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직원 익명게시판(새올행정망)은 일반직 직원들의 '상소' 공간으로 불린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를 넘는 비판 글로 채워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건강한 여론 조성은 온데간데없고 상사와의 갈등만 유발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익명게시판이 폐쇄돼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무분별한 비방이나 근거 없는 유언비어, 명예훼손성 글 등이 난무하며 애초 목적과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흔한 말 중 ‘갑질’이란 단어가 서슴지 않게 오산시 공직사회에 맴돌며 시시비비를 따진다. 최근 오산시에는 ‘갑질 5인방’이란 말들까지 떠돌며 정당한 사유 없이 공직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직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정당한 업무 지시나 요구를 ‘갑질’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가 잘못해 놓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일명 ‘을’들이 일부 있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일을 안 하면 지시도 없다. 인기 있는 부서장이든 팀장이든 그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다만 업무에 대한 과다 열정과 노력이 오히려 ‘갑질’이란 '惡'(악)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시에는 일부 갑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중된 업무분장이나 비인격적 대우, 거친 표현과 함께 "야!" 와 같은 반말 등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갑질'이다. 세대 공감이나 문화적 차이, 살아온 환경, 가치 등 모든 것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호랑이는 적어도 17세기 초의 호랑이였던 것이다. 간부나 상사 역시 예전 조직문화를 염두에 둔다면 큰 실수일 것이다. 노조원이 억울함을 호소해 오면 시나 노조에서는 진상조사를 하게 된다. 관할부서나 공무원 노조는 MZ세대 공무원들이 업무 실수를 지적만 해도 갑질로 받아들이는 사례들이 남지 않도록 현명한 중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상급자 역시 업무를 회피하고 소홀히 하는 하급자의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장치를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산시가 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는 따뜻한 공직사회가 되길 바란다. 신바람 나는 활기찬 공직 근무 환경을 스스로가 개선할 시점이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며칠 전 한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예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고 건강과 부를 기원하는 의미로 보름달을 보며 달집도 태우면서 소원도 빌고, 묵은 나물에 오곡밥과 귀밝이술, 부럼도 깨면서 많은 사람과 나눔을 함께 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런 좋은 의미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했다. 세시 음식 중에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어라’라는 의미로 전해지는데,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오곡밥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다양한 잡곡을 넣어 밥을 짓는데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으로 찹쌀, 수수, 조, 콩, 기장이 들어간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다섯 곡식이 각각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다양한 곡식을 섞으므로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면서 이를 통해 한해의 모든 일이 풍성하고 순조롭게 이뤄지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 그 음식을 통해 한해의 건강을 챙긴다는 큰 뜻이 숨어 있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오곡밥을 선택했다면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봐야겠다. 정월대보름에 함께 함께 마실 귀밝이술로 찹쌀, 수수, 조, 검정콩, 기장으로 빚는 ‘오곡주’를 빚었다. ‘산림경제’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등 옛 문헌에도 잡곡으로 빚는 ‘잡곡주’가 있다. 잡곡을 가루 내어 죽을 끓여 누룩과 함께 버무려 밑술을 빚고, 며칠 뒤 다시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여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버무려 발효 시기면 된다. 잡곡으로 술을 발효하기에는 껍질도 두껍고 각각 익히는 시간도 다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루로 만들어서 술을 빚는 방법을 선택한 옛사람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 보니 응용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맛을 가진 술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오곡주에는 밑술에 오곡을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인 뒤 식혀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4~5일 후 오곡을 씻어 불린 뒤 가루로 만들어 김이 오른 찜솥에 올려 찐 뒤 식혀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된다. 이번 술은 맑은 약주의 형태로 즐겨도 되지만 오곡의 느낌을 즐기려면 탁주의 형태로 즐기는 것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세시풍속을 지키는 의미는 우리가 단순하게 전통을 따르는 것 이상의 깊은 상징성과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삶의 지혜를 이어가며 정신적 물리적 건강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균형이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돌보는 배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중요한 의미로 에너지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월 민생회복을 위해 50조 원 추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광주경영자총협회 특강에서 다시 이 문제를 거론했다.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표한 추경안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방안을 담은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의 추경 예산에는 민생 회복 예산 24조원, 경제 성장 예산 11조원이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는 13조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도 들어 있다. 국민 1인당 25만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 가족엔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제가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어제 추경 발표에 대해서는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민생회복지원금만큼은 다른 입장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은 찬성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은 한계소비성향, 정책일관성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자들이 소득이 늘어난다고 세 끼 먹을 밥을 네 끼를 먹겠습니까? 양복을 하루에 한 개씩 사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라면서 부자들은 소득 늘어난다고 그 돈을 소비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김 지사는 더 힘들고 어려운 계층에 ‘두텁고 촘촘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전문가이도 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취약계층일수록 소득이 올라가면 돈을 쓰는 비율(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보다 어려운 국민, 즉 소득분위 25% 이하에게 1인당 100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날 특강에서 김 지사는 외신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GDP 킬러(KILLER)’라고 표현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연속 1% 성장과 관련해 “아주 비참한 지경”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1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2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연설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물경제와 내수경기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위태롭다고 개탄했다. IMF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져들어 ‘소비절벽’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매 판매가는 -2.2%였다. 자영업자들은 이 시간에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사는 12일 도정연설을 통해 경기도가 선제적인 추경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재정 정책을 견인하고 대한민국 경제 재건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 등과 관련해 ‘대미 통상환경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파견하는 등 트럼프 쇼크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지사는 “민생 현장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여와 야, 정부의 공방을 지켜볼 여유가 없고 기다릴 시간도, 더 이상 버틸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며 우선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3만 명에게 500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하는 ‘소상공인 힘내Go 카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 육성자금은 2조 원으로 확대하고 국비가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를 도비로 추가 발행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수출 중소기업의 환변동 보험료와 금융지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팹리스 양산 지원,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펀드 조성 등에도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더 빠르게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대한민국 미래먹거리를 위한 산업정책에 돈을 써야 한다는 김 지사의 뜻에 깊이 공감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백악관 기자실을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에게 개방했다. 백악관 브리핑 룸이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 뿐만 아니라 ‘뉴 미디어’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갤럽의 2024년 조사에 의하면 ‘매스 미디어’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30% 대로 떨어졌고,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과 청년층의 신뢰도 감소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학자들은 한 때 지금의 매스 미디어도 뉴 미디어라고 분류했다. 이제 매스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가 되었고, 더 ‘뉴’한 뉴 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별화하거나 죽거나(differentiate or die). 브랜딩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경구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경구였다고 한다. 레거시 미디어도 차별화해야 한다. 뉴 미디어를 모방하고, 뉴 미디어와 같은 차원에서 더 높은 스코어를 내려고 하기보다, 뉴 미디어가 안 하는 것을 해야 하고, 뉴 미디어가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표어로부터 한 번도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컨셉은 의심스럽다. 정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제마저 동일하게 받는다면, 차별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레거시 미디어가 규제의 무게를 내려놓고 뉴 미디어와 같은 체급에서 뉴 미디어의 방식으로 경기를 하면 뉴 미디어를 이기리라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레거시 미디어만 받는 규제 중 많은 것은 해롭지만 어떤 것은 이롭다. 더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규제들은 레거시 미디어의 ‘차별성’이 될 수 있고,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 보도의 피해자들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에 대하여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언론기관에 대하여는 선거기간에 보다 신속한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선거기간에는 선거기사심의위, 선거보도심의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한 규제도 받게 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뉴미디어는 받지 않는 규제를 받으며 플레이 하려니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뉴미디어의 소비자들은 누리지 못하는 “애프터서비스”(A/S)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상품”의 브랜드 형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이 “A/S” 시스템을 권력에만 혈안 된 위정자들이 언론장악의 도구로만 악용하며 망쳐 왔다. ‘레거시’라는 말에는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뜻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물려받은 규제는 ‘상속재산’이기도 하다. 그 중 어떤 것은 레거시 미디어의 브랜드의 재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규제’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상속포기를 선언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기였다. 할리우드 콘텐츠와는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건전한 콘텐츠라는 점이 ‘차별화’의 요소가 되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중동의 검열관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엄격했던 우리의 내용 심의 제도의 결과다. 내용검열이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규제에서도 브랜딩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특히, 현직 안보실장인 신원식 실장을 증인석에 앉혀 두고 30분 내내 중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다. 다행히 신 안보실장이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 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우려를 키웠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신 안보실장에 대한 주신문에서 중국 관련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라며 유도성 질문을 했으나, 신 안보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은 외교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변호사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260만명이고, 그 중 중국인이 96만 2000명이라며 전통적 전쟁 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 의혹까지 제기했다, 차 변호사는 "증인이 말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감안하면 이렇게 중국인이 많다고 하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하이브리드 전을 전개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인 건 맞죠?"라는 황당한 질문을 이어갔으나, 신 안보실장은 "단정적으로 제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답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이 부정선거 기획을 위한 중국인 해커 숙소라는 음모론까지 꺼내 들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수원연수원 제 2생활관이 외국인 공동주거 주택으로 등기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 건물은 최초에 농어촌공사 건물이었다”며 “공사가 건물을 지었을 때 개발도상국 농어촌 후계자를 데리고 와 교육시키는 시설로 썼고, 그래서 외국인 숙소로 등록됐던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의 설명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됐지만, 배 변호사는 “그랬다면 외국인 전용시설이라는 것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사무총장은 “건물 명칭만 제2 생활관이라 하고 용도를 안 바꾸는 바람에 그게 남아 있는데, 이번에 조치해서 바꿨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건물을 인수한 후에) 외국인들이 숙박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지난 달 2차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한 극우매체를 인용하며 ‘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수원 선거연수원에서 부정선거에 연루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주한미군이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 허위임이 증명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초기부터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연관성 의혹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 때는 공개적으로 중국인의 미국 항공모함 촬영이나 국정원 촬영, 중국산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림 파괴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기거나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또한 선거관리의 책임은 선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안부도 각종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 행정부 수반인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는게 기이한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이 최소한의 근거나 구체적인 정황 없이 미군이 부정선거와 관련된 중국인들을 체포했다거나,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외교적 자해다. 근거도 없이 망상에 사로잡혀 미국과 중국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끌어들이는 것은 크나큰 국익훼손 행위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는 1938년 히틀러가 자신의 원래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강제 합병하자 나치 제국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을 쓰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는 열린사회와 닫힌사회 간 투쟁의 역사였다”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이 책은 1945년에 출간되었지만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지금껏 전체주의를 비판한 최고의 명저로 꼽힌다. 포퍼의 닫힌사회는 비판과 반성 그리고 토론이 불가능한 사회이다. 그곳에서는 오로지 독단적 이데올로기를 강요되는 획일성만이 존재한다. 지도자는 신성하기에 그가 만든 제도나 언어는 금칙이 되어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발전은 이미 만들어진 법칙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역사법칙주의가 주도한다. 히틀러의 독일제국, 스탈린의 전체주의 국가, 헤겔의 절대정신으로 우상화된 국가, 마르크시즘에 경도된 국가 그리고 플라톤의 철인국가까지도 닫힌사회이다. 모두 21세기에는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 불량한 국가들이다. 열린사회는 그 반대로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자유로운 사회로,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인정하고 건전한 소통을 통해 비로소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열린사회는 혁명적인 변혁보다는 점진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로 추상적인 선(善)을 실현한다는 망상으로 현혹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악과 고통의 제거에 전력하는 사회이다. 당연히 오늘의 건전한 사회와 국가를 상징한다. 윤석열 정권 2년 6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닫힌사회였다. 부정적인 말에는 입틀막으로, 건전한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이었으며, 반대파들은 모조리 반국가세력으로 매도당했다. 강자에게는 비굴했지만, 약자에는 무자비함 그 자체였다. 그것도 모자라 제왕이 되고자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심판대에 선 그는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 자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진짜로 닫힌사회를 원하는가. 아무리 가짜뉴스라고 해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 신줏단지처럼 신뢰한다. 서부지원의 난입으로 폭력성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은 그대로 이데올로기가 되어 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21세기에 포퍼의 20세기 책을 되새기는 이유는 열린사회로 가는 험로를 체험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차례 압수 수색해 무혐의로 결론난 부정선거도 못 믿고, 미래 파급은 생각 않고 무조건 중국 탓으로 돌리는 이 무모함은 어쩌란 말인가.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매몰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선동하길 서슴지 않는 여당 정치인과 양비론에 숨어서 정론인 양 왜곡보고를 일삼은 언론들과 심지어 곡학아세하는 지식 판매꾼들의 행태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이야말로 열린사회로 가는 길의 최대 적들이다. 우리가 여전히 열린사회를 향해 가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닫힌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가. 그 희생을 딛고 올라선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 적들 때문에 또다시 혼란 속에 처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역사의 승리자는 열린사회였다는 포퍼의 경구를 믿고 오늘도 나는 민주주의를 외친다.
“이번 사건에서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다.” 4일 헌법재판소 5차변론에 나온 윤석열의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계엄을 선포한 것도 맞고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도 맞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내란이 아니란다. 세상에나.. 이것이 정녕 한 나라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입에 담을 말이던가? 발기부전 탓에 뜻을 이루지 못한 강간범이 범하지 못했으니 죄가 없다고 강변하는 꼴이다. 쿠데타를 막으려 슬리퍼바람으로 달려간 국민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군인들이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절망했다. 저 광인에겐 헌법이 호수 위 달그림자에 불과했음이다. 하늘에 달은 하나지만 천개의 호수 위에 뜬다. 12월3일 밤으로부터 두달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가없는 사람들이 얼어붙은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탄핵이 이어져도 수괴들은 히드라의 머리처럼 새로 돋아났다. 구속된 대통령의 뻔뻔스런 발뺌에 호응하듯 거리는 폭동을 선동하는 광기로 뒤덮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현대사의 끔찍한 기억 서북청년단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서부지법이 짓밟혔고 헌재 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총선이 중국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달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부정선거라고 지목된 53개의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들은 정작 단 한사람도 부정선거라 주장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의 개표방식이 수개표인데도 부정선거를 막기위해 수개표를 해야한다며 거품을 문다. 달은 하늘에 있는데 사람들은달그림자를 향해 호수로 몸을 던진다. 사악한 집단광기다. 10일 부산 기장의 한 은행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은행에 들어서자 말자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로 싼 물건을 총처럼 겨누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무릎꿇게 하곤 직원에게 가방을 던지면서 '5만원권을 담아'라고 소리쳤다. 상황은 딱 영화 속 은행강도이다. 은행 안에 있던 직원과 손님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 난데없는 상황은 용감하게 제압에 나선 50대 손님에 의해 2분 만에 종료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범인이 집에 있던 자녀의 물총을 이용해 벌인 일이란다. 평화롭게 마무리된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댓글이 역대급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만 원 한장 도둑맞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강도가 어디있나? 그는 은행 보안시스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계몽 시민일 뿐이다. 은행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에 따라 돈을 담지 않을 것을 알고 한 행위를 강도라니.. 그야말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꼴이다!” 아무리 봐도 다음번 노벨문학상도 보나마나 한국 차지일게 뻔하다. 달그림자를 쫓는 사람들이 어디 이뿐이랴? 여론이 뒤집어졌다며 탄핵기각을 압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저마다 호수 위 달그림자 바라기다. 탄핵반대 집회의 목사님도, 학원 강사님도 달그림자에 목을 맨다. 그들은 내란 지속을 바란다. 혼돈만이 그들을 구원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정월대보름 달보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데... 나는 믿는다. 12월3일 밤, 이재명대표의 라이브를 듣고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국회로 달려간 국민들이 있기에.. 진달래가 필때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갈수 있겠지?
경기신문은 최근 ‘고독사 위험가구 손 내미는 수원시’(10일자 6면) 기사를 통해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의 말을 전했다. “1인 가구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고독사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독사 위험군을 위한 지원이 많아졌다”며 “현재는 기존 고독사 예방을 넘어 외로움이나 재고립·재은둔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는 복지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과 교류 없이 홀로 생활하던 사람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에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법·조례가 제정되고 기본계획과 예방사업이 실시됐다. 2021년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고독사 예방 조례가 제정됐으며, 2022년엔 39개 시군구에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2023년엔 고독사 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 결과 고독사 사망자 수는 조금이나마 감소하고 있다. 2021년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이었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3년 1.04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 수는 무려 3661명이나 된다. 한해에 이처럼 많은 국민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외롭게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11월 11일자 사설을 통해 고독사의 원인 가운데는 노인 빈곤문제와 사회와 국가의 무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은 3년 전보다 13%나 포인트 급증한 32.8%나 됐으며, 고독사한 사람들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41%나 됐다. 2023년 고독사로 사망한 3661명 가운데 경기도민은 922명으로 전국 1위였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2017년 이래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계속 안고 있다. 물론 전국에서 인구수가 제일 많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2017년 512명에서 2023년에 92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경기도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AI로봇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 사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가 탑재된 로봇을 가정에 대여해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규칙적인 약 복용 및 식사 관리 알람), 정서지원(음성 대화 서비스), 인지훈련(치매 예방 프로그램), 응급상황 보호자 알림서비스 및 필요시 응급관제센터를 통한 119 연계,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AI 로봇이 홀로 사는 노인을 지켜보고 대화하면서 안부를 묻는 것 뿐 아니라 약 먹을 시간까지 알려준다. 도내 일부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건강취약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수원시 역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독사 예방 추진단'을 구성해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관리했다. 또 ‘새빛관계망 프로그램’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식사 프로그램, 상담, 독서 등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6~7월에는 중장년 취약계층 고독사 위험군 430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발굴 조사를 하기도 했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 ‘새빛 안부똑똑’, 수원새빛돌봄 식사지원서비스 등도 전개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제 고독사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다. 정부는 2027년까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독사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홀로 사는 노인문제와 일자리 문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독사는 국가와 지방정부, 우리 사회가 입체적으로 연대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하늘’이라는 글자 아래 북한군이 있다. 올가미가 걸려있고 군복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병사는 이미 산 사람이 아니다. 러·우 전장에서 북한군은 잡힐 위험이 있으면 항복을 거부한다. 죽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병사만큼 두려운 전투는 없다. 한국전쟁 막바지 고지전에서 불 뿜는 화구를 몸으로 막았다는 병사가 있다. 국가는 그것을 교본으로 죽기 살기로 싸우라고 부추긴다. 전장에서 잡히지 말고 죽으라 한다. 이미 죽어있는 사람 얼굴을 노출하고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모습도 잔인하지만, 죽음을 부추기는 국가는 하늘이 부끄럽게 잔인하다. 누구의 아들이었을 청춘의 병사는 훗날 무엇으로 기억될까. 하늘이 열린 이후 무수한 전쟁이 있었다. 병사는 전장으로 내몰리고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그렇게 싸워 무엇을 얻는가. 병사가 싸워 얻는건 파괴다. 파괴를 부추긴 수령은 죽지 않는다. 어떻게 더 많은 이익을 얻을까에 관심 있다. 중동에 있는 가자지구를 보라.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건물이 파괴되었는지. 그리고 아무런 일이 없은듯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그곳에서 쫒아내려 한다. 강제 이주시키려 한다. 여기서 사람은 숫자에 불과하다. 별이 폭발하면 또 다른 별이 탄생하겠지만, 이주는 별처럼 자연질서에 따라 생긴게 아니다. 유목민이 양을 방목하려 이동한것도 아니요. 숫자에 불과한 사람 감정이나 이주에 고통은 별의 탄생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조선을 강점한 일본인은 조선인을 만주로 강제이주 시켰다.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만주로 갔다. 이주한 조선인들 속에 나의 부모님에 부모님도 있다. 강화위씨에 공주이씨는 따뜻한 남쪽 사람이었다.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황무지를 개간하고 공동체를 이루었다. 연해주로 이주했던 조선인은 1937년 스탈린 지시로 우주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이들을 ‘고려인’으로 부른다. 이주가 그렇게 좋으면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은 어찌 생겼을까. 일본인이 흥남에 화학공장 지울 때 헐값으로 땅을 사고 농민을 강제로 내쫒으며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흥남을 만든 노구치는 재벌이 되었고, 조선인 임금은 일본인 임금에 절반도 안되었다. 병사여! 이주의 슬픔이 가득한 러시아에 무슨 영광을 얻으려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가. 당신의 수령은 병사를 전장으로 보내고 안녕한가? 아직 이주에 역사를 모르거나, 군(軍)생활 경험이 없어 전장을 모른다. 그래서 무지하고 무모하다. 부모에 부모를 따라 부족함 없이 살았으니, 터전을 잃는 고통을 모른다. 경험 없는 사람이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 불안하다. 경험 없는 무지한 수령은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저질러 버린다. 수령은 당신의 죽음보다, 권력으로 얻을 영광만을 생각한다. 그러니 무모하게 죽지 마시라. 당신을 낳은 어미와 당신을 기다릴 가족을 위해서.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만주로 이주한 윤동주 시인은 연변에 있는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하늘 부끄럽게 병사는 이미 전장에서 많은 것을 파괴했다. 병사가 쏜 포탄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고 터전을 파괴했다. ‘수령 만세’를 부르고 죽은들 당신의 영광은 수령만에 것이다. 청춘은 한번 뿐이고, 병사도 명령에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 병사는 살아서 고향으로 가시라.
KBS의 한 현직 기자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불허··· 여, ‘즉각 석방’···야, ‘즉각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자,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근무 중에 자사(KBS) 기사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며 “(보도책임자가)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며 탄핵 찬반 집회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더니...이것은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아닌 편향 그 자체였다”고 탄식했다. 이어 “전체 기사 1분 54초에 국민의힘 주장 45초, 민주당 주장 38초, 윤석열 대통령측 주장 30초였다”며 “이게 그 잘난 기계적 중립인가?”라고 썼다.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회 상임대표(전 중앙일보 기자)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의 ‘심각한 탄핵보도 행태’ 특별대담에 출연, 탄핵반 세력에 스피커 노릇을 하는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1월 23일 밤 YTN의 ‘국회 독재로 국가 위기 상황···포고령 상징적 의미’, ‘질서유지를 위한 상징적 측면에서 국회에 군 투입’ 같은 기사가 탄핵반대 세력에 스피커를 빌려준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붉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전체 TV 화면의 1/6을 할애한 자막을, 하물며 광고 시간에까지 반복해 전해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언론보도는 숱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취재원의 말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과 기계적 균형 보도는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이 있다. 2001년 출판된 이후 2021년까지 네 번 개정판이 나왔다. 저널리즘 교과서다. 국내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모든 판을 번역 출판했다. 저널리즘 관련된 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이 책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10가지를 제시한다. 이 시기에 언론인이 수시로 꺼내 되새길 지침이다. 3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하고, 300여 명의 기자가 증언한 내용을 수없는 공개 포럼과 심층 인터뷰를 거쳐 도출한 원칙이다. 핵심 세 가지만 적용해도 KBS와 YTN 보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보여준다.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 추구다. 진실은 국익에도 우선한다. 내란세력은 국익까지 망가뜨렸다. 다음은 사실 확인이다. 확인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은 진실에 찾아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세 번째는 포괄적이면서도 사안에 합당한 비중이 반영돼야 한다. 산술적 평균이 아니란 말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하는 시중(時中)이어야 한다. 균형성과 중립성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될 수 없다. 주관적이고 모호해서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는 데 쓰여지기 때문이다. 내란범과 그것을 막아낸 시민들의 의견을 기계적 균형으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왜 KBS 사장을 무리하게 바꾸고 YTN 민영화에 혈안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