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쯤 전이었다. 70대 중반의 그녀와 친우분들이 오셨다. 모 종교의 회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오시는데 함께 진료를 받으러 들어왔다고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변비도 심해서 치료가 필요한데 혼자서 잘 안 가니 같이 치료받으러 오는 거라며 껄껄껄 웃으시는 친우분들이 따뜻했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1달 후에는 변비약 없이 대변을 볼 수 있어 기뻐했는데 며칠 전 입맛이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서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보약을 지어달라고 내원하셨다. 음식은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식체가 있고 화병 소견을 보였던 분인지라 “신경 많이 쓰신 일이 있었어요?” 여쭈어보니 최근에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속상하며 자책했고 그때부터 입맛이 거의 없었다고 하신다. 몸과 마음은 하나와 같기에 마음의 긴장과 억울함은 식욕, 소화, 배변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그녀에게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했다. 몸과 마음 모두를 위해서 그렇다. 자기자비는 여러 연구에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침 치료를 하면서 그녀에게 “OOO(그녀의 이름)야. 사느라 애썼다. 수고 많다.”고 해주라고 했다. 이름을 부르는 건 자신에 대해서 거리를 두어 보는 방법이다. 수고했다고 하는 건 자신의 성격, 환경, 한계 등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어떠했던 노력 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노고에 대한 인정, 그러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을 위해서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살면서 나한테 수고했다, 애썼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요. 예전부터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주라고 하던데” 한다. “맞아요. 어머님. 지금 하시는 것도 자기를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불쑥 자신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꺼내신다. 결혼 처음하고 남편에게 많이 놀라고 무서웠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OOO야 결혼해서 남편에게 적응하고 시댁 식구에게 맞추고 아이들 키우고 사느라 참 많이 애썼다”라고 말해주라 했다. 그러니 “별로 잘한 것도 없는데.” 하신다. “어머님. 철모르던 마음 여린 스무 살에 시집와서 무섭게 느껴지는 남편에게 말 한마디 잘 못 하고 견디고 사셨던 거 아녜요. 아이들 낳고 그 아이들 잘 키우려고 노력하며 사셨잖아요. 애쓰셨잖아요. 그 노력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줘야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지." 하신다. “계속 침 맞으면서 수고했다 애썼다. 자신에게 말씀해주시고 침 맞고 계세요.” 하는 처방 혹은 부추김이 있은 얼마 후 “휴지 좀 주세요.” 하신다. 치료실의 커튼을 조용히 닫았다. 커튼 뒤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소리 없이 하염없이 우는 듯한 기척이 든다. “살면서 이런 말을 해보는 게 처음이네.”하고 몇 번을 되뇌신다. 팍팍한 세상,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경기도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불법행위 단속기준 통합가이드를 마련했다. 이번 업무지침서는 시군 단속 공무원이 참고하는 관계 법령과 사례 중 애매하거나 해석이 분분하던 내용을 도가 형평성 있게 통일한 것이다.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 단속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얽혀있는 행정조치여서 그간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었다. 이번 통합가이드 마련이 기존의 민원을 해소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2019년 12월 공식자료에 의한 전국의 그린벨트 지정 면적은 3만8372㎢로서, 전 국토 대비 3.8%다. 이 중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은 전 그린벨트의 1/3이 넘는 36%에 달한다. 수도권 중 경기도가 점하는 면적 비중은 무려 83%다. 경기도의 그린벨트는 전국 그린벨트의 28.7%로서 1/4을 초과한다. 총 31개 시..
언론은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진보 성향 매체나 노동 전문 매체를 제외하면 노동 관련 기사를 애써 다루려 하지 않는다. 언론사 수익인 광고를 대주는 물주가 기업인 상황에서 노동조합(노조)이나 노동자를 중심에 둔 보도란 예외적 상황이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노동쟁의가 일어나야 언론이 보도하니까 노동 관련 보도는 ‘노동문제’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곪았던 문제가 터진 상황이래도 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광고로 거래하고, 취재 응대를 거부하면 그마저도 기사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이 노동 주제를 적극 다루지 않으니까 노동을 둘러싼 공론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경우만 해도 2007년 사태가 시작되었지만 2010년이 돼서야 언론이 조금씩 보도를 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언론 상당수는 사태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최신 설비와 안전한 작업 환경을 부각한 보도가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 사실을 주장한 반올림의 목소리는 소외되거나 축소됐다. 그나마 삼성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2014년에 전환하자 비로소 노동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고 언론도 덩달아 보도량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따지고 보면 얼마 안 된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1748번의 죽음의 기록’(2019년)과 같은 심층보도가 한몫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매년 2000명가량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는 상황을 모아보니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작업장 자체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용이나 교육, 노조 활동의 보장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이처럼 노동 분야가 관심을 덜 받고 의제를 만드는 힘이 취약하니까, 노조 활동을 부정적이고 불편한 그리고 기업의 경영 활동에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상황에서 폭력적인 시위 방식을 부각하고 불법과 연관하게 한다. 질서를 어지럽히고,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불결하고 불편한 대상으로 노조 자체를 부정적으로 낙인찍는다. 조선일보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을 두고 자살 방관을, 월간조선은 사망자가 남긴 유서가 대필이거나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이나 목격자에게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었다. 기자의 추정을 담은 내용이 상당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조차 ‘반저널리즘 행위’라고 규정하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장관부터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운운하며 엄정 대응 분위기를 조성하니, 언론이 갈등을 해결하긴커녕 없던 갈등조차 만들고 싶어진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다. 상황은 IMF 금융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안 좋다. 물가상승률 역시 24년 만에 최대치다. 민생 현장엔 소비가 현격히 줄었다. 이구동성이다. 여기에 공공요금은 30% 이상 인상됐다. 증권가는 SG증권발 하한가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어수선하다. 은행가엔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대한민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EU의 CRMA(핵심원자재법) 발표로 분투 중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시설을 미국과 유럽 현지에 갖춰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단다.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만큼 국내 투자는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의 발전, 고용과 소비 활성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해 온 우리 기업의 노력이 무색하다.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밀한 외교와 정보 전략을 펼치고 있을 때,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2차전지 우위 격차 확실히 뒷받침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차전지 주요종목 조사 착수”를 밝혔다.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와 주가조작이나 신경 쓰라”고 지적했다. 경제의 앞날을 대변이라도 하는 양 증시 하락장은 길어지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은 윤 대통령 리스크” “윤석열 정부는 답이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와중에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8~12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다. 금융감독기관장이 금융사와 동행해 해외 IR을 다녀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자기정치를 한다”는 평가가 금융계 안팎의 여론이다. 비전문가의 정치와 행정으로 많은 부분의 영역이 뒤죽박죽이다. 공직자의 언행이 위와 아래가 다르다보니 민간영역은 자기이익 취하기에 바쁘다. 정부는 2차전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증권사들은 2차전지 공매도 포지션에 중국의 전기차 및 2차전지 ETF 판매에 열심이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중국과 적대시하고 있는 반면에 목하, 증권가는 중국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필부가 보기에 우스운 나라꼴이다. 게다가 RE100(재생에너지 확대 캠페인)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우리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현 정부는 CFE(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체계) 캠페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RE100 세계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태다. 캠페인의 성공적 안착을 점치기 어렵다. 총체적인 위기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은 정신 줄을 놓아선 안 된다. 자각해야 한다. 매체를 통한 각종 정보취득의 경우, 필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경제가 어렵다면 정부는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속국도, 중국의 속국도 아니어야 한다.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군사적 동맹관계가 될 수 없다. 외교와 안보, 경제, 모두 국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려운 때, 정부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정의제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줌 극우세력과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부자를 꿈꾸며 부자 될 수 있는, 든든한 나라경제가 펼쳐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 내 인구(내국인+외국인)가 사상 최초로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국민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때맞춰서 경기도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인구2.0위원회(가칭)’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국가소멸의 위기가 심각한 난제로 등장한 시점에 경기도가 국가 존속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저출생 대책’ 성공으로 암울한 국가 미래를 살려내야 할 엄중한 사명이 부여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와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말 현재 경기도의 주민등록인구는 1360만 7919명, 등록외국인은 39만 5608명으로 총 1400만 3527명이다. 이는 국내 총인구 5264만 5711명의 26.6%로서, 서울 인구(967만 명)의 1.4배가 넘는다. 경기도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긴 시점이..
꼰대를 생물학점 관점에서 보면 전전두엽의 활성화와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의 분비 결핍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전두엽은 결정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영역으로 나이 들어 지위 높아가며 활성화된다. 호르몬의 결핍은 노화를 유발시키는데 노화되면서 나타나는게 꼰대다. 과거에도 꼰대는 있었고 Z세대도 나중에 꼰대가 된다. 꼰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스스로가 옳다 믿으며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려한다. 특히 스스로 잘 살았던 사람은 대접받던 때를 잊지 못하고 지금도 인정받으려 한다. 배운 사람일수록 논리가 있기에 뭐라 반발하기에도 불편하다. 그래서 꼰대질을 한다. 꼰대와 꼰대질은 다른거다. 서구에도 꼰대는 있다. 시민사회 성장과 함께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문화가 일찍 정착한 탓에 우리나라 같진 않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조선 양반사회는 신분과 나이든 어른 한마디가 결정권을 가졌다. 변화가 더딘 사회여서 그게 삶의 지혜이기도 했다. 해방후 국가주도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개인보다 집단이 중요했다. 장기간의 군사정권과 그 후유증으로 획일적이고 상명하복적인 집단주의 문화가 사회에 만연하고 자연스레 군대 갔다온 남자들이 주로 일하던 직장으로 전이됐다. 이제 경제성장으로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사회로 변했다. 집단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상충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게 세대갈등이고 꼰대 논쟁이다. 정보사회가 되면서 세상의 발전속도와 변화가 빨라졌다. 어떤 면에서 노년세대는 디지털공화국에 정착한 아날로그난민 같은 신세다. 노인만 아니라 베이비부머도 디지털 변화속도를 쫓아가기 힘들다. 생활양식, 생산양식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한다. 세상은 노년부터 Z세대까지 어울려 사는 공동체라 다르지만 공존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통합은 쉽지 않다. 요즘 M, Z세대에겐 구찌가 핫하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친화력 높은 명품이다. 왜? 구찌의 최근 경영혁신이 답이다. 리버스멘토링을 했다. 젊은 직원이 팀장급 이상의 멘토가 된거다. 그결과 구찌는 중성적 이미지,스트리트 패션과의 협업을 통한 확장성을 얻었다. 메타버스 안에 제일 먼저 입점한 명품이 구찌다. 배움과 소통이 꼭 물 흐르듯이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게 아니다. 누구나 꼰대가 되지만 누구나 꼰대질을 하는건 아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지금의 내 생각도 틀릴수 있다 생각하면 좋은데 그게 어렵다. 그래서 “라때”가 나오는거다. 21세기를 살면서 왜 20세기 이야기를 하는가. 나이먹은 나도 꼰대가 싫다. 아니 난 꼰대다. 그래도 꼰대질만은 경계하고 싶다. 세상이 바뀌었다.내 살던 시절 이야기는 동창회 가서나 하자. 자식들에게도 하지 말자. 그게 습관되면 꼰대질의 유혹에 빠진다. 새로운 시대의 정보와 지식체계를 받아들이자. 세상 살이 시작한 Z세대보고 베이비부머를 이해하라 하면 말이 안된다. 스스로 살기도 버거운데… 더 살아본 세대가 시작한 세대를 이해하는게 순리다. 새로운 가치, 정보의 섭취가 꼰대질을 막는 백신이다. 섭취,攝取 한자로 쓰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섭취의 攝자가 손수변에 귀 耳자가 세개다. 취 取자도 귀이자에 오른손을 나타내는 “또 우”자가 결합된 거다. 섭취는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귀로 듣고 손을 쓰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한자의 조합이 경이롭다. 요즘의 꼰대가 뭐가 문제인지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알았나 보다. 강변 고수부지를 걷는데 “아저씨, 공 좀 차주세요” 소리가 들렸다. 들은 척도 안하고 앞으로 걸었다. 나는 아저씨가 아니고 영원한 오빠니까.
아기들은 삼등신이다. 머리와 몸과 다리의 비율이 그렇다. 같은 길이는 불편하다. 앉고 서고 걷는 것이 모험이다. 모험에는 좌절이 함께여서 아기들은 넘어지는 것부터 배운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스스로의 터득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많은 실패를 넘어 아기들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뒤뚱거리며 한걸음씩 위치를 옮긴다. 옮길 때, 아기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일직선이다. 주저와 망설임은 아기들의 것이 아니다. 아기들의 걸음걸음은 정확히 순수와 일치한다. 감추거나 계산하지 않는다. 꽃밭으로만 향하지도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는 뱀을 향해서도 아기들은 손을 뻗는다. 뻗는 손을 따라서, 머리와 몸과 다리가 뒤뚱거린다. 어른들은 칠등신이다. 지위와 재산과 나이의 비율이 그렇다. 비율이 길어질수록 사는 게 고단하다. 앉고 서고 걷는 것이 죄다 돈이다. 돈은 성공의 다른 말이라서 어른들은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어른들의 배움은, 그러니까 돈을 버는 방법에는 끝도 없고 한도 없다.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앗아서 돈을 버는 어른도 있지만, 대부분은 키우거나 팔거나 바꾸거나 만들어서 돈을 번다. 간혹,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나 같은 어른도 있는데 ‘등신’ 소리 듣기 십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돈에 관한 한 나는 등신이다. 등신인줄 알면서도, 글을 써서 돈과 바꿔야 하는 나의 하루는 또 얼마나 등신 같은가. 나 같은 어른이 보기에 아기들의 삼등신은 귀엽다. 속없는 칠등신이라서, 아기들의 뒤뚱거림이 마냥 좋다. 발걸음 따라 흔들리는 머리와 몸과 다리가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다. 순수를 망각해 버린 나 같은 어른의 헛생각이다. 내게도 분명 첫걸음의 나이테는 남아있을 텐데, 최초의 직립과 숭고한 첫걸음의 기억은 돈 욕심에 지워지고 없다. 하기는, 지워져서 모르는 게 그것뿐일까. 아기들의 걸음걸음이야말로,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순을 밀어내는 들풀의 처절함임을 나는 잊었다. 수백 수천의 추락 끝에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의 몸부림임을 나는 잊었다. 더 이상 알지 못해서, 눈물 흘리지 못하고 귀엽다며 웃는다. 아기들은 삼등신이다. 아니, 아기들처럼 뒤뚱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삼등신이다. 칠등신의 옷을 벗고 삼등신으로 돌아간 내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치매를 앓는 내 어머니의 기억은 자꾸만 허리가 굽어서 아들조차 몰라보고 뒤뚱거린다. 뒤뚱거리며 첫걸음마의 순간을 쫓아 혼자만의 세상을 걸어간다. 뒤뚱거리며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향해 다가간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젖 냄새를 향해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쪼그려 앉아 젖 물리던 부뚜막의 열기와 그을음 속으로 뒤뚱거리며 나아간다. 나아갈수록 내게서 멀어짐을 빤히 알면서도 나는 애써 붙들지 못한다. 입버릇처럼 돈을 벌어야 산다며, 되지도 않는 글을 붙들고 질끈 눈을 감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멀뚱거리는 나의 계절이 부끄럽다.
경기도 오산이 지역구인 안민석 의원(민주, 교육위원회 소속)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여름철 찜통교실이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신문(17일자 3면)은 안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1~3월 학교 전기·가스요금 집행 현황’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의 건강·학습권 보장은 국가적인 책무”라는 발언을 보도했다. 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학교의 1~3월 간 전기·가스요금 부담은 작년에 비해 34% 폭증했다. 경기도의 경우 전년 동기간 대비 전기요금 34.6%·가스요금 32.5%가 증가했다. 특히 제주는 전기요금이 59%, 인천은 가스요금이 79%나 올랐다. 안의원은 학교 전기·가스요금 예산 지원은 교육의 질로 이어지는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하면서 “냉·난방비 부담으로 사용..
관광지마다 단체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시기, 여행의 시대는 계속 진행 중이다. 마지막까지 주춤대던 수학여행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한 엔데믹 시대. 국내 대형 여행사가 2019년 이후 3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에 이어 정부의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 확대, 경기도의 비정규직 노동자 휴가비 지원, 지역 관광공사의 숙박상품 기획전 등 반가운 소식이 쏟아진다. 6월은 ‘여행가는 달’로 각종 혜택이 쏟아지고, 매월 마지막 주말은 ‘여행이 있는 주말’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떠나지 않으면 손해일 듯한 시기, 여행의 시대는 절정으로 달려간다. 억눌렸던 욕구를 해소해주며 흥청망청 쓰기 좋은 시대,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진 이 시대에 팬데믹 시대를 잠시 떠올려 보자. 사람 없이 흐드러지던 벚꽃 명소와 봉쇄된 이후 더없이 맑아졌던 수로를. 여행자가 관광지를 점령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던 지역들은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묶인 팬데믹 시대는 지구의 회복기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영원히 묶여 있을 수 없고, 지구는 더이상 훼손될 수 없다. 위기를 겪지 않고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늘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머물렀던 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여행으로 자유를 누리고 휴식을 취하되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자. 가능한 한 성수기와 집중되는 여행지는 피하기. 정당한 소비로 지역의 발전을 돕기.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 버리기. 일회용품 사용과 환경 파괴적인 행동을 자제하며, 이를 추구하는 숙소 및 업체를 선택하기. 나쁜 행동 안 하기에 그치지 말고, 눈앞의 쓰레기를 줍는 등 작은 일이라도 실행하기. 더 많이, 더 빨리하는 여행보다 이동을 줄이고 한 장소에 집중하며, 지역 음식을 먹고 작은 가게를 방문해 지역주민과 대화하는 여행은 여행자 스스로 여행지를 더 좋게 만드는 길이다. 작게는 여행지에 국한되지만 이런 움직임이 늘어나면 전 지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보다 걸을 때 더 많은 것들이 보이듯 여행 자체가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 여행자 역시 여행의 행복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나 자신의 여행을 더 깊고 풍성하게 즐기는 길인 동시에 여행지와 자연과 인간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다. 나아가 내 자식과 후세대까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의미 있는 일이다. 여행의 시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통해 내 삶과 타인의 삶을, 나아가 사회와 자연과 지구를 위해 조금만 신경 써 보자. 거창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작은 행동과 선택만으로도 세상은 움직이기 시작한다./자연형 여행작가
심상치 않다. 불손하다. 아니 불온하다.지난 3월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검찰 독재 퇴진을 요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매주 월요일 전국 교구를 돌아가며 시국기도회를 여는 중이다.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다. 이는 8월까지 이어지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변화가 없다면 그 이후 어떻게 전환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개신교 측에서도 지난 4일, 1,000여명의 목회자들이 목회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완용과 같은 굴욕외교라는 지적도 등장했다. 가장 보수적이라 할 불교계에서도 100여명 스님들의 시국선언과 더불어 ‘사대 매국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퇴진과 천만 불자 참회를 위한 범국민 시국 법회’의 1차 야단법석을 다가오는 토요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불교계의 ‘윤석열 퇴진 야단법석’은 지역을 순회하면서 2차, 3차 야단법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3대 주요 종교계가 특정 정권에 대하여 동시에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은 이미 1년 넘게 ‘촛불승리 전환행동’의 이름으로 시민들이 매주 시청 부근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주말 집회를 이어온 것과 함께 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결코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 등 실책과 실정을 넘어 국제 망신 외교나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행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종교 권력이 국가 권력에 야합하며 집단 이익을 추구해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히틀러 시절의 독일에서 기독교가 철저히 나치 정권에 아부하며 히틀러를 찬양했던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아부했던 국가조찬기도회 등도 대표적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사회나 성직자와 수행자들이 세속의 일반인들과 함께 시국을 우려하며, 구체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해당 사회의 정치적 문제점이나 치부가 어느 정도 임계점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성속을 떠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을 간단히 말하면, 검찰이라는 특정 집단이 자본에 물든 언론 권력과 야합해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고, 다양한 사회적 이해 갈등 상황에서 타협과 조율이라는 정치적 역할은커녕, 오히려 사회 기득권 입장을 대변하면서 사회 분열을 더욱 심화 시킨다는 점이다. 이미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기존의 정치 지형을 철저히 무너트리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신들의 권력 지향에 장애가 되는 정치인이라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합법을 가장해 철저하게 망가트리거나 최소한 입막음을 해 버린다. 국내 정치 문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자, 매우 낯선 모습이다. 검찰 총장이 갑자기 대통령이 되어 검찰을 주요 요직에 포진시킨 후 나라를 운영하는 상황이 되었고, 검찰이 국회에서 기존 정치인들을 대체하고 주요 행정부처의 장을 맡아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전근대적 상황에 대하여 21세기 한국 사회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주요 3대 종교인들이 일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성속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인다. 진정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