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역사회와 조합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5년은 금융환경에 불확실성과 지역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신협은 '사람 중심금융'이라는 숭고한 이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우리 신협은 조합원님과 지역민들에 경제적 필요를 가까이 살피기 위해생활금융 지원을 강화 하고 서민·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금융서비스 확대 및 '지역 순환경제'란 새로운 지역경제 발전 방향, 범시민 의식 전환 운동을 통한지역 소상공인 발전과 지역 경제 발전에 일익 하고자 노력 했습니다. 특히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상품과 지원 제도를 마련해 조합원 분들과 지역 소상공인에 금융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배려 청소년 장학 사업, “탄소 중립 생활 실천” 활동 등 사회 공헌사업에서도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조합원 여러분과 지역민의 신뢰와 참여, 헌신이 있기에 가능 했습니다. 다시한번 조합원 여러분들 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시간과 현재도 거시적 경제 동향에 악화와 그에 따른 지역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중, 소상공인 사업주들에 금융 환경은 그 어느 떄 보다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른 지역 금융 이라 할수 있고 민생 경제 최 일선에 있는 많은 상호금융들도적지 않은 영향과 충격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급변하는 금융환경, 조직문화, 강화되는 다양한 규제로 친서민 금융인 지역 금융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약화 되는안 타가운 현실이 지역 금융기관의 책임자에 한사람으로서 저 또한 그 어느 떄 보다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많은 조합원님들이 주신 책무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남은 임기에“좌고우면” 하지 않고 본연에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여 지역 사회와 경제 발전에우리 신협이 일익 할 수 있도록 앞장서 최선에 노력을 다하고 합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우리 신협은 '함께 하는 금융', '더 가까운 지역사회 이웃금융' 미래를 준비 하는 '협동 조합'을 목표로 새롭게 도약 하겠습니다. 디지털 금융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조합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청년, 고령층, 사회적 금융 약자, 소외자 등 다양한 계층을 지원 하는 포용적 금융 모델을 지역 금융으로서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과 협동조합 정신을 기반한 '지역 순환경제' 의식 전환 운동 강화와 우리 모두 잘 살수 있는 상생 프로그램개발에도 쉼 없이 노력 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의 작은 변화와 노력이 공동체에 큰 변화를 만들 듯 우리 신협은 앞으로도 조합원 모두와 지역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금융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힘든 시기 이지만 연말연시, 조합원 여러분과 시민 모두에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길 기원 합니다. 새해에도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신뢰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청 등이 ‘IP 카메라 보안 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가정집과 병원·마사지시술소 등에 설치된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12만여 대를 해킹해 제작한 성 착취물을 유통한 범행에 대한 추가 대책이다. 정부의 대책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설치업체·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IP 카메라 보안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책임소재 확대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지난달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IP 카메라 12만여 대를 해킹해 만든 영상을 해외 음란 사이트에 판매한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 2명은 일반 가정, 사업장 탈의실 등의 영상을 빼돌려 성 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성 착취물 영상은 해외의 한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영상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의해 각각 해킹된 IP 카메라는 약 6만 3000대, 7만 대다. 이들이 해킹한 카메라 가운데 중복된 건들이 있어 해킹 대상 카메라는 총 12만여 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에 판매된 영상 수는 고작 1193개밖에 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영상 유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유추된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IP 카메라의 제조·유통·이용 단계에 집중됐던 보안 대책을 제품 외적 요인인 해킹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IP 카메라에 연결된 네트워크 보안의 주체가 모호하고, 이용자와 제조사에 보안 책임이 몰린 구조였던 지금까지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의 지난 10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조치를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IP 카메라 설치업체는 59.0%에 불과했다. 이용자의 보안 인식도 낮다. 비밀번호를 초기 설정에서 직접 바꾼 이용자는 81.0%, 최근 6개월 이내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우는 30.8%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목욕탕·숙박업소·수술실이 있는 일부 의료기관 등 IP 카메라 해킹·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상 안전성 확보 조치 의무를 고지하고 대규모 영상 유출이 있었던 사업자는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병·의원, 마사지시술소 등 취약 사업장을 선정해 합동 사전 점검에 나선다. 아울러 요가·필라테스·병원·헬스장·수영장·산후조리원 등 생활 밀접 시설 IP 카메라의 경우 보안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IP 카메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복잡한 비밀번호 설정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법령 개정도 도모한다. 정부는 IP 카메라의 통신 연결에 필요한 암호화가 되지 않은 서버를 식별한 다음 불법 사이트 목록과 비교해 차단하고 있으나 이를 우회해 등장하는 불법 사이트가 골칫거리다. 이에 대해 비복호화 기반 트래픽 분석 등 차단 기술 고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IP 카메라 제품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에서 설계, 제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심각한 변수다. 해외 제품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기술적 대응을 병행하겠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난제로 여겨진다. 사이버 범죄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문제다.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설치업체나 통신사가 책임감 있게 대응하지 않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팽배해 있다. 유료 고속도로를 운영하면서 그 도로를 번번이 악용하는 범법자들의 분탕질에 나 몰라라 하는 행태가 어떻게 정상적일 수가 있나. 사이버 범죄는 이용자들의 왕성한 신고 정신과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차단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IP 카메라 설치업체와 통신사의 책임 한계를 넓히는 조치는 의미 있는 정책 변화다. 물론, 이용자들인 국민의 사이버 보안 의식 강화가 함께 가는 것은 필수다.
지난 4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굴포천에서 기쁜 일이 벌어졌다. ‘굴포천 생태하천 물맞이 행사’였다. 굴포천이 30여 년 만에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돌아온 역사적인 날이었다.(관련 기사: 경기신문 5일자 인천판 1면, ‘30년 만에 물길 살아난 굴포천… 원도심 생태하천 부활’) 굴포천은 1990년대 인천지역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인천지역 도시개발로 콘크리트에 덮인 뒤 오염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하천이다. 복개 후 주차장과 도로로 활용되면서 수질 악화와 악취 문제가 지속되자 시민들의 원도심 수변 복원을 요구해왔다. 이날 콘크리트 복개구조물 아래에 갇혀 있던 물길에 맑고 깨끗한 하천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복원 구간에 굴포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한 하천유지용수가 매일 4만 톤 규모로 공급됨으로써 인천시 제1호 하천복원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비롯됐다. 2021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뒤 약 4년 동안 진행됐다. 이번에 복원된 곳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터 부평구청까지 총 1.5㎞ 구간이다. 굴포천 생태하천은 18일부터 전 구간이 전면 개방되며 복원사업 준공식은 오는 17일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라니 이 기쁜 날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 이번 사업에 투입된 전체 사업비는 모두 845억 원이다. 시는 이 가운데 666억 원은 생태하천 복원, 179억 원은 하수관로 정비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굴포천이 다시 살아남으로써 얻게 될 시민들의 행복감에 비하면 과다한 지출은 아닐 것이다. 자연과 시민이 어우러지는 친자연형 하천으로 정비된 굴포천은 자연생태계 복원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시민에게 친숙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에 복원된 구간은 3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성됐다. 생태·문화 체험, 생태 관찰·탐방, 자연생태 복원 등이다. 시는 자연과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아울러 앞으로 5년 동안 생태계 변화와 수질, 주민 만족도 등을 사후 모니터링 할 계획도 세웠다. 당연한 일이다. 만들어 놓기만 하고 관리가 부실하면 안한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굴포천보다 앞서서 자연형 하천만들기에 나선 곳은 수원시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수원천을 복개해 도로나 주차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당시 수원문화원 원장이었던 심재덕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수원천은 수원화성과 함께 수원의 상징이자 환경·역사의 젖줄이기 때문에 복개하면 안 된다”며 복개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수원천을 친환경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복개 반대측과,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연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수원천을 복개해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복개 찬성 측으로 여론이 갈렸다. 1995년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이 초대 민선 수원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문화재를 지키고 수원천을 살리기 위해 복개를 철회한다”라는 수원시의 공식 발표에 진행 중이던 복개 공사는 중지됐다. 그리고 수원천이 살아났다. 물고기들이 돌아왔고 하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정도로 물이 맑아졌다. 아울러 주차장과 도로로 사용됐던 매교교-지동교 구간 4차선 규모의 복개구간도 철거됐다.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었던 구간은 오히려 병목현상이 발생, 교통체증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수원천은 시장이 바뀌면서 관리가 부실해져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서울 청계천은 자연형 하천 복원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관리에 신경을 쓴 탓에 항상 맑은 물이 흐르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이로 인해 주변 상권의 활성화되는 등 이른바 ‘청계천 특수’까지 발생하고 있다. 인천시는 원도심 물길 복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수원천과 청계천의 복원·관리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다.
겨울밤, 손끝이 시려올 때면 프랑스 사람들은 뱅쇼 한 잔을 찾습니다. 레드 와인에 오렌지와 계피, 정향을 넣어 따끈하게 데워 마시는 겨울의 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김 오르는 컵을 손에 꼭 쥐고 걷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겨울의 낭만입니다. 하지만 낭만이 꼭 유럽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추위뿐 아니라 마음까지 녹여주는 겨울의 ‘위로주(慰勞酒)’가 있으니까요. 바로 전주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모주(母酒)입니다. 모주라는 이름은 분명 ‘술’이지만, 실제로는 알코올을 충분히 증발시킨 따뜻한 약차에 가깝습니다. 막걸리에 대추, 생강, 계피, 감초 등 약재를 넣어 오랜 시간 달이면, 도수는 낮아지고 풍미는 더욱 깊어잡나다. 추운 날 한 모금만 마셔도 속이 편안해지고 몸의 긴장이 천천히 풀어지지요. 전주 콩나물국밥집에서 해장술이 아닌 ‘해장 음료’로 모주 한 잔을 내는 풍경이 익숙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주의 유래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이름 그대로 ‘어머니의 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술을 지나치게 좋아해 건강이 상했던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막걸리를 오래 끓여 알코올은 줄이고 약재의 효능을 채워 건넸다는 이야기. 술을 완전히 끊게 할 수 없어도 아들의 몸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모주(母酒)라는 이름 속에 담겨 있습니다. 뱅쇼와 모주는 모두 ‘술을 끓인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태어난 배경은 사뭇 다릅니다. 뱅쇼가 차가운 유럽 겨울을 견디기 위한 향긋한 시즌 음료라면, 모주는 일상 속에서 술을 약처럼 활용해 온 한국 생활문화 산물입니다. 뱅쇼가 겨울의 낭만을 담는다면, 모주는 겨울의 위로를 품습니다. 모주는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막걸리 1~2병에 대추, 생강, 계피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30분에서 1시간가량 은근하게 달이면 됩니다. 감초나 황기, 갈근 같은 약재가 있다면 함께 넣어도 좋습니다. 특히 대추는 깨끗이 씻어 먼저 끓인 뒤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과육만 사용하면 한층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설탕이나 꿀로 단맛을 조절하고, 배나 사과 등을 넣어 풍미를 확장해도 좋습니다. 따뜻하게 마시면 속이 편안하고, 식힌 뒤 냉장 보관했다가 다시 데워 마셔도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차게 식힌 모주에 얼음을 띄운 ‘모주 아이스티’로 즐기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합니다. 해장에 좋다고 알려진 모주는 실제로도 폴리페놀, 코직산 등 항산화 성분이 검출되며 건강 음료로서의 가치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지혜가 과학적 근거를 만나며, 더욱 매력적인 겨울 음료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술이 귀했던 시절, 버려질 수 있는 술지게미에 약재를 더해 사람에게 이로운 음료를 만들어낸 조상들의 지혜와 검소함, 그리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던 따뜻한 정(情)이 모주 한 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술을 넘어, 한국인이 겨울을 견뎌온 방식이자 정(情)을 나누는 문화인 셈입니다. 겨울이 깊어지는 요즘, 뱅쇼의 낭만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약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모주 한 잔을 직접 끓여보면 어떨까요. 대추의 달콤함과 생강의 알싸함, 계피의 포근한 향이 하루의 피로를 천천히 녹여줄 것입니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위로가 작은 컵 안에 담겨 있으니까요.
내게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올라보는 것이다. 케냐와 국경을 접한 아루샤 지역에서 멀지 않은 이 산은 세 개의 주요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고산 트레킹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인간이 킬리만자로를 처음 등반 한 것은 1889년. 최고봉인 우후루(Uhuru)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뷰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산기슭에는 적도 열대우림이 울창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아프리카의 지붕으로 불리는 이 산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전설과 위대한 탐험가들의 모험, 그리고 놀라운 자연 변화를 목격해 왔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1860년 채택된 스페인어와 영어, 프랑스어 표기로 현지 사람들은 다르게 부른다. 마아(Maa)어로는 ‘올 도이뇨 오이보르(Ol Doinyo Oibor)’, 그 의미는 ‘하얀 산’이다. 스와힐리어로는 ‘킬리 은자로(Kilima Njaro)’ 즉, ‘빛나는 언덕’이란 뜻이다. 요한 루트비히 크라프 같은 19세기 탐험가들에게 이 산은 ‘화려한 산’ 또는 ‘빛나는 산’과 동의어였다. 킬리만자로에는 흑백 콜로부스 원숭이, 코끼리, 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새들이 교살무화과나무와 거대한 양치식물 사이에서 번성한다. 산을 오르면 숲은 나무 헤더가 점점이 박힌 황야로 바뀌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 높이 올라가면 풍경이 극적으로 변하며, 거대한 땅속 식물과 소수의 강인한 식물만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고산사막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고요함과 차가운 공기가 가득해 마치 달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상에는 만년설이 반짝이는 빙하를 드러낸다. 이는 아래쪽 아프리카 평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신비한 자연보물이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반복되면서 만년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산의 경사면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자연 서식지가 망가지고 있다.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이 지난 10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11년에서 2022년 사이, 킬리만자로 산의 자연 식물종 75%가 사라졌다. 이 기간 인구밀도는 평방킬로미터당 약 30명에서 430명으로 증가했다. 인구증가는 장작 채취, 방목, 벽돌 제조 등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토지 갈등은 심화된다. 궁지에 몰린 이 세계적인 보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야심차게 시작됐다. 유네스코(Unesco)는 킬리만자로의 수자원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800만 달러(한화 118억)를 투자하기로 했다. 400km²의 숲을 조성해 수분을 보존함으로써 킬리만자로 물에 직접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방침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가 녹아내림으로써 탄자니아와 케냐의 200만 주민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밝히고, “국제사회는 이 생명줄 같은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40년까지 완전히 사라질지 모르는 킬리만자로의 눈과 점점 더 빈번해지는 가뭄은 탄자니아와 케냐의 물 공급과 생태계를 심히 위협하고 있다. 연말연시 이웃을 돕고자하는 여러분의 따뜻한 가슴이 유네스코의 기부로 이어지길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역사는 종종 표면적 안정의 뒤편에서 틈이 벌어진다. 18세기 초 절대왕정 체제는 견고해 보였으나, 내부에서는 계몽사상이 기존 질서의 정당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19세기 초 빈 체제는 혁명과 전쟁 끝에 복구된 균형을 자랑했지만, 산업혁명과 민족주의의 확산은 왕정복고의 토대를 흔들었다. 20세기 초 베르사유 체제 역시 전후의 평화를 약속했으나, 그 아래서 자라난 경제 불안과 전체주의는 결국 참혹한 대재앙으로 귀결되었다. 공통된 흐름은 분명하다. 질서의 안정처럼 보였던 시기마다, 실은 다음 세기를 규정할 전환의 동력이 이미 누적되고 있었다. 2020년대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주변적 갈등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한다. 단일 패권의 시대가 저물며 다극화가 본격화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조율할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 내부에서도 불신과 양극화가 깊어져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더 이상 자명한 전제일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20세기적 감각과 기준에 머무른 채 근대적 질서의 연장선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듯하다. 경제 영역에서도 균열은 체감된다. 글로벌 공급망은 팬데믹을 계기로 재편되기 시작했고, 세계화는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제로서의 위상을 잃었다. 대신 안보·기술·자원에 기반한 새로운 블록화가 진행 중이다. 산업 구조는 데이터·AI·반도체와 같은 지식 자산을 중심으로 전환 중이며 에너지 시스템은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비가역적 조건 속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과거의 성장 모델로는 더 이상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사회적 기반 역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준으로 진입했고 대규모 자동화는 노동의 정의 자체를 다시 질문하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공공성의 조건을 바꾸어 놓았으며 디지털 공간은 정보의 진위와 정체성을 둘러싼 새로운 혼란을 생산하고 있다. 나아가, 인간의 감각과 판단을 대체하는 기술의 확산은 ‘인간 중심 사회’라는 전제를 흔들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면 이는 분명하게 하나의 현상으로 읽힌다. 기존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는 듯하지만 그 내부에서 다른 시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징후다. 1720년대, 1820년대, 1920년대가 그러했듯, 지금 이 시기 역시 격변의 전야다. 우리는 ‘변화가 시작된 안정기’를 지나 ‘안정이 붕괴하는 과도기’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한 적응이나 관리가 아니다. 전환의 방향을 규정하고, 새로운 질서의 규칙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제 관계에서 규범과 기술 표준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경제 체제를 탈탄소·디지털 기반으로 재정렬하며, 사회 제도를 노동과 인구 변화에 맞게 재설계하는 과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먼 미래의 선택지가 아니라 당장의 현실 요구다. 2025년은 21세기의 구조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며, 기존 질서가 마지막으로 버티는 시기다. 흔들리는 기반 위에서 과거의 연장선을 붙잡는 것은 위험하다. 다음 시대를 규정할 조건은 우리가 모르는 새 발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어떠한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인가에 달려 있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라고 물었다. 나는 과학자라고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도 과학자, 발명가, 우주비행사, 심지어는 대통령 등등… 선생님은 이번에는 공부 좀 한다는 녀석에게 다가가 “꿈이 뭐냐”라고 물었다. 공부깨나 하는 녀석의 대답이다. “이것저것 하다가 안 되면 선생질이나 해야죠 뭐” 그날 그 녀석은 엉금엉금 기어서 집에 갔다. 시인이네, 책이네, 공부네 하면 별 흥미가 없는 사회 분위기라서 유머라도 한 토막하고 넘어가고자 써본 글발이다. 이희승 씨는 '독서와 인생'이란 글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일반적으로 책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 때문이랄까, 울며 겨자 먹기로 교과서를 파고들지만, 일단 졸업이란 영예의 관문을 돌파한 다음에는 대개 책과는 인연이 멀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옛말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서 가시가 돋친다. (一日不讀書 口中生刺)!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날은 하루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문제 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경쟁이 극심한 마당에서는 하루만큼 낙오가 되어, 열패자(劣敗者)의 고배(苦杯)와 비운을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까지 했다. 평론가가 최선 최고의 리더십이라고 평하는 퇴계의 '퇴계처럼'이란 책을 보면, 퇴계는 아들 준에게 ‘선비에게 있어 가난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떳떳함이라고 하면서 ‘한유(寒儒)’라는 말을 즐겨 썼다고 한다. 더불어 산은 깊을수록 좋으며 글씨는 맛이 있어야 하고 사람은 가난한 데서 낙(樂)이 있다.’라며 가난을 선비의 당연한 삶으로 받아들였다. 퇴계는 맏손자 이 안도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낀 만큼 교육도 철저히 시켰다. 주로 편지를 통해서였다. 맏손자에게 생애 총 153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주로 퇴계가 55세(안도 15세)로 접어들면서 시작되어 70세(안도30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16년 동안 이루어졌다. 편지에서는 일상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가 하면, 공부에 임하는 자세나 선비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김규동 시인은 2011년 3월 25일 '나는 시인이다'는 시집을 냈다. 시인은 1925년 2원 13일 함경북도 종성에서 출생하여, 1944년 경성고보를 거쳐 1947년 연변의대를 수료하고 평양종합대학을 다니다 1948년 월남했다. 고향땅을 떠나 평생 분단의 상처를 안고 서울 흑석동 산꼭대기 판잣집에 살다가 1·4 후퇴 때 피난길에 나섰는데 적지 않은 책 가운데 100여 권의 책을 묶어 이것을 등에 지고 길을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노량진 시장가를 지나려는데 웬 지게꾼이 달려들어 이 무거운 짐을 선뜻 지고 앞장서 노량진역까지 뛰다시피 해서 무거운 책을 져다 주었다고 한다. 그는 고생 끝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고 부산에서 3년 동안 피난살이 하는 동안 아저씨가 져다준 책들을 정신 차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들 때마다 지게꾼 아저씨의 초상이 떠올랐다고 했다. 6·25 전쟁 통에 피난을 가면서 우선 급히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챙기는데 시인은 책만 100여 권을 등에 지고 나섰다. 그에게는 책이 곧 인간이고, 생명이었기에. 그렇다. 서두의 유머에서 학생이 선생질이란 말만 안 했어도 맞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선생질이란 말은 있어도, 시인질이나 소설가질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하하하! 크게 한번 웃어뵬 일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텔레그램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이다. 문 의원이 자신의 지인을 김 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차기 회장에 추천하는 문자가 생생하게 노출된 것이다. 문 의원은 “(홍성범은)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 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강훈식 비서실장)이랑 현지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문자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즉각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공지하면서 "김 비서관이 실제 인사 추천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공세도 공세지만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휘발성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인사추천의 적절성 문제다. KAMA는 민간협회다.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사단법인으로 자동차 업계의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단체다. 회장은 이사회를 거쳐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정관에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실이나 산업부가 인사에 개입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데 여당의 원내 수석부대표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인사추천을 논의한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둘째로 두 사람 간의 문자가 세간의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당은 ‘만사현통’이라며 김현지 부속실장이 이재명 정부의 비선실세라고 정치공세를 해왔다. 민주당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와 국회 예결위원회의 증인 출석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으나 여야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런데 김 비서관이 ‘현지누나’를 언급하면서 야당의 ‘만사현통’ 의혹을 대통령실 직원이 증폭시킨 꼴이 됐다. 국민의 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정 곳곳에서 '김현지를 통하면 다 된다'는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며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격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인사가 곧 만사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지난 6개월 간 이룬 성과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경제, 외교, 안보 등에서 큰 성과를 이뤘고, 특히 위기의 한미 관세협상을 대한민국의 기회로 바꿔낸 점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만들어 낸 최대 성과다. 그러나 이런 성과도 잘못된 인사 한방이면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질 수도 있음을 참모들은 명심해야 한다. 인사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고 세부적이어서 참모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대통령과 각 부 장관이 관여하는 인사 자리만 해도 수 천 개에 달한다. 대통령이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은 수면 위의 존재다. 민생과 안보, 외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면 위의 일들을 결정하는 업무만도 벅차다. 대부분의 인사는 수면 아래의 참모들 몫이다. 방대한 규모의 공직 인사는 똘똘한 참모 한 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인사는 곳곳에 리스크가 숨겨져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도 없는 수면 위의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 핵심 참모들이 인사권을 내려 놓고 시스템에 의지해야 하는 이유다. 김 비서관이 문자에서 인사수석이 아니라 ‘현지누나’를 언급한 것을 보면 인사추천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읽힌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의 인사 속도가 늦어 이제야 공공기관 인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인사 추천, 검증, 자문시스템을 정비하길 바란다. 대통령실이 관여할 수 있는 인사대상을 명확히 해서 KT 등 민간기업까지 정부가 관여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길 기대한다, 이재명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언론과 국민께 알리는 것이 인사 리스크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고급스러운 외관을 위해 저층부나 필로티, 주출입구를 화강석이나 대리석 같은 석재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벽석재들은 파손시 추락이나 낙하의 위험이 있어 안전하게 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건식 석재’ 공사라고 하며, 과거에는 돌을 붙일 때 시멘트 반죽을 발라 붙였지만(습식), 최근에는 건물 외벽에 앵커와 철재 프레임을 설치하고 거기에 돌을 걸어 고정하는 ‘건식 공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거운 돌판이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도록, 돌의 측면에 구멍을 뚫고 프레임과 돌을 핀(Pin)으로 꿰어 고정하는데, 이것이 바로 ‘꽂임촉’입니다. 쉽게 말해 셔츠의 단추나 가구의 나사못처럼 돌을 꽉 잡아주는 ‘물리적 잠금장치’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 석재 마감 뒤편에서 위험한 ‘날림 공사’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시정되었지만 과거 일부 시공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돌에 구멍을 뚫고 핀을 박는 정석 시공 대신, ‘에폭시(석재용 접착제)’를 사용하여 돌을 프레임에 단순히 붙여버리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이러한 시공방법이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최근 하자 소송에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에폭시는 화학물질이기에 세월이 흘러 자외선과 습기에 노출되면 접착력이 약해지고,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열에 녹아버려 순식간에 돌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지진과 같은 진동이 오면 딱딱하게 굳은 에폭시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깨져버릴 수 있습니다. 법원 역시 이러한 행태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 및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보면, 석재 공사에서 꽂임촉 대신 에폭시로만 고정한 사례를 명백한 ‘중대한 하자’로 판결하기도 합니다. 법원은 에폭시 접착제는 보조적인 고정 수단일 뿐, 설계도면이 지시한 꽂임촉(물리적 고정)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특히 석재는 중량물(무거운 물체)이므로 추락 시 입주민이나 보행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당장 탈락이 없더라도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해 전면적인 보강 비용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앵커를 다시 심는 ‘앵커 긴결 공법’ 수준의 보수비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아직도 건축물의 사용승인 당시 적용되던 표준시방서나 설계도면에 꽂임촉 시공이 명확히 지시되어 있지 않고, 에폭시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었다면 꽂임촉을 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하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거나 꽂임촉이 미시공되었더라도 장기간 석재의 탈락, 균열, 파손 등 실제적인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기능상, 안전상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판결도 있어, 꽂임촉 미시공 하자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아직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인지 여부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필자는 이를 친위 쿠데타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부 강성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음의 비유를 통해 그 무리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주방장은 잘 드는 좋은 식도(食刀)를 원한다. 그좋은 식도를 가져야 회도 잘 뜨고 음식의 데코레이션도 수월해지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주방장이 자신의 식도로 손님을 위협한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가 된다. 즉, 주방용 식도가 자신의 소유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지만, 그렇다면 '미수' 범죄는 성립될 수 없게 된다. 다치지 않았으니, 위협 행위가 위법한 행위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계엄의 지속 시간을 들면서, 이렇게 짧은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시간의 장단이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에 대한 공판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12월 3일 오후 11시 15분부터 다음 날 0시 14분까지 윤 전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국회 통제를 지시받았으나, 법률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라고 말하며,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국회로 월담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며 '다 잡아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라고 증언했다.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계엄 시간이 짧았던 이유는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계몽령'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월담하는 국회의원들을 체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월담한 국회의원들을 체포했더라면 계엄은 훨씬 더 길게 지속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증언이 시사하는 바는, 계엄 시간이 자의적으로 단축된 것이 아니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1년 전 겨울, '계엄의 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서고 군인들의 국회 진입에 항의했던 용감한 시민들, 그리고 명령 수행에 소극적이거나 고의적으로 태만했던 군인들이 존재했기에 우리는 더 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계엄의 실체와 본질에 관해서는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비극적 사태를 진영 논리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비상계엄을 상이하게 바라보는 행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