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휴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특별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의 전적과 불굴(不屈)의 투지로 승리한 명량대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명량대첩은 과거의 영광으로 박제된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세계의 거대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전략 모델이다. 역사는 지나간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명량대첩은 그 역사적 선택의 정수(精髓)가 아닐 수 없다. 1597년 8월 27일과 28일 칠천량 패전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은 소멸되었다. 거북선 3척과 180여 척의 판옥선과 조선 수군 1만 여명 이상이 전멸되었다. 남은 전함은 고작 13척 뿐이었다. 명량해전에서 맞서야 할 일본 수군은 133척의 대함대였다. 전투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단순한 전함의 수적 비교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는 전장(戰場)의 조건을 다시 정의했다. 울돌목(鳴梁)의 좁은 물길,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거센 조류, 판옥선의 구조적 안정성과 화포(火砲) 운용의 장점, 그리고 패배 속에서도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정신으로 무장시켜, 완전히 꺼지지 않은 병사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계산했다. 명량해전에서의 승리는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명량대첩은 단순한 군사적 승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다음 문장으로 압축된다.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환경을 읽고, 기술을 다듬고, 결단할 수 있다면 국가는 살아남는다.” 이 명제는 16세기 조선 수군의 전장에만 적용되는 교훈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21세기 오늘날에 있어서 더욱 절실한 국가 전략의 원리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한국은 또 다른 형태의 전장에 서 있다. 총성과 포연 대신 반도체, 방산, 조선, 배터리, 문화산업이 국가 경쟁의 최전선이 되었다. 세계는 기술과 공급망, 표준과 플랫폼을 둘러싼 각축의 시대에 들어섰다. 자원도, 시장도, 인구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우리는 여전히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반도체, K-방산, K-조선, K-배터리, K-문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모습은 명량대첩과 매우 닮아있다. 한국은 규모로 승부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을 읽고, 기술을 현장에 맞게 정교화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결단을 미루지 않는다. 판옥선이 화려함보다 실전에 강한 전함이었듯, 한국의 산업 경쟁력 역시 실제 시장과 현장에서 검증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마다 “물러설 수 없다”는 선택이 국가의 진로를 바꾸어 왔다. 세계의 강대국들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명량대첩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명량대첩의 저력은 오늘의 대한민국 국력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타고난 DNA가 아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이 반복적으로 단련해 온 선택의 능력이며, 환경을 직시하고 결단해 온 한국인의 역사적 정체성이다. 명량대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세상사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첨단 과학 문명 시대에도 중심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일을 도모해야만 성패도 있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서(漢書)’에 "자식에게 광주리에 가득 찬 황금을 물려주는 것이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고 경책한 바가 잘 말해 준다. 춘추전국시대 명재상 관자는 “1년의 삶은 곡식을 심고, 10년간 계획은 나무를 심으며, 100년을 기약하려면 사람을 키우라.(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라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 사람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케 한다. 세계적 기업도 뿌리를 지탱하는 힘은 큰 공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재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데이터지능화 인재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과제가 적잖다. 중앙정부의 교육정책과 재정 지원, 교권 보호와 학습권 보장 등을 통한 공교육 확립이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수월성 교육 및 인문학에 바탕한 인성 교육도 중요시해야 한다. 자연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과도한 과외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게 시도 교육청에 주어진 책무가 크고 무겁다.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권한 위임을 받아 지역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 각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교육감의 감독 아래 지역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정책 수립, 유·초·중·고교 운영 지원, 교육환경 개선, 교육지원청 지도·감독을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한다. 한데 6.3 지방 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라는 말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당 공천이 아니기에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많은 유권자가 시장이나 시도지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큰 권한이 있는지 알면서도 교육감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권한이 있는지 잘 모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일반행정 업무와 교육행정 업무로 나누어진다. 시도지사가 일반행정 업무를, 교육감이 교육행정 업무를 각각 책임지는 형태다. 17개 시도 교육감은 무려 80조 원이 넘는 지방 교육재정을 집행하고 학생 600만 명, 교사 50만 명, 2만여 개의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공교육 살리고 교육자치 구현 지혜 모을 때다. 이런 큰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교육계·학부모 및 시민사회 단체가 숙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는 교육감 간선제다. 세계적으로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나라는 많지 않기에 교육위원회 등에서 선임하자는 안이다. 다른 방안은 교육감 후보의 당적 보유와 정당 공천, 예비선거를 제안하기도 한다. 정당 추천 선거가 되면 정당이 사활을 걸고 달려들기 때문에 유권자의 관심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동일 티켓으로 묶는 러닝메이트제도 있다. 이는 교육자치를 행정자치에 종속시키는 우려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하튼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무당적 선거로 설계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당선거보다 더 혼탁한 진영선거로 치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교육감 선거가 학교 교육을 살리고 교육 자치를 구현토록 ‘솔로몬의 지혜’를 모을 때다.
‘주민소환제’는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다. 2006년에 제정된 ‘주민소환법’은 ‘지방자치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후 전국 곳곳의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되기도 했다. 서울시장과 제주도지사에 이르기까지 광역지방정부 수장들과, 기초지방정부 수장, 시·도·군·구의원 등 전국 곳곳에서 주민 소환 청구가 시도됐다. 소환 사유도 뇌물수수, 관광성 해외연수, 주민 의견 수렴 부족, 화장장 갈등 등 다양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는 용산구청장(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충북도지사(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고양시장(시청 이전과 복지 예산 삭감, 소각장 일방 추진 등) 등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 움직임이 있다. 이밖에도 무능, 도덕성 문제, 자질 부족 등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된 선출직 공직자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서명청구인수 미달로 접수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2월 26일에도 강원도 양양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는데 투표자 수가 개표 요건(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 모자라 개표를 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소환 현황’에 따르면 현재(2024년 12월 31일 기준)까지 주민소환제는 총 147건이 접수돼 단 2건만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고 한다. 투표가 실시된 안건도 총 11건(전체 주민소환 접수 안건 중 7.48%)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가운데 9건은 최소 투표율(33.3%)도 넘기지 못했다. 나머지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서명부 미제출, 서명 미달, 각하, 철회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026년 1월 30일자 1면 ‘17년간 파면 불과 2명… 유명무실 ‘주민소환’’) 경기도내에서는 지난 2011년 11월 16일과 2021년 6월 30일 과천시장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지만 투표율이 충족되지 않아 모두 무산됐다. 하남시에서도 주민소환 투표가 이루어졌다. 2007년 12월 12일 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투표가 실시돼 시의원 2명이 직을 잃었다. 이밖에도 도내 25개 시군에서 주민소환 접수가 진행됐는데 현재 진행 중이거나 미투표로 종결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구 기간, 청구 서명자 비율, 투표율 등 주민소환제 청구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주민소환으로 직을 잃은 시장·도지사·군수·구청장이 단 한 명도 없다.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한 개정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2월 1일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이 올라와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주민소환투표권자 기준 연령 19세에서 18세 하향 조정’, ‘전자서명으로도 서명 가능’, ‘주민소환투표결과 확정 요건을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현재는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득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률은 개정되지 않았다. 2월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지방행정 책임성 확보를 위한 주민소환제도 재설계’ 보고서에는 주민소환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소환투표 개표요건 완화 ▲투표권 연령기준 하향(19세→18세) ▲온라인 전자서명 청구제도 ▲서명부 위조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채현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구갑)도 1월 23일 주민이 선출직 공직자를 직접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문턱을 낮추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공직자의 무능, 직무유기, 전횡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반면에 제도를 악용하는 “‘어리석은 주민소환제’는 시민의 투표로 결성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동시에 무분별한 정치혐오만 증폭시킬 뿐”(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란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철도교통은 수익사업이 아니다. 철도는 국가가 국민의 이동권과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축·운영해야 할 대표적인 공공 인프라다. 그럼에도 최근 GTX-B노선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의 판단은, 철도의 공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수도권의 만성적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수도권을 1시간 생활권으로 통합하겠다는 목표 아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해 왔다. GTX는 단순한 신설 철도 노선이 아니라, 서울 중심의 왜곡된 공간 구조를 완화하고 철도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 전략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일수록 수익성이나 사업 효율보다 공공성, 형평성, 그리고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GTX-B노선은 갈매동 중심부를 관통하면서도 갈매역에는 정차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획·추진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교통 편의는 제공하지 않은 채, 소음·진동·환경 피해만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결정이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말하는 ‘국가 대중교통 정책’이 과연 이런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갈매–망우 구간은 GTX가 지하 대심도에서 지상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 구간으로, 고속 통과 시 소음과 진동 피해가 집중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선로 인근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밀집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민원 차원이 아니라 주민의 주거권과 아동의 안전권을 동시에 침해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판단 오류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와 사업시행자는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고 조정하기보다는, ‘역간 거리’, ‘표정속도’, ‘사업비 증가’와 같은 기술·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갈매역 정차를 배제하고 있다. 이는 공공교통을 책임지는 중앙정부로서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철도 정책은 단순한 노선 설계나 공정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안전, 지역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공공정책이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주민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본질적 책무를 외면한 채, 사업 일정과 행정 편의에 매몰된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갈매역 정차는 결코 특혜가 아니다.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에게 최소한의 접근성과 이용 기회를 보장하라는 당연한 요구다. GTX가 국가 사업이라면, 그 혜택 역시 특정 구간이나 특정 집단에만 귀속되어서는 안 된다. 철도는 ‘지나가기만 하는 시설’이 아니라, 국민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 국가 대중교통 정책은 숫자와 효율이 아니라 사람과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지금이라도 GTX-B노선 갈매역 무정차 결정이 과연 공공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철도 정책의 원칙에 맞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구리시의회는 19만 구리시민과 함께, 국토교통 행정의 이 잘못된 판단이 바로잡히고 철도의 공익성이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이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
지난 1월 중순, 대한민국 사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세 건의 재판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진행된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6일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1일에는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구형량인 15년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 과정은 검사의 구형이 결론이 아니며, 최종 판단은 오직 법원에 있음을 상기시킨 귀중한 학습의 장이었다. 검사와 변호인은 주장을 펼치는 한 집단일 뿐, 종국에는 판사의 판결이 사건을 결정짓는다. 이 장면들은 한국 법조 보도의 고질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장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법조 기자는 사실상 ‘검찰 출입 기자’와 동의어로 쓰인다.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 흘리는 정보는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을 통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검찰의 구형은 마치 확정판결처럼 소비된다. 반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거나 구형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 언론은 판결의 논리를 분석하기보다 “법원이 잘못됐다”거나 “기소가 잘 된 것인데 판결이 무리하다”며 검찰의 입장을 강변한다. 언론이 권력기관인 검찰을 감시하기는커녕 스스로를 검찰과 동일시하는 기이한 행태다. 수사를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며, 이는 결국 검찰의 여론재판을 돕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조 보도의 정쟁화와 선정성도 임계점을 넘었다. 한 전 총리 판결에서 “100세가 되어야 출소할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이나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설명하기보다 독자의 감성을 자극해 사안을 대립 구도로 틀 짓는 행위다. 충남대 이승선 교수는 이를 두고 “핵심을 비켜간 사안에 초점을 맞춰 여론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좋은 저널리즘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사법 전문기자 이범준 역시 언론이 판결 기사를 검찰 기사의 보조물로 취급하고 검찰 ‘수사 중계방송’으로 전락하면서 여론재판에 가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제 한국 법조 보도에도 ‘그린하우스 효과(Greenhouse Effect)’가 필요하다. 전 뉴욕타임스의 법조 전문기자 린다 그린하우스는 수십 년간 연방대법원 판결문을 정확히 분석하여 사법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판결문과 변호사 의견서를 찾아 읽고, 법정 변론에 들어가 양측의 주장을 직접 들었다. 법조 기자의 진정한 능력은 판결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언론도 이제 검찰 담당과 법원 담당을 엄격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수사는 비판적으로 감시하되 재판은 독립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법조 보도는 특정 권력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법치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다. 검찰의 구형이 아닌 법원의 판결이, 감정적인 선동이 아닌 냉철한 법리 분석이 보도의 중심에 설 때 한국 법조 보도는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검찰의 구형을 결론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중계 보도를 멈추고, 이제는 판결의 무게를 온전히 전달하는 사법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4년 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이 공약으로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경기도가 나누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경기도지사 취임 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해 조직과 조례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와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은 시련을 맞게 된다. 당시 야당 후보인 이재명 대통령 후보 연설에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시기상조론이었다. 여당에서는 구리시와 김포시의 서울편입론으로 맞불을 놓게 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5극 3특”이라는 광역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정책 기조를 내놓았다. 5극은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권, 호남권, 3특은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를 말한다. “5극3특 국가균형성장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국가 차원의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지역 간 성장 동력의 재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가경영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특히 “균형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는 국가균형발전이 더 이상 선택적 과제가 아니라, 저성장·인구감소·지역소멸 시대에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통합론 발표에 이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행정통합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특별광역연합이 아니고, 행정통합으로 하나가 되어, 2026년 6월 3일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과연, 가능할까? 이러한 새로운 중앙정부의 광역행정 정책 기조에서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중앙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춘다면,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강원특별자치도가 DMZ 등 접경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광역행정연합이 가능하다. 다만, 접경지역 광역연합 설치가 법적 안정성을 가지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광역연합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고, 그 방법은 다음 두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부·울·경 특별연합 법률안이나 충청광역연합 법률안과 유사하게 설치근거,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사무, 관련 특례 등이 포함된 것일 수 있다. 둘째, DMZ가 가지는 생태·평화·관광·국제교류 등 다층적 잠재력을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칭)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법률에 접경지역 광역연합의 설치근거 및 관련 담당 사무를 규정하는 형태이다. 실제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다. 중앙정부 정책 기조와는 별개로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한 새로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재추진이다.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선거제도다. 지역 주민의 뜻을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주민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일부 정치인들의 뜬금없는 '정치 공학'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 일부 인사와 정치권에서 제기된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론'은 국가 전략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위험한 발언이다. 2019년에 시작해서 수 많은 행정적 절차와 사법적 판단까지 마치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 자산을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정치적 수사(修辭)로 흔드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저열한 논란의 시작은 주무 부처 장관인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이다. 김 장관은 2025년 12월 26일 방송에서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의문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 전략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담당 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있기 3주 전에 김 장관은 용인 산단에 2조 2천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용수 공급 시설을 짓겠다는 '국가수도기본계획 부분 변경'을 결정한 바 있어 그의 발언은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했다. 산업계와 시장,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호남 이전설'이나 '새만금 이전론'으로 불이 붙었다. 8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수백 만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주무 부처 장관이 앞장서서 흔드는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반도체 산업은 적기 생산(Time-to-Market)이 생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을 택한 것은 단순히 땅값이 싸서가 아니다. 수도권의 우수한 인재 확보, 기존 소부장 기업들과의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 전후방 산업의 집적 효과를 고려한 경제적 계산의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한다"며 경제 논리와 기업 자율성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물론 15GW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수급 문제는 실체적인 위협이다. 하지만 전력이 부족하면 전력을 보낼 '길'을 닦는 것이 정부의 본분이다. 정부가 마치 책임없는 제3자처럼 아무말이나 툭툭 던져서는 안된다. 일부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전력이 부족하니 공장을 옮기라는 주장은 도로가 막히니 목적지를 바꾸라는 식의 본말전도(本末顚倒)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국전력과 손잡고 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지하 매설하는 '지능형 인프라 모델'을 제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공기단축·조기가동에 따른 경제효과, 토지 및 민원비용의 획기적 절감으로 얻게 될 경제적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 행정적 해법으로 난관을 돌파하려는 이런 실용적 접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다. 정치권은 더 이상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반도체를 바라봐선 안 된다. 용인을 허브로 삼고 후공정과 패키징 등 연관 산업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K-반도체 벨트'를 구상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이전 논란을 끝내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원팀'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도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7년 전부터 추진해 온 장기 프로젝트다. 수년 전에 국가전력기본계획과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올 해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 사업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치 논리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소모적인 이전 논란을 종식하고, 'K-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온 국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월 27일 헌법절 53주년을 맞아 국기게양 및 선서의식을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무한히 성실하며 공화국 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하였다. 남한에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선서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북한 헌법절은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여 국가 주석직을 신설하고 김일성이 주석에 올라 유일지배체제를 완성한 날이다. 그런데 1972년 12월 27일은 남한의 60대 이상에게도 낯설지 않은 날이다. 이날 남한에서는 유신헌법이 발효되었다. 남과 북이 하필이면 같은 날에 1인 독재체제 완성과 영구집권을 위한 헌법을 채택하고 발효했는지 우연이라고만 하기에는 설명이 어렵다. 당시 남북은 세계적인 데탕트 분위기를 타고 1971년부터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1972년 7월 4일에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원칙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며 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러나 활발히 진행되던 남북회담은 1972년 12월 27일 북한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채택으로 김일성 1인 독재체제가 완성되고, 남한에서도 유신체제가 성립되면서 시들어져 갔다. 박정희 정부와 김일성 정부는 이후 남북 대화에는 관심을 끊고 각자 1인자의 영구 독재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매진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은 남북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희생양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남북의 통치자들에게도 권력강화를 위한 아주 유용한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하루 쉬는 공휴일 정도로 여겨졌던 헌법절 행사에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며 헌법을 부각하고 있다. 김정은은 주체사상을 통해 통치하던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고 국제사회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 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교육·의료·주택 등 인민생활 향상과 지역균형발전 등에 관련된 법들을 정비하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상 국가의 기본적 기능들이다. 김정은이 인민의 지지와 국제사회 인정을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고 법제화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최근 연구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2024년 2월까지 12년간 481건의 법을 제·개정하였는데, 김일성 집권기 49건, 김정일 집권기 17년간 461건이 제·개정된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우리 기준에서 한참 미흡하지만, 김정은은 선대에서 강조한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보다는 국가를 내세우며 법과 제도화를 통해 대내외에 정상국가 모습을 보여주며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 오늘날 북한은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주체사상과 절대자의 자의적인 지시만으로 통치되는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사회 진정한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은 먼저 북한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때 가능한 일이다.
2026년 CES 화두는 피지컬 AI시대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에이젠틱 AI 기술개발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면, 올해는 피지컬 AI가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이번 CES 전시회에서 놀라운 점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들의 기술 진보이다. 중국기업들은 전기차·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후, 이제 미래산업의 꽃인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에지봇, 유니트리 등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들은 기술혁신, 물량공세, 가성비뿐만 아니라 기업 숫자 면에서도 다른 나라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올해 인간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AI기술의 급속한 발전 때문이다. 지난해 메타, 애플, 오픈AI 등 세계 최고의 테크기업들이 AI인재 확보 전쟁을 벌였다. 이는 미래 사회가 AI 중심의 초지능 사회로 변화하기에 그 기술을 선점하기 위함이었다. AI기술 혁신과 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인간의 두뇌와 신체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하드웨어 회사 간 전략적 제휴는 필수적이다. 중국의 경우, 딥시크 등 AI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최우량 테크기업들이 있다. 향후, 피지컬 AI시대를 지배할 경쟁력은 AI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차 등 제조업을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엔비디아는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피지컬 AI시대를 주도하려 한다. 젠슨 황은 올해 자율주행 AI 플랫폼인 알파마요를 벤츠에 탑재할 것이며, 차세대 슈퍼칩 베라루빈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칩부터 시스템, 인프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합하는 풀스택(Full Stack) 전략을 통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신년도 비전으로 피지컬 AI를 제시하였으며, CES 전시회에서 젠슨 황과 회동하였다. 현대차는 올해 말 미국에서 모셔널의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이며, 2028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조지아주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회사인 현대차가 피지컬 AI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AI 반도체·소프트웨어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 엔비디아와 현대차 간 협력관계가 궁금해진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FSD) 일시불 판매를 중단하고 월구독제로 전환한다. LG전자도 홈로봇 클로이드를 선보였다. 향후 피지컬 AI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AI기업, 반도체기업, 제조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협력관계가 전개될 것이다. 현재 이 전쟁에서 엔비디아가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도전자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피지컬 AI시대라는 미래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의 광경이 현실로 되는 세상이 눈앞에 있다. 기술력 개발은 물론 각종 정책적 보완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5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수원 국제회의복합지구 육성 진흥계획’을 승인했다. 이어 경기도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원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 고시를 관보와 경기도 누리집를 통해 공개했다.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은 경기도내에서 고양 킨텍스 일대에 이어 두 번째다. 수원 국제회의복합지구 면적은 약 210만㎡ 규모로써 수원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갤러리아백화점, 롯데아울렛, 아브뉴프랑, 수원광교박물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수원월드컵경기장 등이 포함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처럼 “수원컨벤션센터와 광교 일대는 국제회의와 관광, 문화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이다. 이처럼 국제회의복합지구는 국제회의시설을 중심으로 숙박, 판매, 문화, 체육 등 국제회의 관련 직·간접 시설이 집적된 지역을 말한다. 국제회의복합지구는 국제회의 유치 경쟁력 강화와 마이스(MICE) 산업 연계 성장을 위한 것이다.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도 있다. 국제회의 유치와 개최를 지원해 국제회의산업을 육성·진흥함으로써 관광산업 발전과 국민경제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개발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대체산림조성비, 농지보전부담금, 용적률 완화 등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제회의복합지구 활성화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도 확보할 수 있다. 이로써 수원컨벤션센터 일대는 경기도 마이스(MICE) 산업 남부권역의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경기도와 수원시는 국제회의 유치를 확대하고 관광·문화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마이스(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 여행(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첫 글자를 딴 약어다. 마이스산업은 고부가가치 복합 서비스 산업이다. 일반 관광보다 참가자 1인당 소비가 높고, 숙박·교통·문화 등 연관 산업에 폭넓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미래형 전략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심혈을 기울인다. 마이스 산업의 발판이 되는 컨벤션센터에 일찍부터 큰 관심을 두고 추진했던 사람은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었다. 심 시장은 민선시장에 당선돼 취임한 1995년부터 수원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을 계획했다. 수원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채로운 전시·국제회의, 이벤트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산업’이 컨벤션센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넘어야 될 산이 많았다. 컨벤션센터 건립 예정장소가 광교신도시 개발 부지에 포함되면서 국토해양부가 부지공급 승인을 거부했다. 경기도지사와의 갈등도 겪었다.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결국 심재덕 전 시장은 사업의 진척을 보지 못한 채 2009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심 전시장 사후에도 수원시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아 2014년 경기도·경기도시공사·수원시간 3자 협약에 이어 2016년 9월 27일 기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2019년 3월 구상부터 현실화까지 무려 25년 만에 수원컨벤션센터가 개관했다. 개관 후 심 전 시장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본격 운영된 2019년부터 정부와 공공기관, 학회, 기업 등의 행사가 줄줄이 열렸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K-Toilet Suwon 2021’, ‘2021 수원 세계유산도시포럼’,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이 열렸다. 수원컨벤션센터가 국내외 행사를 잇달아 유치하며 주요 마이스 행사 개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점에서 수원컨벤션센터 일대가 ‘수원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즈니스 행사부터 문화 전시까지, 이곳은 기업과 관광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글로벌 행사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