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만다 바르바스(Samantha Barbas)의 '현실적 악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서 민권과 언론의 자유'(Actual Malice: Civil Rights and Freedom of the Press in New York Times v. Sullivan, 2023)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이 소재다. 설리반 사건의 시작 이전부터 종결 이후까지 서술한다. 설리반 판결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를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확장한 판결이어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서 진행되었을 때에는 '현실적 악의'나 '선동적 명예훼손'은 쟁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뉴욕에 있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관할권"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한 기금 모금 광고에서 문제가 된 문구가 과연 앨라배마 주의 공공업무위원 L. B. 설리반에 “관한” 표현으로서 설리반을 "특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의 쟁점이 다투어졌다. 뉴욕타임스의 변호사들도 광고 문구 중 일부가 허위라는 것은 알았고,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커먼로의 법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앨라배마 주 법원에서는 판사도, 앨라배마 주민 배심원들도, 뉴욕타임스 광고가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이고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설리반 사건의 승패는 연방대법원에 와서 뒤집혔다. 이 사건이 더 이상 앨라배마 주의 사건이 아닌 연방대법원의 사건이 되면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범위의 문제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언론 자유 이념의 문제로 쟁점이 바뀌었다. 뉴욕타임스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선임한 허버트 웩슬러 변호사가 상고허가신청서 또는 기록이송명령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사건의 쟁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앨라매바 주민들의 "심정"에 "이입"해 보면 주민들의 판단을 연방의 사법부ㅡ"북부"의 사법부ㅡ가 개입해 뒤집은 것이다. 남부에서 "인종분리"를 하든 말든, 북부 양키들의 언론 뉴욕타임스가 쳐들어 와 내정간섭을 하더니, 북부 양키 변호사들이 연방법원을 구슬려 갑자기 생경한 헌법해석을 내세우며 수 백 년 내려온 커먼로를 바꿔 놓고 앨라배마 배심원들의 평결이 틀렸다고 판정해버린 것이다. 이런 설리반 판결에 대해서도 "연방에 의한 주 자치의 훼손", "연방 사법부에 의한 주민 주권의 침해", "북부 법복귀족 카르텔의 만행"이라고 분개하는 이들이 없었을까? 그래도 연방대법관들이 실제로 수 만 장의 사건 기록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읽었는지에 대하여 검증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없으니, 앨라배마 주민들은 얌전한 편이었다고 해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을 전후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결을 뒤집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본인부터가 여러 언론사로부터 공격을 당해 왔고 또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오고 있으니 설리반 판결이 눈엣가시 같을 수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큰 타격을 받다가 버티지 못한 채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만 종식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의지하던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지표는 더욱 어두워졌다. 경기신문은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등으로 영업 부담이 커졌다는 자영업자들의 토로를 전했다.(14일자 5면, ‘내수부진에 빚 못 갚는 자영업자 줄폐업’) 아울러 새출발기금(코로나19와 고금리 여파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을 신청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청자는 12만 명을 넘었다. 더 큰 걱정은 이들이 안고 있는 채무가 20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누적 12만 5738명, 신청 채무액은 총 20조 3173억이나 됐다고 한다. 4개월 사이에 신청자가 2만 명을 넘었으며, 채무액은 무려 3조 5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3월 10일 통계청은 자영업자가 550만 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코로나 사태 당시(590만 명)보다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590만 명)과 1998년(561만 명)보다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600만 명)과 2009년(574만 명)과 비교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64.8이었다. 전통시장의 경우는 56.1로 더욱 낮았다. BSI는 현재 기업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수치다. 현 경제상황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다. 즉 BSI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작으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은 전망은 밝지 않다. 21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은 당연히 후보들의 공약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책 3순위로 ‘가계·소상공인의 활력 증진 및 공정경제 실현’을 약속했다.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과 탕감 내용이 담긴 종합대책과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 우선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 부담 완화로 소상공인 경영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릉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소상공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 폐업지원금 현실화 및 폐업시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도 완화하겠다는 내용 등도 들어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 민생이 살아나는 서민경제’를 일곱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칭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정부 차원에서 통합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전문은행을 설립해 금융 지원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매출액 급감 소상공업인에 대한 생계방패 특별융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확대도 약속했다. 자영업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라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은 이 정책공약들을 반드시 지켜 이 나라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바란다.
지난 13일 오전 발생한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될 정도로 큰 화재였으나,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비록 100억 원대의 안타까운 물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물류창고 화재로 대형 참사를 여러 차례 겪은 경기도로서는 실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화재가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된 것은 충분한 안전 교육, 경보장치 정상작동 등이 요인이었다니,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하는 교훈이 만만찮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13일 오전 10시 29분쯤 발생했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됐고 소방헬기까지 투입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지만, 현장에 있던 관계자 178명이 모두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피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선 현장에서는 소방장비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대부분 대피가 완료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초 신고자가 주변 인원들의 대피를 적절히 유도한 점도 피해를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 당황해 대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물류창고에서는 신속한 대피가 이뤄졌다”며 “사전에 안전 교육이 철저히 이뤄진 덕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고는 과거 이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들과 뚜렷이 대비된다. 2008년 호법면 냉동 물류창고 화재에서는 4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으며, 2020년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또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엄청난 비극이었다. 두 사고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로 평가된다. 2008년 사고 당시에는 인부들에 대한 안전 교육조차 없었고,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화재경보기 등 주요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익스프레스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물류창고나 공장처럼 적재물이 많고 구조가 복잡한 사업장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려워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지난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경우도 사전 예방 조치가 사실상 전무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형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산업시설 등에서는 안전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가 최대의 관건이다. 수시 점검과 관리를 통해 비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게 기본이다. 막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보장치나 스프링클러가 아무리 좋은들 다 무슨 소용인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훈련이다. 비상시에 사람을 적절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숙련뿐이다. 평상시 훈련을 통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머릿속에 제아무리 많은 정보가 저장돼 있어도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효과적으로 움직여 지지 않게 돼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다. 경영진에서부터 말단 노동현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안전 우선’의 마인드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아직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 성공적인 진압 희소식 뒤에는 평소 일정 수준을 유지해온 물류센터 구성원들의 안전 의식이 적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갖가지 경우의 수가 공교롭게 결부되어 나타나는 불의의 재난을 온전히 다 막아낼 방도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 재난 참사가 인간의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일어난다는 냉정한 현실은 많은 각성을 요구한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재난에 잘 준비하는 기업에 대한 매리트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동기유발을 진작하는 것도 한 묘책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순한 기구인데도 추락하는 느낌이 주는 공포감은 대단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릴 때라 보호자 동반으로만 탑승할 수 있었는데 계속 “한번 더”를 외치는 아이들 때문에 세 번 연속 타고나니 나중에는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올라왔다. 짜릿함을 넘어선 공포감을 내 신체가 격렬히 거부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이런 롤러코스터류의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다. 반복되는 공포는 더 이상 내게 놀이가 아니라 고통이었다. 대선레이스로 거리가 시끄럽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는데 붉은 색 옷을 입은 운동원들이 자극적 언어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어? 왜 이러지?” 나는 몰랐다. 그들의 발언에 내 신체가 나도 모르게 발작하는 줄을.. 가만히 추스르며 깨달았다. 작년 12월3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군대의 진입, 시민들의 저항과 탄핵정국, 극우세력과 종교집단의 준동, 대통령 구속과 법원난동, 탄핵인용과 윤석열 석방, 그리고 대선과 대법원의 개입, 집권당의 후보교체 파동까지 수십년간 겪을 일을 우리는 한꺼번에 겪어 내었으니.. 매순간 추락하는 정치적 롤러코스터에 매달린채 반년을 살았다. 심리적으로 구토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알고보니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위험한 나라였다. 우리는 수십년간 쌓아올린 K-민주주의가 파탄나고 정치적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뿐인가? 전쟁의 공포도 알고보니 현실이었다. 정신 나간 판사 한사람이 내란수괴를 풀어줄 수도 있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야당 후보의 자격을 법원이 박탈할 수도 있는 나라였다. 지난 10일, 주민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묘역 참배를 다녀왔다. 열사들 묘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이 45년 후 재연될 뻔했다. 이를 위해 시신처리용 백을 수천개나 주문하는 군대가 국군이었다. 광주학살의 주역 정호용이 돌아왔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 것’이란 말은 영화카피가 아니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들은 모두 유전자의 자가복제를 위한 존재이며 필요할 경우 다른 이의 희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라고 보았다. 핵심은 DNA란다. 그렇다면 박정희부터 전두환, 윤석열로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쿠데타 자가복제’는 어떤 DNA 때문일까? 그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습관처럼 쿠데타로 타개하려 한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후보교체를 위한 새벽 쿠데타도 마찬가지다. 주체는 다르지만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도 같은 DNA의 작용으로 봐야 한다. 결국 “기득권집단의 이익수호”라는 DNA 때문이다. 우리가 반년동안 겪은 모든 일이 이 DNA가 벌인 사달이었다. 내란 우두머리는 지금 반려견을 데리고 한강을 산책하고 있다. 여당은 내란옹호자를 대선후보로 뽑았다. 내란은 진행형이다. 그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들이 나처럼 심리적 구토 상황이다. 6월3일 압도적 투표로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란종식, 정상국가 회복! 그것만이 유일한 심리치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잘 준비된 쿠데타를 만날 것이다. 나라를 망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의 전성기 시절의 주전 포수였다. 그는 18년의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을 월드시리즈 10회 우승으로 이끌었고 15년을 올스타에 선발되는 등 양키스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선수를 은퇴한 뒤 뉴욕 메츠의 감독시절 선두 팀과 9.5게임의 차이로 뒤져 따라잡기가 불가능해 보일 때 그가 했던 이 말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모두가 포기하고자 하는 순간,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고 그는 마침내 역전시키어 뉴욕 메츠를 리그 우승에 올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로 이보다 더 강력한 명언은 없을 것이다.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연속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한밤중의 비상계엄이 발동되고, 그것이 정당하다는 해괴한 논리로 내란을 옹호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지지하는 듯한 논조의 언론들과 지지 세력이 등장하고, 사보타지하듯 사사건건이 국정을 핑계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며 정국을 안개 속으로 몰고 가는 고위 행정관료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구속된 내란 수괴를 황당한 논법으로 석방시켜주는 판사와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는 더 황당한 검사 법비들 그리고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국민이 믿고 싶었던 대법관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국민의 참정권을 뭉개버리는 판결 등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내일은 고사하고 잠시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의 연속이다. 이제 20여 일도 남지 않은 대선판을 숨 좀 돌리고 바라볼 수 있을까? 그런데 아직도 불안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유력 후보에 대한 테러 소식과 분주한 경호 이야기 등 분명 내란은 아직도 진행 중임이 틀림없다. 내란 주범은 어떤 제재도 당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오히려 정부는 그를 위한 경호 인력을 늘려 준다고 한다. 반드시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내란 수괴를 위한 눈물겨운 한국 사회 최고위층의 노력에 진짜 피눈물이 난다. 그들에게 민주주의가 국민의 지배라는 정의는 교과서의 문자일 뿐인가. 어쩌면 그들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누렸던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곳곳에 암초와 길목마다 지뢰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안하무인에 인면수심 후안무치도 무색하다. 이 험난한 길을 뚫고 나아가야 할 몫은 오로지 국민뿐이다. 그들이 모르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은 너희들을 위해서 쓰라고 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위임자인 국민만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국민의 투표권이 얼마나 위대하고 엄청난 힘을 가졌는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그들은 역사상 패배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이 늘 기득권자였고 권력자였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불안함은 그들이 또 무슨 폭탄을 터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지쳐서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힘내자. 대한민국!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울컥하고 꺼낸 글이 시가 되었다. 논문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시(時)라니? 나는 내가 시를 쓰리라 상상을 못 했다. 돈 안되는 시를 왜 쓰냐고 물으면 딱히 그럴듯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건 시를 썼으므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했던 시가 이제는 나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두 권의 시집을 냈고, 문학상도 받았다. 처음 시를 쓸 때 감정을 표현하는데 급했다면 지금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세상을 보려고 한다. 시와 정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시와 정치는 관계가 있다. 나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부패하고 멍청한 사람과, 영리하게 이익을 취하면서 나라를 위한다는 정치인을 보았다. 권력이 부패하면 시가 깨끗해진다는 글이 생각난다. 나는 가끔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시적 매력보다 시대에 맞서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러한 용기가 없기에 나의 시는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기에 나의 마음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듯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풍자하거나, 선을 전하고 악을 징계하는 사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시는 정신과 기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허균은 ‘정신이 빼어나고 음향이 맑으며 생각이 깊으면 가장 좋은 시’라고 했다. 시란 사람의 천성과 정서를 조정하고 인간관계를 향상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그렇고 보면 시는 사회를 정화하고 화합하며 건강한 정서를 만드는 역할이 있다. 공자는 ‘그대들은 왜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고 탓하면서 시로써 새나 짐승, 풀들의 이름도 배우게 될 것이라 했다. 시로 정치를 비판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는 비판하지 못하면서 21대 대통령은 시와 문학을 아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후 한국을 떠나기전 도연명의 시 ‘四時’을 남겼다. 봄물은 네 못을 가득 채우고/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를 많이 만드네/가을 달은 밝은 빛을 던지고/겨울 산마루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났네/ 2025년 탄핵 된 윤석열 대통령은 예수님이 남긴 마지막 인간의 언어 ‘다 이루었다’고 말했다. 시가 정치를 멀리하려 해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탈북 시인이 살고 있다. 전쟁이 아님에도 전쟁과 같은 이산의 아픔이 있고, 아직 치유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시적 언어가 되지 못하고 부서진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야 할 풀이 바람 따라 눕는다. 바람 따라 눕지 못해서 시를 쓴다. 나는 쉽게 쓰여진 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시인이기보다 소비되지 않은 시가 될까 걱정한다. ‘행복여정문학’에서 2025년 6월2일부터 20일까지 용인시청 1층 로비에서 제6회 시화전을 한다. 시인이 된 사람과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부담으로 시화전을 개최한다. 전쟁과 같은 시간을 겪었기에 평화를 말할 수 있고, 이별의 아픔을 겪었기에 분단을 말할 수 있다. 다른 체제를 경험했기에 통일을 말할 수 있다. 시인이 정치를 몰라도 살 수 있는 시대, 시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치, 시가 꽃피는 시대에서 탈북문학도 뿌리내리기를 21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바란다.
12·3 내란 이후 반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곤두박질했고, 국민의 자존심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내란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전두환 쿠데타 이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유행했다. 근래의 상황이 전두환 시절을 소환할 정도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계엄선포-국회 대통령 탄핵안 부결(2024.12.7)-탄핵안 가결(2024.12.14)-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2025.4.4)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탄핵 인용되고 21대 대통령 선거 일정이 확정돼 표류하던 대한민국호는 예측 가능한 항로에 진입하는 듯했다. 그러나 5월 첫날부터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지난 십여 일 동안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진원은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대법원 상고심 선고였다. 대법원은 TV 생중계까지 허용하면서 유죄 취지로 2심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공직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과 다르다”고 그 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재판과 달리 전원일치가 아니었다. 임명권자의 진영논리로 나뉘었다. 대법원에서 사건 기록을 전달받은 서울고등법원은 파기 환송심 재판을 5월 15일로 잡았다. 법원의 정치개입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 판결 직후 사퇴하고 다음날 출마 선언을 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다 같이 사라지게 하는 개헌을 하겠다’는 내용을 출마의 변에 담았다. 대법원 판결부터 한 총리 출마 선언까지 일련의 과정이 짜맞춘 듯 일사분란했다. 5월 3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는 이 판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연휴 직후인 7일 서울고법은 ‘이재명 후보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일관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 기일을 대통령 선거 후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법원 스스로 ‘독립’을 거뒀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이재명 선거법-대장동 재판 대선 뒤로 연기‘라는 중립적인 제목의 기사와 대비됐다. 국민의힘은 3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후보로 선출했지만 이후 10일까지 일주일간은 정당사에 남을 괴행(怪行)으로 점철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김 후보는 대선후보 지위 확인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하룻만에 기각됐다. 기다렸다는 듯 국힘 지도부는 10일 새벽 2시 김문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한덕수 후보는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한덕수로의 후보 교체는 다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원들이 나서 투표로 부결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열차는 출발했다. 사법이 정치 위에 군림하려 했다. 일부 정치세력은 스스로 사법에 종속되려 했다. 이재명, 김문수의 환생은 주권자가 살려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치화된 사법부 통제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한겨레신문 박용현 논설위원은 12일자 칼럼에서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사례를 들어 법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며 ’검찰은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통제할 수 없는 괴물 권력이 됐다. 법원도 검찰에 가려 희미했을 뿐이다‘라고 진단했다. 사법부가 왜 개혁돼야하는지 설파한 명칼럼이었다.
21대 대선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10대 정책공약’ 가운데 1호로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을 내세웠다. AI를 비롯한 신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K-콘텐츠 지원을 강화해 글로벌 빅5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경기신문 13일자 3면, ‘주요 대권주자 10대 정책공약 3파전 불꽃대결’)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AI 3대 강국으로 도약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미래 첨단산업 분야는 과거와 달리 엄청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한 국부 펀드 형태의 ‘케이 인비디아 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겠다면서 “정부가 민간 투자 마중물이 되어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간 투자 등을 통해 100조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고성능 GPU 5만개 이상 확보 및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K-컬쳐 수출 50조원 달성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전 국민이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모두의 AI’프로젝트 ▲K-방산 국가대표산업 육성 및 방산수출기업 R&D(연구개발) 세금 감면도 발표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공산당식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에너지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의 ‘케이 인비디아 펀드’와 흡사한 내용이긴 하지지만 반드시 필요한 공약이다. 김 후보가 발표한 ‘21대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 가운데 2호 공약으로 ‘인공지능·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분야에 청년 인재 20만 명을 양성하고,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 유니콘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다. 김 후보는 글로벌 기업을 참여시키는, 즉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100조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IMF는 우리나라를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AI분야는 세계 최상위 수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 정부는 2019년에 ‘AI 국가전략’을 시작해 2027년까지 70억 달러를 투자, 2030년 AI 초강대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예산은 턱없이 적다. 중국은 2025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AI에 투입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4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은 2021~2027년간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AI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브리핑을 열어 국가AI역량강화방안을 기반으로 AI 글로벌 강국 도약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전략기술 확보’,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 4대 핵심과제에 대한 실적을 공개하며 AI 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인공지능(AI) 기본법도 지난해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하고, 1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AI 강국으로 가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금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와 안보까지 직결되는 전략자산이다. 따라서 정부와 산·학·연이 일치가 되어 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경제계도 일치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이재명 대선 후보에 전달한 제언집에도 1순위 과제는 ‘국가 AI 역량 강화’였다. 이들은 ‘앞으로의 3~4년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에너지·데이터·인재 등을 3대 투입요소와 3대 밸류체인 인프라·모델·AI전환간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가 처한 대내외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는 주장은 적절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쳐 정당한 절차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정당이라는 정치 공동체 안에서 공정한 규칙을 따르고 그 규칙에 기반을 둔 지지와 책임을 감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경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덕수 전 총리가 느닷없이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에게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길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은 역사 곳곳에 반복되어 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보다 감독의 판단과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대표팀을 구성했다. 수월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명분 아래 팀워크와 내부 신뢰는 무너졌고 결국 선수들은 훈련을 집단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결과는 국가적 망신에 가까운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축구는 단순한 기량의 경쟁이 아니라 팀 전체의 조화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는 스포츠다. 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팀은 하나로 뭉칠 수 없고, 분열된 팀은 이길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절차를 무시한 정치가 얼마나 깊은 후유증을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부통령이던 허버트 험프리는 단 한 번의 예비 선거(프라이머리)도 거치지 않은 채 민주당 지도부의 지지를 업고 대선 후보가 되었다. 반전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유진 매카시와 로버트 케네디 등이 프라이머리를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지도부는 이를 무시했다. 당원과 시민들은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졌다고 격렬히 반발했고 시카고에서는 전당대회 기간 중 유혈 시위까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자신들의 텃밭이라 여겨졌던 남부 5개 주를 공화당에 내주며 닉슨에게 참패했다. 단순한 선거 패배가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고 도덕적 결함이 컸던 대통령이라 평가받는 사람에게 권력을 넘긴 일이었다. 절차를 무시한 대가는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지 않고 민주주의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구조적 손실로 돌아왔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은 타협할 수 있지 않는가?” 이 물음은 정치적 판단의 순간마다 반복되는 유혹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러한 달콤한 제안에 쉽게 응하지 말아야 한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공정한 절차는 결과의 정당성을 구성한다고 했다.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승리는 아무리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일지라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승리는 승리를 이룬 순간부터 내파를 시작한다. 한덕수의 주장은 결과적 수월성에 기대고 있지만 그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정당 민주주의는 하나의 공동체가 신뢰와 책임을 나누는 과정이다. 한 사회의 리더를 뽑는 과정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 좇는 모습을 정당이 승인한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에게 결과를 위해서라면 누구든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이기기 위해 규칙을 무시하는 정치는 언젠가 규칙 없이도 지게 된다.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는 그저 들러리가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을 지키면서 이기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정치도 예외일 수 없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절차를 지켜야 한다. 진정한 승리는 무너뜨림 없이 이기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2023년 12월 발표된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024~2028)'의 핵심 과제인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은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돌봄 로봇을 활용한 사회서비스 모델을 지역사회에 확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4년 4월, 충남 당진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를 시범사업 수행 지역으로 선정하고, 6개 기업을 통해 스마트 기저귀(센서) 시스템, 노인건강·안전감지 스마트 조끼, 재활 로봇·자전거, 어린이 식습관 개선 푸드 스캐너, 노인·고독사 관리 AI 스피커, 치매 검진·예방 프로그램 등 여섯 개의 서비스 모델을 지역사회에 제공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고 주민들의 이용과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본 시범사업은 기술의 현장 실증 및 활용을 지원하여 복지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사회서비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추가적인 시범사업 모집 공고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1차 시범사업의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26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 사회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과 확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 해결이 중요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확대: 고령 인구를 위한 양질의 돌봄 서비스와 에이지테크(Age Tech) 기술을 보유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참여를 장려하여 전국 어디서나 균등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지속적인 정부 예산 지원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 사회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부의 안정적인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며, 기술력을 갖춘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 확보와 함께 정부-기업-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돌봄 종사자의 역량 강화 및 동기 부여: 첨단 시스템과 서비스에 대한 요양보호사 등 돌봄 종사자들의 원활한 적응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훈련 체계 마련과 함께,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스템 활용 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시설 급여 평가 시 가산점 부여 등) 제공을 통해 적극적인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스마트사회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제고 및 성과 관리 체계 마련: 공공 주도 정기적인 포럼 등을 통해 스마트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명확한 서비스 분류체계와 구체적인 성과 평가지표 개발을 통해 서비스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편, 경기도는 생애 전주기를 고려한 통합돌봄 쳬계 구축 노력과 함께 복지기술과 정책 융합을 통한 스마트 사회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스마트 사회서비스 확산을 위한 기업의 혁신 기술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26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과 함께 더욱 발전된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