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위기가 일상화된 현재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이은 제4부로서 이들 3권에 대한 감시 역할이 소홀하다는 비판은 표현과 강도만 달리할 뿐 언제나 들린다. 광고 등을 통한 경제 권력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잦다. 시민이 필요한 뉴스보다는 언론이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뉴스가 더 많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언론 위기의 일상화는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언론사도 실은 하나의 기업이다. 기업은 영업행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하다. 언론사 역시 일정한 수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익 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지위는 특별하다.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익을 추구해야 한다. 대부분 자본주의 기업에서 공익 실현은 명목적으로 내세우는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언론사는 내외부에서 모두 공익 실현을 강조한다.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최종 목표는 공익 실현이다. 시민들은 언론사를 공적 기구로 보고 이들의 영업행위, 즉 뉴스 생산과 유통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언론사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언
푸른 행성인 지구의 기후는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태양 주위의 공전 궤도, 태양 활동의 변화, 대기의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을 인간의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 리빙플래닛’ 보고서 역시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을 인간의 활동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1970년부터 2016년 사이에 어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68%나 감소했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년마다 지구의 건강과 인간 활동의 영향에 대해 수행하고 있는 과학적 분석인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에 실린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0세기 초에 비해 약 40% 더 높아졌다. 이러한 증가는 산업 시대가 시작되고 화석 연료가 대량으로 소비된 시기와 일치한다. 산업 부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9%를 차지한다. 제철부터 시멘트 생산, 식품 가공, 제지, 담배, 폐수 처리까지 모든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부문의 배출량은 약 10%를 차지한다. 산업과 건설에 소비되는 전기와 열의 생산은 온실가스의 큰 배출원이다. 농업 분야 역시 메탄과 아산화질소라는 두 가지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온 상승
의정부 한 연립주택에 사는 A씨가 지난 18일 반려견과 함께 옥상을 산책하다 누군가가 뿌려놓은 압정을 밟았다며, J방송국에 이를 제보하여 24일 방송됐다. 1년 전부터 옥상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겨왔던 A씨는 관리소장으로부터 옥상 아래층에 사는 B씨가 밤일을 해서 아침에 자는데 개가 뛰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양측 실랑이 끝에 A씨가 다시 반려견과 옥상에 갔다가 결국 압정에 찔리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방송 유튜브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그렇다고 압정을 깐 것은 선을 넘은 거다”, “누가 밟거나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시끄러워 잠 못 잔다는데 굳이 옥상으로 산책을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남의 집 천정에서 피해주지 말고 거리로 나가는 게 개한테도 좋다”며 견주 A씨를 탓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아지고 이웃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층간소음, 누수, 반려동물 문제, 생활악취 등으로 인한 이웃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 초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민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과 누수문제로 갈등을 빚다 도배를 독촉하는 아래
환절기~!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가 커진다. 항온 동물인 우리 몸도 그에 맞춰 적응하기에 분주하다. 즉 우리 몸이 변화하는 기온에 맞춰 체온 조절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되고 그런 만큼 다른 기능에 상대적으로 기운(에너지)을 적게 쓰게 된다. 그리하여 면역력이 저하되어 환절기에는 감기 등 여러 가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몇 년 전 코로나-19(COVID-19) 펜데믹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 세계 사람들이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일반 독감 바이러스의 일종이 되어 많은 사람이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낮은 엔데믹 시기가 된 듯하다. 어찌 됐든 서양 의학에서 '독감'은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라고 보지만 동양 의학에서는 “한기(寒氣, 찬 기운)”가 우리 몸에 침입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한기가 우리 몸의 어느 부위로 침입했는지에 따라 그 증상과 치유법이 다르다고 본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콧물감기는 한기가 심소장 쪽으로 침입한 경우이기에 심장과 소장에 힘을 주는 맛, 즉 “쓴맛”을 먹고 땀을 내주면 낫는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쓴맛은 커피다. 진한 커피를 따끈하게 우려내어 몇 잔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 오데사(Odesa)의 우신스키 국립사범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박토냐(Tonya Park/한국명: 박성미)교수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그녀를 만났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등 매일 전투가 치열한 곳과는 달리, 러시아와 전쟁 중이지만 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쉼 없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경보가 울리고, 미사일이 떨어지고, 포탄이 날아오는 때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학교에서 강의를 계속한다고 한다. 박토냐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차세대이다. 고려인 2세대 3세대들이 모국어라 할 수 있는 한국어를 잊어버렸음에도 그녀는 한국어와 한글을 잊지 않고 자랐다. 그뿐 아니라, 일찍이 서울대학교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를 한국어과 교수로 데려간 곳이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a)의 우신스키 국립사범대학이다. 필자가 2018년에 이 대학에서 열린 ‘유라시아 문화 포럼’에 참여하여 만나보았던 박토냐 교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소명과 신실함으로 가득했다. 이번 서울 방문은 우신스키
자궁근종이 있으며 월경통이 심해서 한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해서 내원한 한 50대 환자는 한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할 즈음해서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치료 후기를 보내어 왔다.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통증이 없는 경험을 했어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거였는데 이렇게 씻은 듯이 통증이 없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초경 때부터의 통증이었기에 대개는 치료 기간이 더 걸린다. 치료 속도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빠르긴 하다. 일상이 너무 바빠서 두 달 후 한의원에서 만난 환자분이 말한다, “몇 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서 한약을 복용했는데 이렇게 안 아파서 정말 놀랐어요. 자궁근종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었구나. 잠도 좋아졌어요. 새벽 1~2시에 잠들었는데 요즘은 11시경에는 잠이 들어요. 생리 중에 평소에 많던 덩어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양은 조금 많아졌어요. 두 번째 달에는 조금 아파서 진통제 1알 먹으니 곧 괜찮아졌어요.” “그렇죠.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미국 대선(2024)이 코앞에 왔다. 제47대 대통령직을 누가 차지하느냐. 공화당이 탈환하느냐, 민주당이 수성하느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어떤 대내외정책과 세계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사의 진로가 달라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분쟁과 미·중 갈등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남·북한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8·15 해방(1945) 이후 분단체제와 대결구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현실에서 민족사의 염원인 ‘평화·번영의 한민족공동체’로 나아갈 것인지 ‘가깝지만 머나먼 남북’ 관계 또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물러설 것인지도 미국의 대선 결과에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 또한 한반도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중차대한 역사적 변곡점을 앞두고 260만 재미동포들은 150만 한인 시민권자들의 유권자 등록에 이어 이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다른 선거와 달리 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상원선거에 연방하원 3선 출신의 한인 2세 앤디 김(Andrew Kim. 뉴저지주·민주당)이 첫 도전하고…
2017년, 레딧 이용자 '딥페이크스'는 기존 성착취물에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였다. 이른바 딥페이크의 등장이다. 2023년 12월, 수십억 개 이미지로 구성되어 생성 AI 학습에 활용되어 온 공개 데이터셋 LAION-5B에 다수의 아동 성착취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사례가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심지어 이용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성적 묘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증명사진을 확장하기 위해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썼더니 가슴 아래가 나신으로 생성되었다거나, 셔츠 단추를 교묘히 풀어 헤친 상태로 묘사되었다는 사례들은 지금의 생성형 AI 기술이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문명은 과학적 지식을 기초로, 특정 목적을 위해 기술을 취사선택하고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감수한다. 과학은 사회가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밝히고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것을 약속한다. 과학 공동체의 예리한 감각기관이 기술의 위험을 간파하고 이에 대응할 관리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학 공동체는 딥페이크 기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꼽히는 볼로냐(Bologna) 대학이 1088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936년이 된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대학은 꾸준히 늘어나 2023년 기준으로 2만 6000여 개 교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가운데 좋은 대학도 많고, 좋다고 하는 대학 또한 많다. 여기서 ‘좋은 대학’이란 평범한 고졸 출신이나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학생들(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을 선발하여 대학에서 열심히 잘 가르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졸업시키는 연금술을 구현하는 대학을 말한다. 이 연금술은 중세기에 납을 금(gold)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뜻한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그저 그런 학생들을 받아들여 바람직한 교육을 통해 유능한 인재(人材)로 변모시켜 내보내는 대학을 의미한다. 반면에 ‘좋다고 하는 대학’은 명문대학이다. 명문대학은 이미 세상에 잘 알려져 지원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자녀가 합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대학이다. 그런데 명문대학에 입학한 인재(人才)들이 범재(凡才)가 되어 대학 문을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두고 연금술과 배치되는 ‘역연금술’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좋다고 하는 대학이면서 좋은 대학도 많다. 대체로 좋다고 하
흐르는 것은 죄다 길이 있다. 흘러야 길이다. 물이 그렇고 숨이 그렇고 피가 그렇다. 바람도, 해와 달도 흐르는 길이 있다. 흐름은 길이 품고 태어난 숙명이다. 형체가 있든 없든, 만져지든 만질 수 없든, 흐르는 것들은 흐르는 것들끼리 길을 따라 흐른다. 흐르지 않는 것을 가리키며 길이라고 이름 붙인 게 있었던가. 나는 흐르지 않는 길과 마주친 적이 없다. 길이란 길은 흘러야 산다. 생명도 그와 같아서, 길을 따라 생명의 씨앗을 흘려보낸다. 뿌리를 내린 것들은 뿌리 아래서 물과 양분을 뽑아 올려 줄기와 이파리로 실어 나른다. 손과 코와 입을 가진 것들은 쥐고 맡고 뜯은 것을 씹어 삼켜 허파와 위와 심장과 뇌로 실어 나른다. 그렇게 실어 나른 숨결과 온기가 생명을 살려낸다. 사람이라고 다를 리 없다. 막힌 것도 길일까? 묻는 건 어리석다. 막힘이라는 말 어디에도 흐름은 없다. 막힘이 길어지면 기필코 끊어지고 터진다. 그것이 길이 품은 고유의 성깔이다. 남과 북을 잇던 길도 끊어지고 말았다. 철길도 찻길도 끊어졌다. 땅으로 난 길이 그 지경인데 하늘길과 바닷길은 오죽할까. 꽉 막힌 길을 넘나드는 건 삐라와 오물 풍선뿐이다. 보내고 받는 건 반가움이라야 온당한데,