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집안의 큰 행사 중 하나가 김장이다. 겨울철에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워 초겨울에 김치를 많이 담가서 저장하는 풍습으로 지금은 규모가 작아졌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겨울철 숙제처럼 하고 있다. 어렸을 적 김장은 우리에게 놀이였다. 어른들이 일하시는 옆에서 노란 배춧잎에 매콤한 속을 싸주시면 입에 묻혀가며 하염없이 집어 먹다 보면 얼얼한 입을 씻어내기 위해 물 한 주전자를 마셨던 기억과 무의 파란 부분을 잘라주시면 사각사각 씹어먹으면 옆에서 할머니가 ‘무를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산삼 먹은 것보다 낫다’라는 말씀에 어린아이였지만 산삼이 좋다는 것을 알기에 나오는 트림을 입을 꼭 막고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참던 모습이 새삼스럽다. 예전에 맛있는 겨울 무를 동삼이라고 해서 인삼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겨울에 무를 가지고 음식을 하면 꼭 진한 연두색 부분부터 잘라 입에 넣는다. 겨울철 대표 채소인 무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특징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 중에 소화를 돕는 효소와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이 풍부하며, 비타민C가 풍부해 겨울철 감기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의 비타민C는 열에 약하므로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는 사계절 제철 재료이지만 기온이 내려갈수록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무에 들어있는 시니그린은 무의 독특한 쏘는 맛을 내는 성분으로 체내 기관지 점막 기능을 강화해 기침 증상을 완화하고, 가래를 묽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목이 건조해지기 쉬운 환절기에 특히 유용해 무를 꿀에 재워 차로 드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렇게 다양한 멋을 가진 무를 이용해 빚은 술이 있었을까. 고문헌 속에 무를 이용한 무술이 등장한다. 먼저 무를 나박나박 썰어 솥에 넣은 후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여 익힌다. 이때 처음에 솥에 눌어붙지 말라고 아주 소량의 물을 넣어준다. 무가 푹 익으면 고두밥과 누룩을 넣어 평소 술빚는 것처럼 빚어 완성하면 채 주 한다. 이 술에는 별도의 물이 들어가지 않고 온전히 무에서 나온 채수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무를 익히다 보니 특유의 향이 살아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대안으로 찾은 것이 수박무이다. 겉은 흰색이지만 속은 붉고 아름다운 색상을 자랑하는 무로 ‘수박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속이 연하고 단맛과 색이 고와 샐러드용으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일단 무에는 비타민C가 많이 있는데 열을 가하면 손실된다고 해서 생으로 얇게 채를 썰어 사용해 무의 시원함과 톡 쏘는 매운맛까지 살려 재료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이야 다양한 음식 재료로 가지고 술에 사용하는 것이 많은데 그 당시에는 무를 사용했다는 것이 대단한 시도였으리라 생각이 든다. 술을 빚다 보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좋다. 술이 익으면서 무에서 나오는 붉은빛이 뽀얀 쌀과 만나 연분홍색으로 술독을 가득 채운다. 무의 시원함과 특유에 알싸한 매콤한 맛이 술과 어우러져 한잔의 소화제를 마시는 것처럼 입안에 스며든다. 하얀 술잔에 담긴 연분홍빛 술을 보면 추운 겨울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 3일 밤 10시 25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계엄의 이유였다.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이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는 말도 했다. 계엄이 무산된 뒤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윤대통령은 진심이 안 보이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자신의 임기와 향후 국정 안정 방안을 ‘우리’ 당과 정부에 일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2일 두 번째 표결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태세를 전환, 불법적 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 야당을 또 다시 ‘반국가 세력’이라고 했으며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무장한 계엄군들이 국회로 난입하는 장면을 똑똑히 본 국민들 앞에서 말이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도 쏟아냈다. 그야말로 백척간두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야당과 여당 일부의원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계엄은 해제됐다. 계엄 중에 행정안전부는 전국 17개 광역지방정부에도 청사 출입 통제 등 비상조치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지방정부 청사가 일제히 폐쇄됐다. 이들 광역지방정부의 시·군 등 기초지방정부와 직속 사업소에도 폐쇄 명령은 전달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분의 모든 공공 청사는 비상 계엄사령부의 통제 아래 운영됐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만은 폐쇄명령을 거부했다. 다른 광역지방정부가 계엄사령부의 통제 아래에 행안부와 중앙의 지침을 따라 비상 체제를 유지하며 청사를 폐쇄했지만 경기도는 정부의 청사봉쇄조치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김 지사는 이날 새벽 "비상계엄은 내용도, 절차도 위헌"이라면서 행안부의 청사봉쇄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얼마 전 프랑스의 권위 있는 언론 르몽드지와의 긴급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르몽드는 계엄령 선포 직후 정부의 도청 폐쇄 명령에 대해 다른 광역지방정부와 달리 김동연 지사가 단호하게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인터뷰를 요청해왔다고 했다. 김지사는 “12.3 계엄선포는 절차나 내용이 모두 위헌이며 부당하기 때문에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명령을 거부하면 강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만약 군이 봉쇄에 들어갔다면 구금당했을 상황이었다”면서도 “군대가 와서 구금하거나 봉쇄하더라도 몸으로 저항할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감정이었냐는 질문엔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믿었고 쿠데타가 무위로,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6일 열린 ‘도-공공기관 민생안정 긴급간부회의’에서도 “내란 수괴와 공범들의 쿠데타를 철저하게 단죄하고, 쿠데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내란 단죄’야말로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내란 단죄, 경제재건, 새로운 나라 건설을 위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옳은 말이다. 지금 시급한 일은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고,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얼어붙은 민생 현장을 회복하기위해 ‘현장 중심’, ‘신속한 대응’, ‘과감한 대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 김 지사의 생각은 지당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이 힘을 합치길 바란다.
영화는 망했다. 최소한 극장용 영화는 망했다. 쿠테타가 일어나는 사회에서, 내란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그것이 비록 조기에 진압됐다 하더라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세상에서, 그리고 매일처럼 헤드라인으로 누구누구가 공조본(공동조사본부)에 소환되고 구속됐다는 기사가 뜨는 사회에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가 없다. 많을 수가 없다. 고로 한국의 영화는 망했다. 극장도 망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나는 내년 3월말까지 영화의 흥행은 기대하기가 난망인 상황이다. 어떻게 키운 영화산업인가. 1년에 2억명 정도가 극장을 가고 국민 1인 연평균 관람회수가 4~5회인 나라가 아니었던가. 이런 시장을 쿠테타 시도로 한방에 날려 버렸다. 12월 4일에 개봉했던 영화 ‘대가족’은 3일 밤의 내란 소요 사태로 피폭을 당하면서 17일 현재 20만 여명에 그치고 있다.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92억원을 들인 영화이다. 투자배급사인 롯데, 영화를 만든 양우석 감독 모두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다. 송강호 주연의 ‘1승’ 역시 30만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BEP는 180만명이다. 턱도 안된다. 그나나 곽경택 감독이 만든 ‘소방관’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관객 2백만에 육박하고 있다. ‘소방관’의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지만 후반 마케팅 비용 등을 생각하면 좀 더 관객을 모아야 할 판이다. 결론적으로 12월을 맞아 연말 흥행용으로 내세운 세 편의 한국영화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기이한 지도자가 벌인 난장판 쿠테타 때문이다. 한국은 아카데미를 비롯해 칸과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모두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주연상 등을 탄 나라다. 박찬욱과 봉준호가 있는 나라이다.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 한강을 소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발매하자마자 그래미 음원 순위 톱5 안에 진입한 ‘아파트’의 로제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쿠테타를 일으켜 로제가 세계무대에서 공연할 때도 창피하게 만들었다. 한강으로 하여금 노벨상을 수상할 때도 검은 옷을 입고 우울하게 만든 나라이다. 정치가 문화와 대중예술을 망쳐도 이렇게 망칠 수가 있는가. 게다가 정치 일정을 보면 내년 5월이나 6월까지(탄핵 소추안이 인용되고 두 달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는 전제 하에) 한국의 대중들은 TV뉴스 앞에 꽉 붙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모든 일이 그나마 잘 풀린다는 것을 예상해서이다. 대중예술인들 모두 코로나19에 이어 또 다시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영화 연극 공연 등에는 양적 완화를 통한 지원자금을 풀 필요가 있어 보인다. 25일에 개봉할 ‘하얼빈’이 극장이 처한 상황의 국면 전환과 더 나아가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인 상황이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그린 얘기이다. 지금의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한다고 했을 때 항일 의식을 담은 공포영화 ‘파묘’에 1200만의 관객이 몰려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있다. 대중들은 애국적 민족주의를 종종 드러내곤 한다. ‘하얼빈’이 진짜 애국을 생각하게 만들지 모른다. 걱정이 구만리이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소상공인이 새로 개업하는 소상공인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생태계는 그 국가사회의 건강성을 판별하는 결정적인 척도라는 측면에서 이는 예사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시중 경기의 한없는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지만, 제도적인 허점이나 약점이 작용하는 것인지 면밀하게 살펴볼 지점이 있어 보인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발간한 경기도 소상공인 경제 이슈 브리프 ‘2024년 상반기 경기도 소상공인, 개업보다 많은 폐업’에 따르면 폐업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 수는 2020년 상반기 447,259개에서 2024년 493,413개로 증가했지만 2023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024년에는 폐업률이 개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개업 점포 수는 2020년 34,188개에서 2024년 33,213개로 감소했으며, 폐업 점포 수는 2022년 21,753개에서 2024년 상반기 33,555개로 늘어나 같은 기간 폐업 점포 수는 무려 54.2%나 증가했다.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022년 0.59에서 2024년 1.01로 상승했다. 비율이 '1'을 넘어섰다는 것은 새로 문을 여는 점포보다 문을 닫는 점포가 더 많아졌음을 비율로 보여준다. 특히, 소매업은 전체 46개 생활밀접업종 중 36개 업종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며 업계 내 심각한 위기를 나타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2024년 상반기 개업률은 과천시와 가평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으며, 부천시는 5.97%p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폐업률은 하남시(7.33%), 화성시(7.12%), 평택시(7.11%)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31개 시군 중 13개 시군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1’을 넘겼다. 부동산 중개 및 대리업, 가방 및 기타 가죽제품 소매업 등 6개 생활 밀접업종이 도내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은 ‘소상공인·자영업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선진국 수준의 고용·복지망이 구축되지 못한 그 빈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의 재취업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며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건성건성 수립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 결과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소상공인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 총합은 1,546조원으로서 전체 경제 산출의 35.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642조 원으로 전체 경제 부가가치의 33.8%에 달한다. 취업 유발효과도 전체 취업자 수 대비 47.2%, 고용유발효과는 전체 피고용자 수 대비 4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소상공인 폐업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것은 구멍 난 고용·복지망으로 인해 자영업으로 내몰린 도민들이 혹독한 불경기 등의 한계에 부딪혀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다. 먹고살 길을 찾느라고 시작한 사업이 성공은커녕 빚더미만 남기고 끝나는 일이 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이런 현상은 방치돼서는 안 된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소상공인들을 실패와 절망의 늪에서 구출할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들이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자영업 쪽으로만 몰려가는 이 비극의 행렬을 언제까지 구경만 할 참인가.
연말연시. 소외된 사람들이 가장 춥고 외로움을 느끼는 시기이다. 그들이 품위 있고 유쾌한 한때를 보내도록 특별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 있다. 아르망 마르키제(Armand Marquiset)다. 이 프랑스인은 20세기 사회사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대함을 동원해 크리스마스시즌에 노인들이나 취약 계층이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가난한 이들의 작은 형제회(Petits Frères des Pauvres)를 설립했다. 이 ‘작은 형제회’는 크리스마스이브 연대 행사를 조직할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연중 내내 노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꾸준한 명성을 쌓아 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활발히 진행된 홍보 캠페인은 당시 프랑스의 아파트와 주택, 도시와 시골의 호스피스에 숨어 있는 소리 없는 고통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마르키제는 수도원을 자주 방문하는 신비주의자로 예술을 즐기는 귀족이었다. 이런 그가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남작 부인이었던 그의 할머니는 1차 세계대전에서 남편과 외아들을 잃었다. 동병상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전쟁에서 아들을 잃고 무일푼이 된 병사들의 부모를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할머니를 좋아한 마르키제는 그녀를 도우며 가난을 처음 접하게 됐다. 서른 살에 할머니를 여읜 그는 큰 충격을 받아 음악을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겨울 저녁, 배식 봉사를 가던 마르키제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과 예술가들을 만났다. 그들을 위해 그는 ‘살아있는 영혼을 위하여’라는 협회를 설립했다. 곧 한계에 봉착한 그는 루르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숙식을 구걸하며 가난을 몸소 체험했다. 마르키제는 공주, 공작부인, 남작부인 등 아낌없는 후원자들을 모으기로 작정했다. 이때 그는 기부자들에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그들이 더욱 관대해지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인맥을 이용해 사냥, 자선공연, 경매를 조직해 큰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빈자와 부자 사이를 오가며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모순적인 세상을 괴로워하며 절대자를 꿈꿨다. 1939년 마흔을 앞 둔 마르키제는 파리 노트르담에서 기도할 때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온전히 바치기로 결심하면서 평화를 찾았다. 2차 대전 후 재건이 한창인 프랑스는 노인들을 방치했다. 그들을 위해 마르키제는 1946년 ‘가난한 이들의 작은 형제회’를 설립했다. 항상 창의적이었던 그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소포를 배포하고 ‘작은 형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위한 모금함을 곳곳의 상점에 비치했다. 후에 그는 자신이 태어난 몽기셰 성을 개조해 고립된 노인들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다이아몬드식(결혼 60주년 기념식)을 맞은 노부부에게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사치스런 행동에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모토를 갖고 있었다. 그는 노인들에게 수프보다 꽃을 먼저 주고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노인들은 이 보석을 세상 하직하는 날에도 간직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밥 대신 꽃을 줬던 마르키제의 발상에 신선한 충격을 넘어 진한 감동을 받는다. 여러분 중에 여유 있는 분은 올 크리스마스에 한국판 마르키제가 되어 보시라.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줄줄 아는 사람. 이 얼마나 멋진가!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또다시 납품업체에 수수료 덤터기를 씌우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통업체 각종 비용의 수취 과정에 불공정행위가 없는지를 정밀 분석해 강력하게 시정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힘없는 납품업체를 약탈해서야 될 말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태별 실질 수수료율은 TV홈쇼핑 27.3%, 백화점 19.2%, 대형마트 18.0%, 아울렛·복합쇼핑몰 12.8%, 온라인쇼핑몰 11.8%로 집계됐다. 실질 수수료율은 업태별로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입점 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금액과 추가 부담 비용(판촉비‧물류비 등)의 합을 상품 판매총액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2022년까진 대다수 업태에서 실질 수수료율 하락 추세가 뚜렷했지만, 작년에는 대부분의 업태에서 수수료율이 상승하거나 하락 폭이 둔화했다. TV홈쇼핑의 경우, 2019년 29.1%였던 실질 수수료율이 2020년·2021년엔 29.2%로 소폭 상승했다가 2022년에는 27%로 2.2%포인트(p) 내렸다. 하지만, 2023년에는 27.4%로 다시 상승했다. 백화점은 2019년 21.1%에서 2022년 19.1%까지 하락했던 실질 수수료율이 2023년엔 19.2%로 상승 전환했다. 대형마트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9.4%→18.8%→18.6%→17.7%로 매년 하락했으나, 작년엔 18.0%로 다시 올랐다. 백화점은 AK플라자(20.4%)→롯데백화점(19.6%)→신세계백화점(19.4%) 순으로 실질 수수료율이 높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가 19.2%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17.9%), 하나로마트(17.5%), 롯데마트(16.6%) 순이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질 수수료 격차는 무려 2.6%p나 됐다. 온라인쇼핑몰에선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이 29.8%로 가장 높았다. GS SHOP이 11.2%로 2위였고, 카카오(선물하기)가 10.0%로 3위였다. 다만 쿠팡은 납품업체의 상품을 보관·배송하고 고객서비스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특약 매입과 차이가 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납품업체들은 수수료 이외에도 판매촉진비, 물류배송비, 서버이용비, 기타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 납품업체의 추가 부담비용 비율은 편의점(7.8%), 대형마트(4.2%), 온라인쇼핑몰(4.0%), TV홈쇼핑(1.0%), 백화점(0.3%) 순이었다.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많은 유통업체가 경쟁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역대급 할인, 최저가 가격 등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통구조에서 을(乙)일 수밖에 없는 납품업체는 함께 웃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납품업체의 희생에 가까운 손해가 동반되는 까닭이다. 유통업체가 판매촉진 행사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악습도 완전히 개선된 게 아니다. 제도적으로는 납품업자의 판촉 비용 분담 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폐습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방치하면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안길 수도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에 담긴 숨은 뜻을 되새길 때다. 관계 당국의 철두철미한 감시와 실효적인 대응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유통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한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말은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고전의 교훈이요. 우리들 체험적 삶의 진실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견뎌내는 일이다. 한 문장으로 쉽게 표현한다면 ‘삶 = 인내’라는 등식이다. 지금껏 내 삶은 작은 물웅덩이 하나쯤 될 만한 눈물을 흘리는 길이었다. 그래서 인생은 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며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했다. 또한 모든 것을 단념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살이를 할 결단도 버팀의 의지와 능력도 부족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제 각각의 인생을 살게 되어 있다. 성공과 실패는 세상의 가치로 판단하는 것. 내가 살아오면서 공부한 인문학과 철학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진정한 철학은 인문학과 공존하게 된다. 인문학은 자유와 평등한 인간애를 생각하는 휴머니즘적 삶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학문이요 공부이다. 그런 가운데 인간으로서 도리를 생각하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내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그 윗대 조상들은 어떻게 웃음과 친해질 수 있었으며 허허 허! 하는 마음가짐으로 삶의 무게를 지탱해 왔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또한 헛웃음이든 가짜 미소든 지성적인 유머와 해학이든, 입 꼬리를 올리고 웃는 자작웃음이든 웃음이 생활과 순간의 비타민이요 감정의 소화제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인의 해학과 익살의 탈, 사랑방 유머와 지구촌의 위트' 욕도 시로 읊은 '김삿갓의 지혜로운 유머' 등을 관심 있게 읽고 스스로의 내적 평화를 위한 시동을 걸기도 했다. 그 중 김삿갓의 토속적인 고품격 지혜로운 웃음을 한 토막 소개 한다. 시제는 「욕도 시로 읊는 여유」이다. 날이 어두워 김삿갓이 어느 부잣집을 찾아들었다. 까다롭고 인색한 주인에게 천대를 받은 김삿갓은 하룻밤을 푸대접 속에 보내고 떠나면서 주인에게 ‘제가 가진 게 없어 드릴 것은 없고 시나 한 수 지어드리고 가겠다고 했다. 주인 영감은 시큰둥한 얼굴로 맘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붓을 들고 써나갔다. 天脫冠而得一点 (천탈관이득일점)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어 달았고, 乃失杖而橫一帶 (내실장이횡일대) 내(乃)는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구나. 주인 영감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낑낑대다 나중에 시를 잘 아는 사람을 통해 그 뜻을 알고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 뜻은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었으니 개 견(犬)자이고/ 내(乃)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으니 아들 자(子)자를 가리키는 것. 한마디로 ‘개자식’이라는 뜻이었다. 오래 된 대중가요에는 ‘나그네 설움’ 이라는 노래가 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로 시작 된다. 삶은 걷는 것인가 싶다. 나그네는 시름겨워 걷고, 인생은 풀길 없는 그 무엇을 생각하며 걷는다. ‘직립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에렉투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두 번째 인류로서 원인(原人)은 150만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호모에렉투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걷기 덕분’이었으며 직립보행이 생존에 필요한 지혜로 이어졌다고 한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몸짓인 것 같다. 걷는 순간은 인간으로서 겸허한 기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슬프고 우울할 때는 하늘을 보면서 걷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울 때는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눈이 내렸을 때는 길가 언덕에 ‘어머니!’라고 써놓고 크게 한번 불러본 뒤 걷기도 한다. 내 다리로 우주의 중심에 서서 자연을 즐기면서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감사하기만 하다. ‘말은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겪어봐야 진면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아침 일찍 숲속을 걸으면서 참된 나를 만나 대화하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순간의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이 글의 제호와 첫 문장도 길 위에서 탄생되었다. 나는 이렇듯 길 위에서의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살아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스페인 빌바오(Bilbao)시에 건립된 구겐하임박물관(Guggenheim Museum Bibao)을 들 수 있다. 박물관은 1997년 개관하자마자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고, 쇠퇴하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단숨에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우리 지역에 박물관이 생긴다는 것은 빌바오 지역 사례처럼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게 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 구성원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포천에 처음 왔을 때, 교육자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학생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이 포천의 역사와 전통을 온전히 느끼고 체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최근 백영현 포천시장님께서 포천 시민 모두가 풍부한 인문환경을 누리며 경험할 수 있도록 ‘품격 있는 인문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민선 8기 공약사업 중 하나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반가움과 기대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포천시립박물관은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 포천 교육 전반에 깊이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포천의 고유한 유물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는 학생들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더불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교육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포천의 교육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박물관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회 유물 해설을 돕는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봉사 경험을 쌓게 될 뿐만 아니라, 학예사, 보존처리사, 역사 텔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만남으로 학생들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진로를 꿈꾸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박물관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문화 강좌, 역사 세미나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이 박물관에서 이루어져, 학생들의 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학습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교육과 문화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포천시립박물관은 포천교육에 다방면으로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로,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포천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물론 설립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포천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담아내면서도 교육의 중심이 될 포천시립박물관이 하루빨리 건립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혼돈에 빠져있다. 국가와 국민 앞에 잘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연일 뉴스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이 지속된다. 국민을 혼란하게 만드는 위정자들의 모습에 심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국이지만 저 멀리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킨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모습과 추운 날씨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외침 덕에 우리는 비상계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정국 속에서 과거의 경험상 우리는 이제까지의 잘잘못을 따지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변명을 난발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순간이 오기까지 위정자들에게는 사과의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제대로 사과한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 개탄스럽다. 이런 마음을 담아 사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어사전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의미의 사과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성숙한 사과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개선하는 자세는 상대방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더 나아가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여러 형태로 행해지는 사과는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가 된다. 사과는 사과하는 당사자, 사과의 내용, 사과의 전달방식이 그 구성요소이다. 사과하는 당사자는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대상을 정하고, 직접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표현이 어렵다면 편지 등을 활용해서라도 빠르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사과의 내용에는 다음의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첫째, 잘못의 인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상대방의 감정을 불편하게 했거나 다른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빠르게 이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어떤 형태로든 피해당한 상대방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셋째, 진심으로 사과를 표현해야 한다.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서 진정성을 담아 사과하는 마음이 잘 전달돼야 한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사과는 상대방의 좋지 않은 기분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넷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사과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사과할 때는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한다. 변명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지 않은 분명한 언어로 깔끔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사과 후에는 상대방의 이해를 강요하거나 재촉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도 사과를 받은 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로 간에 안 좋은 마음이 쌓이지 않도록 작은 실수라도 바로 사과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궤변에 가까운 말까지 쏟아내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결국 직무정지 당했다. 여당의원들조차도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말고는 사실 대통령 권한을 뺏을 방법이 없다”며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2∼3월 퇴진하고 4∼5월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지난번 담화에서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에 한 대표가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탄핵안에 당론으로 찬성 투표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면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인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회를 접한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참담하다는 반응이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우원식 의장의 말처럼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이어 무장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난입하던 광경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여당의 진종오 최고위원조차도 “21세기, 세계 10위권의 문명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며 두 번 째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첫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찍은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첫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힌 바 있는 김상욱 의원과 진종오·조경태·한지아 의원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 힘 의원은 점차 늘어났고 결국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다. 12일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국민들은 혹시 ‘하야 발표인가‘하는 기대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야당의 행태가 불만스럽다고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해버리는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사필귀정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루빨리 나라를 안정시켜 제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특히 군통수권을 비롯, 안보와 민생 경제, 외교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