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내부조차 비판 여론이 압도한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이 정당한 명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조다. 스페인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분명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역시 이란 공습을 위해 자국 공군기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처럼 국제정치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신문들을 보면,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응축해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극적 제목과 단순화된 서사다. 조선일보 3월 2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트럼프, 단 한번 공습에 ‘37년 철권 통치’ 끝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가 권력을 승계했고, 전쟁은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단순화였다. 같은 날 5면 머리기사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에 ‘FAFO’를 보여줬다’는 표현까지 제목에 등장했다. FAFO는 ‘까불면 죽는다’는 속어다. 전쟁은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는 비극적 사건이다. 국제질서 전체가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를 ‘전쟁 게임’처럼 소비하는 표현은 언론의 책무와 거리가 멀다. 전쟁의 맥락과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같은 신문 3일자 ‘트럼프가 중동 대전환을 노렸다’는 식의 설명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으며 정교한 전략보다는 즉흥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많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정한 해석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신중치 못했다. 더 나아가 이란 공습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였다는 식의 해석도 등장했다. 그러나 미국 핵안보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핵보복을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런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은 채 특정 정치적 해석만을 강조했다. 이 신문의 독자권익위원회도 이 내용을 3월 13일 지면에서 이런 보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내부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 언론의 전쟁 보도가 얼마나 자극적 프레임에 쉽게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칼럼도 많은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국제법과 유엔 체제, 그리고 전쟁의 정당성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강대국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듯한 논조는 국민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전쟁 보도는 단순한 국제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 국제질서, 그리고 평화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무거운 저널리즘 영역이다. 전쟁을 자극적 제목과 군사적 승패의 서사로 소비하는 보도는 결국 독자들에게 왜곡된 현실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전쟁을 ‘사람과 국제질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민간인 피해, 난민 문제, 국제법 논쟁, 외교적 해법 등 다양한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 전쟁 보도의 기본이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자율신경실조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어지럼증, 두근거림, 만성 피로, 위장기능장애, 수면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다양한 직업군에서 비슷한 호소를 듣게 된다. 그 중에서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이 업무 소진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과 불안,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젊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교사들이 겪고 있는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교사들은 수업뿐 아니라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행정업무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 역시 학교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약 16%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 기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등학생 시기에는 ADHD와 행동 문제가 많고, 중학생 시기에는 불안과 정서 문제가 증가하며, 고등학생 시기에는 우울과 스트레스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학생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해 동안 초·중·고 학생 가운데 약 200명 안팎이 자살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다. 자해나 자살 시도를 경험한 학생은 그보다 훨씬 많다.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서는 약 10% 이상의 학생이 한 번 이상 자살 생각을 경험했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도 제기된다. 자살 위험이나 심각한 정서 문제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위험군 학생의 위기관리와 장기간 관리에는 전문 상담 인력을 비롯한 치료와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료실에서 교사 환자들을 만나 보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쌓인 긴장이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목과 어깨의 긴장, 두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이다.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소진에 이를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일은 분명 중요한 교육 과제다. 그러나 그 과정이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정서 문제와 위기 상황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도 결국 교사이기 때문이다.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제도와 교육이 확대되는 만큼, 교사의 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함께 돌아보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교사들이 건강해야 교실이 건강해지고, 건강한 교실에서 아이들도 비로소 안정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보행자 중심이 아닌 건물과 자동차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진행돼오면서 인도와 보도의 안전이 위협받아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들이 인도를 질주하고, 킥보드 등의 무질서한 주차로 ‘보행권’은 점차 위축돼 왔다. 경찰청이 이륜차의 보도 통행을 근절하기 위해 무인단속장비를 도입해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는 소식이다. 차제에 ‘보행권’이 도시설계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관리 단속 시스템 또한 혁신되길 기대한다. 최근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인도와 보도를 이용해 주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경찰이 기술 기반의 단속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경찰청은 사람이 다니는 보도를 운행하는 이륜차 등을 단속하기 위해 개발한 ‘보도 통행 단속장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보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차나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한 뒤 번호판을 인식해 추적하고 단속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장비는 보도 통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위반 차량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시범 운영은 수원 KCC 앞 교차로 등 보도 통행 관련 민원이 자주 발생하거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5곳에서 진행된다. 해당 지역들은 유동 인구가 많고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 통행이 잦아 보행자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곳들이다. 경찰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단속 효과와 기술적 보완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특히 무인 단속장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신호위반이나 과속 단속 등에 사용되던 고정식 무인 단속장비에 보도 통행 단속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운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장비의 인식 정확도와 단속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확대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도심 상권과 전통시장, 지하철역 주변 등 보행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보행권’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보행환경 개선은 도시의 기후 위기·인구절벽 대응과도 연결된다는 관점에서 토지이용·교통체계 전환 논의의 핵심으로 다뤄져 왔다. 자동차 3천만 시대를 맞아 전국의 도심은 차량에 압도당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를 각종 시설물과 개인형 이동장치가 점령했으며, 특히 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지경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슈퍼 블록’ 사업, 캐나다 밴쿠버시 ‘SEFC 프로젝트’ 등 우수한 보행환경을 구축한 해외의 모범사업들이 있다. 이들 나라는 1인당 GDP 5000불 수준에서 안전속도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3만불 시대가 되어서야 사람 중심 속도 정책이 시작돼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축된 ‘보행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행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통시설이 보행자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즉각적으로 지자체나 경찰서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행자는 자동차에 비해 물리적으로 매우 약하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운전자들의 각성도 매우 중요하다. 운전면허 시험, 방송매체 등으로 집중 교육을 시행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견해다. 근본적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건설, ‘보행권’ 중심의 개발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건물과 차량 통행 중심의 도시개발이 만연하는 한, ‘보행권’ 확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무질서가 고착화한 상태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 말고 대책이 없게 된다. 이번 경찰청의 시범사업이 선진적인 ‘보행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에는 어렵고 힘들게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적잖다. 지체·시각·발달 장애인 등이 대표적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중 대부분은 실업 상태이다. 또 직장을 가질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고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애인은 곧 무능력자'라는 왜곡된 인식이 장애인과 기업주 사이에 아직도 두꺼운 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복지는 선진국의 척도다. 이 점에서 우리는 후진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의 0.9% 정도만 장애인에게 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최근 들어 발달장애인 정밀 진단비·재활치료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소득제한이 있어 한계가 있다. 일자리 마련과 소득 보장, 관련 법안 통과 등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사회적 협약이 요청된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이해될 수 있다. '맹자'의 말 "처지를 바꾸어 놓아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易地則皆然)"에서 유래된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보행·교통·주거·교육·일자리 등의 문제가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세상에서 인정받아 미래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도와야 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3월 6~15일)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15위를 기록하며 동계 패럴림픽 역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온 국민이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패럴림픽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로서 장애인의 재활 의지 고취,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의 우정과 평화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우리나라 장애인 선수들이 그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가슴 뿌듯하고, 상찬할 일이다. 한데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영광의 빛 뒤에 국내 장애인 관련 지역단체엔 ‘그늘’이 짙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종목단체 관리 소홀로 인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도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제6대 경기도장애인육상연맹(육상연맹) 회장 선거 당선인 측으로부터 행정소송을 제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 장애인체육회가 2024년 1월 육상연맹 회장의 궐위 이후 2년 동안 가맹단체를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도 장애인체육회 내부적으로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가맹단체 발생에도 불구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하지 않아 행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정기 이사회 감사보고에서도 “일부 가맹단체에서 회장 공석 장기화·선거 및 인준 절차 지연·집행부 공백 등이 반복 발생하고 있으나, 관리·감독 및 행정지도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아 단체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 지방자치 시대다. 어느 분야든 지방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야만 주민은 물론 직능단체도 힘을 받는다. 장애인들에겐 행정 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하다. 장애인과 가족 등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에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짐작하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점이 하나 생겼다. 앞으로 할리우드는 미국 우선주의를 그린 군사 액션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란이나 이슬람 문화권을 지나치게 악마화한다든지 하는 이야기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할리우드는 장삿속에 능한 곳이고 지금은 ‘명분 없는’ 전쟁을 그린 얘기가 돈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한동안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미국 젊은이들의 월 가 점령 시위, 곧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 Street)’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위는 2011년 9월 17일 월 가에서 시작돼 미국 내 수십 개 도시로 빠르게 확산했고 심지어 파리와 베를린까지 번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금융자본가들의 호의호식이 드러나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최고조로 치솟은 것이다. 당시 시위대는 미국 내 부의 불평등이 정치적 부패와 민주주의의 훼손에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1편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과 직결된다. 영화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은 12구역 출신으로 독재국가 ‘판엠’ 지도부에 맞서 젊은이들을 이끌어 나간다. 판엠의 압제에 지친 시민들은 캣니스에게 세 손가락 경례로 지지를 표한다. 할리우드는 월 가 시위를 지켜보면서 젊은이들의 혁명을 그린 얘기를 발굴한 셈이 됐다. 이 영화의 흥행은 할리우드로서는 결국 혁명조차 장사가 된다는 비즈니스 논리를 입증해 냈다. 올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씨너스: 죄인들‘과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도, 미국 내 정치 상황, 즉 트럼프식 폭주 정치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반영한다. ‘씨너스: 죄인들‘은 백인 뱀파이어들이 흑인들의 한 커뮤니티(정확하게는 나이트클럽인 ‘주크 조인트’)를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백인들은 KKK(Ku Klux Klan)를 연상케 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금의 트럼프식 자신 우선주의의 정치 행태를 빗대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미국이 격렬한 내홍을 겪었던 1960~70년대의 혁명 운동(영화에서는 단체 ‘프렌치 75’로 불리지만 역사적으로는 실재했던 ‘웨더 언더그라운드’그룹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이 현재까지 그 불씨가 이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계속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특히 극 중 백인 우월주의자로 이주민들을 탄압하는 스티븐 록조(숀 펜) 캐릭터는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의 행각을 빗대어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는 시대와 세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분리될 수가 없다. 지금의 중동전을 2, 3년 후의 영화는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할 것인가. 많은 작가와 감독들이 지금의 전쟁을 우려의 시선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국내 마약 중독 환자가 49%나 증가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충격이다. 특히 20~30대의 중독자 증가세가 두드러져 근심을 보탠다. 정부가 합동수사본부를 가동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금 정도의 대처로 마약 지옥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전방위적 특별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마약에 찌든 참담한 사회를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 중독 환자 수는 2020년 557명에서 2024년 828명으로 48.7% 증가했다. 연령별로 20∼30대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간의 경과에 따라 등락이 있던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30대 마약 중독 환자는 계속 늘기만 한 특징이 나타나 당혹스럽다. 20∼29세 환자는 2020년 115명에서 2024년 275명으로 놀랍게도 무려 139.1%나 급증했다. 30∼39세 환자도 같은 기간 118명에서 223명으로 89.0% 늘었다. 이번 통계에서 밝혀진 마약 중독 환자 수는 같은 환자가 여러 차례 진료를 받은 경우 중복을 제거한 실제 인원이다. 질병코드상 아편 유사제, 카나비노이드(대마), 코카인, 환각제 등의 사용에 따른 정신·행동 장애 환자가 포함됐다. 환자 수는 남성이 더 많았지만, 증가세는 여성이 더 가팔랐다. 남성 환자가 2020년 427명에서 2024년 606명으로 41.9% 늘어나는 동안 여성 환자는 164명에서 266명으로 62.2%나 증가했다. 마약 환자의 진료비는 같은 기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두 배가 됐다. 마약 중독은 대체로 20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뢰로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지난해 2월 24일∼3월 28일 마약류 사용자 29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마약류를 처음 사용한 연령대는 20대가 58.6%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마약류를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로는 ‘다른 사람의 권유’가 75.9%로 가장 많았다. 중독자들의 유혹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마약범죄정부합동수사본부(마약합수본)는 출범 100일 동안의 성과를 발표했다. 마약합수본은 지난해 11월 21일 출범 이후 100일간 합동 수사를 통해 마약 밀수·재배 사범 29명을 입건했다. 또 마약 판매 사범 23명을 입건해 12명을 구속하고, 유통사범 27명을 입건해 10명을 구속하는 등 총 124명을 입건하고 56명을 구속했다. 마약합수본은 특히 베트남 밀수 조직 등 3개 조직을 적발해 조직원 15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들로부터 필로폰 약 4.5㎏과 케타민 4.6㎏, 엑스터시 2378정 등 시가 약 32억 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해 국내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검찰과 경찰, 관세청, 해양경찰, 서울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정원, 금융정보분석원 등 8개 기관의 마약 수사 인력 86명으로 꾸린 범정부 합동 수사기구 마약합수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상당하다. 하지만 역할로 따지면 빙산의 일각만도 못한 국내 하수인들 몇 명 붙잡고서 선전에 열을 올리는 수사 기관의 관행은 돌아보아야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류의 고약한 유통수단 때문에 마약 단속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론도 나오는 판국이다. 마약 사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시스템을 들어 처벌강화를 주창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조건 극형에 처하는 야만적 사법 체계를 무비판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타산지석으로 참고할 만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 마약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대응책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에서 마약을 근절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을 넘어서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상기할 때다.
2월 28일 오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 미사일이 쏟아졌다. 마침 미국과 핵 협상의 과정에 대한 보고와 향후의 대응을 위해 이란의 수뇌부들이 집결해 있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국방부 장관, 참모총장 등이 그 자리에서 폭사했고 트럼프는 이란의 선제공격을 예방하는 전쟁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독재자를 처단했으니 이란 국민이 나서서 정권 교체를 하고 자유를 쟁취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폭격에 이란의 초등학교가 맞아 175명의 여학생들이 숨지자 독재자는 순교자가 되고 트럼프는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트럼프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이란의 자작극이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최고지도자를 잃은 이란의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전쟁은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지역에 있는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자폭 드론과 미사일이 연일 날아가고 트럼프의 호언처럼 전쟁의 끝은 고사하고 누구도 예측치 못할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의 포연 속에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전 세계의 석유값 폭등에 미소 짓는 자는 오직 전쟁으로 총선거 연기가 가능해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비축유가 가득한 러시아의 푸틴뿐이라고 한다. 하메네이 폭살로 기대했던 이란 국민의 저항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부친의 복수를 다짐하는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뽑은 이란은 다시금 신정체제를 선언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네타냐후의 꾀임에 넘어간 트럼프의 자폭이라는 비난 속에서 미국 내의 마가 세력은 분열되고 있다. 마가의 유력자들이 “미국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오직 이스라엘과 이란을 위한 전쟁이고 희생”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하자 그들은 마가가 아니라며 오히려 역공을 하는 트럼프. 노벨평화상을 열망하는 트럼프의 평화는 결국 압도적인 힘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인가.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는 전 세계에서 9번째 전쟁을 자행했다고 한다. 연초부터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해 오더니, 이란을 폭격하는 동안에도 에콰도르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연이어 쿠바 침략을 공언하고 있다. 도대체 미국은 왜 이렇게 쉽게 전쟁을 일으키는가. 마침 윌리엄 하텅과 벤 프리먼 공저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당연히 미국의 군산복합체제를 비판하지만 문제는 이에 기생하고 있는 정치인과 로비스트, 법조인들, 게임업체, 테크기업, 영화제작자 그리고 대학까지 모두 이 전쟁사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고발한다.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사용하지만 결코 첨단 무기 개발보다는 엄청난 로비 비용과 이에 숟가락 얹으려는 기생 산업이 너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은 적과 싸우기 위한 군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기득권들의 싸움으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되었기에 결코 전쟁을 멈추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트럼프는 명백히 대선 유세에서 전쟁을 끝내고 군산복합체를 청산할 것을 호언장담하며 노벨평화상을 염원했지만, 당선 이후 국방부 예산을 1조 달러(약 1400조 원)로 늘리고 2025년 9월에는 국방부를 '전쟁부'로 변경하고 베네수엘라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어쩌면 이제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그 기생 세력들이 존재하는 한 지구상에 전쟁이 사라지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175명의 어린 여학생들의 시신을 묻기 위한 작은 구덩이들이 잊히지 않는다.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14일째 진행 중이다.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피해가 막심하고 하메네이 등 지도부가 제거됐지만, 미사일·드론을 사용한 반격으로 중동 전역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확산됐다. 또 정유·저장 시설 파괴와 호르무즈 봉쇄 위협으로 두바이산 유가가 50% 이상 앙등하고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미 중동 지역에 근 4만 명을 주둔해왔던 미국은 이번 전쟁을 위해 2개 항모강습단과 F-22·F-35·F-15 원정비행단, 방공여단 등 2만여 명을 추가 배치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각종 지대지미사일 외에 벙커버스터·정밀유도폭탄 등이 투하되고,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사드·패트리어트, SM-3 등 방공무기가 동원됐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은 초기 100시간 동안 2천여 발 미사일과 폭탄 등을 사용했고 전비(戰費)는 약 37억 달러(5.5조 원)가 들었다. 미·이스라엘의 공습 지속에 무기 발사대와 생산공장이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이란 반격의 규모와 횟수는 크게 줄었지만 아직 계속 중이다. 개전 이래 미국은 사드 40여 발과 패트리어트 90여 발을 소진했고, 이는 비축량의 30~40%로서 소모 속도가 지속될 경우 수주 내 고갈 위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본토뿐 아니라 동맹국에 기배치된 전력으로 한국에서 사드와 패트리어트, 일본에서 패트리어트와 SM-3 탑재 구축함, 독일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긴급 차출하여 중동에 재배치하고 있다. 사태 악화시 일부 동맹국의 직접 군사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1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이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른 일부 방공무기 반출에 우리 정부가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라고 먼저 밝혔다. 이어 “주한미군 전력의 이동이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우리의 대북억제 전략에 근본적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며, “미군 자산의 유연한 운용은 역설적으로 우리 군의 독자적 방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 즉 자주국방의 가치를 재강조했다. 정부의 대처와 설명은 적확하다고 본다. 해외미군의 이동 문제가 불거진 후 첫 합의인 2006년 한미 전략대화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를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하며, “(이행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연루되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중동행 무기 반출 협의에서 우리는 대체전력의 확보 명분에도 계속 반대하긴 힘들었을 것이고, 자체 억제력으로서 핵잠 개발, L-SAM 조기 배치와 버전업 등이 시급해졌다. 마침 3월 19일까지 한미연합 군사연습 ‘프리덤실드’(워게임)와 야외기동훈련(FTX)이 진행되고 있다. 연례 방어훈련이고 규모와 외부 참가병력이 줄었지만 북한의 날선 반응이 그대로여서 남북관계에서 늘 긴장된다. 우리가 주한미군 장비의 외부 반출을 책임감있게 용인한 만큼 미국도 우리의 전략적 요구인 자주국방과 전작권 전환을 보다 대범하게 지원하길 기대한다.
중동발 전쟁의 포화 속에 국제 유가가 널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배럴당 유가는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고, 그 여파는 국내 민생 현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기 추경'의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은 시의적절한 결단이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서민 경제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추경은 단순히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거대한 외부 충격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 보호막 추경'이 되어야 한다. 기름값 폭등으로 생산 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표의 숫자가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화물차 운송업자들은 “달릴수록 적자”라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유가연동보조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서 물류망 마비라는 국가적 물류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택배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 유류비 부담 증가로 실질 소득이 급감하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또한 시설 원예 농가와 어민들도 난방비와 면세유 가격의 폭등으로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추경은 이들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유류세 감면 폭의 추가 확대, 그리고 영세 사업자 대상의 직접적인 유류 보조금 지원 등 핀셋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얼어붙으면 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속도다. 외부 충격에 의한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 투입의 적시성이 곧 정책의 효능감이기 때문이다. 신속한 추경으로 거대한 외부 충격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구조 신호’이자 실질적인 ‘민생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이미 쓰러진 뒤에 처방하는 약은 효험이 없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신속한 집행만이 경제의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위기의 순간에 재정이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추경 논의가 나올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나랏빚’ 걱정은 이번만큼은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밝혔듯,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도 충분히 조달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호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증권거래세 수입까지 가세하며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확보된 초과 세수를 민생 현장에 즉각 환류시키는 것은 재정의 당연한 책무다.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위기에 처한 현재의 서민들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세수 추계를 정밀하게 재점검하여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민 경제의 혈맥을 뚫어주는 정교한 설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재원 조달에 대한 근거 없는 공방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안타까운 점은 민생 현장이 이토록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의 시계는 온통 6월 3일 지방선거에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여당과 야당은 내부 공천 갈등과 주도권 다툼, 계파 간 권력 투쟁에 매몰되어 국회에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선거 승리라는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눈앞의 경제 위기를 외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즉시 신속하게 심의·의결하여 현장에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게 해주는 실질적인 대책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위기의 시대, 정치는 오직 '민생'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증명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돌봄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인적 자원과 사회적 비용의 한계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연대경제 조직들, 특히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벤처에게 지금은 위기이자 거대한 기회의 시점이다. 소셜벤처가 단순한 ‘기술 도입’ 수준을 넘어, 기업의 DNA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AI-네이티브’ 기업으로 거듭나야만 지속가능한 생존과 도약이 가능하다. 과거의 에이지테크가 단순히 고령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보조기기 중심이었다면, 현재의 에이지테크는 AI, IoT, 웨어러블이 결합된 고도의 솔루션으로 진화하여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해야 하는 소셜벤처에게 AI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AI-네이티브 기업’이란 제품 기획부터 서비스 운영, 내부 의사결정 체계에 이르기까지 AI를 핵심 엔진으로 사용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소셜벤처가 AI-네이티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초개인화된 예방적 돌봄’으로 서비스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돌봄 서비스가 사고 발생 후 대응하는 방식이었다면, AI 기반의 에이지테크는 고령자의 활동 데이터, 수면 패턴, 생체 신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저귀나 웨어러블 센서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욕창, 요로감염, 낙상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식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정밀 돌봄은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공공 의료비 절감이라는 강력한 사회 가치를 창출한다. 둘째, 내부 업무 역량의 AI 내재화를 통해 ‘작고 강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소셜벤처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다. 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 반복적인 행정, 보고서 작성, 복지자원 매칭 등 다양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기술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 삼아 더 고도화된 ‘휴먼 터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다. 이는 곧 내부 역량 강화와 직결되며 비즈니스 성과 창출의 밑거름이 된다. 셋째,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며 목적에 맞게 활용·전달하는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확장이다. AI 기술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다. 소셜벤처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의미한 비정형 데이터를 표준화된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 부처나 대기업, 의료기관, 요양시설과의 협업 구조에서 단순한 용역 수행자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데이터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력을 갖춘 소셜벤처가 사회연대경제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기술과 복지가 결합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 AI는 차갑지만 그 결과는 따뜻해야 한다. 소셜벤처가 AI를 도입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소외됨 없는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따뜻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생존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AI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AI-네이티브로의 과감한 도약은 소셜벤처가 초고령사회의 해결사이자 미래 사회연대경제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