에서 작전담당 장군은 지장이 아니면 안된다. MBTI의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라고 멕시코 언론마저 흥미있게 보도했다. 재미나 단순한 자기점검적 차원의 성격 테스트가 예능의 소재로 사용되면서 신뢰도를 얻고 확산됐다. 특히 Z세대의 진로와 미래탐색에 남용되고 있다. “교수님, 전 F성향이라 PD 가 맞을거 같아요.” “전 MBTI가 ENT(E:외향적,N:직관적,T:사고적)로 나오는데 PD가 안맞는거 아닌가요? 하고싶은데” 미친다.이세상의 직업이 20만개를 넘고 성격유형은 16개일뿐인데 그런 매칭이 가능하냐. 프로야구선수 전체를 MBTI 검사해보면 16개 유형이 다나온다. 나랑 내기해도 좋다. 4차산업시대는 산업도 직무도 컨버전스를 특징으로 하고있다. 나뉘는게 아니라 통합적이다. MBTI는 그냥 재미로 보면 된다. 안해도 된다. 내가 더 문제인거 같다. 학생들에게 MBTI에 매이지 말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은 결코 보지않는 신문칼럼에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유튜브로 올려야 하는데. 세심한 A형 혈액형과 분석적인 T형 성격을 가진 나는 학생들이 못볼까봐 글쓰면서도 걱정이다.
지난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후 ‘왕릉 원형 복원계획’에 따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2027년까지 철거된다. 대한체육회는 이에 따라 전국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대체 시설 부지를 공모, 오는 4월 경 부지를 결정한 후 2027년 착공, 2029년 준공할 계획이다. 국비 등 2000억 원이 투입되는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부지 공모는 지난 8일 마감됐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방정부는 경기도 양주시, 동두천시, 김포시와, 인천시 서구, 강원도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 등 7곳이었다. 이들은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후 관련 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유치 이유도 나름 타당하다. 강원도 지역 지방정부들은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시설과 경험, 낙후된 지역발전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